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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A

 2%가 부족한 짝사랑 





 나에게는 짝사랑 중인 사람이 있다. 그것도 2년 째. 나와 제일 친한 친구인 윤지는 바보같이 그 긴 시간 동안 호감의 ‘호’자도 표현 안 하는 멍청이라고 나를 욕하지만, 원체 성격이 이렇게 생겨먹은지라 별수 없다. 나도 이런 내가 답답하긴 한데… 솔직히 어쩔 수가 없는 거다.



 “정국아!”



 내 바보 같은 짝사랑의 주인공인 전정국 옆에는, 나보다 훨씬 예쁘고 잘난 여자 애들이 득시글하니까. 거기에다 더 큰 문제는,



 “….”



 전정국은 그 예쁘고 잘난 여자애들이 제가 좋다며 호감 표시를 해도 별 반응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처럼 평범한 여자애가 전정국 눈에 들어올 확률은 1%만 되어도 감지덕지라는 뜻이다. 처음 그 사실을 자각하게 된 것은 작년 겨울이었다. 그리고 겨울이 지나 봄이 오고, 봄이 지나 여름이 온 지금. 이제 나는 그 뼈저리게 마음 아픈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경지에 오르게 됐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진 모르겠으나 윤지는 그런 나를 보고 그냥 상멍청이라고 했다. 그 말도 받아들여서 나는 그냥 상멍청이구나- 하고 산다.


 나는 오늘도 등교하는 정국이의 뒷모습을 바라만 본다. 뒷모습만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이 비참하진 않았다. 오히려 바라만 봐도 흐뭇하고 행복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등교시간이 자주 겹치는 것도, 집 방향이 비슷한 것도 좋았다. 정말로 더 바랄 게 없었다.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이 바라보기만 해도 좋은 뒷모습도 볼 일이 없어질 테지만, 이 답답한 짝사랑을 끝낼 기회가 되어줄지도 모르니 썩 나쁜 일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내 사랑은, 진짜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2%가 부족한 짝사랑이었다.


 



 *






 2층에서 막 3층으로 올라가려던 참이었다. 가방끈을 붙드는 손길에 뒤를 돌아봤더니, 동아리 담당 선생님이신 영어 선생님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계셨다. 아, 안녕하세요.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넸다.



 “여주야. 맛집탐방 동아리 없어진다.”

 “…예?”

 “다른 동아리 알아봐.”

 “예???”



 두 귀에 박히는 영어 선생님의 청천벽력 같은 말씀에 입을 멍청하게 벌렸다. 아니, 저번주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동아리가 왜 폐부…? 두 눈을 꿈뻑였다. 황당해서 말도 잘 안 나온다.



 “예산이 없어.”

 “….”

 “니들 먹일 돈이 모자라.”

 “???”

 “옮겨라. 선택지를 줄게. 사진 동아리와 캘리그라피 동아리가 있어.”



 사진 동아리와 캘리그라피 동아리라니. 갑자기 주어진 두 개의 선택지에 갈피를 잡기 어려웠다. 둘 다 딱히 관심 없는데 어떡하지. 그나마 활동량이 적을 것 같은 캘리그라피 동아리를 선택해 볼까.



 “참고로 캘리그라피 동아리에는 형진이가…”

 “사진 동아리요.”



 ‘형진’이라는 명사가 튀어나오자마자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김형진은 맛집 탐방 동아리 2기로(참고로 나는 1기다), 맛있게 먹는 내 모습에 반했다는 소리를 지껄이며 나에게 아주 수시로 고백을 해 오는 놈이었다. 처음엔 솔직히 짝사랑만 하던 내가 누군가에게 애정 어린 시선을 받는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기분 좋기도 했지만, 싫다는 의사표현을 했음에도 지속적으로 들이대니 화가 나는 거다. 물론 한없이 찌질하고 그냥 상멍청이인 나는 실제로 김형진에게 화를 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최근 내가 아닌 윤지에게 욕을 무자비하게 얻어 먹은 뒤론 그 들이댐이 확실히 덜하긴 하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김형진한텐 절대로 비밀로 해야 해요. 아셨죠?”

