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Sereno - Star flower
"내가 대충 던지라고 했지, 누가 잘 던지래."
"야, 내가! 별명이 시구 여신이야."
"잘 던진다는, 그 무언가가 공이라고는 안 했어."
"아악!"
여주가 들고있던 깔라만시 캔을 태형의 손에 넘기며, 오른손을 둥글게 말아 세게 던지는 시늉을 해 보였다. 그리고 기세등등한 얼굴로 어깨를 으쓱이다가 결국 태형에게 한 대 맞고 만다. 항상 미소를 잃지 않고, 착하며, 만인에게 인기가 많은 태형의 손에 맞는 일은 매우 드문데 여주에겐 하루 일과의 일부였다. 정수리를 슥슥 문지르던 여주가 분하다는 듯 발로 바닥을 차며 매서운 눈초리로 태형을 째렸다. 그러면 태형은 자연스레 깔라만시 캔에 꽂혀있던 빨대를 여주의 입에 물려준다.
"야, 이 새끼야! 왜 때려!"
"개떡같이 말하면 찰떡같이 알아들어야지."
"...너는 도대체 그런 말을 누구한테 배우는 거냐."
"정국이."
여주는 또 그 자식이냐, 하는 표정으로 거의 바닥을 보이는 깔라만시 캔을 시끄럽게 호로록 빨았다. 그리고 2학년 층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며 1학년 층 복도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훑었다. 그러자 여주를 아는 1학년 학생들이 서로의 눈치를 살피다가 쭈뼛거리며 교실 안으로 몸을 숨겼다. 어느덧 복도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바깥에서 들어오는 더운 공기만 맴돌고 쉬는 시간은 거의 끝이 나는데, 여주는 아랑곳 않고 누구를 찾는 듯 고개를 빼고 기웃거렸다.
결국 보다 못한 태형이 여주의 머리를 한 팔 안에 끼운 채 마저 계단을 밟았다. 그리고 여주와 태형의 1학년 후배, 정국을 찾던 여주는 갑자기 머리가 앞으로 쏠리자 발버둥을 치며 저항을 했다. 하지만 힘이 딸리는지 곧 포기를 했고, 대신에 그늘에 널은 김처럼 축 늘어져서 입술을 툭 내밀고 투덜거렸다. 정확한 문장이 아니어서 한번에 파악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얼추 내용은 태형에게 이상한 말만 가르친다는 정국에 대한 욕이었다.
"씨, 배우는건 좋은데! 배운걸 응용하기 전에 이게 맞는건지 틀린건지 판단을 먼저 해야지!"
"적반하장도 유분수래, 성질을 부려야 할 사람이 누군데."
"허..."
"이건 정국이 말고, 남준이 형한테 배웠어."
"3학년 교실은 또 언제 가서 배웠냐."
접힌 교복 와이셔츠 카라를 정돈하던 여주, 태형의 말에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입을 다물 줄을 모른다. 정국과 남준을 만난 이후로 태형의 언어 구사 능력이 일취월장 수준이다. 어릴 적에는 짖궃은 또래 아이들이 태형이 <맨날 건강했으면 좋겠어>, 라는 말을 실수로 <건강 맨날 해>, 라고 했다며 하도 놀려서 그 시절의 골목 대장이었던 여주에게 밟히곤 했는데. 비록 1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은 힘을 겨루면 태형이 여주보다 한참 우위에 있다. 이제 체육 수행평가를 하면 김여주는 ALL D 이고 김태형은 ALL A 였다.
갑자기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자존심의 절반이 잘리는 듯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안면 전체를 찌푸리며 태형을 노려보니, 태형이 무서운 눈매를 하고 여주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었다. 화들짝 놀라서 상체를 뒤로 빼면, 문득 태형의 허전한 와이셔츠 카라가 눈에 띄었다. 분명 남학생의 하복 구성에는 넥타이가 있는데 태형은 넥타이 없이 밋밋한 와이셔츠만 입고 있었다. 그 때, 번쩍! 하고 불과 아침에 있었던 일이 뇌의 수면 위로 두둥실 떠올랐다. 그제야 태형이 했던 모든 말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하하, 내가 너한테 시구 여신이라는 뭣 같은 소리를 하다니."
