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https://instiz.net/writing/4052547주소 복사
   
 
로고
인기글
필터링
전체 게시물 알림
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263
역시 방학이어도 달라진 건 없었다. 이름만 방학이지, 학교 가는 것도 똑같다. 시원한 바다나 워터파크로 휴가라도 가고 싶은데 시간도 없고 당장 대입이라는 큰 산이 하나 남았으니 상상하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진짜 수능만 끝나면 미친듯이 놀 것이다, 전생에 놀지 못하다 죽은 놈처럼. 

 

"끝나고 게임장 갈래?" 

"미안, 오늘 좀 바쁜 일이 생겨서." 

"뭐야. 다음에는 꼭 가는 거다, 알겠지?" 

"알았어, 알았어. 다음에는 안 뺄게." 

 

그냥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조용한 곳에서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평소에도 잘 안 가던 시간이 오늘따라 왜 이리 늦게 흐르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오늘은 공부를 할 마음도 생기지 않았다.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라도 걸린 건지 자꾸만 기운이 빠졌다. 

 

"아, 피곤해." 

 

결국 나는 저조한 컨디션을 이기지 못하고 본능에 따라 움직였다. 책상에 철퍼덕 하고 엎드렸더니 보다 나은 것 같았다. 웬일인지 자습 감독 선생님도 계시지 않았고 자세가 편해지니 잠이 솔솔 오기 시작했다. 결국 무거운 눈꺼풀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일어나, 끝났어." 

"어, 어? 나 얼마나 잤어?" 

"글쎄다. 많이 피곤해 보여서 깨우지도 못했어." 

 

느릿느릿 가방을 싸고 나니 애들은 벌써 교실 밖을 나간 지 오래였다. 투둑, 툭. 조용한 교실에 울리는 소리에 창밖을 보았더니, 조금 전까지 밝았던 햇살과는 어울리지 않게, 어느새 소나기가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그제서야 우산을 들고 오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된 나는 절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금방 그칠 것 같지도 않은데....' 

 

오늘따라 교실 뒤에 버려진 우산도 없었다. 분명 며칠 전까지는 몇 개 있었는데 말이다. 종일 축 쳐져 있던 이유가 이거였던 건가. 언제까지 교실에 앉아 소나기가 그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었기 때문에 대충 교실을 정리하고 빠져 나왔다. 소나기는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쓰고 갈 뭐라도 있나 싶어서 가방을 뒤졌더니 에어컨 바람에 추울까 봐 가져온 얇은 가디건이 있었다. 이걸 쓰든 말든 비에 젖을 건 똑같겠지만 안 쓰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서 가디건을 머리에 뒤집어 쓰고 교문을 향해 달리기로 했다. 

 

"저, 선배...." 

"누나 지금 바빠, 아니, 어?" 

"같이... 쓰고 가실래요?" 

 

뭐랄까, 잘생긴 아기 돼지를 닮은 남학생이었다. 얘는 누군가 싶어서 보니 파란 명찰에 '주학년'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이름이 특이해서 까먹지는 않겠다. 

 

"나랑 집 방향 다르면 어쩌려고 그래." 

"글쎄요, 그건 진짜 다르면 생각해 보려고요." 

 

결국 나는 이 처음 보는 남자애와 함께 나란히 우산을 쓰고 걸었다. 그때 나는 보았다, 우산을 비스듬히 들어 내 쪽으로 기울이던 그 아이의 모습을. 어깨가 빗물에 젖는 걸 보며 내 쪽으로 당기자 새빨개진 귀로 괜찮다며 손사레를 치던 그 아이도 똑똑히 기억한다. 그렇게 내 고3 첫사랑은 시작되었다. 

 

이제야 말하는 거지만 이때부터 널 좋아했어, 학년아. 

 

 

"주학년!" 

"어, 누나?" 

"같이 가자, 오늘." 

"오늘요?" 

"비... 오잖아." 

 

아름다운 첫사랑의 기억이 시작된 지 딱 2년이 되는 날이다. 하늘도 오늘은 나의 편인지 때마침 한여름의 소나기가 내리고 있었다. 대학생이 된 후에도 여전히 내 옆에 있어 주는 이 아이 덕분에 오늘도 힘을 낼 수 있었다. 내 아름다운 기억, 주학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이런 글은 어떠세요?

전체 HOT댓글없는글
[워너원/박지훈] 우리 반에 양아치가 있는데 걔가 요즘... 690
07.03 18:06 l 진빵
[프로듀스101/스타쉽/정세운] 카라멜마끼아또15
07.03 15:31 l 몽그리
[워너원/김재환] 두근두근 베이커리 01 : 사랑에 빠졌을 때16
07.03 15:12 l 도도한빵순이
[스타쉽/정세운] 장마 上20
07.03 03:58 l 포뇨리
[프로듀스101] 브랜뉴 Family pro_ 10
07.03 02:43 l 토마토맨
[프로듀스101/워너원] Good Face 1.facebook158
07.03 02:09 l 프듀스북
[워너원/강다니엘/박우진] 운명처럼 널 사랑해 016
07.03 01:09 l 깡총아토끼해봐
[브랜뉴뮤직/임영민/박우진] 여러분, CC는 절대로 하지 마세요. 0389
07.03 01:07 l 씨씨
[워너원/브랜뉴뮤직/황민현/임영민] 계곡 놀러 왔다 이게 무슨 개이득?34
07.03 01:06 l 옹챙이
[워너원/박우진] 쉬운 이별3
07.03 00:30 l 1112
[워너원/옹성우] 7년 사귄 남자친구랑 헤어지려고요 1291
07.03 00:27 l 워너워너
[세븐틴] 욕쟁이 남사친들과의 근본없는 대화 18718718718718718718718718718718718718718
07.03 00:20 l 소세지빵
[NCT] 고인 물 02 : 덜 자란 이동혁의 이야기37
07.03 00:16 l 보풀
[프로듀스101/영동포팡] 흐림 넷, 맑음 하나 - 224
07.03 00:14 l 느림
[NCT] 고인 물 01 : 덜 자란 이동혁의 이야기47
07.03 00:04 l 보풀
[스타쉽/정세운] 카제하야 정세운 0268
07.02 23:49 l 노래야 세운해
[NCT/정재현/이동혁/이민형] 愛夢 :: 애몽 3차, 마지막 암호닉 신청 (필독)565
07.02 23:21 l 니퍼
[워너원/뉴이스트/황민현/강다니엘] 황제를 위하여0222
07.02 22:50 l 이봄
[세븐틴] 뭐어라고오~?이 하숙집에 남자만 13명이라고? 8139
07.02 22:25 l 세봉이네 하숙집
[프로듀스101/워너원] 프듀 홍일점 너듀 썰 0469
07.02 21:36
[뉴이스트/워너원/황민현] 반존대 연하남이 설레는 이유 0955
07.02 21:28 l 갈색머리 아가씨
[프로듀스101/임영민] 미열 0233
07.02 21:22 l 오애오
[워너원/강다니엘/옹성우] 영업2팀 강과장은 양아치니? 017354
07.02 21:21 l Y사원
[스타쉽/정세운] 음악교사 정세운 A10
07.02 21:21 l 소중한 너에게
[뉴이스트/프로듀스101/김종현] 최면술사 (上)22
07.02 21:21 l 랑두
[워너원/김재환] 달맞이꽃 G - 김재환 번외편 222
07.02 21:16 l 풀을뜯고놀아요
[브랜뉴뮤직/임영민김동현] 인스턴트 연애 B26
07.02 21:13 l 인턴 연애


처음이전396397398399400다음
전체 인기글
일상
연예
드영배
1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