 “동아리는 이번에 한 번 바꾸면 더 이상 못 바꾼다.”

 “와? 진짜요. 대박이다. 완전 다행이다.”



 더 이상 김형진과 동아리가 겹칠 일이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의 평화가 찾아왔다. 정국이가 해사하게 웃는 얼굴을 볼 때만큼이나 행복하고 평화로운 순간이었다.



 “선생님이 형진이한테 뻥쳤다. 너 캘리그라피 동아리 들어갈 것 같다고. 너는 사진 동아리를 더 가고 싶어할 것 같아서.”

 “오. 쌤 센스 대박. 역시… 감동.”

 “알면 형진이 같은 놈은 절대 만나지 마라.”

 “9999억을 줘도 안 만나요.”

 “그래. 네가 1조 배는 더 아깝지.”

 “에이, 그 정도는 아닌데… 선생님. 근데 그럼 선생님은 이제 동아리 아예 안 하시는 거예요?”

 “응.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사진 동아리 담당 선생님은 박지민 선생님이야.”

 “?!???”

 “그럼, 쌤은 이만. 그동안 활동하느라 고생 많았다~ 갑자기 폐부 결정이 나서 미안하다!”

 


[방탄소년단/정국] 2% A | 인스티즈



 어느새 저만치 멀어지신 영어 선생님이 내 쪽을 향해 손을 흔드셨다. 아녜요, 선생님!!!!!!!! 죄송해하실 것 없어요!!!!!!!!!!!!! 를 마음속으로 수없이 되뇌었다. 세상에. 동아리 담당 선생님이 음악 쌤이라니. 개이득도 이런 개이득이 있을 수가 없다!






 *





 “여주.”

 “….”

 “잠깐 나와 봐.”



 행복한 순간의 연속에 방방 떠 있었던 내 기분을 순식간에 가라 앉힐 인물의 등장이었다. 김형진. 나는 서둘러 복도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혹시나 윤지가 평소보다 일찍 올까 싶어서. 그러나 윤지는 월요일 아침에 단 한 번도 지각을 안 한 적이 없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랬다. 윤지 쉴드는 쓸 수가 없겠네. 한숨을 푹- 내쉬며 김형진이 있는 쪽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김형진은 저를 따라오라는 듯 앞서 걸음을 옮긴다. 어디로 가든 학교 안이겠지만, 김형진이 가자는 대로 따라 가고 싶지 않았다. 앞서 걷다가 흘끗 내 쪽을 돌아본 김형진이 가만히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곤 몸을 돌려 세워 나를 직시한다. 평소와 달리 묘하게 공격적인 눈빛이었다. 쟤가 나한테 저런 표정을 지었던 적이 있었나,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몸이 괜히 움츠러 들었다.



 “왜 안 따라와?”



 따라가고 싶지 않은데. 목끝까지 차오른 말을 삼켜냈다.



 “따라가고 싶지 않은데.”



 ……망할. 삼켜내려고 했는데 튀어나와 버렸다. 누가 들어도 기분 나쁠 말투였다. 내가 말해놓고도 당황스러워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아… 기분 나쁘게 말해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해야 되나.



 “그래. 그럼 여기서 말할게.”

 “….”

 “너 캘리그라피 동아리로 바꿨지? 나도 거기 들어갔는데.”

 “….”



 내 기분 나쁜 말투에도 개의치 않는다는 듯, 성큼성큼 내 앞으로 다가온 김형진이 건조한 말투로 말했다. 안 그래도 세게 생겨가지고는, 저렇게 말하니까 진짜 무슨 동네 양아치 같다. 사람 무섭게. 캘리그라피 동아리 안 들어간다고 사실대로 이야기 하면 당장 내 머리나 자기 머리를 쥐어뜯을 기세였다.



 “너, 내가 이렇게 너 좋다고 표현하는 게 싫냐?”

 “….”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다. 하지만 태생이 쫄보인 나는 움츠러드는 것 빼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네가 말을 해 줘야 알지. 자꾸 제3자인 민윤지한테 안 좋은 소리 듣는 거 싫거든.”

 “….”

 “우리 사이 일이잖아, 근데 왜 민윤지가 자꾸 끼어드냐고. 네가 입장을 확실히 해 줬음 좋겠어.”

