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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을 텍스트로 저장하지 말아주세요.
이 차는 밤, 뜨겁게.
written by. ChanRhan


발각


 "응, 응. 1- 1- 2- 7- 하고 통화-"


 백현의 손가락이 천천히 통화 키를 누르자 집전화에선 신호음이 갔고 곧 찬열의 휴대전화는 위잉하는 진동을 연달아 울려댔다. 찬열이 반짝거리는 휴대전화 액정을 백현에게 흔들어 보이자 백현이 정말 신기하단 얼굴로 집전화, 찬열의 휴대전화, 그리고 찬열의 얼굴을 번갈아 휙휙 쳐다보았다. 찬열이 에헴하고 한껏 뻐기는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전화를 껐다.


 "자, 다시 눌러 봐. 내 번호 잘 보고, 0- 1- 0……."


 백현이 다시 천천히 찬열이 적어둔 쪽지를 보고 열한 자리 숫자를 눌렀다. 마지막 통화 키까지 꾸욱 누르자 좀 전처럼 찬열의 휴대전화 진동이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찬열이 집전화를 쥔 백현의 손을 귀에 대어주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기억하지? 여기로 듣고 여기에 말하는 거야, 알았지?"
 "응."


 그리고 찬열은 제 휴대전화를 들고 방으로 쏙 들어갔다. 백현은 전화기를 잡은 손에 괜시리 땀이 차는 걸 느꼈다. 찬열은 방에서 백현의 전화를 받았다. 귓가에 달칵하고 전화가 연결되는 소리가 나자 깜짝 놀랐지만 백현은 으레 그렇듯 전혀 놀라지 않은 척 했다. 


 「여보세요?」


 그러나 달칵소리에 이어 찬열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들려오자 백현은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꽉 주고 전화기를 붙들었다. 백현이 쓸 데 없는 긴장에 얼어붙어 아무 말을 않자 찬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여보세요? 현아?」
 "아, 저, 저, 저."
 「잘 들리지?」


 어버버거리는 백현의 목소리에 찬열이 키득거리며 웃는 게 들렸다. 백현은 찬열의 놀리는 듯한 웃음소리에 귀까지 붉게 달아오르는 기분이었다. 귓가에서 바로 웃음소리가 들리니 평소보다 더 얄미웠다. 


 "들려! 잘."


 찬열이 또 킥킥거렸다. 되려 퉁명스레 대답하는 백현의 목소리를 보아하니 조금 웃었다고 뾰루퉁해진 모양이었다. 


 「신기하지?」
 "……으응."
 「역시 전화부터 알려주길 잘했다니까, 하하.」


 백현이 나타난 것도 어느덧 삼 주 하고도 며칠. 찬열은 다른 것은 알려주면 곧잘 알아듣는 데에 비해 유독 기계 종류에만 약한 백현을 위해 주말을 빌어 기계 특강을 시작했다. 설거지에, 걸레질에 이젠 분리수거까지도 완벽하지만 백현은 이상하게 기계를 잘 다루지 못했다. 아니, 잘 다루지 못한다 보다는 무서워한다는 게 맞았다.

 첫 주에는 찬열이 출근한 사이 혼자 째깍째깍 움직이는 시계를 끝없이 노려보다가 몇 번 툭툭 친다는 게 그만 시계를 떨어뜨려 깼고, 둘째 주에는 헤어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던 찬열을 보고 기계가 찬열을 공격한다고 오해해 그 전기 코드를 잘라버리려다 감전될 뻔한 적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찬열은 백현에게 기계와 친해지는 연습을 먼저 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청소기는 백현이 빨려 들어갈 것 같고 세탁기는 백현이 같이 돌려질 것 같은 데다가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는 그 안에 사람이 나타난다는 것 만으로 백현이 혼비백산할 것 같아서 비교적 크기도 작고 생활에 유용한 전화기를 고른 것이었다.


