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김동현] Eiffel Tower effect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7/06/23/23/78398c4853dde5a4795af74dcd971be1.gif)
에펠탑 효과 (Eiffel Tower effect)
: 처음에는 싫어하거나 무관심했지만 대상에 대한 반복노출이 거듭될수록 호감도가 증가하는 현상
누나, 솔직히 말하면 누난 진짜 제 이상형 아니거든요? 근데 우리 누나가 한 때 꽂혀서 중얼대던 대사처럼, 익숙한 게 무서운 건가봐요
우리 처음 본 게 나 수강신청 망해서 혼자 듣게 된 교양, 거기 팀플에서 같은 조 됐을 때 맞죠. 1학년이었던데다가 아는 사람도 없어서
나 경계심 맥스였거든요. 그래서 누나 첫인상도 별로 안 좋았어요, 알아요? 아무리 수업이 2교시였다고 하지만 머리도 못 말린 상태인 거
안쓰럽다기보단 좀 더 일찍 일어나서 머리 제대로 말리고 오지, 이렇게 생각했거든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건 좀 미안하다. 사과할게요
그리고 난 딱 팀플만 할 생각이었거든요? 다양한 과 사람들과 두루두루 친해지기 그런 거 관심 없었는데 누나가 이것 저것 챙겨주더라구요
딱히 필요 없는데 굳이 나한테 득 될 일 거절할 필요도 없어서 가만히 있었어요. 도와주고 가르쳐 주는 거 조금 고맙긴 했어요, 그래도
"어? 김동현! 너 우리 과였어?"
"...아! 누나,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같은 과일줄은 몰랐는데"
"누난 이거 재수강이란다.. 심지어 혼자.. 넌 꼭 한 번에 패스해"
"아, 네.. 누나도 화이팅 하세요. 이번엔 꼭 좋은 성적 받으시구요"
그렇게 끝인 줄 알았는데 우리 다음 학기에 또 만났잖아요, 전공 수업에서. 그게 뭐라고 반갑더라구요. 먼저 알은 체 하길래 누군가 잠깐 고민했었는데
그래도 나 금방 생각 해 냈어요. 누난 재수강이라고 다시 들어도 좋은 성적 얻을 자신은 없다고, 매일 내 옆에 앉아서 재잘재잘. 그 때 우리 좀 친해졌다.
강의 너무 어렵다고 투덜대기도 하고 꾸벅꾸벅 졸면 서로 살짝 깨워주기도 하고. 한참 고민 끝에 같이 자체 공강하고 놀러간 적도 있잖아요.
그 때 막 우리 사귀냐고 그런 말도 돌았었는데 둘 다 얼마나 철저하게 부정했는지도 기억해요? 심지어 서로 좋아하는 사람도 따로 있었어. 둘 다 끝이
안 좋아서 같이 술 마신 기억도 있고. 근데 지금은 뭐 걔 어디서 뭐하는지도 모르고, 그 형이나 걔나 어디서 잘 살고 있겠죠, 뭐. 내 알 바야?
"야, 너 진짜 그 누나랑 사귀는 거 아니야? 거의 맨날 붙어다니던데"
"전공 수업이 겹치니까 그런거지. 진짜 사심 1도 없어. 그리고 몇 번을 말 해, 내 스타일 아니라니까"
"같이 붙어다니면 없던 감정도 생기는 거고 어느 날 갑자기 예뻐보이기도 한다잖아"
"쓰읍- 이상한 소리 한다. 네가 연애를 안 해서 남들한테 관심이 많은거야. 너나 잘해, 너나"
"얘가 뭘 모르네. 너 그러다 나중에 진짜 후회한다. 아, 몰라. 네가 아니라는데 뭐, 마시기나 하자"
내가 말했나? 내 이상형. 나는요, 긴 생머리에 웃는 게 예쁘고 뭐랄까 연분홍빛 분위기를 가진 여자가 이상형이에요. 바람 불면 머리카락
샤랄라 하고 날리고 은은한 향수, 아니면 삼푸 향이 나는 남자들의 뻔한 이상형이요. 근데 누나는 짧은 단발에 샤랄라보다는 통통이 어울리고
연분홍보다는 노랑빛을 가진 그런 사람이잖아요. 생긴 것도 동글동글하니 가끔 동기라고 거짓말 해도 속았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라 글쎄..
근데 누나 이상형도 나랑 완전 다르잖아요. 쌍꺼풀 없고 되게 남자스럽고 근육도 좀 빡빡. 연예인으로 예를 들어줬는데 그건 기억 안 난다.
굳이 기억할 필요 없어서 안 했나 봐요. 그러면서 난 너무 애 같아서 절대 남자로 안 보인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난 우리가 완벽한 아는
누나 동생 사이 평생 유지할 수 있을 줄 알았죠. 그 믿음에 단 0.001%의 의심도 없었거든요. 정말, 진짜.
"야, 김동현. 너 그 누나랑 안 사귀는 거 맞지. 그 누나한테 감정 없는 것도 확실하지?"
"응. 근데 갑자기 왜 그런 질문이야. 의도가 뻔해 보이는데?"
