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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까, 좀더 자연스럽게 못해?"  

"후...좀더 고개를 들어봐" 

"아니...왼쪽..아니 살짝 오른쪽..? 웃어. 왜 표정굳어있는데?"  

  

  

연타로 다다다. 모두의 귀를 지치게 하는 경수의 잔소리를,  듣다못한 그의형이자 쇼핑몰 'DO옷걸이'의 사장 승수가 나섰다.  

  

"야, 그만해라. 종인이 이 일 시작한지 고작 이주일됬어.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바라는게 너무 많은거 아니야? 종인이 이런일 처음이라 하잖아." 

  

그소리를 듣고 미간을 한껏 찌뿌리던 경수는 휙하고 고개를 돌리며 촬영장을 나섰다.  

  

"미안해 종인아, 힘들지? 경수가 원래 쫌 저래. 까칠하고 예민하고... 너가 이해해라 그래도 너가 성격도 좋고 잘하는것 같아서 다행이다."  

  

승수가 멋쩍게 웃으며 사과를 전하자 가만히 듣던 종인이 전혀 상관없다는 듯 대답했다. 

  

"네? 뭘요. 다 경험없는 제 탓이죠. 유능한 피팅모델분들 두고 MD추천제품 모델이 된게 황송할따름인걸요" 

  

  

그래그래... 승수가 나지막히 대답하며 한숨을 쉬었다. 조금 무뚝뚝한 면이 없잖아 있지만 저렇게 까칠한 녀석은 아닌데 왜 유독 신입인 종인이한테만 모질게 구는지 당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종인이한테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종인이를 들여온지 사흘째 되는날, 테스트로 찍어본 사진이 너무 잘나와서 사이트에 업로드했다. 결과는 폭발적이었다. 원래도 고객층이 다양하고 입소문도 날대로 나있는 유명한 쇼핑몰이기도 하지만, 종인이가 입었던 옷은 순식간에 품절되고 말았다. 남성의류 쇼핑몰이긴 하지만 왠지모르게 여자고객도 생긴것같고. 기대이상으로 잘일하고 있는 종인이에게 경수는 왜 대체 저러냔 말이다. 한번만 더 그러면 따끔하게 혼을 내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도경수. 28세. 젊은 나이에 갑자기 쇼핑몰이 운영하고 싶어졌다. 그치만 그의 패션센스를 아는 지인들은 그를 만류했고, 그러면 그럴수록 그의 오기는 더해져만 갔다. 결국 사업에 재주있는 그의 형 승수가 발벗고 나서게 되었고 경수는 부사장이 되어 촬영담당을 맡게 되었다. 아직 어린나이지만 28살까지 나름 잘 키워온 애정어린 쇼핑몰이다. 근데 요즘 그 쇼핑몰에 괜시리 이질감이 들었다. 이게 다 김종인. 그녀석 때문이야. 이주일전 김종인이 왔을때 몸좋네. 그생각뿐이었다. 22살이라고 했고 춤을 전공하고 있다고했고 알바로 지원하게 된 피팅모델이랬다. 쇼핑몰 직원모두가 그의 핸섬한 얼굴과 몸매. 다정한 성격에 관심을 퍼부었지만. 흥. 경수는 어째 영 맘에 들지않았다. 처음엔 단순한 열등감때문인줄 알았다. 유치하지만, 나도 그런걸 느끼나보다...했다. 그치만 사흘뒤 그가 피팅한 상품이 대박났을때 문득 떠올렸다. 그것은 열등감이 아니라고. 그럼 대체 뭘까? 내가 뭐땜에 이러는거지? 생각해보니 그가 부러운것은 절대 아니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의 마음을 알수없었다. 왜 그가 그렇게도 밉고 고까운지. 

  

  

방금도 화내고 나온게 조금 미안해지긴했지만...후.. 바람 쐬러 나왔다가 머리만 더 복잡해진것 같아 들어가려는 찰나, 담배 피러나왔는지 입에 담배를 물고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종인을 맞닥드렸다. 경수가 얼굴을 한껏 찡그리며 말했다.  

  

  

"야... 너 담배펴?" 

"아..네. 사장님이 쉬고오라 하셔서요." 

"...장난해? 나 담배싫어. 꺼" 

"네? 여긴 밖이고 금연구역도 아니고.." 

"됐고, 꺼"  

  

  

또 심술을 부려버렸지만. 정말 싫었다 담배는. 하는 수없이 라이터를 집어넣는 종인을 확인한 경수는 그대로 뒤돌았다. 건물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경수의 손목은
무언가에 강하게 잡혀 몸이 돌려졌다. 그리고 돌아간 경수의 몸이 향한곳은 종인의 정면이었다. 화가 날 새도없이 당황한 경수가 어리둥절하게 종인을 바라보자. 종인이 다짜고짜 알수 없는 말을했다.  

  

  

"기억해? 기억해서 이러는거야 지금?" 

"...?" 

"후...기억하면 모르는척 하지말고. 괜히 사람 병신 만들지마." 

"...?" 

"뭐야, 진짜모르는거야? 아님 이것도 연기?" 

