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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환 기능을 이용하면 문체가 

진영의 -> 진영이의 

로 바뀌는 등의 문제로 심하게 분위기가 변한다 판단하여

여자 주인공의 이름을 [정원]으로

설정해 둔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클리셰 주의*

    












좋아해?좋아해!

W.딱풀

#1 사랑은 99%의 노력과 1%의 끌림이다










  원은 쉬는 시간 종이 치기가 무섭게 계단을 달려 내려갔다. 1로 시작하는 팻말이 즐비한 1층에 도착해서야 원의 분주한 움직임이 멈췄다. 두리번거리던 원은 제 곁을 지나는 녹색 명찰을 붙잡았다.



  "저기!"
  "네, 네?"



  붙잡힌 남학생은 제 팔을 잡아 오는 손에 한번, 그 손의 주인이 노란 명찰이라는 것에 두 번 놀랐다.



  "너 혹시 배진영 알아?"
 


  남학생은 잔뜩 움츠린 모양새로 고개를 끄덕였다.



  "몇 반이야?" 

  "저…저희 반이요." 

  "아니."



  너 나 알아? 난 너 모르는데. 우리 오늘 처음 본 거 아냐? 네가 몇 반인지 내가 어떻게 아니, 이 친구야.


  원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들을 꾸역꾸역 삼켜냈다. 선배라는 족속들과 얼굴을 맞대본 적이 없어 보이는 아이에게 성화를 낼 수는 없었다. 괜히 안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도 있었기에.

  

  무엇보다, 진영과 같은 반이라면. 진영을 아는 아이라면 제가 나쁘게 대할 이유는 손톱만큼도 없었다.


  원은 누가보아도 화를 꾹 눌러담은 가식적인 웃음을 띠고 물었다.



  "너 몇 반인데?"
  "…아. 8반이요."
  "젠장!"



  제 잘못된 언어선택을 그제야 알아차린 남학생은 원의 거친 단어 선택에 움찔,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음이 급해진 원은 남학생의 어깨를 두어 번 툭툭 건드리는 것으로 고마움을 표한 뒤, 뒤로 돌아 다시 달렸다. 이 학교에서 1학년을 보냈기에 1-8이라는 팻말은 제가 위치한 1층이 아닌 그 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수차례 왔다 갔다 할 반이기에 제 층과 한 층이라도 가까운 것이 제게 좋은 처사일 텐데도 단순한 원은 당장 한 층을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에 짜증이 일었다.


  원의 손목에 감긴 얇은 검은색 가죽 시계가 쉬는 시간이 6분가량 남았음을 표하고 있었다. 더욱 다급해진 원은 한가한 계단에 치마를 입었음에도 계단을 두칸씩 오르는 것을 택했다. 그리고 계단의 코너를 도는 순간.



  "어어!"
  "어!'



  나타난 인영에 부딪히지 않으려 몸의 중심을 뒤로 쏟았고, 인영은 그런 원의 팔을 다소 거친 손길로 잡아당겼다. 그 인영 덕분에 가까스로 계단과의 조우를 면한 원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 감사… 배진영?"
  "괜찮으세…네?"



  진영은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인데 어째서 첫 만남부터 제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인지 의아했다.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진영의 얼굴에 원은 씨익 웃어 보인 뒤 물었다.



  "8반?"
  "네?"
  "맞냐고, 8반."
  "네."
  "난 2반. 영원."
  "…네?"
  "난 3학년 2반 영원이라고."
  "…아, 네."



  몰아치는 원의 페이스에 진영은 길을 잃은 듯 보였다. 큰 눈이 당황스러움에 깜빡였다.



  "아, 귀여워. 네, 말고 다른 대답은 없어?"
  "네?"

  "또. 네, 만 엄청 많이 했어. 다른 말은 하지도 않고."
  "…."
  "안녕? 해줘."



  진영은 또 네?라고 대답이 나올뻔 한 것을 꾹 참고 고개를 갸웃, 해보였다.



  "다음번에 내가 인사하면 누나, 안녕, 해달라고. 또 네! 이러지 말고. 알겠지?"



  거의 강요에 가까운 말에 진영은 얼떨떨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묻는 말엔 착실히 고개를 끄덕인 진영이었다.


  원은 진영의 움직임에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 그리곤 이따 봐, 하며 손을 흔들고 위층을 향해 유유히 사라졌다.


  진영의 옆에 서 있던 대휘가 익살스럽게 웃으며 진영을 툭, 쳤다. 




  "오, 배진영. 인기 많은데? 예린이 누나 라이벌 생겼네."
  "뭐래."
  "뭐야. 난 예린이 누나밖에 없다! 라이벌은 무슨! 이런 거야? 오오."

  


  진영은 날카로운 눈으로 대휘를 흘겼다. 대휘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따가운 눈총에도 싱글거리기 바빴다.



  "김칫국 마시지 마."









