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열] 천만번째 남자 034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8/3/0/8307e1aa4ce74ba03683c809c5107821.jpg)
[수열] 천만번째 남자
034. "자 다시 촬영시작할게요" 감독의 큰 소리에 명수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을 내려놓고 성열은 명수와 눈을 다시 마주보았다. 명수는 성열의 어깨를 양손으로 꼭 부여잡고 살며시 웃어주었다.
"잘하고와, 화이팅 이성열" "...너두 힘든데 가, 녹화하고 와서 힘들었을거아니야" "하긴..나도 연습있다, 다하고 전화해 알았지?" "가서 푹쉬어"
빨리오라는 매니저의 말에 성열은 다급하게 명수에게 얘기하고 등을 먼저 돌렸다. 명수는 머리를 툭툭 털고 주머니에 손을 꽂은채 세트장을 나왔다. 나오자마자 마주친건 밖에서 손을 오들오들 떨며 호호 불고있는 성종이였다.
"너 왜안들어오고 이러고 있었어" "그냥..자꾸 이상한애 들어오듯 쳐다보는거같아서 나왔어"
"나 너희집좀 잠깐만 빌리자"
"우리집..?"
"성열이 진짜 힘든데 맛있는것좀 해주게, 니가 좀 도와줘..내가 음식으론 뛰어난 손이 아니거든" "...진짜 너네 콩깍지들이..참..대신 나도 하나만 뭐좀 알려줘"
"뭐"
"국자 안줬어"
"누가"
"남우현,"
"그래서?"
"번호좀알려줘, 난 절대 다른뜻이 있는게아니고..국자받으러.." "국자 그거 그냥 버려 새거사줄게"
"안되..!!!...할인마트에서 그거 단종상품 두개있는거 딱 골라온건데!!!..안판단 말이야..그리고 그때 성열이 구해줄려고..김성현ㄷ..헙.."
"뭐?" 성종은 순간 입을 틀어막은채 눈을 땡그랗게 떴다. '김성현'이라는 이름이 나오자마자 엘의 얼굴이 확 구겨졌다.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론 생각했다. '죽었다 진짜..'
"아니!!...그냥 남우현 번호알려주면.."
"그뒤에..성열이를 구해줄려고?"
"...어..?...어어...아니야 아무것도!! 집 빌려줄게!! 우리 얼른 마트.."
"말하라고 뭐야"
성종이 명수의 팔을 끌고 가려하자 명수는 딱 멈춰선채 성종의 팔을 뿌리치고 굳어진 표정으로 물었다. 성종은 이 추운겨울날에 식은땀이 뻘뻘 흘를 지경이었다. 어쩌지..어떻게하지..왜 하필 그 순간에 김성현 돌대가리 이야기가 나올려 해서..하...미치겠네... "이성열하고 김성현 둘이 또 뭔데..얘기하라고"
"엘아..그냥 모르는척 해주면안되?"
"이성열하고 김성현 둘 사이에 무슨일이 있었고, 김성현이 이성열한테 왜 또 왔는데"
"..하..."
"말해"
"..." "얼른 말안해!!!?" 자꾸만 뜸들이는 성종이 답답할 따름이였다. 김성현 이성열. 둘을 생각하면 김성현을 당장이라도 가서 죽여패고 싶은 맘이 절로 들었다. "김성현이..집앞에 또온 모양이야.."
"...개가..왜" "너도 알겠지만..성열이가 김성현 얘기만 꺼내면..완전 죽는거 알지..성열이한테 티는안냈지만" "..."
"녀석은 늘 내앞에선 웃었지만 방에 들어가자마자 울었어..어느날은 엄청 다쳐서 온거야"
"..." "내가 아직도 그 생각하면 분하고 눈물이나는게.."
"..."
"이시기쯤이였지..김성현이 성열이를 지 멋대로 탐하기시작한건..마구잡이로 정신놓을때까지 때리다가..그래.." "..."
"말그대로 그새낀 가진게 많잖아. 성열이는 당장이라도 노래가 급한애였고, 성열이는 그 팀안에서 나가는걸 제일 두려워했으니까"
"..." "자기 엄마를 위해선 지 몸따위 버려도 상관없다는 그런말을 나한테 한번은 했지.."
성종은 명수와 함께 차에올라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미 성종의 눈가는 촉촉해져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명수역시 입술을 꾹 물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성열이는 김성현 장난감이였지..근데 이제 좀 풀리나 싶더니..비슷한 이 시기에 또 나타나서"
"..." "성열이를 또 어떻게 팼는지 모르겠는데 애가 넋을 놨더라고..애 뒷목을 힘줘서 잡고 끌고가더라고.."
"..씨발.." "내가..그쪽에 있어서 다행이지..그래서 국자로 때린거야, 머리통을..성열이 데리고가고.." "..." "성열이는 그날 국자가 웃기다며 웃었지만 몸은 엄청 떨고 있었어..지난번 기억이 다시 떠오르니까.."