"한 대만 때린 것을 감사히 여겼으면 해."
"제가 당장 넥타이 사다 바칠까요?"
"됐어, 색종이로 만들어서 메고 다닐거야."
"에이- 그러지 말..."
태형과 여주는 7살 때 유치원에서 처음 만났던 날을 기점으로, 어느새 11년 째 친구로 지내고 있었다. 남자는 무조건 남자와 놀아야 해, 여자는 무조건 여자와 놀아야 해! 하는 관념은 태형과 여주에게 그저 개 짖는 소리에 불과했다. 손을 잡고 놀다 보니 잘 맞았고, 치고 박고 싸우는 과정에서 사이는 더욱 돈독해졌고. 그야말로 친구를 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게다가 알고보니 여주는 윗집에 살고 태형은 아랫집에 사는 이웃이었으니, 각자의 부모님도 친분을 쌓으며 자녀의 원만한 관계를 도우라는 신의 계시였다.
"그러면 자두 무늬로."
"자두고 지랄이고 나발이고, 미친놈아...헙."
"미친놈?"
태형의 타오르는 시선에 흐르지도 않는 땀을 닦는 여주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핏대를 세우며 대들 때는 언제고, 여주는 언제 그랬냐는 듯 태형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쩔쩔 매고 있었다. 여주는 픽, 하고 웃으며 앞서 걷는 태형의 뒤를 쫄쫄 쫓아가며 속으로 다짐했다. 앞으로 늦잠을 자서 지각을 하는 날엔 태형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기꺼이 그의 노예가 되어 충성을 바치겠노라고.
[ "태형아..." ]
[ "왜 그렇게 아련하게 부르냐, 안아주고 싶게." ]
[ "닥쳐, 십팔." ]
[ "단어 선택이 별로였나." ]
[ "너는 항상 별로였는데, 오늘은 특히... 아니, 이게 아니라!!!!" ]
[ "그래, 설마 네 목이 허전한 것을 보니 넥타이를 놓고 왔다던가..." ]
[ "댓츠 롸잇!" ]
때는 몇 시간 전, 아침이었다. 태형과 여주는 유년 시절부터 등굣길을 함께 걸었다. 항상 먼저 일어나는 쪽은 여주여서 늘 그녀가 태형을 깨웠고, 태형도 반복된 생활 패턴에 익숙해져 여주가 깨우지 않으면 쉽사리 잠에서 헤어나오지 못 했다. 그런데 최근에 한 드라마에 빠진 여주가 밤을 새워 정주행을 하는 바람에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말았다. 결국 태형의 부모님에 의해 평소보다 1시간을 늦게 기상을 한 태형도 여주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 되어 씻지도 않은 채 집을 나와 떠나려는 버스를 어렵게 붙잡았다.
그리고 여주는 학교 정문이 보일 무렵에 깨달았다, 넥타이를 잊고 메지 않았다는 것을. 교문은 분명 불도저 같은 체육 선생님이 대나무를 꺾어 만든 회초리를 들고 지키고 있을텐데 말이다. 넥타이 또는 명찰을 착용하지 않은 학생, 혹은 용모 및 복장 불량인 학생이 보이면 가차없이 회초리를 휘두르는 체육 선생님이다. 그 회초리에 맞은 경험이 있는 여주는 말은 상큼하게 하지만 안색은 이미 파랗게 질려 있었고, 그녀를 안쓰럽게 보던 태형은 자신의 넥타이를 주욱 당기더니 그것을 풀어 여주에게 건넸다.
