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썰풀이로 온 멍청한 자까....
독자님들 날이 더워요.. 더위조심하시는거 잊지 마시고!
오늘 1,2는 따로 보셔도 되고, 다 이어져있다고 생각하셔서 고르기 해주셔도 됩니다 ;)
어차피 여러분은 세자빈! 껄껄
아, 재밌게 읽으셨다면 예쁜 댓글 :) 부탁드려요 <3 <3
1. 세자 이제노 X 세자빈 김시민
제노는 유능한 세자. 세종대왕같은 세자라고 생각하면 됨. 활도 잘 쏘고, 글씨도 잘 쓰고, 시조도 잘 짓고, 총명해서 정사도 잘 돌볼거라고 아주 백성들 사이에 소문이 자자함. 근데 딱 한가지 약점이 있다면 저어어어ㅓ어엉말 술을 못 마신다는거. 그래서 자기가 정말 믿는 사람 아니면 술을 절대 같이 하지 않음.
시민이는 문참판댁 막내딸. 위로 오빠가 하나 있는데 문태일이라고 17살에 장원 급제 해서 시민이보다 먼저 궁에 입궁함. 태일이는 제노의 좋은 벗으로, 또는 좋은 스승으로 그렇게 지냈음. 물론 지금도. 시민이랑 다른 여자애 두명랑 마지막 결승전 까지 올라왔을때, 제노가 태일이랑 같이 그 결승전을 몰래 보러간적이 있었음. 어차피 마지막에 제노가 결정하지만, 그래도 대비는 제노가 마냥 아기처럼만 보이니까, 더 철저하게 시험하는 중이었음. 태일이는 이미 제노한테 내 여동생이 결승전에 올라왔다고 말했었고, 제노는 태일이한테 여동생 칭찬을 엄청 많이 들었었던 상태. 시민 / 여자애1 / 여자애 2 이렇게 앉아있었고 제노랑 태일이는 시민이 바로 옆에 있는 창에 앉아있었는데, 밑에 내려다보면서 글씨쓰는 시민이를 당연히 제일 먼저 보게 됨. 태일이가 저 아이가 제 여동생입니다, 하는데 제노 귀에는 아무것도 안 들리고 아, 난 무조건 쟤다. 라고 생각.
후에 그 애가 태일이 여동생인거 알고서 문시민, 문시민 하면서 계속 되뇌이는 제노. 처소에 누워서도 눈 내리깔고 글씨쓰던 그 애가 자꾸 생각나고 자꾸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니까 잘 못 자고 뒤척거리기만 함. 제노가 계속 잠 못드는 것 같으니까 내시가 밖에서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결국 제노 내시 안으로 들여서 좋은 남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이러면서 내시 올려다봄. 내시 푸스스 웃으면서 마음에 드는 여인이라도 생기신겁니까, 하고 제노 흰 소복에 얼굴 묻음. 자신 보다 그 사람이 원하는 걸 더 먼저 해주려고 노력하면 좋은 남편이 되 실 수 있으실 겁니다. 내시가 그렇게 말하고 물러나는데 더 잠 못 이루는 제노.
집으로 돌아가는 가마안에서, 세자저하 정말 좋은 사람이라고 걱정하지말라던 태일이가 자꾸 생각나는 시민. 아직 얼굴도 못 봤고 대화도 못 나눠봤는데. 다른 친구들은 다 시집갔는데 열여덟이나 먹어서 지금 시집간다는게 창피하기도 하고. (이게 다 세자가 학문에 열중해서 결혼 미뤄서 그런거임ㅇㅇ ) 그리고 집을 떠나서 궁에 입궁한다는거 자체가 걍 너무 두려운거야. 몇번 왔다갔다 해봤는데 대비마마도 무섭고 뒤에서 수군대는 궁녀들이나 내시들도 무섭고. 그래서 몸종 붙잡고 절대 자기 떠나지 말라고 막 울기도 했고.
