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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의 달은 높은 곳에서 낮은 사람들을 비추고 있었다.

차창속의 사람들의 눈을 쫒듯이 이 허름한 달동네 골목의 연인을 쫒고 있었다.

가로등도 어스럼풋이 빛나는 허름한 동네. 온통 잿빛의 이끼낀 벽으로 둘러싸여있는.

하지만 골목의 연인은 다른 연인과 다를바가 없다.

가난하지만 서로가 있어서 행복했고, 서로가 있어서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었다.

마주보는 둘은 서로 대화가 없다. 서로의 눈빛만을 바라볼 뿐이다.

남자가 다정하게 웃으면서 말을 건낸다.

"잘 들어가고, 내일 또 웃으면서 만나."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남자는 사라진다. 여자는 웃으면서 남자를 배웅한다.

 

다음날 아침, 헤어짐의 일분일초가 아쉬웠던 그 골목에는 노란색의 테잎이 여기저기 붙어있다.

"이름 백희진. 나이는 스무살이고, 어릴적부터 이 동네에서 죽 살았다는데요? 어떤 할머니께서 오줌누러 오셨다가 신고하셨다더라고요."

수염이 덥수룩한 중년의 형사, 김형태는 어김없이 담배를 물고 노란 테잎을 걷으며 들어온다.

"아니, 이런 동네에서 뭐 떼먹을 게 있다고 살인을 저지르는거야. 나 참 그새끼 머리통좀 들여다보고 싶네."

"아, 그 담배좀 피지마요. 현장에서..."

형태는 신입 형사 뒤통수를 한 번 휘갈기며 선배한테 어디 잔소리냐며 갈구다가,

이내 시체의 어깨에 있는 바코드 문양을 발견하고는 놀란듯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이거...연쇄 살인이냐?"

"이제 아셨어요? 진짜 이상하다니까요! 저항흔적도 없고, 족적도 없고, 무슨 유령도 아니고..."

"이번 달만 벌써 세번째인가?"

"뭐 그렇죠. 피해자들은 죄다 저런 요상한 바코드 무늬만 있고요."

"범인이 남긴건가...?"

"그건 모르죠. 씨씨티비 확인해 볼까요?"

"이 멍청한 새끼야! 이런 동네에 씨씨티비는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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