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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잔다.
아, 결국
기댈 데란 허공뿐이다.

- 문인수, 거처.




돌연변이 Prélude




"벌써 열세 번째 연쇄살인의 피해자가 나왔지만, 어떠한 단서도 찾지 못하는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현 경찰청장인 도경수는 지난 날 기자회견에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다들."


빛을 잔뜩 내뱉고 있던 화면이 꺼지고 나선 회의실엔 적막만이 부유하고 있었다. 경수가 리모컨을 하나씩 고장낼 때마다 백현은 투덜거리며 테이블 위로 새로운 리모컨을 가져다주다 정확히 스무 번째 리모컨이 도경수의 손아귀 안에서 부숴지자 이번엔 아예 리모컨이 든 상자를 통째로 들고 와 경수의 옆에 내려놓고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회의실에 있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심기가 그리 썩 좋지 않은 백현 때문에 회의실의 불은 자꾸만 깜박이고 있었다.


"가만히 좀 있어, 변백현. 정신 사납잖아."
"이거 내 의지 아니야. 알잖아?"
"난 여기 불이라도 낼까, 그럼?"
"씨발. 걍 대한민국을 다 태워버리지 그래. 저 빌어먹을 살인자 새끼도 뒈지게."
"조용."


경수의 차분한 목소리에 점차 언성이 높아지던 찬열과 백현이 수그러들었다. 어지간해선 평정을 잃지 않는 게 도경수의 장점이었다. 회의실에 있는 아홉 명은 개개인마다 능력이 전부 달랐기 때문에 검찰에서도 고위급 간부에 속하는 그들을 통솔할 경찰총장을 뽑는 데 마찰이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유난히도 차분한 도경수의 성격 덕분에 별 탈 없이 정해질 수 있었다.

그런 도경수가 점차 평정심을 잃어가고 있었다. 일반인도 아닌 센티넬들만 죽어 나간다. 심지어 열두 번째 피해자는 A급 센티넬이었다. A+와 S급으로 이루어진 아홉 명의 검찰 간부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는 능력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도대체 A급 센티넬까지도 죽일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시체를 부검해도 그 어떤 단서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그에게도 요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할 정도였다. 안 그래도 유난히 예민한 청각이 더 날카로워져 밤마다 귀를 파고들었다. 물론 그 중엔 길거리에서 정치 얘기를 논하길 좋아하는 사람들 덕분에 원치 않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그건 도경수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 회의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오감이 극도로 예민했다. 원래 감각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예민한 센티넬들을 위해 시중엔 약이, 또는 비밀리에 매우 효과가 강력한 약이 유통되고 있었지만 그들에겐 턱없이 부족했다. 그랬기에 환경 자체를 둔감하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보통의 회의실에는 당연하게 존재하는 아날로그 시계가 벽에 걸려 있지 않았고, 대신 디지털 시계의 붉은 색만 선연히 빛나고 있었다.

그 적막감을 깬 건 갑작스레 문을 열어제끼는 소리였다. 그 소음에, 도경수가 붉게 충혈된 눈을 치켜떴다.


"아... 죄송합니다. 회의 중이신지 몰랐습니다. 급한 사항이라."


센티넬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그저 평범한 경찰이었다. 눈을 굴려 회의실을 둘러보는 걸 보아선 검찰 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도 아닌 것 같았고. 한 번에 몰린 시선 때문에 당혹스러운 건지 앳된 경찰이 모자를 고쳐 쓰고는 헛기침을 했다. 심기불편함에서 시작된 센티넬들의 기운이 일반 사람에게 좋을 리가 없었다. 그 분위기에 압도된 건지 쉽게 입술을 떼지 못하는 경찰에 도경수가 자신의 목을 조이고 있던 넥타이를 풀어내었다.


"지금 시점에서 연쇄살인보다 더 급한 사항이 있습니까."
"저..."


경수의 물음에 우물쭈물대던 경찰의 입술이 결국엔 떨어지지 못하고 이내 상자 안에 있던 수많은 리모컨들 중에 하나를 들어 대형 스크린의 전원을 켜곤 경찰서 취조실을 관할하는 감시 카메라의 코드로 접속하자 한 장면이 큰 화면 가득 펼쳐졌다.


"이번 연쇄살인범이... 자수했습니다, 저희 경찰서에."


길거리와, 인터넷을 막론하고 연쇄살인범에 대한 온갖 유추가 퍼져 있었다. 누군 키가 180에 몸집이 되게 크다더라. 또 누군 생긴 것도 그런 짓을 하게 생겼다더라. 사회에서도 상층에 속하는 센티넬들을 해치고 다니는 범죄자이기에 흉악한 소문이란 소문은 다 퍼져 있었다. 그러한 소문들이 무색할 정도로, 화면엔 어이없는 장면이 펼쳐져 있었다. 흰 티에 청바지를 입고는 취조실 안을 두리번거리는 한 여자. 그 화면을 보고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멍해지고 경악한 덕분인지 회의실을 감싼 정적 끝에 도경수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저 미친년은."




-
위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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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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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대작이다 방금 대박이다라고 칠려고했는데.대작이라고 쳐진걸 보면 이건 대작이야 더 연재해주새오 자까님.......♥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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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와 진짜 대박이에요 다음화도 기대할께요 작가님!!!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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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잘보고갑니당❤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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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헐... 이거 완전 대박이다...
8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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