***









  드르륵, 탁,탁.
  끼익-, 털썩.


  쉬는 시간 남학생들의 반. 그 요란함 속에서 고작 몇 번의 움직임이 만들어낸 작은 소음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큰 역량을 발휘했다.


  반의 모든 아이가 숨을 죽였고, 당사자는 그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으며, 시선의 중심에 선 아이는 옅은 꿈속에서 졸음에 충실할 뿐이었다.


  원은 주변 책상에 놓인 교과서를 슬쩍 들여다봤다.


  영어? 음, 진영이 졸릴 만 했네. 근데 이왕 잘 거면 한쪽으로 고개 돌리고 자지.


  원은 아쉬웠다. 진영의 얼굴을 보고자 종이 치자마자 달려왔건만, 뒤통수만 쳐다보다 가게 생겼으니 그럴 만도 했다.


  조용한 틈에서 불쑥 앳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저기…."
  "응?"



  원은 몇 시간 전, 계단에서 진영과 함께 있던 아이임을 기억해냈다.



  "진영이 깨울까요?"



  대휘의 말에 원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그러나 고민하는 듯 눈동자를 도륵, 굴리더니 이내 시무룩하게 고개를 저었다.



  "잘 땐 건드는 거 아니랬어…."
  "…."
  "어쩔 수 없지, 뭐. 음…."



  원이 대휘의 명찰을 찾아 이름을 읽었다.



  "대휘야. 이거 진영이 깨면, 좀 부탁해도 될까?"



  대휘는 원이 내미는 바나나 우유를 받아들고 화사하게 웃었다.


  진영에게 다가오는 사람들, 그리고 제게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부탁하는 이들은 숱하게 많았다. 그러나 제 이름을 제대로 알고 있는 이는 몇 되지 않았다. 그들은 항상 진영만 신경 썼지 진영의 옆에 있던 제게는 제대로 된 시선조차 던지지 않았다. 시킬 건 다 시키면서. (그 못마땅한 이들 속에는 예린도 있었다.)


  그러나 원은 그들과는 달랐다. 처음부터 대휘의 이름을 불러주었다.


  대휘는, 원 만큼이나 단순했고, 순진했다.


[워너원/배진영] 좋아해? 좋아해! #1 | 인스티즈


  "네! 걱정 마세요!"


 
  밝은 대휘의 대답에 원도 싱그럽게 웃었다.

  


  "그래. 고마워. 갈게!"
  "안녕히 가세요오."



  대휘는 생각했다. 난 저 누나 편. 다시 말하지만, 대휘는 단순했다.








***








  원은 아까 진영의 얼굴을 제대로 못 봤기 때문이라며 합리화를 하는 중이었다.


  아무리 작심삼일이래도 너무 열심히 내려가는 것 아니냐는 이린의 핀잔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말의 양심이 쿡쿡 쑤시긴 했지만 뭘 어쩌겠는가, 원은 진영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원은 8반 앞문에 붙어 교실 안을 요리조리 살폈다. 마침 일어서있던 대휘가 그런 원을 발견하곤 진영을 불렀다.



  "배진영!"



  진영은 대휘의 부름에 그를 쳐다봤다가 그의 턱짓이 가리키는 방향을 향해 다시 시선을 돌렸다. 곧장 원과 눈이 마주쳤고 원은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을 접어 웃어 보였다.


망설일 것이 없었다.


원은 아까처럼 문을 열고 서슴없이 발을 들였고, 교실은 또 싸하게 조용해졌다. 




  "진영아!"



  진영이 멀뚱히 눈을 깜빡이고만 있자 원은 손을 흔들었다.



  "안녕!"
  "아."
  "…."
   "어… 안녕."


  무언가 떠올리는 듯싶더니 결국 원이 부탁한 대답이었다.
 
  진영의 대답에 자지러지는 것은 원이었다.


  불편해 보이는 반말도, 어정쩡한 웃음도, 제가 해달라 부탁했다고 곧이곧대로 돌아오는 대답도 모두 원의 기분을 좋게 했다. 




  "하하! 고마워. 다음에도 그렇게 인사해줘야 해?"
  "…네."
  "바나나 우유 잘 먹었어? 잠은 잘 잤고? 아까 왔었는데 자고 있길래 그냥 갔어. 잘했지. 난 잘 때 누가 깨우는 거 싫어해서."
  "얘기 들었어요, 대휘한테. 감사합니다."
  "어? 나 줄 거 또 있는데. 또 감사하겠네. 짠!"



  원은 자켓 안주머니에서 초코바를 꺼내 진영에게 건네주었다.




  "좋아해? 내 주변에 안좋아하는 애들도 있어서."
  "전 잘 먹어요. 감사합니다."
  "아, 다행이다. 그럼 내일 또 가져다줘도 돼?"
  "…아뇨, 괜찮아요."