"알면 좀 밀어 줘. 완전 내 이상형이야. 처음 보고 반했는데 너랑 친하다니 와, 진짜 고맙다"
"근데 내가 아는 누나 이상형이란 넌 좀 거리가 많이 먼데... 도와줄테니까 열심히 해 봐"
사람 심리가 그렇더라구요. 걔가 앞에서 누나 찬양을 하니까 나도 새삼스레 한 번 생각 해 보게 되는 거 있죠.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느끼고
있던건데 앞에서 하나하나 얘기하니까 들으면서 그러고보니 누나가 웃는 게 예쁘기는 하지, 티 안 나게 잘 챙겨주기도 하고. 그나저나 얘는
누나랑 친하지도 않으면서 그걸 다 어떻게 알고 있나 궁금하면서 신기하더라구요. 그래도 나 나름 열심히 밀어줬어요, 누나랑 안 이어진 건
다 자기 능력 부족이지. 내가 은근 밑밥도 깔아주고 밥도 같이 먹게 해 줬는데 안 된 건 100% 걔가 누나한테 매력 어필을 못 한 거야
그렇게 뒤돌아보니까 어찌 됐든 우리가 1년을 붙어다녔더라구요. 정확히 말하자면 얼굴 본지 1년, 붙어다닌 건 반 년 조금 넘었나? 근데 그동안
우리 뭐 그렇게 이 곳 저 곳을 많이 돌아다녔을까요? 먹는 건 또 어찌나 일관성 있는지 우리 자주 가던 그 식당 있잖아요. 방학 때 친구랑 같이
갔는데 메뉴판 보자마자 '난 이거!' 하면서 이 집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면서 찬양하던 누나 목소리가 들리는 거에요. 카페도 마찬가지고.
"김동혀언~ 동동아~"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한 달을 아무 연락 없다가"
"아니 곧 개강이기도 하고~ 그래서 우리 동동이가 보고 싶기도 하고~"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래서 지금 뜬금없이 연락 와서 밥 한 끼 하자는 거에요?"
"오~ 역시 누나가 데리고 다니면서 가르친 보람이 있어. 우리 동동이 똑똑한데?"
우리 그 때까지도 약간 비즈니스 친구 관계였잖아요. 학기 땐 계속 붙어다니다가 방학 때 되면 연락 뜸해지고 그러는. 근데 그건 좀
애매하긴 했어요. 집도 떨어져 있고 따로 시간 내서 만날만한 사이인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톡은 종종 했잖아요, 우리. 그거면 됐지
"뭐 먹을래? 내가 부른 거니까 오늘은 누나가 쏜다! 사실 누나 오늘 알바비 받았지롱~"
"오~ 진짜요? 생각치도 못한 행운이네요. 그럼 나 비싼 거 먹어야 하나. 원래 그러는 거라던데"
"난 너 믿는다. 누나의 피와 땀, 그리고 미처 즐기지 못 한 잠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돈이야"
"알았어요. 나도 눈치가 있고 센스가 있지. 말뿐인 거 알면서 그런다. 누난 뭐 먹을래요?"
근데 그 날 누나가 그러면 안 됐어요. 안 본 사이에 머리는 또 왜 길렀어. 알바 때문인가 살도 빠져서. 난 진짜 아무 맘 없었는데
알바 하면서도 뭘 그리 방학을 알차게 사셨는지 얼굴책에 이틀에 한 번 꼴로 사진 올라오고 종종 나한테 프사 바꿀건데 뭐가 더
낫냐고 물어보기까지 하고. 방학 하고 얼굴 마주한 건 오늘이 처음인데 어째 방학 내내 얼굴 본 것 같은 기분으로 만들었잖아요
분명히 통통 튀는 샛노랑이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누나가 파스텔톤으로 보이더라구요. 그리고 꼭 연분홍이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은 거 있죠. 10년 넘게 지켜 온 이상형이, 진짜 안 변할 줄 알았는데 변하더라구요. 그것도 절대 반하지 않을 것 같던 사람 때문에
"솔직히 이 정도면 누나가 나 따라 다니는거죠"
"네가 나 따라다니는 거잖아. 솔직해지자 우리"
그렇게 개강하고 나서 누나도 누나 친구랑, 나도 내 친구랑 맞춘 시간표였는데 겹쳤을 때 나 진짜 소름 돋았잖아요. 예전 같았으면 우연이라고,
그저 신기하다고 여겼을텐데 이젠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진짜 사람 마음 신기하더라구요, 내 감정이 바뀌니까 주변도 다른 눈으로 보게 돼.
괜히 누나 주변 사람들이 신경 쓰이고 누나 만나기 전에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 한 번 더 살피게 되고 그런 거 있잖아요. 뻔하고 우스운 거.
"야, 내가 봤거든? 김동현 그 누나 좋아해. 확실하다니까"
"뭐? 내가 그럴 줄 알았다. 내가 저번에 말 했지? 그러다 정든다고"
"곧 죽어도 아니라고 말하더니 결국엔?"
결국 친구들한테도 들킨 거 있죠. 근데 누나는 모르는 거에요 아니면 모르는 척이에요? 얘네 눈치 없는 편인데 이렇게 말할 정도면
솔직히 누나도 모를 수는 없을거야. 모르면 억울할 것 같아요. 혹시 부담될까봐 티는 안 내려고 하지만 그래도 알아줬으면 좋겠고...
"다음은, 에펠탑 효과. 이 효과는..."
우리 며칠 전에 그거 배웠잖아요, 단순노출 효과. 에펠탑 효과라고도 한다는 그거. 나한테는 누나가 에펠탑이었나봐요.
계속 보니까 예쁜 것 같고, 또 매력도 있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좋아지게 된 거죠. 나 이제 큰일 났다, 그 에펠탑 주위를
빙빙 돌게 생겼네요. 에펠탑은 파리의 명물이고 만인의 것이지만 이 에펠탑은 찜꽁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럼 우리 학교 명물 되기 전에 얼른 내 꺼라고 도장 꾹 찍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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