[ "너 이거 메고 들어가." ]
[ "헐... 야, 너 나 좋아하냐...?" ]
[ "지랄도 병이라던데, 너는 중증인 것 같아." ]
[ "미안한데, 너한테 옮은거야." ]
[ "아무튼 너 이거 메고, 쌤 눈치 보다가 나한테 다시 던져." ]
[ "너무 잘 던져서 쌤이 보면 어떡해?" ]
[ "그러니까 대충 던져, 기어서라도 받으러 갈 테니까." ]
그렇게 태형의 넥타이를 멘 여주는 마치 전쟁에 참전을 하는 듯한 비장한 얼굴로 교문을 향해 걸었다. 한번에 교문을 통과하는 많은 학생들을 빠르게 스캔하기 위한 체육 선생님의 눈동자를 굴리는 속도가 전투기 양 쪽에 달린 날개의 뺨을 칠 기세였다. 그리고 곧 여주의 온몸을 훑는 시선에 죄인 마냥 흠칫, 움찔하고 마는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경련이 일어난 입가를 가린 채 고개를 숙였고 다행히 별 의심 없이 교문을 지날 수 있었다.
그리고 조심스레 뒤를 돈 여주는 체육 선생님의 눈치를 살피며 까치발을 세워 태형을 찾았고, 이내 두 팔을 휘휘 젓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 어찌나 순발력이 좋은지, 체육 선생님이 태형을 보려고 고개를 돌리면 팔을 슥 내리는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았다. 하지만 감탄할 새도 없이 태형에게 넥타이를 던질 준비를 하던 여주, 태형의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 있는 힘껏 넥타이를 날렸다.
그리고 넥타이는 위로 붕- 떠서 태형의 근처가 아닌, 한 학생을 훈계하던 체육 선생님의 대머리로 안착했다. 대충 던지라던 태형의 말을 잘 들었어야 했다. 너무 잘 던져서 쌤이 보면 어떡하냐는 걱정이 무색하게도, 체육 선생님의 관심 뿐만 아니라 사랑의 매질도 받게 생겼다. 체육 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학생들이 얼어붙던 찰나, 빠르게 상황 파악을 마치고 정신을 차린 태형은 멍하니 선 여주의 손을 붙잡고 교실로 뛰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도망을 쳤다.
결국 목숨줄을 얻은 대신에 그녀의 불찰로 태형의 넥타이를 잃은 여주는 본의 아니게 약점을 잡히고 말았다.
"아니, 당~ 연히-"
"..."
"우리 태태가 자두 무늬 넥타이를 메신다면 하늘에 뜬 별을 모~ 조리 삼킨 듯 눈부시겠죠."
"당연하지, 잘 아네."
"...그런데 선생님께서 보시면 태형 님이 전교생 명단에서 제명 당하시지 않을까요?"
좁은 보폭으로 열심히 태형의 뒤를 따르며 아부를 하던 여주, 태형의 기고만장한 태도에 눈을 가늘게 뜨며 급격히 걷는 속도를 줄여 거리를 넓힌다. 왕자병 기질이 다분한 말투에 오장육부에 소름이 돋아 뒤틀리는 것만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주는 아직까지 넥타이를 살 의향이 눈곱 만큼 남았다는 것에 자신의 넓은 초원과 같은 아량에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리고 태형의 뒤통수에 대고 가운데 손가락을 펼치고, 허공에 대고 주먹을 휘두르며 툴툴거렸다.
"교복 넥타이가 뭐, 얼마나 한다고...쪼잔한 새끼."
"다 들리는데."
"사랑해."
"아, 그 말은 안 들린다."
-
"이 오빠, 정신 나간 거 아냐?"
