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계속 쫓겨 한참을 달린 너는 너의 시야에서 그가 보이지않자
긴장이 풀린건지,
주택가 골목 구석 소복히 쌓인 눈 위에 털석, 하고 주저앉았어.
눈이 녹아 너의 옷을 적셨지만 이미 얼대로 얼어버린 너의 피부는 감각이 없어진지 오래였지.
하늘에선 계속 눈이 내리고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야.
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얼굴에 웃음을 지니고 다니는데,
너는 지금 이러고 있는 자신이 너무 불쌍히 여겨져 그대로 엉엉, 하고 울었어.
울다가.. 울다가 그렇게 잠들었어. 그 골목 차가운 눈밭 위에서.
*
택운은 짝사랑하는 그녀와의 데이트에 가슴설레어하며 준비를했어.
크리스마스 이브에 데이트, 이런걸 모르고 지낸 택운에게는 정말 낭만적이였어.
덕분에 몇날 몇일 전부터 밤을 새어가면서까지 기대해왔지.
아마 택운에게 그런 감정은 처음이였을꺼야.
그동안 자기 자신만 알고 지내던 그가 그녀로 인해 이렇게 변한 모습을 보이니,
택운의 친구들도 놀라워했어.
' 징---.'
[ 저녁 6시 선화 ]
때마침 택운이 맞춰놓은 알람이 울렸고, 그의 가슴도 울렸어.
쿵쾅쿵쾅 하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게 너무 신기했어.
택운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섰어.
" 여보세요. 어, 나 지금나왔어. 천천히 나와 사거리에서 만나ㅈ.. "
가벼운 발걸음으로 총총 걷던 택운이 멈춰선 건,
그의 집 앞에 쓰러져있는 너였어.
" 어..선화야, 잠깐만. 이따 다시전화할께, 응. "
" 미안하다, 선화야. 나 오늘 못나갈꺼같아. "
*
" 으응....끙.... "
너가 몸을 뒤척이자, 부드러운 촉감이 몸을 감쌌어.
눈을 떠 보니 넌 더블사이즈의 침대에 누워있었고, 너의 누운 몸 위에는 포근한 이불이 덮여져있었어.
넌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마냥 헷갈렸지.
너의 집에는 이런 폭신한 침대는 커녕, 따뜻한 이불조차 없었거든.
이게 꿈이라면, 영원히 깨고 싶지 않은 꿈이였어.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니 꽤 넓은 방이였어.
벽난로도, 카페트도, 그리고 침대 밑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슬리퍼도.
너는 너의 발에 비해 너무나도 큰 슬리퍼를 신고 질질 끌며 방 문을 슬쩍 열어보았지.
방 문을 열고, 넌 또 한번 놀랐어.
너에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그야말로 드라마속에서나 나오던 집이 눈앞에 있으니,
넌 그저 마냥 신기해 했지.
그 집은 2층집으로 보였고, 너가 있던 방은 2층이였어.
2층난간에 메달려 아래를 내려다보니, 넓직한 거실도 있어.
그리고 거실 쇼파에 택운이 앉아있었지.
넌 낯선 사람이 보이자 그제서야 겁을 먹었고 머릿속이 새 하얘졌어.
나를 쫓던 그의 남자인가. 나를 죽이려 들겠지.
넌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지.
그 넓은 집안에 흐르던 조용한 정적을 깬 건 택운의 목소리였어.
" 몸은 괜찮아? "
쇼파에 앉아서 노트북을 주시하며, 너에게 말을 건네는 택운이였어.
" 네..네..? "
넌 너도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어.
" 집 앞에 쓰러져있길래 불쌍해서 데리고 온건데, 내가 잘못한건가? "
" ... "
" 어려보이던데, 몇살이야? 중딩? "
" ...열..아홉인데요.. "
너는 택운이 그리 나쁘지않은, 어쩌면 착한 사람이라고 느꼈어.
"...그래. 아깐 아파보이던데, 몸 좀 괜찮아졌으면 집에가. "
집.. 그래 집. 너는 돌아갈 집이 없다는 생각에 착잡해졌어.
집에 가라는 택운의 말이 괜히, 괜히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어.
어쩌면 좀 더 있길 바랬었는데.
단지 꿈에서 깨고싶지 않을 뿐인데.
너가 아무말이 없자 택운은 노트북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고
너를 바라보며 나직히 말했다.
" 아니면 더 쉬다가 가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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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잡에 글 처음써봐여..후하후하....짱ㄸ떨림 덜ㄷ럳ㄹㄷㄹ덜덜
제가봐도 글이 너무짧아서 10p 했어요...ㅎ..
재밌게 읽어주시면 너무너무 코ㅎ맙고 댓글달아주시면 더더욱 코ㅎ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