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민의 철벽이 또라이한테 통할 것인가? I 꼭 재생하고 읽어주세요 ♥ I 그래, 나는 단순하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라오며 그런 환경 속에 성립된 나의 성격은 단순함 그 자체였다. 어쩌면 그게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는 방어막이 되었던 것도 같다. 그렇게 무언가에 상처를 받아도 단순하게 잊어버리는 성격을 스스로 만들어냈지만, 그래도 나는 쉬운 사람이고 싶진 않았다. 특히 그게, 임영민한테라면 더욱 해당되는 말이었다. I - 1 그 날은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임영민과 다툼을 하고 박우진에게 화풀이를 하다가 되려 한방 먹었던 그 날, 울 듯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 걸어가는 박우진을 잡지 못해서 자꾸만 그 등이 아른거려서 잠을 못 잤었다. 박우진의 생각이 끝나면 임영민의 생각이, 임영민의 생각이 끝나면 박우진이. 그렇게 악순환이 반복됐다. 다음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랬다. 엉킨 실을 풀고 싶지도 자르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버리고 싶었다. 너무 지쳐갔다, 이유 모를 감정 소비가. * 넋 나간 표정으로 준비를 마쳤다. 솔직히 더 이상 의욕도 나지 않았다. 앞서 말했다시피 굳이 엉킨 실타래를 풀어야 할까 싶었다. 그냥 지쳤었다, 그래 환멸이 났다. 그냥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까 막막해서 시작도 하기 싫은 기분, 그래 그게 제일 정확했다. 그래서 그냥 손을 놨던 것 같다. 임영민이 보고 싶지도 않았고, 여전히 박우진에게는 미안한 감정 뿐이라서. 하지만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없었다. - 아, 진짜 싫다. 애초에 이런 결과가 나기 전까지의 나는 행복했었던가, 어차피 늘 일방적인 짝사랑이었고, 그런 짝사랑을 받았고. 슬럼프가 온 느낌이었다. 세상 우울함을 떠안은 표정으로 강의실에 들어섰다. 평소보다 더욱 떠들석한 강의실엔 박우진과 임영민 딱 둘만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런 둘을 피해 제일 구석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아, 얼마만이지 임영민 옆에 앉지 않은 게. - 김여주 어쩐 일이야? - ... 뭐가. 동기의 말 뜻을 정확히 간파했지만, 모른 척 반문을 했다. - 임영민 옆에 왜 안 앉아? - ...... 그냥. - 왜? - 말 안 할래. - 그래 뭐, 밀당 좀 하고 그래야지. 이게 밀당이겠니, 애석한 한숨만이 흘러 나왔다. 조용히 전공책을 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글자를 읽는 척 고개만 처박고 있었다. 그 때, 앞에 들어오는 익숙한 향이 코에 알싸하게 맞닿았다. - 얘기 좀 해. - ... 할 얘기 없어. - 내가 있어, - 하고 싶지도 않고 듣고 싶지도 않거든? - ..... 미안해. 그 시끄럽던 강의실 안이 어느 순간 조용해졌다. 아, 사람들은 참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이 많다. 또 친하지도 않은 동기들이 이것 저것 캐물을 걸 생각하면 골이 아팠다, 더군다나 임영민을 좋아하는 애들의 수근거림도 거슬렸고. - 영민아, - .... 어. - 네가 미안하다고 한 마디만 하면, - ...., - 그러면 내가 늘 넘어갔으니까 또 그렇게 넘어가면 되는 건데, - ....., - 왜 하나도 와닿지가 않지, - ....., - 너랑 풀고 싶지가 않아. - ...., - 좀 지쳤어, - 여주야. - 왜 전처럼 단순해지지가 않지, - ...... 