예상치 못 했던 상황에 당황한 여주의 동공이 양 옆으로 떨렸다. 4교시 수업을 마치고 태형이 아닌 다른 여자 사람 친구와 급식을 먹은 뒤 교실로 온 여주는 무심코 책상 위를 봤다가 검지 손가락과 중지 손가락을 들어 그대로 두 눈을 찌를 뻔 했다. 원인은 다름 아닌 여주의 책상 위를 채우고 있는 분홍색 편지 봉투, 여기서 핵심은 '채우고 있는' 이었다. 여주가 어림 잡아 봐도 편지 봉투는 스무 개를 족히 넘어 보였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편지 봉투에 적힌 필체가 모두 한 사람이 쓴 것처럼 동일하며, 전부 '백유현' 이라는 익숙한 석자가 기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밥을 먹고 난 직후여서 그런지 편지 봉투를 보자마자 속이 아픈 것 같기도 하고, 머리도 지끈거리는 듯 했다. 이마를 짚고 남은 인생을 살면서 쉴 한숨을 몰아서 내쉰 여주가 눈꼬리를 축 내리며 머리를 숙였다. 그러자 여주의 정수리로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곧 타인에 의해 머리를 들게 된 여주는 눈을 크게 떴다.
이 섬섬옥수 같은 정갈하고 예쁜 손, 태형이었다.
"아, 아하하! 이게 뭐지? 누가 보냈을까?"
"편지고, 그 형이 보냈겠지."
"에이, 아닐 수도 있지! 편지도 그냥 편지가 아니라 행운의 편지일 수도..."
태형의 편지 봉투를 꿰뚫는 듯한 눈빛에 울며 겨자 먹기로 봉투에 친절히 표시가 된 절취선을 뜯는 여주, 그리고 편지지를 꺼내는데 한 장이 아니라 무려 세 장이었다. 글씨 크기는 작았고, 글씨 모양은 반듯했으며, 수정을 한 자국 없이 깔끔했다. 또한 어느 여자든 이런 편지를 받으면 심장이 두근거릴 만큼 정성이 가득 담겨 있었다. 단, 여주를 제외하고. 여주가 심신 안정을 위해 쉼호흡을 하며 편지의 첫 줄을 읽었다.
< 이 편지는 우리가 못 보는 여름 방학 5일 째에 읽는... >
공백을 포함하여 고작 29자를 읽었다. 여주는 오그라드는 주먹을 입에 넣고 아그작 씹고 싶었다. 이 편지의 저자, 백유현. 본교 3학년이며 여주가 중학교를 다닐 적부터 2년하고도 반년 째, 성심성의껏 구애를 하고 있는 순애보였다. 그리고 여주는 유현이 한 달에 한번 꼴로 했던 총 24번의 고백을 모두 찼다. 예쁜 얼굴과 털털한 성격에 타고난 사교성, 누구에게나 사랑 받을 만한 요소 3박자를 고루 갖춘 여주는 태형과 함께 학교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유명 인사였다.
고백은 밥 먹 듯이 받았고, 거절 또한 밥 먹 듯이 했다. 그래서 본교 남학생 일동은 고백을 하면 백전백승이 아닌 백전백패인 여주와 사귀기를 포기했다. 그러나 딱 한 사람, 유현은 포기라는 것을 몰랐다. 소문에 의하면 유현의 좌우명이 Don't give up 이란다. 그리고 여주는 유현을 기피하다시피 싫어했다. 성실하고 상냥한 유현과 사귀지는 않아도 친한 선후배 사이로 지낼 수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여학생들의 호기심이 묻은 질문에는 매번 노코멘트였다.
"뭐, 뭐? 우리가 못 보는? 5일 째?"
"..."
"지랄 옆차기를 해라! 이 미친 새..."
"..."
"우, 우와- 그런데!"
"..."
"너는 이 씹, 아니, 이 오빠가 보낸 편지라는 거 어떻게 알았어?"
"..."
"나는 가끔 너의 천재적인 두뇌에 경의를 표하고 싶어."
입을 꾹 다물고 여주가 하는 소리를 잠자코 듣던 태형, 물에 젖은 칫솔을 든 채 교실을 나간다. 그리고 엄습하는 불안감에 태형의 뒤를 쫓는 여주, 역시나 3학년 층으로 가는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머리를 헝클이는 여주는 냉큼 달려가 가까스로 태형의 손을 붙잡았고, 딱딱하게 굳은 얼굴의 태형은 여주와 마주했다. 하마터면 내신과 수능을 준비하느라 힘들 죄 없는 3학년 선배에게 좋지 않은 눈도장을 찍힐 뻔 했다. 엉망이 된 옆 머리카락을 귀에 꼽는 여주가 목청을 높였다.