 「현아, 너도 뭐라고 말 좀 해. 전화는 떨어진 사람들끼리 서로 말하라고 있는 거야.」
 "으응, 하지만……."
 「응?」
 "우리 지금 열 발자국도 안 떨어져 있잖아."
 「그거야…….」
 "꼭 이렇게 말 해야돼?"


 여전히 퉁명스러운 백현의 목소리에 찬열이 한숨을 포옥 내쉬었다. 


 「이렇게라도 연습을 해야 네가 현대 문물에 익숙해지지. 이거야 원, 외국에서 온 건지 조선시대에서 온 건지.」
 "연습은 찬열이 너 일하러 갔을 때 멀리 떨어져서 해도 되잖아."
 「하여튼 한 마디도 안 져요. 드라이어도 무서워하는 백현 님이, 혼자 집에 있는데 전화기랑 눈이나 제대로 마주칠 수 있으세요? 어?」
 "야! 박찬열!"


 또 놀려대는 찬열에게 백현이 소리를 빽 질렀다. 찬열이 숨을 죽여 웃었다. 휴대전화가 아니라 방문 너머 거실에서 백현의 목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리는 게 재미있었다. 찬열이 듣든지 말든지 백현은 혼자 찬열에게 궁시렁거렸다. 찬열은 백현이 뭐라는지 제대로 듣기 위해 휴대전화에 바싹 귀를 기울였다.


 "그러니까……. 나는, 어? 네 얼굴 보고 말하는 게 더 좋고……. 아무튼 그렇단 말이야……."


 백현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갔다. 백현은 찬열이 저를 놀릴 때보다 더 빨개진 얼굴을 허공에 휙휙 도리질 쳤다. 백현의 말을 들은 찬열이 눈을 빠르게 깜박거렸다. 그 말을 이해하고나자 소리 없는 웃음이 났다. 


 「알았어, 그럼…….」


 찬열이 방문을 열고 나왔다. 저는 전화를 끊었는데도 그걸 모르는 백현은 집전화를 손에 꼬옥 붙잡고 귀에 대고 있었다. 무릎까지 꿇고 앉아 전화를 받고 있는 폼이 꼭 대통령이랑 통화라도 하는 것 같았다. 찬열이 백현의 시선에 맞춰 몸을 낮췄다. 


 "그럼 그냥 이렇게 얼굴 보고 얘기하지, 뭐."
 "……."
 "내 목소리가 3초 넘게 안 들리면, 이렇게 끊는 거야. 알았지?"


 백현의 귀에서 전화기를 떼어 원래 자리에 놓아주고 찬열은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엔 금방 다시 나왔다. 검은색 야구모자 하나를 제 머리에, 노란 야구모자 하나는 손에 든 채였다.


 "자, 모자 쓰자."
 "나갈 거야?"
 "응, 마트 가야지."


 나간다는 말에 백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활짝 웃었다. 약속대로 오늘은 찬열과 함께 장을 보러 갈 참이었다. 그간 식재료나 소모품 같은 소소한 장은 찬열이 혼자 퇴근길에 24시 마트에서 보아왔기 때문에 백현에겐 삼 주 만의 첫 외출이었다. 찬열이 백현에게 다가와 노란 모자를 씌웠다.


 "햇볕이 엄청 뜨거우니까."
 "응, 응."
 "쌀도 사야하고. 반찬거리는……. 현이 너, 고기 좋아하지?"
 "응, 응."
 "그럼 돼지고기도 조금 사고. 아, 오늘은 네 옷도 몇 벌 사자."
 "옷?"


 백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문득 내려다보니 제가 입고있는 찬열의 옷은 티셔츠며 바지며 죄다 헐렁하게 컸다.


 "아무리 집에만 있는다지만 너도 옷은 몇 벌 있어야지."
 "……응."
 "나가자. 백현 님, 자동차는 뭔지 알아? 무서워서 차 안에 발이나 넣을 수 있으려나?"