"..." "엘아..이건 성열이가 너가 몰랐으면 좋겠다고 절대 말하지말랬어..그냥 알고만있어..그날 아무일도 없었고,"
"..." "여기서 니가 성열이한테 뭐라하고 따지면..성열이 가슴 후벼파는거야, 비밀로 지켜줘.."
"그래.." "..."
"내가 이렇게 분해봤자..당장은 그새끼한테 할수있는게 없으니까.."
"..."
"열심히 김성현 밟겠다고 지금 이악물고 올라서는 이성열.."
"..."
"우리 성열이..밥이나 얼른 먹여서 힘내라고 말이라도 해줘야지..그래..알았어"
명수의 머리가 멍해졌다. 그날 연말무대가 조금이라도 일찍 끝났다면..집이라도 데려다주는건데..그딴새끼랑 엿같은 기억 안떠오르게 옆에서 있어주는건데..이미 후회해봤자 늦어버렸지만 왜 갑자기 아까 힘들어하던 녀석의 모습이 생각나는걸까..당장이라도 얼굴이 왜이렇게 보고싶은건지..모든 마음을 꾹 눌렀다. "여튼 나 말해줬으니까 남우현 번호 알려줘..그 국자 나한텐 소중한거야"
"넌 진짜 국자에 참 진지하다..여기, 받아적어"
명수가 우현의 번호를 핸드폰으로 보여주며 성종에게 건넸고, 성종은 보는 즉시 받아적어 옮겼다.
. . . "성열이 곧 오겠다, 문자왔네" "갠 나보다 너래냐?"
"내가 먼저 보냈으니까 왔겠지, 질투할걸 해라"
"질투 아니거든?"
"집으로 오라했으니까 둘이 잘지내쇼, 난 남우현 만나러가야지 국자받으러"
"참.."
"갔다올게,"
"고마워"
"이정도 가지고 뭘, 헤브 어 굿타임"
성종이 핸드폰을 든 손으로 흔들며 집을 나갔고, 성종과 함께 한 요리를 하나하나 올려놓으며 혹시나 맛이 짠가 싱거운가 간을 여러번 보았다. 혼자 남아있는 이 시점에서 왜이렇게 두근대고 손에서 땀이 나는지 명수는 손땀을 옷깃에 몇번이고 문질문질하며 닦아냈다. 그것도 잠시, 비밀번호 치는 소리가 들리며 문이 열렸다. 정말로 피곤에 쩔어보이는 녀석의 얼굴이 가장먼저 비춰졌다. 그 모습을 보며 명수는 한발한발 다가갔다.
"성종...어..엘아..?"
피곤한 목소리로 성종이를 부르던 성열이 바로앞에 있는 명수의 얼굴을 보고 깜짝놀랜듯 눈이 동그래졌다. 명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엘아..너 연습있다며, 왜 여기있어"
"다 뻥이지..연습은 진짜 있는데 조금있다가 있어"
"..." "많이 힘들었지?"
명수가 손으로 성열을 끌어와 어깨동무를 하며 볼을 다른 손으로 만져주었다. 성열은 명수를 보며 끄덕 거렸고 명수는 그냥 샐쭉 웃을뿐이였다.
"내가 밥해놨어, 밥먹자, 하루종일 야채만 먹었다며"
"..밥?.."
"내 예쁜이 먹여야지 맛있는거..너 채소만 먹는거 내가 못봐," "이걸 너가 다 차린거야?" "그럼..!..." 조금찔리지만..의미있는 거짓말은 필요한 법이니까..명수는 찡긋하며 의자를 꺼내어 성열을 먼저 앉혔다. 성열도 이런 음식이 먹고싶었던 모양인지 자기도 모르게 꿀꺽 하는 제스쳐를 보였다. "먹어,"
"너두 먹어"
"너 먼저 먹는거보고.."
성열이 먼저 숟가락을 들으며 먹자 명수는 자동으로 엄마미소를 뿌듯하게 지었다. 녀석은 정말 너무나도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렇게 맛있냐?" "진짜 맛있다..야채랑은 차원이 다르다..근데..이거 사장님한테 걸리면.." "엘이 무작위로 먹였다고해, 어쩔거야 토해내라고 할거야? 뭐 어쩔거야"
"엘아"
"왜" "너무 감동이다..맛있어, 나 너 요 몇일동안 되게 보고싶었는데.."
"..요 몇일?"
순간 명수의 표정이 굳어졌다가 다시 펴졌다. 성열은 밥을 떠먹으며 국까지 들이킨후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되게 많이..맨날 보던 얼굴 그날 하루못보니까..얼마나 보고싶던지.." "새해 첫날에 같이 못있어줘서 미안해" "아니..아니야, 지금 같이 있어주니까 상관없어"
밥을 맛있게 떠먹는 녀석을 보는데 왜이렇게 마음이 쓰린지 차라리 이성종 말을 듣지말걸 그랬나, 괜시리 후회 되었다.