  진영은 이런 상황이 익숙했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웠다. 손에 쥐어지는 작고 큰 선물들이 꼭 제게도 저와 같은 감정을 보여달라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아직 진영은 연애가, 아니 애초에 좋아한다는 감정 자체가 어색한 소년이었다. 




  "나도 괜찮은데. 내가 주고 싶어서 그래. 그리고 이런 핑계라도 있어야 널 보러오지. 나 이래 봬도 공부해야 되는 고삼이거든."



  그럼 찾아오지 않으면 될 것이 아닌가. 진영은 원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했다.



  "수업은 잘 들었어? 아, 아직 수업 시작 안 했나?"

  "그…."

  "괴롭히는 애는 없어? 있으면 누나한테 바로 말해! 알겠지? 음식 좋아하는 거 있어?"

  "저…!"

  "아, 못 먹는 것도 있나? 학교 다니는 건 안 불편해? 집 가까워야될텐…!" 

  "하나씩! 하나씩 물어봐 주세요. 다 알려드릴 테니까 하나씩…."



  어쩐지. 질문을 하나씩 던질 때마다 진영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원은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소리내 웃었다. 진영이 점점 더 귀여워 보이는 것이 중증이다, 싶었다.



  "미안. 얼굴 보니까 너무 좋아서. 너 이런 얼굴로 학교 다니는 거 반칙이야. 선생님들은 수업 어떻게 하신대? 존경해, 존경해."
  "…."
  "일단 싫어하는 거, 음식! 너한테 뭐 줄 때 조심해야지."

 


  진영은 그런 의미라면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뭘 더 받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나 갓 입학한 1학년이 3학년의 질문에 묵묵부답일 수는 없었다.



  "…새우요. 싫어하는 건 아니고 알레르기가 있어서 못 먹어요."
  "어! 나도 새우 싫어해! 오, 통했어."



  원은 진영을 향해 눈을 찡끗해 보였다. 원은 어젯밤 먹은 새우가 제 장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럼 좋아하는 건?"
  "…초콜릿?"
  "집은 어느 방향? 아, 이런 건 만난 첫날 좀 그런가? 그럼 패스!"



  물어볼 것이 그리도 많은지, 그 뒤로도 원의 극하이텐션을 달리는 호구조사는 계속되었다.


  진영은 불편해하면서도 하나하나 답해주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대휘는 간만에 진짜 특이한 사람이 나타났다고 생각했다.


  다들 진영의 앞에서 볼을 붉히기 바빴지, 반 안까지 들어와 저렇게 생글생글 웃으며 대놓고 좋아라하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 종쳤다."



  원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가득 담겨있었다.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호구조사를 마쳐야 할 시간이 된 것이다. 원은 재빠른 걸음으로 앞문까지 뛰어가 문을 닫기 전 진영에게 인사를 건넸다.



  "진영아, 안녕! 이따… 는 안 되겠네. 내일 또 올게! 아, 그리고 이예린 걔한테 웃어주면 안 돼!"



  똑부러지게 충고까지 마친 원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올랐다.


  원의 등장으로 딱딱하게 굳어있던 교실은 원이 사라지자마자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대휘는 원의 마지막 말에 배를 잡고 웃는 중이었고, 진영은 한동안 피곤하겠구나, 하는 생각에 이마를 짚었고, 다른 반 아이들은 선배인 진영 짝사랑녀의 당찬 등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꽤 예쁘장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원이었기에 그 중 몇몇은 진영에게 부러움의 시선을 던지기도 했다. 




  "야, 저 누나 귀여운 것 같아. 배진영, 인정?"



  대휘의 웃음 섞인 목소리에 진영은 제 자리에서 피곤한 눈으로 대휘를 올려다보았다.
 


  "몰라. 지금 기운 없어."
  "그럴 만 해. 그래서 저거 주셨나 보네."



  대휘는 진영의 책상 위에 놓인 초코바를 가리켰다. 진영은 물끄러미 그것을 바라보다가 포장지를 벗겨 한입 베어 물었다. 


 
  생각보다 꽤나 단맛이 진영의 입안을 헤집고 다녔다.









***









  그 뒤로도 원의 일방적인 애정 공세는 계속되었다. 그리고 당연스럽게 진영의 반 쓰레기통에는 바나나우유와 초코바 껍데기가 하나씩 쌓여 갔다.


  가끔 진영이 질릴 것이 걱정되었는지 카라멜이나 사탕을 가져다주기도 했지만, 여전히 주메뉴는 초코바였다. 매번 이런 거 안 사주셔도 된다고 외치는 진영이었지만 원의 머릿속에 그가 제대로 입력될 리 없었다.


  진영의 반 아이들도 원의 등장에 차차 익숙해져 갔다. 처음엔 등장만으로도 싸하고 조용해지는 분위기에 쉬는 시간 내내 원과 진영의 목소리만 울렸으나, 이제 아이들은 일과 중 배진영! 하며 앞문을 과격하게 열어젖히는 소리가 없으면 수업하나를 빼먹은 듯이 찝찝해했다.