"...야" 

"아, 모름 됐어요. 죄송해요 괜한얘기해서"  

"야 너 사람갖고 장난쳐? 무슨소린데"  

"아녜요 들어가세요." 

  

  

크게 한숨을 쉰 종인이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뭐라고 하고싶지만 왠지 큰 사단이 날 것 같은 기분에 그대로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다시 촬영준비를 하면서 경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쟤가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 당최 알아들을 수가없는데. 아님 원래 이중인격자? 다중인격자? 그런건가? 아니면..정말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던지...에이 설마. 그러다가 5년전, 교통사고를 겪고 부분기억상실증에 결렸던 생각이 나자 흠칫, 했지만 곧 생각을 모두 지워버렸다. 이런 생각할시간에 사진 보정이라도 더하는게 낫지 암. 여전히 까칠한 경수덕에 승수와 좀 투닥거리긴 했지만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독립. 스무살땐 좋았지. 그러나 집으로 돌아오면 텅빈 집안이 좀 쓸쓸하긴 했다. 검은 알맹이로 가득찬 캄캄한 집에 불을 키자 탁-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 들어왔다. 부모님은 지방에 계시고. 차라리 형이나 친구들이랑 살면 좋게지만 형은 결혼했고. 친구들은 각자 사정이 있었다. 밥을 차려먹자 순식간에 어질러진 집을 보다가 내일은 토요일이고 주말이니까 좀 쉬어도 되겠지..싶어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한 6시간 잤나. 집을 두드리는 쾅쾅소리에 깜짝 놀라 깨어났다피곤한 나머지 10시쯤 일찍 잠들었기 때문에 지금이 새벽 3~4시쯤 될 터인데 대체 누구지? 자신이 남자긴하지만 워낙 작은체구에,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무서운건 당연한거였다. 인터폰을 들어 현관문 밖을 확인해보니. 전혀 예상치못한 사람이었다. 김종인. 술에 떡이 된것같은데..그냥 무시하고 싶었지만 어찌됐든 내 회사의 직원이긴 하니 문을 열어주기로 결심했다. 누군지 다 알고있지만 형식상으로 누구세요...하면서 문을 슬쩍 열었다. 확- 문이 제쳐졌다. 깜짝놀라 문에서 손을 떼고 두발짝 물러섰다. 역시나 술에 취해 비틀비틀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종인이 서있었다. 황당해서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데 종인이 문을 닫고 집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그리고 마침내 말문을 열었다.  

  

  

"우연히.. 길을가다가..옷을 한무더기 들고 지나가는 너를봤고..." 

  

뭐라는거야. 웅얼거리기는 하지만 알아들을수는 있었다. 문제는 말은 알아들어도 말뜻을 알수없었다. 뭔 개소리야.  

  

"5년만이지만..난 병신같이 너를 알아봤어." 

"..." 

"혹시나..혹시나해서.. 집까지 쫒아 가봤어. 그냥 집문을 쿵닫고 들어가는데.. 내가슴도 철렁하더라" 

"..." 

"도경수...잘살고있구나... 나없어도.. 하긴 너없이 못사는건 나뿐이지 아마." 

  

낮게 웃은 종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확인해 보고 싶었어. 정말 나 기억못하는지. 너가 뭔가 많이 잊었다는거, 잘 알지만 그래도." 

"..." 

"그래서 너의 집앞에서 밤을 샜고 다음날 아침 너가 일하는곳 까지 찾아갔어." 

"..." 

"그리고 지원했다. 그곳의 피팅모델로. 나 알바같은거 필요없어. 우리집 충분히 잘 살고. 나 춤도 잘춰서 전액 장학금으로 춤 배우고 있고." 

"..." 

"그래도 나한텐 니가 우선이니까." 

"..."  

"근데 못알아 보데? 오히려 아주 미운 사람 대하듯하더라.." 

"..." 

"킥...하긴 무의식중에 날 아주 위험하고 나쁜사람으로 기억하고있을수도..." 

  

  

뭐야...머리가 맹했다. 진짜 쟤는 어제부터 왠 뚱딴지 같은 소리만 늘어놓는거야. 머리에 쥐가 났다. 그대로 김종인은 바닥에 쓰러졌고. 별로 몸에 손대고 싶지는 않아서 겉옷만 벗겨주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 뒤 돌아서 지끈거리는 머리를 쓸으며 방에 들어가려하는 찰나 누군가가 나를 뒤에서 앉았다. 머리를 한대 맞은것 처럼 맹해졌다. 날 뒤에서 앉은 누군가가 말문을 열었다.  

  

  

"야.."  

"김종인?...이거 놔. 뭐하는 짓이야" 

"다시 시작하자 우리...응? " 

"..뭐래" 

"나 진짜 5년동안 미친듯이 춤만 쳤고, 아무렇지 않은척했지만 죽는줄 알았어. 너 없어서." 

"제발..무슨소린지 알아듣게좀 말해!" 

  

드디어 터져버렸다. 참고 참았던 알 수 없는 감정과 저 멀리에서부터 시작된 수천, 수만개의 물음표들이.  