"좀있다가 연습실 간다고했지?"
"응." "나도 원래 바로 나오랬는데..힘들어보인다고 사장님이 조금있다가 나오래" "잘됐다 같이 나가면 되겠네" 밥을 싹비우고 베시시 웃어보이는 성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릇을 함께 치웠다. 설거지를 하려고 손을 걷어붙이는 명수의 모습을 보고 성열도 옆에서 옷을 걷어붙였다.
"내가 할게" "됐어, 가서 쉬세요" "아이 내가 할게!" "그럼 같이해, 그릇씻어주면 올려놓기만해" "응.."
옆에서 물을 틀고 설거지를 쓱쓱 하는 명수의 옆모습을 보았다. 왜이렇게 멋있어보이는지 성열은 순간 또 두근두근 대는 심장탓에 가슴을 부여잡았다. 옆모습을 계속 보는데 미소만 번져 흘렀다. 성열은 베시시 웃으며 명수의 허리를 감싸 백허그를 했다. 명수의 등에서 베시시 웃는 소리를 내며 더 허리를 꽉 안는 성열의 모습에 명수는 못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도와준다더니 뭐야 이성열"
"그냥 너무 멋있어서, 그냥 안고싶어서 헤.." "참..못말려 여튼" 명수도 기분이 좋아졌다. 제 등에 얼굴을 묻고 큭큭 웃는 소리만 들렸을뿐인데도, 지금 녀석이 무슨 표정으로 웃고있는지 눈에 다 보였다. 어느덧 설거지를 다 끝내고 명수는 뒤를 돌아 성열을 꽉 안았다. 이제야 안심이 되었다. 여전히 내 품안에 있구나..내가 널 지키고 있구나,
"이제 한숨자자, 너 피곤하잖아..나도 좀 피곤하고" "응" 성열은 명수의 손을 꼭 잡고 제 방으로 끌었다. 방문을 열자마자 성열은 침대에 몸을 뉘였고, 명수역시 성열의 옆에 누워 성열과 마주보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오늘 수고했어.." "맛있었어, 완전...나이제 또 연습 열심히 할거같아"
"성열아 이리와"
명수가 팔베게를 하며 툭툭 옆을 쳤고, 살짝 떨어져있던 성열은 금세 명수의 팔베게에 머리맡을 기대 가슴팍을 끌어안았다. 명수는 성열의 뒷통수를 어루만지며 속으로 미안한 마음을 감추었고, 성열은 그저 베시시 웃으며 냄새가 좋다고 더 끌어안았다. 요즘따라 스킨십을 더 강하게 해오는 성열탓에 명수는 가끔씩 어떻게 해야될지 어리둥절할 따름이였다.
"아까 너가 나랑 평생살자고 그런거 내가 생각해봤는데"
"응." "살자 같이, 그대신 조금만 더 있다가. 나 연애금지 풀리면" "연애금지?"
"사장님이 그랬어..분명히 이걸보면 따라붙는 여자애들이있을거라고, 여튼..몇년은 연애금지래.."
"너 근데 지금도 그거 어기고 있잖아" "그렇긴한데.."
"넌 진짜 지금 컨셉이면 여자애들 몇 붙을거같아 보이는거 눈에 보이는데, 바보같이 또 받아주면 너 진짜 국자로 얻어맞는다" "너가 성종이냐? 풉.."
"그 국자 진짜 맞으면 아픈거알지 너도?, 알겠어?" "알았어, 헤"
성열은 말이 끝나자마자 눈이 무겁게 감겨 잠이 들어버렸다. 명수는 그런 성열의 머리를 몇번이고 넘겨주며 쓰다듬다가 눈코입에 한번씩 뽀뽀를 해주며 같이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 . .
"국자줘요"
"아 이거? 받고싶어?"
국자를 살랑살랑 흔들며 약올리는 우현에 성종은 적잖게 열받고 있었다. 국자를 뺏으려할때마다 우현은 더 높이 국자를 올리며 성종을 약올리며 웃었다. 성종은 잠시후 또 무언갈 뒤적이더니 똑같은 국자를 꺼내어 우현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려쳤다. 우현은 주저앉으며 국자를 내려놓은채 머리를 문질문질 거렸다.
"그러니까 주라고 할때 주지..내가 니 이럴거알고 하나 더 챙겨왔다 새끼야" "진짜..아..진짜 아파"
"뛰는 놈위에 나는놈있다고 넌 나한테 안돼 알았어?" 성종은 국자 두개를 봉지에 넣으며 우현을 보며 썩소를 지었고, 우현은 머리를 문질문질 거리다가 일어서서 성종의 옆을 휙 지나쳐 걸어갔다. 성종은 점점 멀어지는 우현의 등을 보며 웃겨서 인지 웃을 뿐이였다. "삐지긴..남자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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