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내용상 여주인공의 이름은 '김서연'으로 설정되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
1. 여전히
서연은 저번주 김감독과의 미팅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고 꽤 바쁜 생활을 시작했다. 대본 공부도 하고 작가님을 만나기도 하며 배우다운 일상을 꾸려나갔다. 영민은 마침 자신이 만들어 놓은 곡을 줄 사람을 찾았다며 신나게 프로듀싱을 하러 다녔다. 음악할 때는 상당히 깐깐한 영민이어서 그 가수는 애를 먹었지만 그만큼 훌륭한 노래가 탄생되었다.
"오빠. 우리 영민이가 만든 노래 들어봤어요?"
"1위 아냐 지금? 들었지."
"좋아. 계속 그렇게 스트리밍을 해주면 돼. 우리 영민이 돈 벌어야해."
"..그래."
서연은 첫 대본리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기자들도 오고 간단한 소개영상 촬영도 한다기에 약간 화장을 해서 그런지 셀카가 잘 먹혔다. 그리고 그 셀카를 영민에게 족족 보내주었다. 그리고 답장 온 영민의 톡은 서연으로 하여금 매니저를 독촉하게 만들었다. 오빠! 밟아!
[예쁜 얼굴 실물 좀 보자]
[우리 못본지 하루나 됐어]
[오늘은 내가 밥 차려 줄게]
[지금 유혹하는 거야]
[보고싶어서]
서연은 자신의 집으로 가지 않고 바로 영민의 집으로 들어왔다. 급하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요리하는 영민의 등을 꽉 안았다. 다정하게 왔어? 하고 묻기에 영민의 등에 얼굴을 비볐다.
"헐 영민아 등에 내 화장 조금 묻었어.."
"한 두 번도 아니고 뭘. 너가 맨날 얼굴 부벼서 옷이 가슴 쪽이나 등 쪽은 다 뿌얘."
"..미안. 근데 너한테 얼굴 막 부비는 게 좋아서 그랬어."
"나도 좋아서 그냥 두잖아. 씻고 와. 밥 다 해가."
"맨날 나 설레게 해..나 얼른 씻고 올게!"
"응. 뽀뽀."
서연은 입을 쭈욱 내밀고 있는 영민의 입술에 진하게 뽀뽀를 해주고는 드레스룸으로 가 속옷과 옷가지를 챙겨 샤워를 하러갔다. 그 사이 영민은 서연이 빠져나간 드레스룸으로 가서 서연이 아무 데나 휙 던져놓은 옷들을 정리했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영민은 다시 요리를 하러 갔고 20분이 조금 넘은 시간에 서연이 샤워를 하고 나왔다.
"영민아아 뭐 도와 줄 거 없어?"
"있어. 해줄 거."
"뭔데?"
"뽀뽀."
서연은 되게 당연한 걸 요구하듯이 툭 내뱉는 말에 영민의 볼을 잡고 마구마구 뽀뽀세례를 했다. 뽀뽀를 다 퍼붓자 영민이 헤벌쭉 웃으며 다시 요리를 시작했다. 세상에서 뽀뽀를 제일 좋아하는 두 사람은 뽀뽀로 하루를 장식했다.
"아 진짜 맛있어. 이러다가 나 배 튀어나오면 어떡해?"
"귀엽겠네."
"그 배까지도 사랑해줄 거야?"
"당연한 소릴 하고 있어. 밥 다 먹었어?"
"응. 설거지는 내가 할래."
"같이해 그럼."
꽁냥거리며 설거지를 마친 두 사람은 나란히 양치를 하고 쇼파에 앉아 티비를 시청했다. 조만간부터 확실히 바빠질 서연의 마지막 휴가였다. 티비를 보던 서연은 쇼파의 가장 끝자리에 기댄채 영민의 허벅지에 종아리를 올려 놓았다.
"나 오늘 다리 아파. 괜히 힐 신고 갔어."