질투가 났어. - ....., - 아, 강의실 안 사람 모두가 우리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당연하게 내가 사과를 받아줘야 한다는 식의 표정과 수근거림도 듣기가 싫었다. 아 요새 반항심이 생긴 건가, 그렇게 계속해서 답답함과 꽉 막힌 기분이 풀릴 생각을 하지도 않은 채 이어지면 굳은 표정을 한 박우진이 곧장 우리의 앞으로 다가와 나의 손목을 잡고 일으켰고, 당황스러움이 서린 눈빛으로 박우진을 바라봤다. - 나가요, - ... 어? - 야 1학년, 네가 끼어들 상황 아닌 거 같은데. - 네. 제가 끼어들 생각 없었는데요, 선배님 덕분에 지금 여주 선배가 이유 없이 재수 없다는 둥의 말을 듣고 있는데 - ....., - 끼어들지 말까요? - ....., - 끼어드는 게 싫으면 이런 곳에서 말하지 말던가, - ...., - 이런 새끼가 뭐가 좋다고 진짜. - 야, - 왜요, 틀려요? - 내가 생각 짧았던 건 맞는데, 김여주 손목은 좀 놓지. - ....... 제가 왜요, - ......., - 선배님이 놓으라고 하면 놔야될 이유가 없잖아요. - 그 이유 차차 만들 거니까, 좀 놔. 빨개졌잖아. 어쩌면 이 복잡한 마음을 끝내는 가장 빠른 한 가지 방법은 내가 임영민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였다. 차라리 그게 맞을 수도 있었다, 왜냐면 이미 걔는 내게 상처를 줬고 내가 한 번쯤 줘도 달라질 게 없었거든,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법칙이 하나 있었다. 좋아하면 지는 거라는. 근데 어째서 좋아하면 지는 건데? 좋아한다는 감정이 그 얼마나 대단한 건지 모르는 것일까, 그걸 표할 줄 안다는 건 더욱 더 대단한 건데. 근데 그럼에도 좋아하는 쪽은 패배자였다. 왜 단연 확신했던 마음이 무언가 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을까, 어렸지만 그랬다, 상처를 매일 주는 사람과 사랑을 매일 주는 사람 중 어떤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 쉽냐 묻는다면, 사랑을 주는 사람, 그게 익숙해서 고마운 걸 알면서도 그랬다. 편하면 편할 수록, 익숙하면 익숙할 수록 가하는 행동과 태도에는 어리석음이 섞였고, 당연한 걸로 알았다. 작은 마음이 서려있는 걸 자각하지도 못한 채 이기적인 행동을 가한 것이 어쩌면 나에게 더 가혹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다시는 상처를 주는 입장이 되고 싶지 않다고 생각들만큼, 좋아하는 게 패배자가 되는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그 누구도 시작을 권한 적은 없었고, 그렇기에 그 마음은 오로지 본인의 책임이었기 때문에. - ... 진짜 싫다, - ....., - .....,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는 순간들이 다 지겨웠다, - 그냥 왜 이렇게 지칠까, 여전히 난 상처를 주는 것에 있어 서툴었고, - 우진아, 차라리 화를 내. - ....., - 자꾸 이러면 내가 더 힘들어, - 그게 흔들려서 그런 거면, - ......, - 계속 해도 되는 거에요? 차라리 상처 받는 쪽이 익숙하다고, - 미안, 이기적인 거 아는데. 나도 너만큼 힘들다고 말하고 싶었다, 물론 이런 걸 알아주길 바라는 내가 얼마나 이기적인 지는 가장 잘 알고 있었음은 분명했다. - ...., 연애 감정에 있어 미안하단 감정부터 올라오는 건 글렀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 널 보면 미안하단 생각 밖에 들지가 않아, 난 임영민과 별 다를 바 없는 말을 내뱉고 있었고, - .... 아, 박우진은 다른 희생양이 되었을 뿐이었다. I - 2 강의실을 제일 먼저 나왔다. 이상하게 숨 막히는 기분 탓에 전전긍긍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리다 끝나자 마자 뛰쳐 나왔다. 평소와 달리 작은 미소도 나지 않는 얼굴로 그저 캠퍼스만 서성였다. 아, 다음 교양까지 2시간이나 텀이 있는데 뭘 해야할 지 모르겠다. 