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치 박우진이 나 좋아한대 5
학원을 마치고 박우진과 나란히 걸으며 집으로 향했다. 반팔티 한장만 입었는데도 찌는 날씨가 살갗을 파고 들었다. 그나저나 이번주에 박우진이 댄스 대회 나간다고 했는데, 얘는 안 떨리나?
"박우진."
"어?"
"너 이번주 주말에 댄스 대회 맞지?"
"어. 맞다."
"안 떨려? 연습 더 안해도 돼?"
"떨리긴 한데..원래 내가 좀 잘해서.."
"뭐야..ㅋㅋㅋㅋㅋㅋ"
박우진의 표정은 꽤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가끔 나를 놀릴 때 나오는 우쭐한 표정이었다. 당당하게 말해 놓고는 내가 계속 웃으니까 웃지 말라며 부끄러워 했다. 걷고 걷다보니 어느새 우리 아파트 단지 앞이었고 떼어놓기 어려운 손을 겨우 떼어놓고 인사를 했다. 내가 잘가, 를 하면 잘자. 하고 박우진이 인사한다.
"안 잘 건데."
"또 그런다. 밤 새지 말라니까."
"그럼 나 잘 때까지 전화해주든지."
"알겠다."
"진짜?"
"어."
내가 언제 잘 건지도 잘 모르는데 박우진은 흔쾌히 내가 잠들 때까지 전화를 해주겠다고 했다. 그날 밤, 우리는 부모님이 깰까봐 소곤소곤한 목소리로 통화를 했고 결국 새벽 4시가 되도록 내가 조잘조잘 거리는 바람에 다음 날 만난 박우진과 내 몰골은 다크서클을 달고온 상태였다.
-"어. 지윤아."
"나 여기 도착했어. 너 어디야?"
-"나 대기실인데..잠시만."
"응. 내가 대기실로 가?"
-"아니. 내가 니 찾으러 갈게."
전화기 너머로 박우진이 다급하게 오는 소리가 들리고 내가 두리번 거리다가 나를 향해 뛰어오는 박우진을 보며 전화를 끊었다. 대회 나간다고 머리에 스프레이도 뿌리고, 옷도 꽤 멋지게 입은 박우진을 보며 오~ 했더니 부끄럽다며 하지말란다. 사실 며칠전 우리 고등학교 축제 때 박우진이 춤을 췄었다고 하는데 기억이 잘 안난다 했더니 삐진 박우진을 달래느라 힘들었다.
"나 너 춤추는 거 처음 봐. 내가 다 떨려."
"내도 안 떠는데 니가 왜 떠는데. 떨지마라 어차피 내 잘한다."
"..재수없을 뻔 했어."
"ㅋㅋㅋ아니다. 내도 좀 떨린다 오랜만이라서."
"그치. 이래야지."
"그니까 내 한 번만 안아주라."
안아달라는 박우진의 말에 선뜻 팔을 벌려 박우진을 안았다. 내가 박우진을 안자 나보다 힘을 주어 박우진이 나를 더 꽈악 안았다. 등을 몇 번 토닥거리고 몸을 뗐다.
"맨 앞에서 보고 있을게. 잘해."
"어. 근데 춤 추다가 니 보면 멈출 거 같으니까 다 추고 볼게."
"그게 뭐야..ㅋㅋㅋㅋ알겠어. 들어가."
"어."
무대 위에서 조명을 받으며 춤을 추는 박우진은 많이 멋있었다. 얘가 원래 이렇게 멋있던 애였나 싶기도 하고, 내 남자친구가 맞나 싶기도 했다. 춤 추는 도중에는 보지 않겠다고 했던 게 진짜였는지 박우진은 춤 추는 내내 나를 보지 않았다. 혹시 내가 어디 앉았는지 까먹은 건 아닐까 하며 서운함을 느낄 찰나에 노래가 끝나며 박우진이 나를 보고 찡긋, 했다.
고3에게 여름방학은 있으나 마나한 무의미한 방학이었다. 물론 나는 박우진과 함께 해서 나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지루하기는 그지 없었다.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 방학이 끝나고 우리 학년만 먼저 개학을 했다. 개학을 하자마자 시험을 준비하고 수시를 준비하는 것에 연속이었다. 내가 수시를 준비할 동안, 박우진은 춤 연습에 몰두 했다
"아..더워."
"교복 셔츠 안 답답하나."
수업에 열정을 다 하시던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더움에 지쳐 엎드렸다. 무슨 일인지 우리반 에어컨만 고장이 나 오늘 오후에나 수리를 하러 온다했고 우리반은 선풍기에만 의지하고 있었다. 하필이면 오늘 반팔을 안 가져 온 탓에 답답한 교복 셔츠를 입고 있어야 했다.
"답답해 죽을 거 같아 진짜.."
"내 반팔 티 입을래?"
"있어? 아..너 연습 끝나고 옷 갈아 입어야지. 아냐 됐어."
"괘안타. 옷 말리면서 가면 된다."
"..나 입어도 돼?"
"어. 니 입어라."
"흐흐. 미안. 나 니 옷 좀 입을래."
박우진은 내가 안쓰러웠는지 자신의 가방에서 티셔츠를 꺼냈다. 웬만하면 안 빌려입을랬는데 너무 더운지라 결국 내게 건넨 티셔츠를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옷을 갈아입고 나니 새삼 나보다 큰 박우진의 덩치에 놀라며 거울을 몇 번이나 쳐다봤다. 어린애가 아빠 옷 훔쳐입은 느낌이 나긴 했다. 이거 박우진이 보면 놀릴텐데.
"뭔데. 옷 훔쳐 입은 거 같다."
"..니가 그 말 할 줄 알았어."
