"뭘 그렇게 쳐다봐.내 얼굴에 뭐 묻었어?" "어?아..아니" "내 얼굴만 보지 말고 책에 집중해!김원식 너 학점 떨어졌다며" "어..공부해야지.." 또.나도 모르게 시선이 홍빈이에게로 가버렸나보다.애써 아닌척 눈을 돌려 책에 시선을 두지만 하얀색은 종이고 검은색은 글씨일 뿐 전혀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언제부터였을까 시도때도없이 니생각만나고 너의 입에서 나 말고 다른사람 이름이 나오면 인상을 찌푸리게되고 너의 행동 너의 말투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우게된게. 고등학교 2학년때.처음 너를 만났고.그냥 마냥 잘생긴 너를 보고 '얼굴값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너와 어느정도 거리를 두다가 중간고사날 . 컴싸를 깜빡하고 챙기지 못한 바보같은 나한테 갑자기 나타나서는 '나 컴싸 두개있는데, 하나 빌려줄까?' 하며 환하게 웃는 너의 미소가.예쁘게 움푹 파인 그 보조개가.너에게 다가갈수 있는 문을 열어줬고.그렇게 우린 둘도 없는 친구가되고, 같은 대학교에 들어가게 됬고, 지금 학교옆 카페에 작은 테이블에 나란히 앉게 됬네. "저..원식아.." "응?왜 홍빈아" "너 어제 클럽갔다며.." "응.어떻게 알았어?" "학연이형이 말해줬어.너 요새 클럽 자주간다더라" "아..요새 자주가긴했지" "왜 자주가는데? 저번엔 내 전화도 씹었잖아.원래안그랬는데" "..나 원래 시끄러운데 좋아하잖아" "그래도..이제 학점관리 해야지.이제부터 술도 좀 줄여.여자도 좀..아니다" "뭐가아니야.계속말해" "너 변한거 알아?" "무슨소리야?" "너 이젠 나랑 있을때 자꾸 인상쓰고 있다가 내가 뭐 물어보면 얼렁뚱땅 넘어가고.만나자고하면 자꾸 바쁘다고 피하고.오늘도 우리 오랜만에 만난거잖아.너랑 나랑 고등학생때부터 친구였는데 김원식 니 소식을 학연이형을 통해서 들어야겠냐고" "학연이형이 잘 말해줬나봐?" "뭐?" "너 요새 말끝마다 학연이형.학연이형 이러는거 알아?" "그게 왜" "..아니 됫다.그냥 둘이 많이 친해진것같아서" "친해지는게 당연하지.매일 얘기하는데" "아 그래?만나서 도대체 무슨얘길하냐.내 뒷담화라도 깠어?" "어" "뭐?" "너 욕했어.수업도 자꾸 빠지고,틈만나면 잠수타고,여자는 몇십번을 갈아 엎고,술만 퍼마시고,그래서 학연이형이랑 너 욕좀 했어" "그래?아주 잘나셨네.그럼 둘이 짝짝쿵 잘 놀든가.나랑 여기 왜있는데" "..." "뭐.나 더 욕지꺼리 할꺼있나 살피러왔냐?그래.나 수업도 빠지고 맨날 클럽가서 술만 퍼마시고 춤ㅊ" "그만해" "뭘 그만해.춤추고 지나가는 아무여자 잡아다가 떡치고" "그만하라고!!" "아아.어젯밤까지도 클럽에서 만난 여자랑 떡치다 아침에 같은 침대에서 같이 깼네" "야 김원식!!!" 너가 그만하라 했을때 그만했어야했는데.이 사실을 알아챈건 너가 눈물 한방울을 떨어트리며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내 이름을 크게 불렀을때였고,나는 벙쪄있다가 너는 그냥 카페를 나가버리고,나는 널 잡으러가지도 못하고 그냥 카페에 가만히 앉아만있네.
몇달전부터.너가 환하게 웃을때마다 내 심장이 같이 뛰고,아무것도 아닌 그냥 친구끼리 할수있는 가벼운 터치에 긴장하게 되고,너를 만날생각하면 설레고 널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리고 이런 감정이 친구사이에서는 일어날수 없는 감정이라고 생각했을때부터 홍빈이와 점점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나는 지금까지 오로지 '예쁜여자'만 밝혀왔고 고등학생때도 외로워보이는 홍빈이에게 예쁘장한 여학생도 소개시켜주고했는데 갑자기 내가 게이가 된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확인해볼 겨를이 없어 클럽에가 이여자 저여자도 만나보고 안아도 봤지만 짧은 쾌락만 있을뿐,몸이 기분좋게 달오른다거나 이 여자와 다시 잠자리에 들고싶다라는 생각은 전혀들지 않았다.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게이라는.그리고 하필 진한우정으로 함께있는 이홍빈을 좋아하게 됬다는게 확실해지면서 너의 연락을 일부러 멀리하고,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도록 노력했다.사실 어제도 클럽에서 만난 여자랑 잠자리를 가졌다.하지만 도중에 멈추고 옷을 챙겨입고 룸을 나온체 집으로 돌아갔다.아침에 [오늘 카페가서 공부하자!] 라는 문자를 보고 오랜만에 너를 보기위해 나왔고,너의 웃는 모습을 보니 화려한 조명속에 역겨운 스모키 화장을 한 많고많은 여자들과는 비교할수 없이 깨끗하고 맑은 너의 그 얼굴에 행복했는데.. "왜 자꾸 학연이형 얘기만 꺼내는건지..하아.." 그리고 난 내가 여자랑 살을 부딪히는 그 사실을 홍빈이가 듣고 질투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애정결핍 어린아이같은 바보같은 생각을 해버렸다.결국 홍빈이는 눈물 한방울을 남기고 카페를 떠나버렸지만.. '바보같다 김원식' 이란 생각과 함께 갑자기 울컥하고 급하게 앞에 놓여져 있는 레몬에이드를 벌컥벌컥 마셨다.그리고 생각했다. 언제까지 이홍빈 너랑 이 지겨운 친구사이를 이어나가야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