  

"그니까! 이 씨발 나랑 다시 만나달라고! 아무것도 기억 못하는 병신새끼야!"  

  

악을 쓰듯 소리지른 김종인은 그대로 나에게 입맞춰왔다. 거칠게. 근데 나를 대하는 입술과 혀는 우습게도 부드러웠다. 다정했다. 그 유혹에 순간 속을뻔했다. 나는 이사람을 오래 사랑해 왔노라고.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라고. 그러다 번뜩, 정신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크나큰, 스스로도 납득할수없는 소설을 써버린 나 자신이 혐오스러워졌다.  

  

  

"읍..하아..이거 안놔? 흐읍.." 

온힘을 다해 반항해봤지만 소용없었다. 이 새낀 대체 뭘까? 내가 지금 남자랑, 그것도 싫어하는 놈이랑 대체 뭘하는 거지?  

"흐...하아..하아...뭐하는거야!"  

  

  

겨우 입술은 떼어졌지만 그대로 나를 꼭 안은 김종인을 올려다 보며 소리쳤다. 근데, 난 바보같게도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김종인은. 울고있었다. 처음엔 눈물 몇방울이었지만 점점 서럽게 울어제끼기 시작했다. 왠지.. 정말 왠지모르게 내마음 깊은곳에서도 비가 내리는 듯했다. 뭐지. 이 감정. 아니 아니다. 난 지금 감정질하고 있는게 아니야. 단지.. 그냥 단지 기분이 이상했다. 뭐지 이새끼? 그리고.. 아주살짝... 얘와 나사이에 무슨일이 있어도 단단히 있었음을 조금 받아들이게 되었다. 만약 아니라면 이놈이 진짜 정신병자이거나. 어쩔줄 모르고 있는데 김종인이 다시 말을 꺼냈다. 

  

  

"형..도경수.. 나 죗값받을게 다.. 근데 그 죗값 니 옆에서 치룰래.. 이기적인거 알지만.."  

이번엔 진짜로 김종인이 잠들었다. 내 어깨 위에서. 나는 미동도 할 수없었다. 뭔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린 느낌이었다.  

  

  

  

  

  

  

  

어디서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른채. 

  

  

  

  

  

  

  

  


법을티의 말 

안녕하세요! 법을티 에요ㅎㅎ 처음으로 루민썰 두개를 소심하게 올려봤는데 부족한 글이지만 조회수가 1000넘는다는거에 감격했습니당...ㅠㅠ엉엉 

제 글실력주제에 썰정도는 휘갈겨도 소설은 엄두도 못낼거라 생각했지만...소재는 마구마구 생각나는 바람에..욕심을 부려버리게 됬네요.. 

아마 일주일안에는 루민 팬픽으로 올것 같아여ㅎㅎ  

  

참고로 이 조각은 그냥.. 생각없이 ..쓴거니...무시하고 지나가 주세여ㅠ 별 내용도없고... 

30분만에 휘다닥 쓴거라 머리만 아프시고 페이지 끄실수도 있으시겠어여 아마..ㅋㅋㅎㅎ 

그리고 이 글이 다소 무거운 분위기로 보이실수 있으시겠지만 츤데레 경수와 노력하는 종인 좋지않나여...감춰진 내용은 엄청 달달하답니당(물론 제 상상속에서) 

비루한 글재주이니만큼 무거운 분위기의 글은 잘 쓰지못해요ㅠㅠ 성격적으로 힘든것도 있공.. 아마 들고 찾아뵐 루민 소설도 달달할 것 같네영ㅎㅎㅎㅎ 

내일은 드뎌 불금이져...행복한 맘으로 호모와 함께하는 야심한 밤 되새여/....ㅎ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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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궁디에요
도경수 기억해(부들부들) 김종인 일단 자지마..얘기를 좀더 해보지..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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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티
ㅠㅠ힝 이런 글에도 댓글이 달리다니 영광이에여...당분간 종이니는 계속 잠들어있을 예정이랍니당...ㅋㅋㅋㅋ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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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헝헝대박 더써주셔요 조각글로 끝날게 아니에요!! (단호)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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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티
흡....일단 루민이 소설을 연재할계획이라 카디는 좀 늦어질것 같네여...댓글 감사헙니당 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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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헐 다음편없나요??ㅠㅠㅠㅠㅠ 뒷내용이너무궁금해요 경수랑 종인이랑 대체 무슨일이있었던건가요???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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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티
ㅋㅋㅋ큐ㅠㅠ댓 감사해여...감덩..ㅠ 루민소설 연재계획중이라 좀 늦어질것 같긴하지만 또 머리가 아프면 카디로 돌아올지도...소금소금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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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네?조각이끝이라구요??설마요ㅠㅜㅜㅜㅜㅜ종인이가 무슨 죄를 졌길래 경수한테 저럴ㄲ여ㅜ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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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티
언젠가 시간이되면 연재할수도있겠지만 워낙에 별거없는픽이라...ㅋㅌㅋㅋㅋ관심감사해야ㅠㅜㅎㅎ♥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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