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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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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은 피곤함에 눈을 지긋이 감았다 떴다. 종업식 날에 전해들은 계획이었건만, 개학식 전날까지 잊고 있었던 것을 급작스럽게 깨닫는 것은 퍽 짜증스러운 일이었다. 느즈막한 시간까지 악보만 쳐다봤던 통에 눈의 피로감이 몰려왔다.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패턴 상 지금 시간은 한밤중이었다. 패턴을 하루만에 돌리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닌데, 게다가 선도부장이라는 이유 하에 아침 일찍부터 노동력을 착취 당하는 일이 달가울 리 없었다. 세운은 당장이라도 담요를 끌어안고 눕고 싶었지만, 어째서 이런 이른 시간에 교문 앞에 서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이럴 거면 직책을 다는 게 아니었다, 싶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정세운] EP 5. 아무래도 학교를 폭파시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인스티즈

" 거기, 1 학년. 그대로 여기 섭니다. "

빠져선. 혼잣말을 입에 담은 세운이 시선을 느리게 옮겨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탓인지, 전체적으로 마이 위에 겉옷들이 자리를 잡곤 했다. 입학식 날부터 무슨 자신감인지 마이를 벗은 채로 겉옷만 입고 등교한 1 학년을 빤히 쳐다보다 이름을 적는 펜으로 머리를 톡 건드렸다. 


[정세운] EP 5. 아무래도 학교를 폭파시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인스티즈

" 다음부턴 안에 교복 마이 입고, 겉옷 입습니다. 알겠습니까? "
" ... 네. 감사합니다. "


신입생이니까, 한 번쯤은 봐줘도 상관 없겠다 싶었다. 세운에게 꾸벅 한 번 인사한 뒤에 등을 돌려 종종 제 친구들이 있는 자리로 돌아가는 신입생을 보며 비식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아내었다. 아직 반 친구 이름도 제대로 모를 신입생에게 벌점을 주는 것은 가혹한 일임이 분명했다. 

한 명이 지적을 당하고 나니 그 뒤는 나름대로 순탄했다. 다들 챙겨온 마이를 겉옷 안에 끼워입었고, 그 덕에 세운은 할 일이 사라져버렸다. 한가함을 느끼며 가만 하늘을 쳐다보다 시선이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을 겨우 참아내었다. 곁눈질로 강당이 있을 자리를 훑어보다 고개를 돌려 교문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시간이 날 때마다 누군가의 생각을 하는 것은, 그 사람이 있을 자리를 시선으로 좇는 것은 연애를 한 이후에 생긴 일종의 버릇이었다. 
순간 바람이 일었다. 세운의 머리칼이 바람에 흩날리자 빈 자리에는 차가움만이 남았다. 분명히 자신보다 일찍 등교했을 것이다. 제대로 챙겨서 안 입었을 것 같은데. 겉옷을 입었음에도 바람이 옷 새로 비집고 들어오는데, 이보다 얇게 입었으면 입었지 제대로 챙기지 않았을 것이 분명할 사람에 걱정이 앞섰다. 

타이밍 좋게 교문에서 무더기로 들어오는 색색의 머리들이 보였다. 방학 동안 속세를 떠나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여 방학이 막 끝난 지금에도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생각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에 짜증이 일었다. 불러도 오지 않을 것이 분명한 모양새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거워 잘 떨어지지 않는 걸음을 옮겨 교문을 지나치는 무리의 어깨를 붙잡고 막 운을 떼려고 하던 찰나,


[정세운] EP 5. 아무래도 학교를 폭파시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인스티즈

아, 재환이 형이다.


세운의 시선이 자신에게서 떨어진 것을 눈치 챈 무리들이 급하게 걸음을 옮겨 멀어졌다. 황급히 시선을 옮기고 소리를 질러도 이미 저 멀리까지 달아나버린 사람들을 잡을 도리는 없었다. 이따가 또 깨지겠네, 괜한 생각을 한 세운이 자신의 머리칼을 멋대로 헤집고는 조금은 빠른,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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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 또 옷 제대로 안 챙겼죠. 오늘 날 추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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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아냐. 나 교실에 옷 있어. "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인 듯, 여태껏 굳어졌던 세운의 얼굴에 스물스물 웃음기가 돌았다. 뒤에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짖는 선도부 친구의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는 양, 자신 앞의 사람에게 시선을 맞췄다. 제대로 차려입지 않은 교복이 영 신경 쓰인 듯 손을 뻗어 재환의 셔츠자락을 매만지다, 자신이 입고 있던 후드집업을 벗어 어깨에 가볍게 걸쳐주었다. 



" 나 교실에 옷 있다니까. "

" 춥잖아요, 그냥 입고 가요. 나 조금 있으면 선도 끝나. "



재환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꿋꿋히 자신의 후드집업을 걸쳐주곤, 모자까지 씌운 세운이 퍽 마음에 든다는 듯한 표정으로 모자 위로 애정 어린 손길을 내렸다. 세운의 집에서 사용하는 섬유유연제 향이 코끝을 스치자, 꾹 참아내었던 웃음이 터져나왔다. 어깨에 후드를 걸친 채로 세운을 빤히 쳐다보는 재환에 팔을 뻗어 가볍게 끌어안았다가 놓아주곤, 이마를 단정히 덮어낸 머리칼에 짧은 입맞춤을 내렸다.



[정세운] EP 5. 아무래도 학교를 폭파시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인스티즈

" 이따 끝나고 데리러 갈게요. 기다리고 있어요. "

" 알았어. 이따가 봐. "



잠시간에 이별에도 아쉬움이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세운은 걸음을 옮기는 뒷모습을 가만 쳐다보다 다시금 무거워진 발걸음을 옮겼다. 머지 않은 거리에서 신입생을 잡으며 학번을 묻는 친구가 보였고, 그새를 노리고 몰래 운동장으로 향하는 발걸음도 존재했다. 방금까지는 봄이었는데, 다시 덮쳐오는 지독한 현실에 한숨부터 났다. 


" 운동장 가는 노란 머리 둘, 뛰어옵니다. "


아무래도 올해는 신입생으로 인해 시끄러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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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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