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까는 위험하다 01
작년, 태양의 자식들이라는 군인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가 엄청난 히트를 치면서
많은 여성들이 군인의 단정하면서도 절도 넘치는 동작과 다나까를 쓰는 말투에 흠뻑 빠졌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도 한때 군복을 사랑한다고 외치며 나는 반드시 군인 남친을 만날 것이라는 소망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 소망을 부모님과 친구들에게 말했을 때, 난 비난 아닌 비난을 받고 말았고,
결국 내 소망은 그렇게 와장창 깨진 채 별 의미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하루 종일 조용하던 핸드폰에서 갑작스럽게 요란한 벨소리가 울리자,
멍하니 거실 바닥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고 있던 난 거의 발작하듯 깜짝 놀라며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딱히 전화가 올 곳도 없을 텐데 대체 어디서 온 건지.
보이스피싱 같은 전화면 욕이란 욕은 한 바가지로 해주고 끊을 참으로 수신자 이름을 보았다.
'백수2'
이 녀석은 나와 중학교 때부터 거의 가족처럼 지내온 친구인데,
대학을 올라온 후 자주 만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서로 할 일이 없을 때에는 이상하게 텔레파시가 잘 통해서 이렇게 전화가 걸려오곤 했다.
아, 참고로 난 백수3이다.
"오늘도 텔레파시 잘 받았냐?"
"이제는 촉이 온다, 와. 너 그냥 거실 바닥에 누워서 또 천장만 보고 있지?"
"너 그냥 이번 기회에 점집이나 하나 차려라. 내가 팍팍 밀어줄게."
"아, 됐고. 심심하니까 나와. 앞에 카페 알지? 30분 준다. 늦으면 뒤짐."
"야, 나 지금 완전 거지ㄲ......"
아침에 일어나 귀찮다는 핑계로 밍기적거리며 아직 세수도 제대로 하지 않은 나에게 고작 30분을 주다니.
얜 정말 죽인다고 하면 진심으로 죽기 직전까지 때리는 아이라 나도 모르게 등골이 서늘해지며 거실 바닥을 박차고 일어나 서둘러 욕실로 향했다.
서바이벌 게임도 아니고 이게 무슨 날벼락이람.
***
"아, 더워. 힘들어 죽는 줄 알았네."
엄청난 스피드로 20분만에 준비를 끝낸 나는,
오늘따라 왠지 좀 꾸미고 싶다는 생각에 새로 사놓고 한 번도 입지 않은 원피스를 입고
머리도 고데기로 몇 번이나 손질해가며 나름 꾸미고 나왔다.
그런데 너무 꾸미는 데에 시간을 많이 써버린 건지,
지금 뛰어가지 않으면 분명히 시간 안에 도착을 하지 못할 것 같아 집에서부터 엄청난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카페 안으로 들어가 무심코 거울을 보니 거의 30분 전의 거지꼴과 비슷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럴 거였으면 애초에 꾸민다고 난리 부리지 말 걸.
은근 후회가 되었다.
"늦으면 죽는다고 해놓고 자기가 늦는 게 어딨냐. 나 참."
카페 안을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는 백수2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2인석 테이블로 가 털썩 의자에 앉았다.
화장도 거의 흘러내리고, 고데기로 말끔했던 머리는 땀으로 온통 젖어있어 한숨을 내쉬며
대충 휴지로 땀을 닦을 생각에 의자에 일어나 티슈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는데,
"아악!!!!!!!!"
바닥에 얼음이 있었던 건지, 샌들을 신고 나온 난 미처 그것을 보지 못하고 그대로 밟아버렸고,
난 보기 좋게 땅바닥에 철푸덕, 하고 넘어지고 말았다.
내 비명이 워낙 컸던 탓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모든 시선이 느껴졌고
아픔보다는 쪽팔림이 먼저 밀려와 가만히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그때,
"괜찮으십니까."
내 앞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깔리나 싶더니, 이내 낮고 무거운 목소리가 내 귓가로 들려왔다.
이 카페 알바생인가, 생각하며 애써 억지 미소를 짓고 고개를 드는데,
엄마야.
내 앞에는 왠지모를 포스를 풍기는 두 건장한 남자가 서있었다.
그 중 한 명은 내 쪽으로 다가와 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는데,
그 손을 무시하고 일어나기엔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조심스럽게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느꼈던 거지만, 그 남자의 손은 따듯한 것에 비해 굳은 살이 꽤 많아 보였다.
운동하시는 분들인가.
"아, 감사해요."
자리에서 일어나 그 남자에게 허리를 숙여 꾸벅 인사를 하는데,
갑자기 그 뒤에 서있던 남자가 무어라 작게 말하며 내 무릎 쪽을 가리키고 옆에 있는 남자를 툭툭 쳤다.
목소리가 작아 뭐라고 하는지 잘 안 들려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니,
"피, 피."
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피? 도대체 무슨...
"아악!!!!!"
설마,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숙여 다리 쪽을 보니, 무릎에서 보기 좋게 빨간 피가 흘러 내 종아리를 타고 흐르고 있었다.
어릴 적에 어떤 사고로 인해 피를 흘리며 죽은 사람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사고 때문에 난 지금까지도 피만 보면 그 순간이 떠올라 모든 사고 회로가 정지되며 벌벌 떠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그게 내 다리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니.
몸이 벌벌 떨리며 피를 닦을 생각도 못한 채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많이 아픕니까."
너무 떨려 눈물이 나오려던 찰나, 아까 나에게 손을 내밀어주었던 남자가 어디서 티슈를 가지고 왔는지,
내 앞에 무릎을 굽혀 앉아 그것을 내 무릎에 대고 부드럽게 꾹 눌렀다.
따가운 느낌에 나도 모르게 아, 하고 소리를 내며 다리를 뒤쪽으로 빼자 남자는 자기가 더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너무 떠시길래 저도 모르게."
"아니에요. 감사해요. 제가 피를 좀 많이 무서워하거든요."
"............"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아, 아닙니다. 실례했습니다. 그럼."
피를 많이 무서워한다는 얘기를 하자 살짝 눈이 커진 채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남자였다.
혹시 내가 말을 잘못한 게 있는가 싶어 물었더니 고개를 살짝 저으며 그럼, 이라는 말과 함게 고개를 까딱 숙이고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말투가 조금 딱딱한 걸로 봐서 일반인은 아닌 것 같은데. 갓 제대한 군인인가.
나는 그들이 사라진 쪽을 한 번 보았다가 곧 저 멀리서 들려오는 백수2의 목소리에 왠지 모르게 뒤숭숭했던 마음을 접고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너무 더워서 휴대용 선풍기를 찾으려고 집 안을 다 뒤지고 왔다나, 뭐래나.
그러나 그렇게 보낸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그녀는 손에 아무것도 들고있지 않았다.
그러게 평소에 정리 좀 하고 살아라니까.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반갑다는 것을 핑계로 소주나 한 잔 하러 가자며 카페를 나와 포장마차 집에 들어갔다.
"어."
"............"
아까 본 그 남자와 옆에 서있던 남자가 그 포장마차 안에도 있었다.
뭐야, 이거. 내 인생에 이런 우연은 잘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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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러분! 처음 뵙겠습니다. 댕댕이라고 합니다. ^ㅁ^ 전에도 여러 번 글을 올린 적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제대로 마음 다잡고 글을 써볼 예정입니다. 부족하고 많이 모자란 실력이지만 점점 더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분량도 조금씩 더 늘려가는 걸로... ^-^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해요! +) 암호닉 신청은 항상 정말 감사히 받고 있으니 부담없이 신청해주세요. ^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