   또한, 그런 원을 굳이 쳐다보지도 않았으며, 제가 하던 말이나 장난, 그 모든 것을 멈추지 않고 이어갔다. 남학생반에 여학생이 들어왔을 때의 일반적 반응은 결코 아니었다.



  진영은 전혀 아니었지만, 원은 이러한 생활에 매우 만족 중이었다. 제가 좋아하는 얼굴을 매일매일 볼 수 있었으며, 저를 대하는 태도가 아주 조금씩이나마 편해져 가는 진영을 보면 괜스레 뿌듯했다.


  혹시나 마주치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던 예린의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사실 원에게는 이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예린이 포기한 건가, 제가 이긴 건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원에게 있어 예린이 진영을 좋아한다는 것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사실이었다.


  원이 보기에도 예린은 저보다 예쁘고, 착하고, 차분하고, 누구든 좋아라할 호감상이었기 때문이다. 제가 예린보다 나은 것은 공부를 조금 더 잘한다는 것. 딱 이 한 가지였다.


  원은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진영이 아닌 이린을 찾았다. 제 의문에 확실한 마침표를 찍어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야, 김이린!"
  "아, 시끄러. 귀 떨어지겠다. 왜."
  "부탁 하나만. 콜?"
  "뭔데. 들어보고."
  "이예린 아직도 배진영 좋아하나 알아봐 주면 안 되냐."
  " 아직 좋아할 텐데. 왜?"
  "그냥. 못 본 거 같아서. 쨋든 부탁한다, 친구여."
  "알겠어. 그럼 나 아이스크림."
  "오케이."



  사실 아이스크림까지 제의할 필요도 없었다. 몇 시간 후, 원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장면이 질문의 답을 정확하게 내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분이 좋아야 마땅할 하교길에 원의 표정은 뭐 씹은 것 마냥 구겨졌다.



  "…저거 배진영이지."
  "…오. 그런 거 같은데."



  진영은 핸드폰을 건네고 있었고, 맞은편에 선 예린은 핸드폰을 받아들어 무언가를 입력한 뒤, 곧 제 주머니에서 벨소리가 울리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번호 따는 거네."
  "그러네. 시발."
  "뭐야. 정원 너 번호 없냐?"



  원은 이린의 물음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따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고 있었다. 고3이라는 제 신분 때문에 핸드폰을 손에 잘 쥐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진영과 만나면 진영의 얼굴을 감상하기 바빴다.
   


  원은 제 소매를 걷어붙이는 시늉을 하며 비장하게 말했다.



  "오늘 쟤 번호 지우고 내 번호 적어 놓는다. 야, 너네 딱 기다려."
  "실패 기원."



  이린을 포함한 원의 친구들은 짠 듯이 원에게 가운뎃손가락을 치켜올렸다. 원은 그를 본체만체하고 멀리서 진영을 뒤따랐다. 예린이 저희의 모습을 보지 못할 만큼 멀리 떨어질 때까지.

  몇 미터나 걸었을까, 진영이 아닌 대휘가 원의 존재를 눈치챘다.



  "누나?" 


[워너원/배진영] 좋아해? 좋아해! #1 | 인스티즈

"…누나?"




  대휘의 목소리에 진영이 대휘의 말을 되풀이하며 뒤를 돌았다. 몸을 돌리자 바로 보이는 원에 진영은 퍽 놀란 눈치였다.



  "어…, 어! 안녕? 너네 이리로 가니? 나도 이리로 가는데! 하하!"
 



  진영과 대휘는 동시에 원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 어색해요, 누나."
  "...그래. 미안. 연기는 내 길이 아닌가 봐."



  대휘는 안쓰럽게 원을 바라봤다.


  원은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다 곧바로 포기했다. 계산하고, 재보고, 연기하고. 저와는 거리가 먼 행동들이었다.


  원은 곧바로 제 의사를 드러냈다. 




  "진영아, 누나 핸드폰 좀!"
  "핸드폰이요?"
  "응. 이예린 번호 지우고 내 번호 넣어두게."
  "네?"



  대휘는 더더욱 안쓰러운 눈빛으로 원을 바라봤다. 진영의 성격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저 말에 진영이 어떻게 대응할지도 알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냥 번호를 달라고 얘기하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안돼요."
  "아니, 왜? 이예린은 줬잖아!"
  "경우가 다르죠."
  "와, 지금 이예린이 더 예쁘다고 그러는 거야? 진영이 너 실망이야."
  "아니, 누나. 그런 게 아니구요." 
  "아니긴 뭐가 아니야! 쟨 그냥 순순히 폰 줘 놓고 난 튕겨, 왜! 이예린 번호만 번호냐!"
  "…."



