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을 텍스트로 저장하지 말아주세요.
written by. Bubble
골목 가득 백현의 헐떡이는 숨소리가 깔렸다. 식은땀을 가득 흘리던 백현은 이제 팔다리까지 부르르 떨어가며 괴로워했다. 약을 제때 먹지 못했으니 오늘 밤이 순탄치 않으리란 것은 예상했지만 이렇게 끔찍할 줄이야. 백현의 가느다란 신음이 다시 골목을 메웠다.
"하으으……."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공터에 주차를 마치고 오던 찬열은 발이 가던 방향에서 들려오는 낯선 소리에 걸음을 뚝 멈춰섰다.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찬열이 숨을 죽이고 앞을 노려보았다. 어쩌면 또 뒷산에서 밤을 틈타 내려온 산짐승이 어디에 채여 내는 소리일지도 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예의 그 소리가 들렸다.
"아으……."
한 번 더 들으니 사람이 앓는 소리 같기도 했다. 그러나 특별한 용무가 없고서야, 주소 상으로만 도시일뿐 실제로는 외곽의 동떨어진 전원주택이나 마찬가지인 찬열의 집에 '사람'이 찾아올 리가 만무했다.
의심에 의심을 안고 찬열이 천천히 소리의 근원을 향해 다가갔다.
"거기 뭐 있어요?"
제가 물어놓고도 찬열은 어이가 없어 픽 웃었다. 상대가 저렇게 끙끙거릴 정도라면 사람이든 산짐승이든, 혹은 귀신이든 찬열의 말에 대답을 할 것 같진 않았기 때문이었다. 휴대전화 액정의 불빛을 비춰가며 찬열이 다시 저의 집으로 몇 걸음 더 다가갔다. 그제서야 소리를 낸 정체가 눈에 들어왔다. 일단 위험한 짐승이나 귀신이 아님에 안도하며,
"이봐요!"
찬열이 백현을 불렀다. 땀까지 뻘뻘 흘리며 쓰러져 있는 것이 한눈에 보기에도 상태가 썩 좋은 것 같진 않았다.
"이봐요! 어디 아파요?"
"하아……. 하아아……."
"구급차를 불러야되나……."
당혹감과 걱정스러움에 어쩔 줄 몰라 고민하던 찬열은 이내 백현을 일단 제 집으로 들이기로 결정했다. 어디가 아파도 심하게 아파보이는데 열두 시가 지난 시간에 응급실에 간들 바로 정밀검사를 받기도 어렵거니와, 괜히 보호자랍시고 처음 보는 사람 일에 말려들고 싶지 않은 마음이었다. 우선 침대에라도 눕혔다가 날이 밝으면 병원으로 보내는 게 좋겠다고 지극히 단순한데다가 막 퇴근해 피곤하기까지 한 찬열은 생각했다.
"저기요, 몸 좀 일으킬 수 있겠어요? 내 어깨라도 좀 잡아봐요. 괜찮아요?"
"하아……. 하으……."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에요? 조금만 걸어봐요, 그렇지. 어후, 온몸에서 열 나는 것 좀 봐."
"아아으……."
"많이 아파요? 어디가 아픈 거에요? 한 발짝만, 한 발짝만 더……. 대체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거야. 이름은 뭐에요?"
천성이 사교력이 좋은 찬열은 아픈 사람을 집 안으로 부축하면서도 쉴 새 없이 말을 붙였다. 그러나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사람 하나를 매달고 현관 턱을 넘어가려니 지치는지 이내 대화를 관두고 헉헉대기 시작했다.
같이 드러눕다시피 하며 겨우 백현을 제 방 침대에 눕히고 찬열은 물수건이라도 적실 생각으로 다시 몸을 일으켰다.
"잠깐만 기다려요."
"백……현."
"예?"
뭐라 중얼거리는 소리에 찬열의 눈이 침대에 고정되었다. 백현이 힘겨운 듯 가늘게 눈을 떴다. 큰 눈을 깜박거리며 저를 내려다보는 찬열이 보였다.
"백현……."
잠시 말이 없던 찬열은 이내 그것이 이름일지도 모른다는 결론을 내리고 씨익 웃었다.
"잠깐만 기다려요, 물수건 가져올테니까."
그리고 찬열은 방을 빠져나갔다.
유난히도 크고 밝은 보름달이 찬열의 집을 비췄다.
달이 차는 밤, 뜨겁게.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현재글 [EXO/찬백] 달이 차는 밤, 뜨겁게 ; Prologue 2
11년 전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요즘 찐금수저 판별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