늘 이 시간에는 임영민을 조르고 졸라 밖에서 밥을 먹거나, 임영민을 졸졸 쫓아다니는 거 말고는 해본 적이 없었던 탓에 생각을 마치고 나니 답지도 않은 헛웃음만이 흘러나왔다. 할 것도 없으니 그냥 제일 가까운 중앙 도서관이나 가야겠다고 생각을 하곤 발걸음을 돌리려고 하면, - 여주? - ... 어, 세운아. 정세운이 기타 가방을 매고 내게 다가왔다. 묘하게 잘 어울리는 조합이였다. 정세운과 기타는. - 아 전공 시간? - 응 끝났어, 여주는? - 나도, 이제 너 집 가? - 아니 연습 좀 하려고, - 아, 세운아. - 응? - 나랑 밥 좀 사줘, 나 완전 아싸임. 사실 임영민과 애들을 비롯해서 친하다 싶은 친구들은 오늘 죄다 휴강이었기에. 그냥 굶자 싶었지만 마침 딱 정세운을 마주친 덕에 밥이나 얻어 먹어야지 하고 되지도 않은 애교를 부리며 밥을 부탁했다. 정세운은 특유의 나른한 웃음으로, - 아, 알았어. 사줄게. 역시 정세운은 내 친구 중에 제일 착하다, 이건 틀림 없어. - 센이 짱! - 그게 뭐야, - 세운이 줄이면 센이야. 엄지를 치켜들며 세운이에게 내밀자, 세운이는 못말린다는 듯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내가 이렇게 친구로 지냈다면, 지금의 정세운과 나처럼 임영민과 조금은 편했을까, 상처를 받지 않았을까. 언제나 생각의 끝은 임영민이었다. * - 영민이랑 무슨 일 있었어? - 응, 있었지. - 영민이가 또 잘못 했겠네. - 당연하지, 걔 나쁜 새끼라고. 그치 센, - 영민이가 그런 거에 서툴잖아. - ......., - 원래 자기 생각대로 말 나오는 것도 아니고, 되게 감정적이잖아. 누구랑 비슷하게, - 야 정센, 그 누구가 나 말하는 거야? - 왜, 찔려 여주? - .... 아니거든. 언제였지, 그래 같은 과에 종현 선배가 내게 물었던 적이 있었다. 정세운과 내가 이야기를 나누는 걸 보고서 세운이가 몇 학번이냐고, 혹시 현역이 아니라 재수했냐고, 그래서 동갑이라고 같은 학번이라고 말하면 굉장히 놀라했다. 정세운은 언제나 어른스러웠고, 유독 그런 세운이 앞에서는 내가 유독 어린 애가 됐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사실 정세운은 영민이 덕에 알게 됐지만 그 특유의 다정함으로 내게 많은 위로를 줬고, 친구들 중 유일하게 임영민에 대한 고민 거리를 종종 털어놨던 거 같다. 언제나 정세운은 담담한 표정으로 좋은 답안을 줬었으니까, - 근데 여주. - 응? - 얼마 전에 영민이가 물어 봤어. - 뭘? - 질투가 뭐냐고, 짜증나는 감정이 질투냐고. - .... 엥, 그게 뭐야. - 걔 안 그래 보여도 되게 서툴러, 알잖아 여주가 제일. - ..... 그래도, - 근데 영민이가 잘못한 건 맞다, 어떻게 말을 그렇게 하냐. 그치? - .... 완전 못됐지. - 뻔히 힘든 애한테 아빠 얘기하고, 그렇게 하루 하루 공들여 고백하는 애를 우습게 여기고. - 그니까! - 근데 여주, 한 번에 많은 게 바뀌는 기분 알아? - ....., - 그게 어색해서 영민이는 심술 부린 거야. - ......, - 늘 상처만 주는 게 익숙한 사람은 없잖아, 근데 어느 새 그게 익숙해진 거야 영민이는. - ...., - 근데 요새 여주도 느끼지? - ...., - 상처 주는 게 더 힘들어서, 그만큼 상처를 되려 받는다는 걸. 그래 언제나 정세운은 어른스러웠다. 뱉는 말들에는 언제나 예쁜 말들이 가득 담겨있고,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조언을 주었으며, 또 해결 방법을 말하진 않지만 알게 해주는. - 세운아, - 응? - 네가 내 남자친구면 진짜 좋겠다. - 나도 여주 같은 여자친구 좋아. 작은 미소를 입에 걸친 채 되게 부러울 법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 갑자기 손목을 잡고 몸을 일으켰다. 누구냐고? 누구겠어, 임영민이지. - ...., - ....., - 뭐 내가 자리 비켜줘야 할 타이밍인 거야? - 어, 근데 그 전에. - 응? - 너 김여주 같은 여자친구 못 만나. 탐 내지마. 생각도 하지마. - ...... 그래, 나른한 웃음을 지으며 내게 작은 윙크를 던지고 계산을 하러 가는 정세운을 바라보며 고맙다는 말을 입모양으로 전했다. 아, 말했지만 난 단순하다. 