말도 안되지만 제노랑 내시들, 대비마마 그리고 세자빈 후보 셋이 연회를 가지게 됨. 세자빈 후보 셋은 누가 세자인지 몰랐고, 그냥 이 연회가 간택 전에 대비마마가 베푸는 잔치구나, 하고 알고 있음. 그니까 제노가 왕세자인지 모르는거임. 제노가 시민이 옆에 앉았고, 연회가 시작되는데 앞에 앉은 여자애가 제노한테 술을 따라주는데 받고 마시지는 않는 제노. 제노가 반반하게 생겨서 꼬리치는게 시민이 눈에도 보여서 아, 안됐다. 이러면서 제노 쪽 흘끔흘끔거리는 시민. 제노는 이 술을 마실 수도 없고 시민이는 옆에서 흘끔거리고 자꾸 어깨 닿고 이러니까 머리 과부화됨. 여튼 그렇게 어물쩡대다가 세자빈 후보 둘은 술이 떡이 되서 내시들이랑 하하호호 거리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시민이는 주량이 매우 셈. 시끄러운 와중에 시민이가 제노한테 술을 잘 못하시나봅니다, 안색이 좋지 않으십니다. 하면서 제노 술잔을 치워줌. 제노 거기서 폴인럽하고, 계속 시민이 바라보다 대비랑 눈 마주치는데 그 다 안다는 대비의 표정. 너 이색히 아주 사랑에 빠졌구만; 하는 대비 표정에 멋쩍은듯 뒷통수 긁적이는 제노. 연회가 끝나고 가마타고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됨. 제노님께서는 왜 가마를 타지 않으십니까? 가마에 올라타면서 시민이가 그렇게 물음. 집이 이 근처라, 제노가 그렇게 말하고 허허 웃는데 뭔가 안 좋은 예감. 설마 쟤가 왕세자는 아니겠지, 하지만 대충 손 흔들어주고 집으로 돌아감.
아침에 일어났는데 몸종이 밖에서 막 엉엉 울고 있음, 그래서 무슨 일이야, 하고 물었는데 글쎄 왕세자빈이 되었다는 소식. 아버지는 잔치연다고 소리지르시고 어머니는 말없이 안아주시고, 온갖 감정이 교차하는 시민. 세자저하는 정말 좋으신 분이셔. 태일이가 그렇게 말하면서 머리 쓰다듬어주는데 오빠 어디 가면 안돼. 하면서 태일이 옷 붙잡는 시민이...
결혼식 날이 됨. 태어나서 처음 보는 궁녀들이 치장해주는데 그렇게 떨릴 수가. 이제 나가셔야해요, 밖에는 막 노랫소리 들리고 익숙한 몸종이나 태일이도 없으니까 아주 어지럽고 땀나고 죽을 것 같은 시민이. 어찌저찌 잘 걸어서 밖에 나가서 세자 옆에 섬. 가채가 너무 무거워서 고개를 돌릴 수도 없고 바들바들 떠는 시민이. 왕한테 인사하고, 옆으로 돌아서 세자랑 세자빈이랑 인사해야하는데 옆에 제노가 있는거지. 시민이 읭? 하고 제노 말없이 미소짓고. 그리고 그 날 밤 세자 침소의 불은 오랫동안 꺼지지 않음.
2. 몸종 박지성 X 세자빈 김시민
지성이는 7살때부터 시민이를 모심. 시민이는 지성이보다 두살 누나인데 진짜 지성이가 자기 동생인 냥 잘 챙겨줘서 아씨,아씨 하면서 잘 따름. 시민이가 막내여서 그런지 몰라도 둘은 진짜 각별한데, 그래서 지성이는 더 시민이를 향한 마음을 드러낼 수 없는 지도 모름. 일단 시민이는 양반이기도 하고, 시민이가 11살때 부터 꾸준히 세자빈이 될 거라는 얘기가 종들 사이에 돌았으니까.
시민이는 정말 자기가 세자빈이 될 줄 몰랐음. 아버지가 하도 세자빈이 되라고 성화셔서 나간거였는데, 세자가 자기한테 반했다나 뭐래나 그래서 얼떨결에 간택. 간택됬다는 소식보다 더 기억에 남는건 그 소식을 자기한테 전하면서 엉엉 울던 지성이. 그리고 자기를 죽일 듯이 노려보던 옆집 여자애. 걔도 세자빈 후보였지, 맞다.
세자빈 간택을 받아도 (말도 안되지만) 간택 받은 본인이 동의를 해야지 진짜로 간택이 되는거임. 그리고 그 기일까지는 2주 정도가 남음. 맨날 옆집에서는 우는 소리 들리고, 출처를 알 수 없는 부적이 날아들고 이러니까 아주 미치겠는 시민이. 물론 지성이가 울먹거리면서 귀마개 씌워주고 부적 태우고 이래서 좀 덜하긴 한데, 당최 지성이가 왜 우는지 알 수가 없는 시민. 다른 종들은 다 좋아하던데.