  진영은 제 이마를 짚었다. 원이나 예린이나 제겐 똑같은 선배에 지나지 않았다.


  그저 예린은 번호를 달라기에 준 것이고, 원은 그 번호를 지우고 제 번호를 채운다기에 거부한 것이었다. 진영은 원이 당차게 얘기한 일이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어긋나는 행동이라 판단했다.


  진영은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다가 서로 한 발씩 양보하는 것을 택했다.



  "…그럼 예린이 누나 번호는 두고 누나 번호 주세요."
  "그래!"



  머리를 굴리지 않고 나온 대답이었다. 본능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말뿐인 대답이었다.


  진영에게서 핸드폰을 건네받은 원은 곧장 전화번호부에서 예린의 이름을 찾았다.



[예린이 누나♡]



  원은 예린의 번호를 확인하자마자 예린의 만행에 쌍욕이 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진영에게 들킬까 봐서였다.


  원은 최대한 차분하고 빠른 손 놀림으로 그 번호와 이름을 제 것으로 바꾸었다. 그리고 진영의 눈치를 살살 보다가 진영에게 폰을 넘기자마자 뒤돌아 학교를 향해 뛰었다.



  "진영아, 미안!"



  진영은 제 핸드폰 화면에 떠 있는 이름을 보고 예린의 이름을 검색했다. 검색 내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문구에 진영은 깊게 한숨을 쉬었다. 설마 했다. 진짜로 그럴 줄이야.
 


  "누나 모르냐. 난 당연히 그럴 줄 알았는데."
  "…그러게."
.

.
  [사랑하는 원♡]






***








  제 친구들에게로 돌아온 원은 성공했냐며 물어오는 목소리들에 눈을 찡긋하며 내가 누구냐? 하고 대답했다.
  


  이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차라리 공부만 하던 모습이 나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찰나였다.



  원의 들뜬 기분은 집에 도착해서도 계속되었다.


  공부하려 책상에 앉았을 때도, 세수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온통 진영의 핸드폰에 입력되어있을 제 번호 생각뿐이었다.


  원은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다. 번호를 땄으니 연락을 해봐야겠다는 심산이었다.


  평소처럼 안녕, 진영아! 라고 할까. 집에 잘 갔냐고 할까.


  답지 않은 갈등에 휩싸여 있던 원은 제 핸드폰을 잡고 나서야 깨달았다.



 

"…난 배진영 번호 모르네."




  원은 몰랐지만 예린은 진영의 번호를 알고 있었다. 원은 제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했다. 그렇게 번호를 지워놓으면 무슨 소용인가. 예린이 진영에게 나 예린이야 한마디만 하면 끝나는 것을.


  한참을 뒹굴며 괴로워하던 원은 그 징글징글한 하트를 지운 데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원이 하지 않았어도 진영이 했을 일이었지만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정말 억울할 것 같았다.


  그리고, 불안했다.

  

  예린은 원이 보기에도 참 예쁜 아이였다. 남자인 진영이 보기에는 더했으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하교길에서 진영에게 던진 말이 아주 뜬 말은 아니었던 것이다.


  원은 내일 반드시 진영의 번호를 알아오겠노라 다짐했다. 더 열심히, 진영을 좋아하겠노라, 또한 다짐했다.









***








“너 다이어트 한다며.”
“응.”
“그럼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건 뭐지?”
“내거 아니거든?  빨리 계산이나 해줘. 지각해.”



  원이 제 언니에게 다이어트를 선언한 것은 약 한 달 전이었다.


  그와 동시에 원은 학창시절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들르던 편의점에 발길을 끊었고, 제 언니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편의점도 다를바는  없었다. 



  원의 언니는 계산대 위에 놓인 초코바와 바나나우유가 제 것이 아니라는 원의 말을 탐탁지 않아 하는 듯했다.


  벌써 네 얕은 의지가 사력을 다한 모양이구나, 쯧쯧.


  혀를 차는 것은 아르바이트 생이었고, 그에 눈을 부라리는 것은 원이었다.



  "아, 진짜라고.”
  “네, 1900원입니다.”
  “왜 안 믿는데!”
  “네,네. 현금영수증 필요하세요?”
  “…아니요.”
  “네, 번호 눌러주세요.”
  “아, 필요 없다고. 지각한다니까?”



  원의 언니는 원의 이마에 약하게 손가락을 튕겼다.



  “내가 아빠 번호로 하랬지. 뭘 사든.”
  “시간 없다고! 언니 니가 하면 되잖아!”
  “아, 가. 가. 아침부터 진상손님이야.”



  원은 질렸다는 표정에 더욱 눈을 부라렸다.
 
  편의점을 나서며 ‘시발. 장사 망해라!’하고 저주를 퍼부은 원은 가방을 앞으로 돌려 간식을 챙겨 넣으며 학교를 향해 달렸다.