다만 쉽고 싶지는 않으니까 이 안절부절 거리는 알파카 군을 좀 놀려볼 셈이다. - ....., - 왜 자꾸 따라 와, 얘기 하기 싫다니까? - ... 야 근데 너 진짜, - 뭐. - 정세운이 남자친구면 좋겠어? 짜증나, 이러면 또 단순해진다고. 너무 귀엽잖아, - 응, 상처도 안 주고 말도 되게 예쁘게 하잖아 센이. - .... 센이? - 애칭이야, 우리 센이. - ... 야 너 자꾸, - 뭐. - 아 미안해 미안하다고, 네가 남자랑 있으면 짜증나서 필터링 안 거치고 생각 없이 말 뱉은 거 인정. - ....., - 근데 질투가 나는 걸 어떻게 해, - 왜 질투가 나는데? - 신경 쓰인다고 말했잖아, - ......., - 변명 좀 할게. - ......, - 술 먹고 취해서 했던 말, 쪽팔려서 기억 못하는 척 했어. 내가 그래, 좀 이상한 놈이야, 술기운 빌려서 말한 게 너무 자존심 상해서 모르는 척 좀 했고. - ... 야, - 좋아하는 말을 듣고 가만히 있었던 건, 그게 전이랑 다르게 너무 떨려서. 말문이 막혔고, - ....., - 소개팅에 대해 언급을 못했던 건, 사실 좀 헷갈렸어. 네 마음은 제일 잘 알고 확신했는데, 널 좋아하고 난 뒤엔 모든 게 헷갈리고 의문이라서 어려웠어, 네가 날 좋아하는 게 맞나. 내가 뱉어냈던 한 마디 한 마디 잊지 않았던 너를, - 네가 좋아하는 게 우습지 않아, - ....., - 어떻게 그게 우스워, 한 번도 우스웠던 적은 없어. 어떻게 더 미워할 수 있겠어. - 그래서 불안해, 질투도 나고. 그래서 성급하긴 해도, - ......, - 우리도 연애 좀 하면 안되나 싶어서, - ..... 아, - 솔직히 나 좀 많이 애타긴 하는데, - ...., - 넌 이보다 더 많이 늘 그랬으니까 기다릴게, - ....., - 네가 모든 게 다 정리되고 해결되면 그때 말해줘. 상상으로만 내뱉던 질문, 임영민이 너한테 고백하면 어떻게 할 거야? 그럼 당연 무조건 받는다라는 답변 외의 나오는 답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설이는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 선택지를 만들어 내는 이유는 무얼까. 아마 내가 분명 이상한 게 틀림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 이 달콤한 고백에 고개를 숙일 리가 없다고, 박우진부터 떠올릴 일이 없다고. I - 3 결판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난 성격이 급했고, 답답한 건 못 참았고, 더 이상은 아니라고. 적색 신호가 머리에 맴돌았기 때문에. 박우진과 약속을 잡았던 주말이 찾아왔다, 왜 하필 나를 좋아했을까. 왜 의도치 않게 널 이용한 것 마냥 표기 됐을까. - 선배. - ...., 우진아. - 아 오늘 좀 불안한데, - ... 어? - 그냥 진짜 차일 거 같아서. 나의 시작이 왜 너의 마지막이 되어야 할까, * 밥을 먹을 때 할 얘기는 아닌 거 같아 밥을 다 먹고 카페를 향해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던졌다. 그간 내가 너를 끊지 못한 이유, 나와 닮아 있는 모습에. 네가 싫지만은 않았다는 이유 아니 어쩌면 핑계들을 나열했다. 고백을 거절하는 순간 난 죄인이 되어 있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받아 들이지 못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음을 깨달았다. - 미안해, - 알아요, 미안한 거. - ....., - 오늘 선배 만나자 마자 너무 얼굴에 다 쓰여 있어서 다 예상이 됐어요. - ....., - 뭐가 이렇게 담담하냐고요? - ....., - 그냥 해탈 했었거든, 결과는 알고 있었고. - ...... 아, - 근데 선배, 좋아하는 건 제 마음이잖아요. - .... 우진아, - 그냥 좋아는 할게요, 잊혀지기 전까진. - ....., - 아 근데 선배, - ... 어? - 저 진심으로 좋아했어요, 정말. 아니 나의 마지막은 너의 새로운 시작이었다. I - 4 그래 솔직히 이렇게 힘든 줄은 차마 몰랐다. 