세자를 처음 만나고 온 날, 시민이 방 안에는 금송화가 꽃혀있었음. 금송화의 꽃말은 질투, 지성이한테 네가 꽂았냐고 물어보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상처 난 손을 뒤로 숨김. 누가봐도 지성이가 꽂아놓은 건데, 시민이가 누가 꽂았는지 모르겠다면서 어머니한테 이르면 금방 들통날텐데, 입술 꾹 깨물면서 고개 젓는 지성이한테 자꾸만 묘한 감정을 느끼는 시민이. 문턱에 걸터앉아서 금송화 매만지면서 이거 꽃말 알아? 하고 물으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지성. 질투, 질투요 아씨. 고개를 떨구고 그렇게 말하는데 오늘따라 동그란 머리가 더 동글동글, 자꾸 안아주고 싶다는 묘한 충동이 드는 시민. 이리 가까이 와보거라. 시민이가 그렇게 말하는데 촉촉한 눈으로 시민이를 빤히 보는 지성. 지성이가 가까이 오니까, 시민이는 뒷짐 지고 있던 지성이 손을 앞으로 끌어옴. 손에 생채기가 많구나, 그렇게 말하니까 얼굴 빨개지면서 어버버거리는 지성이.
세자를 두번째 만나고 온 날, 이제 기일 까지 1주 남음. 지성이는 자꾸 시민이를 피하고 이제 한번 불러서는 오지도 않음. 지성아, 지성아? 여러번 불러야 오는 지성이를 보면서 아, 나한테 정떼려고 그러나, 싶은 시민. 여튼 세자를 두번째로 만났는데 너무 고지식하고 자기를 속박하려는거 같아서 별로인거지. 아니 내가 자기한테 시집가주는데 말야, 궁 안에서 내조를 잘 해줬으면 좋겠다니. 나는 말타는 것도 좋고 꽃 보는 것도 좋은데. 막 이렇게 궁시렁거리면서 방을 박차고 들어갔는데, 꽃을 꽂고 있는 지성이를 봐버림. 지성이 손에는 물망초.
기일 하루 전, 별을 보러가고 싶다면서 시민이가 지성이를 이끌고 밖으로 나감. 아씨, 날이 춥습니다. 지성이가 뒤에서 계속 안절부절 하는데 들은 채도 안하고 언덕을 뚜벅뚜벅 오름. 탁 트인 경관이랑 쏟아질 듯한 별들이 아름다워서 지성이도 계속 아씨- 하다가 이젠 우와- 함. 대충 평평한 돌에 걸터앉으니까 지성이가 또 멀뚱거리면서 시민이 옆에 서있음. 별 보다가 별빛에 비친 시민이 얼굴 보니까 또 막 주체할 수가 없는거지. 내일이면 세자빈이신데. 아씨가 아니라. 또 마침 시민이 주변에 봄색시, 당신께 나의 모든것을 드립니다. 라는 꽃말을 가진 냉이가 잔뜩이어서 자꾸만 눈물이 나는 지성.
시민이는 하늘을 보다가 지성이가 등 돌리고 들썩거리는 걸 발견함. 사실 물망초를 꽂는 걸 본 이후로 지성이가 예전과 다르게 고우십니다, 이런 말을 자주 하곤 했는데 왠지 모르게 세자랑 만나고 돌아온 날이면 꽃병이 더 깨끗하게 닦여있던 걸 기억해낸 시민. 지성아, 나 좀 볼래? 지성이가 들썩거리다가 시민이가 이렇게 말하니까 몸을 돌림. 아, 어두워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면서. 달빛에 눈물로 젖은 볼이 다 비쳐서 반짝거리는데도. 물망초의 꽃말이 뭐야? 시민이가 나직하게 물으니까 아무말도 하지 않고 또 고개만 떨구는 지성이. 시민이는 알고 있었음. 물망초의 꽃말이 [나를 잊지마세요] 인걸. 내가 어떡했으면 좋겠어 지성아, 계속 별을 본 채로 지성이한테 물으니까 아무말 없이 들썩이던 지성이가 시민이 옆에 있던 냉이를 한움큼 따서 건냄. 봄색시. 아씨께 제 모든 것을 드립니다. 냉이를 쥔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도 그렇게 말하는 지성이. 해가 뜨기 전까지 세자빈 포기 각서를 써야겠다, 하고 다짐하는 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