"ㅋㅋㅋ귀엽네."
내 덩치보다 큰 옷을 입으니 내가 옷을 입은 건지, 옷이 나를 입은 건지 모르겠다. 쭈뼛쭈뼛거리며 박우진에게 다가가니 내 예상대로 빵 터진 박우진이 나를 놀렸다. 내 티를 한 번 내려다보고, 박우진을 한 번 쳐다보다가 박우진의 어깨에 냅다 주먹을 꽂았다. 부끄러운 걸 티 낼 방법이 이 방법밖에 없었다.
점심시간이 되자마자 나갈 채비를 하는 박우진을 쳐다봤다. 박우진은 실기를 준비하느라 오전 수업을 마치고나면 춤 연습을 하러 갔다. 일어나서 가방을 챙기는 박우진을 아련하게 쳐다보자 내 시선을 느낀 박우진이 나를 쳐다본다.
"니 그거 같다. 슈렉에 나오는 고양이."
"..."
"아..그렇게 내 쳐다보면 내 마음 약해진다이가.."
"아냐..그래도 가야지."
"니를 두고 어찌 가지. 진짜."
가방을 멘 박우진이 여전히 앉아있는 내 얼굴을 자신의 손으로 감쌌다. 교실에는 자고 있는 애들 몇 명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연습을 하러가는 박우진을 응원하면서도 계속 내 옆에 있었으면 싶고..그래도 박우진을 보내야하니까 내 볼을 잡고 있는 두 손을 떼어내 쎄쎄쎄 하듯 마주 잡았다.
"니 야자 마치고 꼭 전화해라. 알겠제?"
"응. 얼른 가. 연습 늦겠다."
"데리러 올 거니까 어디 가지말고."
"어디 안가. 너 이러다가 연습 늦는다니까?"
"왜 자꾸 보내려고 하는데."
"보내기 싫은데 지금 억지로 보내잖아.."
"내 보내기 싫나."
"그걸 말이라고.."
"그럼 뽀뽀 한 번만."
생글생글 웃으며 박우진이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애들도 있는 교실 안인데 어떻게 해. 못 하겠다며 고개를 도리도리 하자 빠르게 주변을 휙휙 둘러본 박우진이 이내 나에게 짧게 입을 맞추고 떨어졌다. 깜짝 놀라서 박우진의 팔을 때렸더니 아프다고 징징 거렸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니까. 그럼 나중에 집 가는 길에 또 하지 뭐."
"미쳤어 진짜. 얼른 가!"
"알겠다. 진짜 갈게. 연락해."
"응. 잘 가!"
우리가 바닷가에서 첫 뽀뽀를 한 이후로 박우진은 여전히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꽤 스킨십에 능숙해졌는지 포옹이나, 뽀뽀를 어렵지 않게 했다. 나에게 훅 하고 들어올 때마다 얼마나 내가 설레는지 박우진은 모를 거다.
야자를 마치고 박우진에게 전화를 거니 '교문 앞에 있다. 천천히 나온나.' 한다. 천천히 나오라는 말은 못들은 척 하며 교문 앞에 있는 박우진을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교문 앞에서 한 손으로 휴대폰을 만지며 서 있는 박우진에게 다가가 휴대폰을 만지지 않고 있는 손을 낚아 채 잡았다.
"너 또 땀냄새 난다고 떨어지라고 하지마. 냄새 안나니까."
"..뭔 말을 못하게 하네. 가자."
손을 잡자마자 속사포로 말하는 내가 어이가 없었는지 박우진이 낮게 웃었다. 같이 걸어가는 동안 박우진이 없는 학교 얘기를 들려주면 박우진은 조금씩 맞장구를 쳐주며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우리 아파트 단지에 다다랐을 때, 박우진에게 같이 10분만 더 있어달라고 했더니 알겠다고 한다.
"평소에는 얼른 들어라가고 하더니 오늘은 왜그래?"
"..아까 학교에서 나올 때 니 표정이 자꾸 생각나서 그런다."
"내가 표정이 어땠는데?"
"슈렉에 나오는 고양이."
아..하며 고개를 주억거리다가 문득 바라본 곳에는 그네가 있었다. 박우진에게 그네 타자! 하고 끌고 오니 순순히 나를 따라 온다. 두 개밖에 없는 그네에 각자 한 자리씩 잡고 여름의 밤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와 진짜 시원하다. 오늘 낮에도 이랬으면 얼마나 좋아."
"에어컨은 고쳤나."
"응. 석식시간에 수리 하던데."
"다행이네."
"응. 옷은 나중에 빨아서 줄게."
"천천히 줘도 된다."
그래. 하고 답하며 하늘을 쳐다봤다. 까만 배경에 달 하나가 떠있는 모습을 한참을 쳐다보다가 박우진을 쳐다봤다가 눈이 마주쳤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박우진은 나를 한참이나 쳐다보고 있던 것 같았다. 가만히 나를 쳐다보고 있던 박우진이 그네를 타고 있던 몸을 조금 틀었다. 그리곤 손을 뻗어 내 그네를 틀어 마주보게 했다.
"강지윤."
"..응."
"..내가 니 진짜로."
"..."
"좋아해."
바닷가에서 했던 잠깐의 입맞춤이 아닌, 꽤 긴 시간의 입맞춤이 달콤하게 우리를 이끌었다.
* 안녕하세요! 밤구름입니당 * |
1. 우진이가 양아치가..양아치같지 않고..그래서! 다음 화에는 우진이의 양아치미를 뿜뿜 보여드릴 예정입니당 호호
2. 어느새 숫자를 붙여버리고,,말았죠 제가,,,
3. 암호닉 신청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당!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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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