날 좋아한다는 사람을 밀어낸다는 거, 것도 내게 진심으로 다가오는 사람에게 거절을 툭 던진다는 것은 굉장히 힘들었고 아팠다. 물론 거절한 당한 입장은 더 아픈 걸 알았지만, 그랬다. 생각은 생각을 물고 묻는다, 그렇게까지 상처를 준 다음의 답은, 여전히 임영민이겠지 뭐. * 어쩌면 1년이 조금 넘는 시간동안 난 습관적으로 임영민을 찾았던 거 같다. 기뻐도 임영민, 슬퍼도 임영민, 힘들어도 임영민. 친구랑 싸워도 임영민, 늘 그렇게 마무리는 임영민이였다. 어쩌면 임영민의 가장 가까운 측근이라는 점을 이용해 옆에 교밀하게 붙어 있었다. 그게 좋았으니까, 좋은 건 해야하니까. - 아, 진짜 보고 싶다. 임영민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했다. 오늘은 주말이었고, 학교에 있을 리도 없으니. 그냥 막연하게 폰을 꺼내 들어 전화를 걸었다. - 김여주? - 야 임영민, - ... 어? - 넌 진짜 못됐어. - ...., - 넌 날 너무 잘 알아, - ....., - 성질 머리 급해가지곤 누가 기다린다고 하면 내가 더 급해져서 빨리 정리하는 거, - ..... 아, - 좋아하는 거 못 숨키고, 네가 해주는 변명 짱 좋아하는 것도 잘 알잖아. - ..... 어디야, - 보고 싶어. - .... 만나. - 나 진짜 보고 싶어, 그래서 그냥 무작정 걸었는데 너무 멀리 왔어 택시 타야겠다 그치? - 어디로 가면 되는데, - ... 내가 너희 집 골목길로 갈게, - ......, - 예쁘게 하고 나와, 아린 마음 한 켠 아래 크게 자리 잡은 설렘을, - 응, 빨리 와. 조심히. 너는 내가 이렇게나 널 좋아하는 걸 과연 알까. * 임영민의 자취방 주소를 나열하고 택시에 쓰러지듯 앉아 창문 맡에 머리를 기댔다. 오늘 하루가 너무 심적으로 지쳤었다, 사실 우진이에게 몇 번을 말할까 말까 고민을 했다. 왜 상처 주는 쪽의 입장을 늘 어려운 걸까, 왜 하필 너 같이 좋은 사람에게 상처를 줘야 끝나는 걸까 싶어. 수 억번을 고민했다. 결국 뱉은 말에 담담한 모습이 더욱 죄책감을 가지게 만들었지만, - 어디 데이트 다녀와요? - ... 네? - 예쁘게 입었네. 멍한 모습으로 창문 밖을 바라봤다. 밤이 다 되어가는 시간에 차들의 불빛이 예쁜 야경을 만들어냈고, 달리는 도로 위에 바람 소리가 잔잔한 음악을 끌어냈다. 기분 좋은 느낌에 휩싸여 조용히 입가에 미소를 얹으면 택시 기사 아저씨가 내게 말을 걸으셨다. - 엇, 저 오늘 예뻐요? - 응, 예뻐요. - 저 지금 남자친구 만들러 가는 건데, 잘 되겠죠? - 그럼. 이렇게 예쁜 아가씨랑 잘 안되면 남자가 바보지. - 근데 걔는 바보가 맞아서, 작은 농담에 웃어주시는 택시기사 아저씨도, 두 번 가량 울리는 진동에 안겨 수신된 문자 안의 임영민도 다 좋아서, 너무 떨렸다. [ 예쁘게 했어, 빨리 와. 보고 싶으니까. ] - 우리 영민이 ♥ I - 5 택시비를 내고 임영민 동네에 도착해서 시내를 지나쳐 오르막 길인 골목길이 보였다. 위에 작은 형체만 보이지만 알 수 있었다. 임영민이라는 걸, 시력도 나쁜 내가 유일하게 알아볼 수 있는 몇 없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저 잘생긴 아우라는 임영민이지, 암 그럼! - 야! 임영민! 내 소리에 뒤를 돌아 본 임영민은 내게 내려 오고 있었고, 나는 서서히 임영민 쪽으로 올라가며 기분 좋은 미소를 내뿜었다. 아, 기분 좋다. 살랑이는 바람도 좋고, 어두운 골목길 밝게 켜진 가로등도 좋았고, 무엇보다 웃으며 내려오는 네가 너무 좋았다. - 늦었잖아, - 빨리 왔는데 완전. - .... 보고 싶었어. - 영민아, - 어? - 너 되게 솔직해졌다. - ... 정세운한테 혼났거든, - 역시 세운이. - ...., - 세운이 같은 남자친구 사겨야지. - 안 돼. - 왜? - 난 정세운 같지 않으니까, - ...., - 좀 웃길 지도 모르겠는데, - ...., - 다시 처음부터 고백하자면, 신경 쓰였어. - ...., - 그냥 계속 널 쳐다보고 있고, 생각이 나고 그래서 내가 미친 건가 싶었는데. - ... 응. - 또 널 보면 떨렸어, 그리고 네가 다른 남자랑 있으면 질투가 났고, 싫었어. - ..., - 부정을 하면 할 수록 인정했었어, 너 좋아하는 구나. 근데 그러면 그럴 수록 내가 너한테 가한 행동들과 말들을 떠올랐어. 