 “….”

 “넌 내가 극혐일 정도로 싫어?”

 “….”

 “그런 거 아니라면 네 표현 좀 해 줘라, 좀. 나도 지쳐.”



 이 이상한 자식이 분위기란 분위기는 다 잡으면서 오글거리고 정성스럽게 헛소리를 내뱉고 있다. 순간 소름이 끼쳤다. 어디서 뭘 보고, 뭘 읽고 왔길래 저런 이상한 말을 툭툭 아무렇지 않게 내뱉을 수 있는 걸까. 그것도 고등학교 3학년이. 주먹을 꽉 쥐었다. 진짜 복도에서 창피하게…… 차라리 따라오라고 할 때 따라갈 걸 그랬나 보다. 김형진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대답을 재촉하고 있었다. 두 눈을 꾹 감았다. 솔직히 불편해. 그렇게 이야기하자고 다짐하며, 눈을 뜬 순간이었다.


 


 


[방탄소년단/정국] 2% A | 인스티즈



 

 


 

 “김여주?”

 “…응?”

 “음악 선생님이 3학년 교무실로 오라고 하시던데.”

 “아….”



 내 대각선 방향으로, 전정국이 서 있었다. 온 몸의 세포들이 아우성을 쳤다. 그러니까, 정국이를 이렇게 가까이서 본 적은 … 그러니까….



 “교, 교무실. 응. 가야지.”

 “어디 가. 나랑 얘기 다 안 끝났잖아.”



 횡설수설 대답하며 뒤를 돌았다. 그러자 누군가의 손이 내 손목을 붙잡아 왔다. 그에 고개를 틀자, 김형진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정국이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정국이었으면 심장이 터져버렸을지도 모른다.



 “아… 이 손부터 좀 놓고….”



 잡힌 손목이 불편해서 팔을 살짝 비틀었다. 김형진의 손 위에 또 다른 큰 손이 툭, 얹어지더니 이내 김형진의 손을 힘주어 떼어냈다. 그 손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익숙한 정국이의 뒷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이 꼭 나를 보호해 주려는 것만 같아서, 아닌 걸 알면서도 바보같이 설렜다.



 “다녀와서 해도 되는 얘기잖아.”

 “….”

 “동아리 때문에 할 말 있으시다고, 빨리 오라고 하셨어.”



 뒤를 돌아본 정국이가 어서 가라는 듯 턱짓했다.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재빨리 몸을 돌려 교무실을 향해 뛰었다.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미쳤다, 미쳤어 김여주. 제대로 된 대화도 못 나눠 봤으면서 이렇게 설레면 어쩌자는 거지?








더보기

정국이와 여주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지만, 마주치면 서로 간단한 눈인사도 못 나눌 정도로 어색한 사이라는 설정입니다.!

행복한 방학이네요

다들 방학 알차게 잘 보내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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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꺙!!!!!!!!!!!!!!!!!!!!!!!!!!!!!!!!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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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와 이곳인가요 제가 누워서 잠을 잘 자리가!!!!!!!! 와 저 이런 작품 완전 좋아하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중딩시절이 떠오르는...... 크흑. 사랑해요 작가님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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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소재 너무 좋아요ㅠㅠㅠㅠ 취향저격ㅠㅠㅠㅠㅠㅠ 왜 제 학창시절에는 정국이 같은 남자아이가 없는거죠...? 왜죠... 대체 왜...8ㅅ8 설레고 풋풋한 글 잘 읽고 갑니다 작가님! 신알신 하려고 했는데 작가님 필명이 없어요ㅠㅠ 다음 글도 읽으러 오고 싶은데ㅠㅠㅠㅠ 다음에도 꼭 읽으러 올게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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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42.192
......여기서 포카리스웨트같응 청량함이 느껴져서 넘나 조습니당ㅎㅎ♡♡♡연재사랑해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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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36.221
흐악!!!!!작가님 완전 재밌어유!!!완전 제취향 이예요ㅠㅠㅠㅜㅜㅜ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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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필명 사용해주세요ㅠㅠㅠ신알신하게요ㅠㅠ
8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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