*** 








1교시, 영어 . 2교시, 수학. 3교시, 경제. 4교시, 영… .



  “시발. “



  원은 낮게 욕을 읊조렸다.


  학기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침에 등교하여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시간표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그에 따라 하루를 상쾌하게 시작하느냐, 찌든 표정으로 시작하느냐가 정해졌는데 생각할 필요도 없이 오늘은 완벽하게 찌들었다. 




  “시간표가 뭐 이따구야! 안 되겠어, 지금 당장 진영이를… .”
  “아서라.”



  물이 뚝뚝 흘러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푹, 젖은 머리를 한 채로 이린이 말했다.



  “아침에 찾아가면 누가 반기냐. 하루 한 번 찾아오는 것도 좆 같을 텐데.”
  “진영이 그런 애 아니다.”
  “어떻게 확신하냐.”
  “진영이니까.”
  “미친년.”



  이린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가방을 책상에 걸었다.



  “어제 연락은 했냐.”
  “천하의 정원 님이 실수를 하나 했더라고.”
  “방금 했네. 천하라니. 하늘에게 실례야.”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진 원이었기에 이린의 말을 한 귀로 흘리고 제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배진영 번호를 모르더라고.”
  “어제 땄다며.”
  “내 번호만 저장해놨어.”
  “그래. 네가 제대로 뭘 할 리가 있니. 애초에 언니는 기대도 안 했다.”
  “허? 네가 할 말은 아니지. 너 지훈선배 번호 딸 때 병신같았던 거 내가 다 기억하는…!”
  “안 닥쳐?! 애들 들어!”



  이린은 얼굴이 잔뜩 구겨질 만큼 거센 힘으로 원의 입을 틀어막았다. 그에 질세라 원은 매운 손길로 이린의 손목을 내리쳤다.





  “너랑 지훈선배랑 사귀는 거 모르는 애도 있냐? 왜 난리야!”
  “시발, 좀 닥치라고!”
  “아, 왜 지랄이야!”



  원은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나 진영이 보러 갈 거야!”
  “가, 가! 차라리 꺼지는 게 낫다. 사라져. 말린 내가 병신이지.”



  원은 이린을 있는 힘껏 째려보았다. 하루를 시작한 지 두시간이 채 되지 않아 벌써 두 번째였다.


  부러 더 쿵쿵 소리를 내며 반을 나서는 원의 뒤로 이린의 가운뎃손가락이 번쩍 들려있었다.







*** 








  진영의 교실이 위치한 2층에 다다른 원은 곧장 8반으로 달려가 교실 안을 살폈다. 조례 종이 치기까지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음에도 교실 안에서 진영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미어캣 마냥 창문에 눈만 빼꼼히 내놓은 채로 두리번거리던 원은 칠판에 적힌 선명한 글씨에 고개를 갸웃했다.


  [3월 27일. 사회 논술 수행평가]



  “오늘 며칠이지.”
  “27일이요.”
  "악!”



  원은 바로 제 뒤에서 울린 소리에 경기를 일으키며 돌아섰다. 그런 원을 보며 재밌다는 듯이 크게 웃는 대휘였고, 그 옆엔 마찬가지로 입가에 미소를 단 진영이 서 있었다.



  “ 아, 놀랐잖아!”
  “며칠이냐고 물어본 건 누나예요.”
  “혼잣말이거든.”



  대휘는 어깨를 으쓱, 해 보였다. 그거나, 그거나.



  “아침부터 웬일이에요?”
  “웬일일 것까지야. 얼굴 보고 싶어서. 아침부터.”
 


  원이 하루 이틀 하는 말이 아니었으나 진영은 여태 적응이 되지 않은 듯했다.
 
  원이 진영에게 한발 다가서고 나면 진영은 당황하여 원의 눈을 피했고, 그러면 원은 진영이 귀엽다는 듯 웃었다.
 
  진영은 시선을 피하다 제 시야에 걸린 시계를 보고 말했다.


  “곧 종쳐요. 누나 5층까지 가야 하잖아요.”
  “괜찮아. 담임 별 신경 안 써. 근데 너희 오늘 수행이야?”
  “네. 사회였나?”


  진영이 대휘를 향해 물었다.


  “응. 논술.”
  “주제 뭔데?”
  “안 알려주시던데요? 대학교 논술 볼 때도 미리 준비해 갈 거냐! 하시면서.”


  사회 선생님의 낮은 목소리를 흉내 내며 말하는 대휘에 원은 싱그럽게 웃었다.


  원이 1학년일 당시, 사회 선생님은 같은 수행평가를 제시하셨다. 마찬가지로 주제도 당일 사회 교시에 시험 직전 짝수 반과 홀수 반으로 나뉘어 각각 다르게 주어졌다.


  원은 진영이에게 선물해줄 또 다른 무언가를 찾았다는 생각에 얼굴 가득 완연히 미소를 지어냈다.
 


