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반인반수들과 동거 중 B
ep. 2 저희 애들 물진 않...을 거예요.
가만 보면 성우는 반인반수답지 않습니다. 가끔 툭툭 내뱉는 말들이 이 아이가 속으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감조차 잡히지 않을 때가 많을 정도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성우는 동생들을 잘 놀아주곤 합니다. 때로는 함께 있으면 재미있는 친구처럼, 때로는 듬직한 형처럼, 때로는 자상한 아빠처럼... 우리에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이긴 한데...
"나 화날 것 같으니까, 빨리 대답해 주지 않을래?"
"....내가 팔다리가 길잖아, 주인. 그래서 내 다리가..."
"다리 긴 거랑 굳이 저 찬장 위에 있던 컵 세트 깨뜨린 거랑 무슨 상관관계인데? 너 저게 얼마나 소중한 건지.... 하...."
팔 다리가 길긴 긴가봅니다. 벌써 저 멀리로 도망간 것을 보면.
일단 얼른 혼내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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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촉망받는 연구원이었습니다. 따 놓은 당상이던 특진은 말할 것도 없었고 연구의 성과 또한 독보적이었습니다. 반인반수 연구소에 들어가기 전까진 전공이었던 생물학 관련뿐만 아니라 전공이 아닌 곳에서도 러브콜이 왔을 정도로 절 데려가기 위해 안달들이었지요.
그러나 다 과거형이 된 이야기들입니다. 지금의 저는 산 속 작은 집에 숨어 살고 있는 도망자 신세일 뿐이죠.
"주인님... 졸려요...."
그렇다고 해서 제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 않습니다.
"나한테 기대서 자."
최선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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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고요한 새벽. 갑자기 눈이 떠졌습니다. 어둠에 익숙한 시야로 우진이가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저렇게 아무 말도 없이 멀뚱히 서있는 우진이를 볼 때면 깜짝깜짝 놀라곤 합니다. 어쨌든 우진이는 고위험군에 속하는 종이었고 인간인 우리는 그들에게 간식으로 밖에 안 보일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이미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우진아, 왜?"
"그냥. 보고 싶었어."
사실 고위험군에 속하는 종들과 이렇게 한 집에서 같이 사는 것은 불법입니다. 그만큼 위험하기 때문이겠죠. 근데 저렇게 보고 싶었다고 말하면서도 일정한 간격을 둔 채 서 있는 우진이가... 도대체 어딜 봐서 위험하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내민 손에 그제야 다가와 손만 잡고 다시 절 뚫어지게 보는 이 아이가... 왜 위험하다는.....
"쓰읍. 안 돼."
역시 손만 잡을 리가 없죠. 입술을 쭉 내밀고 다가오는 그 귀여운 모습에 괜히 심술이 돋아 안된다고 말하니 잔뜩 속상해진 표정을 짓는 우진입니다. 솔직히 이렇게 귀여우면 맨날맨날 놀리고 싶지 않겠어요? 흐뭇하게 우진이를 보고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주인. 방심은 금물이야."
아... 내가 말했잖아요. 얘 이제 애기 아닌 것 같다니까요...? 기어코 입술에 뽀뽀를 쪽 하더니 이제 됐다는 듯 방을 나서는 우진입니다. 저 아이를 어뜩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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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반수 연구는 생각보다 매우 반인륜적입니다. 연구라는 명목 하에 행해지는 그 고문들은 실험이라 치부하기엔 아주 잔인했죠. 특히 고위험군에 속하는 종들은 차라리 죽여 달라 애원을 할 정도로 비참했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방금까지 일상적인 대화를 하던 반인반수가 5분후 싸늘한 사체가 되는 일이 허다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들끼리는 일절 대화가 없는 편이었죠. 아무리 한 우리에 있어도 말이 없던 것이 그들이었습니다.
"꺄핡핡핡핡핡. 아 성우형 진짜 너무 웃곀ㅋㅋㅋㅋㅋ거짓말 좀 정도껏 쳨ㅋㅋㅋㅋㅋㅋ"
"아니 이게 진짜 뻥이 아니라니까? 진짜야, 진짜."
"형아 그러면 증명 해봐요, 증명."
"맞아. 빨리 증명해봐!"
"보아라, 애송이들아."
"헐.. 진짜였어... 진짜 귀를 접었어....!"
저희 아이들은 그 환경에서도 저렇게 잘 지냈었습니다.... 그것 봐요. 우리 애들은 위험하지 않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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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솔직한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저희 아이들은 안 그래요, 안 물어요, 안 위험해요. 라고 말한다 한들 '절대' 그렇지 않아요. 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죠. 저희 아이들은 육식을 합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야무지게도 뜯어먹습니다. 사실 저 고기가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저는 아이들과 밥을 함께 먹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이들 것을 차려주고 저는 따로 먹죠. 아, 그래서 생각난 건데 그거에 대해서 성우가 저에게 해준 말이 있습니다.
"주인. 본능은 어쩔 수가 없는 거야.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러니까 바퀴벌레 좀 잡아줘..."
끝 부분은 무시하세요. 아무튼 자신의 당연한 부분조차 무서워하는 나에게 성우는 아무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에 반해 우진이는 3일 동안 단식하고 일주일간 삐쳐있었죠. 참 개성이 강한 아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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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서↗울↘사↗람↘입니다!!!!!!!!
많이 부족한 글에 예쁜 댓글들이 많이 달려서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가 읽었어요ㅠㅠㅠㅠㅠㅠㅠ
감사합니다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암호닉 그 진귀한 것을 저에게 주실 독자님은 주셔도 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
아니 그리고 추천 수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무려 6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더 열심히 할게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