그리고 난 너한테 언제나 늘 받기만 하더라고. - ....., - 알잖아 나 서툰 거, 겁도 많고. 그래서 망설였어, 근데 이제 괜찮아. 너보다 더 좋아할 수 있거든, - 영민아, - 오래 걸려서 미안, 기다리게 해서 미안. 아직 내 말 유효해, 연애 하면서 네가 날 기다리게 하는 일은 없을 거야. - ....., - 항상 먼저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될게, 네가 제일 우선인 그런. - ... 아, - 그러니까 우리 이제 연애 좀 할까? - ......, - ......, - 내가 거절을 할 수 있겠냐, 바보야. - ....., - 사랑해. 이어진 내 말에 한 발자국 다가온 임영민은 한 손으로는 내 볼을 또 다른 한 손으로는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렇게 놈과 나의 거리가 굉장히 가까워졌다, 임영민의 눈빛이 들어오지도 않을만큼 가까워서 내가 이렇게 임영민을 가까이서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그렇게 가까웠다. 그리고 동공에 지진이 난 나를 보며, - 키스, - ....., - 해도 돼? - ......, - ....., - 누가 그런 걸 묻고 하냐, - 긍정 맞지? 들릴 듯 말듯한 낮은 목소리로, 날 내려다 보며 뱉는 말이 왜 그렇게 좋았을까. - 사랑해, 맞물려진 입술은 시간이 흘러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고, 숨이 찬 덕에 두 입술이 벌려지면 그 사이로 파고드는 임영민이, 굉장히 부드러웠다. 묘한 분위기에 묘한 소리가 섞여 민망한 소리가 났지만 그럴 겨를이 없이 우린 서로를 찾고 있었다, 진득하고 진득하게. - 사랑해, - .... 응. - 진짜 사랑해, 답지 않게 겁이 많은 임영민에게 듣는 그 말에, - .... 잘할게, - ....., - 이제 정말 안 울릴게. 난 오늘 황홀함에 취했다.
노래 정말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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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브랜뉴즈 사랑해입니다! Q1. MXM 노래 들어보셨나요? A1. 정말 짜릿했습니다. Q2. 초록글 소감은? A2. 정말 매번 글 쓰면 초록글 올려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댓글 남겨주시고 읽어주신 덕에 기분 좋게 매번 글 쓰는 거 같아요, 정말 정말 너무도 부족한데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드리고 제 쓸데없는 주저리까지 매번 읽어주시고 그에 대해 답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Q3. 어느 순간부터 연재 주기가 느려지신 거 같은데? A3. 하핫, 제가 정말 열심히 쓴다고 썼는데 아마 앞으로 이 정도 주기가 될 거 같아요 늘 죄송하고 감사해요ㅠㅠ Q4. 살짝 급전개 아닌가요? A4. 예 대놓고 급전개인데요, 저는요 연애라고 해서 막 달달한 장면만 넣을 생각 없어서 급전개 만들었습니다.... 연애 이후에 더욱 답답함 느끼실 수 있게 더욱 열일 해볼게요 하핫 (사악) Q5. 그래서 왜 우진이한테 상처만 주는 거죠? A5. 다시 한 번 저의 최애는 우진임을 밝힙니다...., Q6. 본인 글 읽어보시다가 끄는 부분이 있다면서요. A6. 제가 애들한테 선물을 주고 싶어 글로 선물 지르는 거 쓴 적 있는데 정말 이유도 없는 씬이라 볼 때마다 글 삭제가 넘 하고 싶을 때가 한 두번이 아녜여,,, 저 왜 그랬죠? 아무튼 감사하고 사랑해요...., 글도 주저리도 넘 엉망이지만 제가 이후에 잡아놓은 약속이 있는 탓에 이렇게 급히 업데이트 하고 갑니다... 정말 죄송하고 늘 감사하고 매번 댓글 달아주시는 거 힘 많이 되고 있어요 초록글 가는 것도 매번 캡쳐하고 종종 친구한테도 자랑하고 그래요 ㅎㅎ, 정말 늘 부족하지만 더 열심히 글 쓸게요 감사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