"야! 너 어디 가는데, 지금 그 언니한테 가려고 그러는 거지!"
"응."
"왜? 가서 뭐라고 하려고."
"너한테 편지 그만 보내라고, 그 형한테 전하라고 할 건데."
"오히려 너 보면 태형아, 좋아해! 할 언닌데, 네 말을 가만히 들어줄 것 같아?"
비록 이름은 나오지 않았지만 여주와 태형이 쉴 틈 없이 언급을 하는 언니, 백유라. 벌써부터 풍기는 뉘앙스만 봐도 짐작이 갈 것이다. 본교 3학년에 재학 중이며, 놀랍게도 유현과 이란성 쌍둥이 남매이다. 그리고 같은 피가 흐르고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쌍둥이라서 더 그런지, 남매는 쌍으로 여주와 태형을 일방적으로 짝사랑을 하고 있었다. 말만 짝사랑일 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백씨 남매는 거의 집착 수준이었다.
아무리 싫다고 해도 여주와 태형의 일거수일투족을 영어 단어 마냥 줄줄 외우고 있었고, 머릿 속에 든 생각은 온통 어떻게 고백을 해야 내 마음을 알까? 였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여주와 태형의 마음을 얻기 위해 백씨 남매는 혈육이자 서로의 조력자가 되기를 자처했다. 달력을 한 장 씩 넘길 때마다 좌뇌와 우뇌를 둔기로 후려칠 만한 계획을 들고 와 학교를 발칵 뒤집는 것이 예였다.
"나 다 잊었어."
"..."
"정말이야."
"몰라, 비켜."
평소에 화를 내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정색을 하면 무섭다고 하던데, 태형이 그랬다. 여주는 잊을 수 없다. 태형과 여주의 콘크리트 같던 관계가 한 순간에 무너지던 때를, 그 당시에 태형이 여주에게 지었던 싸늘한 얼굴을. 그래서 여주는 태형이 별 것도 아닌 편지 봉투에 돌변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태형의 행동은 지우고 싶은 나날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길을 걷고 있는 친구를 지키기 위한 것이기에, 여주는 그가 고맙기도 했다.
"크으- 나는 우리 학교에 태형이라는 애가 그렇게 좋더라."
"좋으면 자두 무늬 넥타이 사줘."
"또라이야."
-
"자두 넥타..."
"자두 타령 그만 해라, 나 감옥 가는 꼴 보기 싫으면."
"...죄목은?"
"살해."
고기를 먹자는 태형의 어머니, 윤 여사의 제안에 학원을 간다는 핑계로 야간 자율 학습을 뺀 여주는 태형의 집이었다. 여주의 부모님은 같은 회사에 다니는 꽤 높은 직급에 위치한 직원이다. 그리고 현재, 승진을 조건으로 건 사장의 권유로 여주의 부모님은 장기 해외 출장을 간 탓에 집을 비운지 오래였다. 그래서 민폐인걸 알면서도 여주의 부모님은 떠나기 전, 혼자 남을 딸이 걱정이 되어 윤 여사에게 자신들의 자녀가 밥을 거르지 않게만 신경을 써 달라며 그녀를 맡겼다.
그리고 윤 여사 덕분에 여주는 귀찮아도 끼니를 챙겼고, 여주의 부모님이 안심을 하고 일을 할 수 있을 만큼 아무런 탈 없이 지낼 수 있었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 일과를 마칠 수 있었던 이유는 윤 여사의 보살핌에 있었다. 배 부르게 고기도 먹고, 집에 가려는 여주에게 과일도 먹고 가라는 윤 여사의 아쉬운 목소리에 자두와 복숭아도 위가 터지게 먹었다. 또 오랜만에 대학생인 태형의 누나, 태은의 방에서 자고 가라는 태형의 아버지, 태훈에 의해 지금은 편한 옷으로 갈아 입은지 오래다.