"그러게 낮은 거 신고 가라니까."
"그니까. 오빠 말 들을 걸."
"..? 너 지금 나한테 오빠라 그랬어?"
"응. 왜?"
오랜만에 듣는 오빠라는 소리에 영민은 깜짝 놀랐다. 가끔씩 오빠라고 부르면 영민의 반응이 재밌어 일부러 서연은 천연덕스럽게 왜? 하고 물어봤다. 영민은 서연은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상체를 서연이 기대어 있는 쪽으로 몸을 확 틀어 낮췄다. 덕분에 서연의 코앞에 영민의 얼굴이 있었다.
영민은 알겠다며 욕실 밖으로 나왔다. 영민이 나오자마자 쿠당탕하며 물건들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영민이 급하게 다시 욕실 문을 열자 쫄딱 젖은 서연이 샤워기로 비를 맞고 있었다. 서연은 영민과 눈이 마주치자 헤..하고 웃다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너 술 덜 깼지."
"우응..그런가봐.."
"감기 걸리니까 일단 물 꺼."
웅..하며 서연이 물을 끄고 그 사이 영민은 드레스룸에서 서연에게 다시 입힐 옷을 가져왔다. 서연에게 안보고 있을 테니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옷을 갈아입으라 했다. 서연은 느릿느릿 젖은 옷을 벗고 새 속옷과 티셔츠, 바지로 갈아입었다. 다 갈아입었다는 말에 영민은 서연을 다시 앉혀 세수, 양치를 다 마무리 했다.
"내가 애를 키우지. 애를."
"아니야.."
"아니야?"
"서연이 키워.."
"그래 알겠어. 이제 그만 자자."
3. 영민이의 작곡가적 모먼트
3인칭시점이 아닌 서연이 시점
오랜만에 영민이의 작업실에 방문하기로 했다. 당장 내일부터 바빠질테니까 조금이라도 영민이의 얼굴을 더 보고싶었다. 영민이는 얼마전 나온 신곡이 음원차트 1위를 싹쓸이 했고 그 사이 노래를 하나 더 만들어 프로듀싱을 하기 시작했다. 요즘 포스터 촬영에 조금 바빴더니 영민이를 집에서 만나는 것 조차 드물었다. 그래서 영민이가 너무 보고싶어서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결국 지갑을 챙기고 택시타고 나왔다. 영민이의 작업실 근처에서 커피를 캐리어에 담아 두손 가득 들고 영민이의 작업실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헐..!.."
"뭐야..?"
예전에도 몇 번 영민이가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커피를 사들고 찾아간 적이 종종 있었다. 사귄다는 사실이 소문이 날까봐 영민이와 정말 친한 가수들과 작업할 때만 놀러오고 했었다. 이번에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를 하게 된다는 아이돌 그룹의 녹음이었는데 영민과 꽤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걱정없이 편하게 왔다.
"뭐긴 뭐야. 나야나!"
"어..일단 조금만 쉬었다가 하자 그럼. 너네 얼른 잘 마시겠다고 인사 해."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넹. 우리 영민이 말 잘 들어주세요."
다들 잘 마시는 모습을 보다가 영민이가 손을 잡길래 응? 싶어서 보니까 나가자는 행동을 취한다. 그런 영민이를 이끌고 복도로 나왔다. 복도로 나오자마자 영민이가 나에게 안겨왔다. 분명 나에게 안긴건 영민이인데, 덩치가 있어서 그런가 누가 보면 내가 영민이한테 안긴 줄 알겠다. 힘들었어? 왜이렇게 지쳐 보여.
"오랜만에 작업하려니까 그런가. 그냥 더 완벽하게 하고 싶어서."
"완벽주의자 임영민."
"맞아. 그래서 내가 너랑 연애하잖아."
"응?"
"오늘 구경하다가 갈거야?"
"언제 마치는데?"
"아직 잘 모르겠어. 한 두시간 안에는 끝날 것 같아."
