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데. 왜? 무슨 일 있어? 답장을 보내고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라 나름 급하게 움직이다 보니 어느새 집 앞이다.
일단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가야겠다는 생각에 빨리 갈아입고 삼선 슬리퍼를 질질 끌며 초인종을 눌렸다.
" 야, 깡다. "
" 까아아앙 다아아아"
" 깡다! "
“ 강의건! ”
뭐야. 집에 없는 건가? 바로 열리지 않는 문에 한 번 더 초인종을 누르려는 순간 발소리가 들린다. 뭐 한다고 이제 열어.
" 야. 똥 싸고 있었냐? 밖에 덥다ㄱ..! "
" 쉿. 조용히 해라. "
" ......"
문이 열리자마자 내 입을 막아오는 큰 손. 아, 드러워. 왜 다짜고짜 입을 막는 건데. 진짜 똥 싸고 왔나.
그럼 이 손 존나 더러운 건데? 미간을 찌푸리며 다니엘을 쳐다보는데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며 나를 들여보내는 모습을 보니 왜 이리 안절부절못하나 싶다.
이 층에 좋아하는 여자라도 생겼나?
" 푸하, 야! 뭐 하는 건데 진짜! 똥 싼 게 뭐 부끄럽다고! "
" 아...! 조용히 하라 안 하나! 쫌! "
" 으, 우으, 어마아..."
입에서 손을 떼자마자 한 소리 하자 돌아오는 건 더 안절부절하는 모습이었다. 뭐 때문에 그러는지 말을 해야 알지. 근데 왜 뒤에 목소리 하나가 더 들려오지?
" 어, 잠만 기다리라. 행님이 까까 주께. "
" ...? "
행님은 무슨 행님이지 싶어 방으로 들어오니 보이는 건 아기. 그것도 두세살 되어 보이는. 귀엽네 아기. 아기? 잠시만, 아기가 왜 있어 여기에.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부어 손으로 제 눈가를 비비는 아기에 상황 파악을 하는 순간 강의건이 내 옆으로 들어왔고 도출된 결론은.
" 아, 미쳤나! 와 갑자기 등짝을 치고 난리고! "
" 너야말로 미친 거 아냐?! 너 사고 쳤었냐!!! "
이 새끼 사고 쳤구나.
아기와 너
W. 22개월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여러 번의 고비를 겪고 그 고비를 헤쳐나가며 인생의 지혜를 얻는다.
“ 그러니까... 이게 오빠가 말한 부탁이다...? ”
“ 어, 맞다고. 와 듣지도 않고 사람을 때리노. ”
그리고 나는 오늘도 지혜를 얻는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안다. 그리고 함부로 듣지 않고 부탁 먼저 들어주지 말자.
등짝을 한 대 때리자마자 등에 닿지도 않는 손을 허우적대며 얼굴을 찌푸리는 다니엘을 보자니 한숨부터 나왔다.
일단 앞에 아이가 있으니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설명을 들어보자 싶어 물어보니 조용히 부엌 쪽으로 나간다.
“ 형한테 연락 안 왔드나. ”
“ 왔었어. 너한테 설명 들으라는데? ”
설명하라는 눈치로 아기와 다니엘을 여러 번 번갈아보니 저도 막막한지 한숨부터 쉰다. 그니까 대체 이게 뭔데. 이 상황이.
“ 행님이랑 형수랑 본사로 갑자기 가야 한다 해가꼬 한국에 있는 기 내 뿐이라 내한테 맡긴 것 같드라. 어머니한테도 말했다 카든데. ”
“ 어머니? 우리 엄마? ”
아니 왜 그럼 엄마는 딸에게 말을 안 해주지? 갑자기 나오는 엄마의 언급에 놀라서 물어보니 돌아오는 건 세차게 위아래로 흔드는 고개.
새삼 느끼지만 개 같다. 아니, 강아지 말이야. 강아지.
“ 우리 기말 남은 건 알고 있지? ”
“ 안다. ”
“ 너 아직 레포트 안 쓴 것도 알고 있지? ”
“ 그것도 안다. ”
모든 건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상황 자체가 부정적인 경우의 긍정적 측면은 그나마 다음주 부터 시험이라는 것?
그리고 시험 마치고 방학이라는 것. 이 두 가지를 겨우 찾을 수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너무 한 거 아닌가?
다시 방안을 보니 작은 손으로 유기농 뻥튀기를 오물거리며 먹는 게...
“ ... 존나 귀엽네. ”
“ 아 앞에서 예쁜 말. 2살이라 카드라. 니는 행님이랑 그리 친하면서 아 얼굴도 모르나. ”
“ 산부인과에서 완전 신생아 때 보고 그 이후로는 안 봐서 그렇지. 많이 컸네. ”
“ 그리고 성우형한테 말해가꼬 다음 주 시험 칠 때 잠시만 봐 달라 했다. 형도 알겠다 카드라. ”
과연 괜찮을까. 성우 오빠가 봐준다는 말에도 영 믿음이 가지 않았다.
나도 쉽게 결론을 못 내릴 것 같아 계속 손톱을 입에 가져가는데 올릴 때마다 씁, 거리며 내 손을 떼내는 다니엘에 한숨을 쉬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아기 옆에서 나도 덩달아 뻥튀기를 주워 조금씩 먹으며 아기만 빤히 보고 있는데 시선을 느꼈는지 내 쪽을 본다.
아, 역시 아기란 존재는 귀엽다. 우는 것 같더니 지금은 별로 안 우네. 내 행동을 보던 다니엘도 내 앞에 앉아 아기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약간 어설프게 안는다.
“ 선호야. 누나가 니 좋은갑다. ”
“ 뭐래. 이름이 선호야? ”
“ 어, 윤선호. 니 얼라 좋아하는 거 세상 사람들이 다 안다. 뭐래는 무슨. ”
티 났나. 눈, 코, 입 모두 올망졸망하니 귀여워서 아기의 행동 하나하나를 눈으로 좇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나 보다.
어차피 부탁은 들어준다고 했고 내가 고민한다고 바뀌는 것도 아니다. 어느 정도 상황 파악도 끝났겠다, 내일은 주말이고 내게 남은 선택지는 아기와 친해져야겠다.
이 한 가지만 남아있는 게 분명하다. 그래도 막상 하자니 계속 고민이 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애 돌보는 게 쉬운 것도 아니고 하루하루가 전쟁일 텐데.
한참을 고민하고 있는데 다니엘의 다리 사이에 앉아 나를 빤히 보던 아기가 나를 보며 방긋 웃으며 뻥튀기를 건넸고 그와 동시에 다니엘의 말에 고민은 끝났다.
“ 행님이 그래도 따로 용돈 준다카드라. 아이면 내 혼자 아 보고 내 혼자 받지 뭐. ”
하겠습니다. 그 전쟁.
22개월 |
22개월입니다! 아기가 등장했습니다! 아기 이름은 작은 우진이가 생각나서 우진이로 하려다가 나중에 후배로 큰 우진이가 나오기 때문에 선호로 바꿨습니다! 아마 연재는 화, 목, 토요일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현생에 따라 달라질 것 같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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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