그리고 자기 전, 태형의 방에서 놀 참이던 여주는 미미한 정도로 삐진 상태였다. 여주는 최근 들어 모두의 마블, 이라는 카카오 게임에 빠져 하루에 한 판은 필수적으로 하곤 했다. 그래서 어김없이 태형이 누운 침대 헤드로 휴대폰을 들고 다가가 게임을 하자고 했다. 그러자 메신저를 주고 받는 중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하고 있던 중이었는지, 열심히 휴대폰 액정을 두드리던 태형이.
[ "네 게임 스펙 별로여서 노잼." ]
[ "이 난쟁이 똥자루 같은 새끼가..." ]
[ "너랑 하면 재미없어." ]
[ "그래, 안 해! 진작에 말하지, 왜 이제 말 하냐?" ]
[ "지금 말하고 싶어서." ]
이렇게 해서 먼지보다 작은 크기 만큼 화가 난 여주는 괜스레 심통이 나서 태형이 하는 모든 말을 무시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휴대폰에 온 신경을 쏟으면서도 여주를 힐끔, 쳐다보던 태형은 연신 그녀를 건드리며 말을 걸고 있었다. 결국 패배를 선언하고 편한 자세로 바꾸는 태형은 무의식적으로 침대 앞에 놓인 여주의 가방으로 시선을 옮겼다. 태은의 방에서 자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짐까지 놓을 수는 없다더니, 정작 태형의 방에는 서슴치 않고 자신의 가방을 던지던 여주.
그렇게 여주의 가방을 보다가 흥미가 떨어져 마저 휴대폰을 하려는데, 하필이면 살짝 열려있던 가방 틈새로 분홍색 편지 봉투가 보였다. 싫다고, 싫다고, 노래를 불러도 정이 많은 여주는 유현이 준 스무 개가 넘는 편지 봉투를 버릴 용기는 없었다. 편지 봉투를 보면 그 더러운 인간이 떠오를 것이 뻔하면서도. 백유현, 그리고... 분홍색 편지 봉투를 보며 유현의 이름과 언급도 꺼려지는 이름을 입 속에서 곱씹던 태형, 이성을 잃은 듯 충동적으로 여주를 부른다.
"야."
"나는 나랑 모두의 마블 안 하는 사람이랑 상종 안 해."
"여주야."
"상종 안 한다고, 말 안 할 거야."
"김여주."
"나랑 사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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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공손히 인사 올립니다 (_ _)(^ ^)
푸망이라고 합니다!
까마득한 어느 날, 독방에서 "이 소재 어떠세요?" 하고 여쭈었던 그 자가 바로 접니다.
하하, 원래 그 당시에 연애 조작 사기단 A편을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토록 늦은 이유가... 홀라당 쓴 것을 날려버렸습니다.
임시 저장의 중요성을 깨달은 바입니다.
그래서 부랴부랴 기억을 되살려서 쓴 것이 바로 오늘 올린 연애 조작 사기단 A편이구요!
브금만 고르는데 10분이 걸렸어요ㅠㅠ 내용 분위기가 이랬다 저랬다 하는 것 같아서 말이죠...
그리고 역시 내용은 처참합니다.
글을 날리기 전에 썼던 내용은, 분명 당찬 포부와 타오르는 열정을 가지고 써서 그런지 제가 봐도 괜찮다! 싶었는데...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기필코 게으른 제가 훼까닥 돌아서 부지런한 날이 오면 손을 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연애 조작 사기단을 제외한 나머지 소재도 있었는데요...
그것도 쓰고 있었는데...
휑~ (=모든 것을 함축하는 음성 상징어)
그래서 지금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한 소재는 내일 올라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과연 읽어주실 독자 분들이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초면이지만 사랑합니다♥
아, 그리고 혹시 치환 기능 원하시면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바로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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