"그럼 기다리다가 같이 갈래."
"알겠어. 작업실 들어가기 전에 얼른."
"응?"
"뽀뽀."
영민이의 얼굴 곳곳에 뽀뽀를 퍼붓자 그제야 나를 품에서 떼어놓고 손만 잡은 채 작업실로 걸어갔다. 영민이의 작업실 한쪽 구석에는 나를 위한 1인용 쇼파가 있었다. 그 쇼파에 자리를 잡고 다시 녹음하는 작업을 구경했다. 캬. 임영민이 작업하는 모습은 언제나 봐도 섹시한 것 같다. 괜히 일하는 남자가 섹시한게 아니라니까. 몰래 휴대폰을 들어 영민이의 옆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다시."
"다시 가자."
"한 번만 더."
"제대로. 다시."
물론 섹시함도 있지만 무섭기도 굉장히 무섭다. 오죽했으면 예전에 영민이의 노래를 녹음하던 여자애들 몇 명은 울기도 했다. 사실 내가 보는 일상의 모습은 온순한 알파카일 뿐이지만 작업을 하며 예민해진 영민이의 모습은 낯설기도 했다. 물론 지금이야 익숙해졌지만 말이다. 영민이가 예민해지는 이유는 단 두가지다. 가수가 노래를 정말 못하거나, 완벽함을 추구하기 위해서. 아무래도 지금은 후자인듯 했다. 뭐가 마음에 안드는지 머리를 잔득 헝클이다가도 침착하게 다시 작업을 한다.
"가사를 정확히 짚어서 전달을 해야해.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데 전달이 조금 부족한 거 같아."
"네."
"힘내서 다시 해보자."
몇 번을 더 반복하다가 결국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는지 수고했어. 라는 말을 내뱉었다. 녹음은 영민이의 말대로 2시간 이내에 끝이났고 녹음하던 아이들은 나와 영민이에게 감사하다며 연신 인사를 하다가 나갔다. 같이 프로듀싱하던 사람들도 나가자 드디어 영민이와 내 세상이 되었다. 앉아있던 의자를 핑그르르 돌려 나를 마주본 영민이가 나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단번에 영민이에게 달려가 허벅지에 앉았다. 내가 앉자마자 영민이가 내 품에 얼굴을 묻었다.
"수고했어 영미낭."
"오랜만에 작업하려니까 힘들어.."
"그래도 너 재밌어하던데?"
"그게 보였어?"
"응. 나는 너 손가락만 봐도 마음 다 알아."
낮게 웃은 영민이가 고개를 올려 나를 쳐다봤다. 손을 뻗어 영민이의 얼굴을 쓸어내렸다. 서로 말없이 한참을 쳐다보고 있다가 내가 웃으며 입술에 쪽하고 뽀뽀를 하고 떨어지자 영민이가 바로 쫓아와 길게 입을 맞췄다. 말캉한 입술과 입술이 섞이다가 다소 민망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번들거리는 서로의 입술을 닦아주었다.
"우리 집 가자."
"같이 집을 가자는 걸 말하는 거야, 아님 너네 집을 말하는 거야?"
"둘 다. 서연아."
"응?"
"너 집 팔고, 우리집에서 나랑 같이 살자."
"..."
"내가 데리고 살게. 그러니까,"
"..."
"나랑 같이 살래?"
* 안녕하세요! 밤구름입니당 * |
일주일동안 너무 바빠서 못온다고 예고를 드렸죠 ㅠ_ㅠ 바쁜 일 끝나자마자 달려왔어요..!.. 그동안 너무 바빠서 우리 영미니ㅠㅠㅠㅠMXM로 데뷔해도 제대로 덕질도 못하고ㅠㅠㅠ 이제서야 밀린 덕질을 다 하려구요...ㅠㅠㅠㅠ 쨌든 그동안 미리 조금씩 써놨던 부분을 빨리 업데이트 하겠습니당.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