 찬열이 개구지게 웃으며 백현을 이끌었다. 찬열이 주차장으로 쓰는 공터까지 걸어가는 내내 백현은 발이 불편한지 흙바닥에 발을 탁탁 굴렀다. 찬열의 신발이 커 걸음걸음마다 발에서 헐떡였기 때문이었다.


 "자아."


 찬열이 백현에게 차문을 열어주었다. 차 안을 가리키는 찬열의 손짓에 백현이 머뭇거리며 올라탔다. 그리고 차 유리 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었다. 백현은 자동차가 마치 안이 푹신한 의자로 꽉 찬 아주 작은 방으로 보였다. 이어 운전석에 탄 찬열이 힐끗 백현을 살폈다. 팔을 뻗어 백현의 앞으로 안전벨트를 채워주면서도 이게 곧 움직일 것이라고 미리 언질을 해주어야 할지 잠시 고민하다가, 괜히 또 백현을 놀리고 싶어 찬열은 아무 말 없이 덜컥 차에 시동을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부릉하고 시동 걸리는 소리에 백현이 제 가슴팍을 가로지르는 안전벨트를 양손으로 꽉 움켜잡았다. 역시나 겉으로 큰 소리를 내며 놀라는 모습은 보이지 않아도 속으론 퍽 놀란 것 같았다. 그 모습이 꼭 별 것 아닌데 고집부리는 어린 아이 같아서 찬열은 픽 웃었다.


 "왜 웃어?"
 "그냐앙."
 "이, 이거 이상해."
 "응? 뭐가-?"


 찬열이 모르는 투로 백현에게 되물었다. 백현은 짐짓 겁먹은 표정으로 좁은 차 안을 휙휙 둘러보았다. 


 "덜덜 움직인다, 방이."
 "왜, 무서워?"
 "……."
 "걱정 마. 나랑 있으면 아무 일 안 생겨."


 찬열이 입가에서 웃음을 지우질 못한 채 운전을 시작했다. 차가 떨리다 못해 스륵 움직이기까지 하자 백현의 눈이 곧 튀어나올 것처럼 커졌다. 


 "이건 자동차라고 하는 거야, 현아."
 "뭐?"
 "자동차. 걸어서 가기에는 힘도 들고 오래 걸리니까 이걸 타고 가는 거야."
 "타고… 가?"
 "응, 타고 가. 부릉부릉."


 찬열은 어쩐지 백현과 함께 할수록 자신이 점점 유치원 교사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래도 찬열의 짧은 설명에 조금은 마음이 놓였는지 백현이 안전벨트에서 손을 떼고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너는 도대체 외국 어디에서 살다왔어?"
 "나? 어어……. 스, 스위스?"


 갑작스러운 찬열의 질문에 백현이 말을 더듬었다. 

 뭐, 어쨌거나 산 속 깊은 곳이라도 스위스는 스위스니까.


 "스위스? 스위스면 엄청 잘 사는 나라 아니야?"
 "글쎄……. 어……. 나는 그런 거 잘 모르겠어. 갑자기 왜?"
 "넌 갑자기라는 말이 나오냐? 너는 진짜 스위스에서 온 게 아니라 조선시대 쯤에서 온 것 같다니까, 하하."
 "조선시대?"
 "그래. 한 백 년쯤 전에 살다가 타임머신 타고 온 것 같아."
 "타임머신?"


 백현이 찬열의 말을 이해하려 용을 쓰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하기야, 산에서 번잡한 도시까지 내려가본 건 얼추 백 년 전쯤 되었고, 한 번 걸려서 무리로부터 된통 혼이 난 뒤로는 간혹 산 바로 아래의 작은 마을을 몇 번 숨어서 구경한 게 다였으니. 그래도 나름대로 찬열과 비슷하게 행동하려 열심히 노력했는데 찬열이 벌써 눈치를 채기 시작한 것 같다고 백현이 제법 진지하게 걱정을 했다. 땀이 삐질 나는 것 같아 백현은 노란 모자를 벗어 무릎에 올렸다.


