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 네, 안녕하세요! 해파리텔레콤입니다. 쓰고 계신 제품은 맘에 드시나요?
"아, 네. 뭐…."
-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저희가 개업 15주년을 맞이해서 최근에 개통하신 고객님들 중 추첨을 통해 무료로 일본 여행을 보내드리고 있는데, 이번에 고객님이 뽑히셨어요. 축하드립니다!
"네?"
- 자세한 사항은 이메일로 보내드렸으니 확인 부탁드릴게요. 언제나 감사합니다!
"..."
야근을 하고 온 탓에 주말 오후 늦게까지 잠을 자고있는 저를 깨운 전화는 나를 당황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일본이라니. 일본…. 내게 일본이라면 원전사고가 일어난 곳이나 역사 왜곡문제로 다가오는 곳이 아닌, 1년 전의 그가 있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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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을 좋아하고 잘 췄던 학연은 많은 고민 끝에 일본으로 가길 원했다.
그리고 나는 원하지 않았다. 당장 학연을 못 보게 되는 것이 싫었고 막막했으며 끔찍했다.
학연이 춤으로 성공하길 바랐으나, 그 성공을 얻는 데 필요했던 일본행을 나는 바라지 않았다.
모순이었던 것이다. 서로의 고집이 부딪혀 마찰이 일어났고 갈등을 빚어냈다.
결국 우리는 헤어졌고, 나는 후회했다.
학연과 헤어지고 방황을 하던 나는 이사도 하고 직장도 옮겼다. 그리고 핸드폰도 해지시켰다.
모든 소통이 필요 없었다. 나에게는 학연과의 소통이 제일 필요했고 간절했으나, 나는 그 간절함을 후회로 덮어씌웠다.
차츰 학연이 없는 나만의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나가면서 주변 사람들이 불편해하기에 새로 핸드폰을 샀는데 그 핸드폰이 여행을 보내준다니.
그것도 일본으로 말이다. 학연이 있는 일본으로.
갑작스러운 전화로 당황함과 동시에 떠오른 학연에 머리가 아파져 오고, 눈물이 흐르는 것 같았다. 학연이 필요했다.
이사를 하면서 내 물건들은 잘만 버리고는 학연과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만 쉽게 놓이지 않은 줄 알았는데, 그냥 학연을 아직 놓지 못했다.
이사 때 짐 정리를 도와주던 친구의 잔소리에 못 이겨 몇 개 버리긴 했지만 딱 하나 남겨둔 게 생각났다.
학연과의 점점 끝이 보이는 날들 중에 그가 나에게 건넨 CD였다.
나는 그 CD를 아직까지 확인해보지 못했다. 매일매일을 CD를 쥔 채로 고민했다. 고민의 끝은 항상 CD를 책 사이에 숨기는 것이었다.
왠지 모르게 학연의 이별 통보가 담겨있을 것 같았고, 학연이 나와의 추억들을 정리한 것들이 있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 학연과의 끝이 다가온 것 같아서였다.
결국엔 끝이 다가오고, 다가왔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제는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냥 학연이 있을 것만 같았고 당장 학연이 보고 싶었다. 떨리는 맘을 다잡고 CD를 재생했다.
잠깐 검은 화면이 유지되더니 이내 그렇게나 보고 싶었던 학연의 얼굴이 비쳤다. 학연이다, 학연.
자기! 안녕. 나 지금 연습하다 몰래 찍는 거라 길게 말 못할 것 같아.
좋은 소식이지만 나쁜 소식이기도 해. 그래도 들어 줘야 해?
음…. 있잖아, 1년 반 뒤에 일본에서 제일 큰 공연이 열려.
내가 거기에 설 수 있게 됐어! 근데 제일 큰 만큼 많은 준비가 필요해.
‥응원해줄 거지? 잘 갔다 올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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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반. 1년 반이라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이메일을 확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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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고 싶었던 소재를 흔하디 흔한 스토리에 끼얹다니..(뻘쭘) 뻘쭘함에 뭐라 할 말이 없네요 하하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암호닉 = 밍 / 코알라 / 깡통 / 운이 / 귤껍질 / 먼지 / 삼이 / 칰칰 /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