  “진영아, 너희 사회 몇 교시야?”
  “저희…."



  진영이 고개를 쭉, 빼고 원의 뒤로 시간표를 확인했다.



  “4교시요.”
  “그래. 누나 올라갈게, 이따 봐!”



  올라가겠다 말을 전한 원은 그 상태로 곧장 계단을 내려갔다. 그를 본 진영과 대휘는 의아함에 고개를 갸웃했다.


  제 언행의 모순을 감지하지 못한 원은 멈출 새도 없이 2반으로 달렸다.


  누굴 찾거나 양해를 구하지도 않았다.

  이 학교의 가장 자유로운 영혼이라 불리는 학생답게 곧장 앞문을 열어 재낀 원은 칠판 옆에 커다랗게 달린 시간표를 훑었다.


  사회… 2교시. 만족스러운 결과에 씨익 웃은 원은 저를 알아보고 언니! 하며 손을 흔드는 정연에게 다가갔다.



  “정연아, 너희 오늘 사회 수행평가 보지.”
  “네! 어떻게 아셨어요?”
  “언니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네! 뭔데요?”
 


  원은 예쁘게 웃으며 눈을 빛내는 정연에게 차마 부정행위를 부탁할 엄두가 안 나 입을 달싹거리기만 했다.


  평소 원답지 않게 머뭇거리는 모습에 정연은 오히려 더 불편해졌다. 




  “뭐길래 그래요? 괜찮아요, 언니.”
  “저… 그게.”
  “네.”
  “그…”
  “…”
  “아냐. 이따 올게! 시험 잘 봐.”



  원은 정연이 대답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반을 나섰다.


  정연은 괜히 찝찝한 기분에 두 손을 비비며 자리에 앉았다. 정연이 자리에 앉기 무섭게 종이 울렸고, 그 시간에 원은 겨우 계단을 두 칸 올라있었다.



  2교시가 끝나기 무섭게 반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괜히 긴장했네, 라며 어깨를 으쓱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이번 생은 망했다며 머리를 쥐어뜯는 아이도 있었다.



  정연은 책상 서랍에서 사회 교과서를 꺼내어 해당 내용을 확인한 후, 작게 숨을 내쉬었다.

  아, 다행이다.



  “정연아!”



  마침 기다리고 있던 차라 정연은 해사하게 웃으며 원을 반겼다. 평소 원을 잘 알고 있던 터라, 아침에 어색한 원의 모습에 대해 많은 생각을 거친 후였다.



  “언니, 왔어요?”
  “응. 시험 잘 봤어?”
  “네. 아마 백점!”
  “아구, 예쁜 내새끼. 잘했어.”



  원은 정연을 와락 안고 엉덩이를 토닥였다.



  “근데 부탁할 게 뭐에요?”
  “어, 저기 그게…”
  “…”
  “음…”
  “뭐, 주제 알려달라구요?”



  원의 눈이 동그랗게 뜨였다. 정말 놀랐을 때만 나오는 표정이란 걸 아는 정연은 크게 소리 내 웃었다.


  정연의 고민이 결론까지 닿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원은 어느 정도 정의로운 사람이었고, 저를 친동생처럼 여기며 바른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시험이 몇 교시냐 묻고 그 시험이 끝나고 찾아오겠다는데 그런 성격의 원이 머뭇거렸다면 결론은 명확했다.



  “언니 표정 보니까 적중인가 보네?”
  “…어떻게 알았어?”
  “제가 언니를 몇 년을 봤는데 이런 것도 눈치 못 채겠어요?”



  원은 눈꼬리를 축, 내리며 감동이란 듯 정연을 쳐다봤다.
 



  “벌써 그런 표정이면 곤란해요. 나 다른 것도 아는데?”
  “뭘?”



  정연이 비밀스럽다는 듯 원의 귓가에 다가가 작게 읊조렸다.



  “그거 배진영 때문이죠?”



  원은 아까보다 더욱 크게 눈을 깜빡였다. 그를 본 정연은 원의 눈이 어디까지 커질 수 있을까, 라는 영양가 없는 생각을 하며 원을 교실 밖으로 끌고 나갔다.



  “너 어떻게 알았어?”
  “언니가 1학년 시험문제를 왜 궁금해하겠어요. 시간 별로 없어요. 빨리 외워요?”



  원은 정연에게 무한한 고마움을 느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3학년이 1학년한테 꽂혀서 맨날 내려오고 졸졸 쫓아다닌대, 라는 소문은 이미 학교에 일파만파 퍼져있었기에 정연이 진영의 이름을 대는 것이 그리 대수는 아니었다.


  소문은 입에서 입을 타고 흘렀고, 원의 귀에 그와 같이 3학년이 한심하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으나, 본인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워낙 시끄러운 성격 덕에 학창시절 내내 소문을 달고 다녔던 원이었고, 따라서 그에 무관심해지는 것에 도가 튼 것도 원이었다.