 "아아, 그런 얘기 말고. 네 얘기 해줘."
 "내 얘기? 어떤 거?"
 "아무거나. 너는 맨날 나 혼자 두고 나가서 뭐 하는데?"


 조금 전 찬열만큼이나 갑작스러운 백현의 질문에 찬열이 백미러로 백현을 힐끗 쳐다봤다. 


 "전에 얘기했잖아. 나는 유전자 연구소에서 일 해."
 "그게 뭐 하는 데야?"
 "어……. 유전자를 연구하는 곳?"
 "……."
 "하하, 자세히 말해봤자 텔레비전도 킬 줄 모르는 너한테는 너무 어려운 얘기라 그래."


 빨간 신호등에 걸린 틈을 타 찬열이 오른팔을 뻗어 백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백현을 칭찬하거나 달랠 때 자주 하는 행동이었다. 백현이 알았다는 뜻으로 고개를 두어 번 끄덕였다. 그것 뿐이 아니라, 좀 더 큰 거리로 나오자 시야에 가득 들어오는 각양각색의 움직이는 방, 그러니까 자동차들에 백현은 사실 창 밖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저것 봐, 찬열아. 저건 모자도 있다."


 백현이 바로 옆을 지나쳐가는 택시를 가리켰다. 


 "그건 택시야. 사람들이 돈을 내고……."
 "우와, 저건 무지 넓어!"
 "응, 그건 버스라는 건데……."


 하지만 백현은 찬열의 설명을 듣는 것 같지 않았다. 매일 베란다에 나가서 캄캄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만 좋아하는 줄 알았더니, 이렇게 즐거워할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일찍 외출을 할 걸 그랬다고 찬열은 조금 후회했다. 


 "현아."
 "저기 또 온다!"
 "현아-."
 "저것도……. 응?"


 백현이 창문에 코까지 딱 붙이고 지나가는 버스를 바라보다가 찬열에게 고개를 돌렸다. 백현에겐 둥그런 바퀴를 붙잡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어쨌든 운전 중인 찬열은 앞만 보고 있었기에 백현은 찬열의 모자 쓴 옆모습만 봐야했다. 그래도 참, 잘생긴 얼굴이었다.


 "우리 다음 주에 또 나올까?"
 "또?"
 "응. 다음 주에는 다른 데 놀러갈래?"


 백현이 눈을 댕글댕글 굴렸다. 다른 데 놀러가자는 게 정확히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또 집 밖으로 나오자는 건 확실해보였다.


 "어! 좋아! 갈래!"


 눈을 예쁘게 접어가며 웃는 백현을 백미러로 보며 찬열도 씨익 따라 웃었다. 그 뒤로도 창 밖을 보며 이것저것 감탄사를 연발하는 백현에게 찬열이 듣지 않는 설명을 해줘가며 차를 몰다보니 금세 마트였다. 자동차가 가득한 마트 주차장이 마음에 들었는지 백현이 작게 갸르릉거렸다. 찬열은 순간 백현이 강아지와 비슷한 소리를 냈나하고 쳐다봤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들어가자."


 찬열이 백현의 손을 꼭 잡았다. 기분이 좋아보이는 백현을 보니 흐뭇하면서도 이런 외출이 처음이라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백현이 몇 번 찬열에게 잡힌 제 손을 빼내려 끙끙대다가 관두고 찬열이 이끄는대로 발을 옮겼다.


 "우와."


 마트엔 온통 백현이 눈 돌아갈 것 투성이였다. 그래서 백현은 스스로 찬열에게 이것저것 묻는 걸 포기해버렸다. 다만 신기함에 툭툭 튀어나오는 감탄사는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찬열이 동전을 하나 넣어 쇼핑카트를 끌며 붙잡았던 백현의 손을 카트 손잡이 한 쪽에 꾸욱 말아주었다.


 "이거 절대 놓으면 안 돼. 알았지?"
 "어……. 이게 뭔데?"
 "우리가 오늘 살 것들 담을 바구니. 그러니까 절대 놓으면 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돼. 응?"
 "알았어, 너나 놓지 마."


 여전히 아이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찬열은 백현을 동반한 쇼핑을 시작했다. 예상 외로 첫 구입품목은 반찬거리나 백현의 옷이 아닌 걸레 밀대였다. 쓰윽 지나치던 생활용품 코너에서 밀걸레로 걸레질하는 사진을 본 백현이 흥분에 찬 목소리로 제 무릎을 가리키며 조르는 탓에 어쩔 수 없었다. 백현이 뿌듯한 얼굴로 쇼핑카트에 담긴 걸레 밀대를 보며 웃었다.


 "그거 사줄테니까 앞으로 걸레질 더 열심히 해야 돼, 너."
 "지금도 엄청 열심히 하고 있거든?"
 "그러니까 더, 더 열심히."


 찬열의 말에 백현이 치이, 하고 바람빠지는 소리를 냈다. 


 "네 옷부터 고르자. 현이 너 무슨 색 좋아해?"
 "나? 나는……. 흰색이나 검은색."
 "어, 나도 검은색 좋아하는데. 그래도 너는 그런 무채색보다는 노랑 같은 밝은……."


 말을 하며 백현을 내려다본 찬열이 눈을 크게 뜨고 걸음을 뚝 멈췄다. 백현이 뭐냐는 얼굴로 같이 찬열을 올려다보았다.


 "백현, 너 모자는?"
 "모자? 아! 아까 거기에 벗어뒀어. 자동차에."
 "잃어버린 줄 알고 놀랐잖아!"


 찬열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겨우 모자 하나에 찬열의 놀라는 반응이 재밌었는지 백현이 헤실헤실 웃다가 문득 진지한 얼굴로 찬열에게 물었다.


 "너는 내가 중요해, 모자가 중요해?"
 "어?"
 "아니이, 모자 잃어버렸다고 소리 지르길래."
 "내가 언제 소리를 질렀냐? 그냥 좀 크게 말한 거지."
 "그래도! 내가 중요해, 모자가 중요해?"


 뜬금 없는 백현의 질문에, 제법 심각하기까지 한 백현의 표정을 보며 찬열이 웃었다. 역시 이 모습은 영락 없는 유치원생 같았다.


 "당연히 네가 훨씬 중요하지."
 "근데 왜 소리 질러?"
 "그거야……. 모자 잃어버리면 집에 갈 때 네 피부 탈까봐 걱정돼서 그런 거야, 됐지?"
 "진짜?"
 "진짜."


 백현은 몇 번을 더 진짜냐고 물었고 찬열은 몇 번을 더 진짜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둘 다 킬킬 웃으며 의류 코너로 향했다. 찬열에겐 평소보다 훨씬 길어질 것 같지만 벌써부터 평소보다 훨씬 재밌는 쇼핑의 시작이었다.

 한편, 계절에 어울리지 않게 긴 코트를 입은 남자가 찬열의 집 대문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남자는 허리를 숙여 대문 앞을 살피다가 무언가를 조심스레 집어들었다.

 그건 마치, 짧은 흰 털 같았다.


 "……찾았네, 우리 백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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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안돼요 백현이랑 찬열이랑 행복하게 놔두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잉잉 현이 대려가는거에요? 어떡해 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1
백현이를 찾으면 어떻게 되는건가요ㅜㅜㅜ힝ㅜㅜㅜㅜㅜㅜㅜㅜ
11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헐 누군거져 누구야 정체를 밝혀ㅠㅠㅠㅠ우리현이데꾸가지마ㅠㅠㅠㅠㅠㅠ내가바리게이트칠게요((((((백현))))))왜 둘 사이를 갈라두려는 장애물이...!/부들부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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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백현아 ㅜㅜㅜㅜㅜㅜ누구지....ㅜ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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