  “별로 안 어려워요. 현재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어느 상태인지, 그 문제점이 뭔지, 그리고 그 해결방안 두 가지를 자세하게 제시해야 해요. 페이지 36쪽부터 나와 있고 채워야 하는 글자 수가 꽤 많으니까 미사여구도 좀 준비해두라고 해요.”
  “정연아…”
  “고맙죠? 나중에 맛있는 거 사줘요, 그럼.”
  “당연하지. 넌 천사야, 천사. 언니가 진짜 맛있는 거 사줄게.”
  “알겠어요. 얼른 가봐요.”
  “응. 고마워!”



  정연은 발에 날개가 달린 듯이 뛰어가는 원을 바라보며 웃었다. 좋아하는 사람 때문에 사소한 행복에도 저만큼이나 기뻐할 수 있는, 사랑하는 사람만이 띌 수 있는 온통 분홍빛으로 물든 저 뒷모습을 보고 웃음 짓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연은 저까지 설레여 기분 좋은 웃음으로 돌아섰다.

  배진영이 그렇게 좋을까, 원이 언니는.









*** 









  점심시간. 원은 부른 배를 퉁퉁 두들기며 8반 앞을 서성였다. 정연이 일러준 대로 진영에게 전해주었으나 2년 전과 같은 방식으로 주제가 주어졌을 거라는 확신이 없어 불안했다.


  3학년부터 급식을 먹었기 때문에 8반 교실은 휑하니 비어있었다. 진영에게 알려주면서 옆에 있던 대휘에게도 알려주었는데 둘 다 잘 봤을지, 원은 괜히 제가 떨려 손톱을 물어뜯었다.


  고등학교에 와서 처음 치르는 시험이었기에 마음가짐 면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이었으나, 단지 수행평가일 뿐인데 원은 유난스러웠다.



“아 왜 이렇게 안… 어! 진영아!”



  늦은 걸음에 원이 투덜거리려던 찰나, 코너에서 진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험! 잘 봤어?”



  원의 물음에 진영의 눈꼬리가 쳐졌다. 아랫입술이 튀어나오고 고개를 푹, 숙이는 모양새를 찬찬히 바라보던 원은 저도 모르는 새에 진영을 똑같이 따라 하고 있었다.



“문제 다르게 나왔어?”



  진영이 고개를 저었다. 동시에 원도 같이 고개를 저으며 되물었다.



  “으응, 아니야? 그럼 기억이 안 났어?”



  점점 풀이 죽는 모양새에 원은 애가 타 미칠지경이었다. 진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원은 반대로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아니야! 괜찮아. 이거 별로 안 중요해. 뭐 어때, 시험 잘 보면 되지. 그치?”
  “… .”
  “응? 진짜 괜찮아, 진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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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해요, 누나. 누나가 문제도 알아다 줬는… .”
  “괜찮아! 아냐! 별거 아니야. 누나 괜찮은데, 진영아? 응? 고개 좀 들어봐.”
  



  그제야 진영은 고개를 살짝 들어 원을 살폈다. 저와 똑같은 표정에 저보다 더 안달이나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모양새가 퍽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제서야 진영은 표정을 풀고 환하게 웃었다. 원의 모양새를 보니 더 놀렸다간 큰일 나겠다, 싶어서였다. 이렇게까지 반응이 클 줄은 몰랐던 탓에 억지로 자아내지 않아도 웃음이 흘렀다.


  마냥 즐거운 진영에 비해 원은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세상의 우울과 슬픔은 다 끌어안은 듯 풀이 죽어있던 아이가 저를 보며 생글생글 웃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왜… 왜 그래?”
“누나.”
“응?”
“미안. 저 시험 잘 봤어요, 누나 덕분에. 고마워요.”



  몇 초간 멍하니 웃는 진영을 바라보던 원은 아씨, 하며 손으로 눈을 꾹, 가렸다.




  “하하. 놀린다고 이렇게까지 넘어올 줄 몰랐어요. 미안해요.”
  “아, 배진영, 진짜. 못된 것만 배워왔어. 이대휘지!”
  “누나 귀 빨개졌다.”
  “…너 들어가. 나 갈 거야.”




  원은 여전히 눈을 꼭 가린 채 뒤돌았다. 매일같이 왔다 갔다 했기 때문인지 머뭇거림 없이 곧장 걷는 방향이 정확히 계단을 향했다.


  진영은 여태까지 소리 내 웃으며 원의 팔을 붙잡았다. 원의 앞으로 가 선 진영은 허리를 숙여 원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나 시험 잘 봤는데 칭찬도 안 해주고 그냥 가게요?”




  코앞에서 울리는 진영의 목소리에 온몸 가득 긴장한 채로 원이 답했다.




  “…원래 칭찬해주려고 내려온 건데 안 해.”
  “하하. 미안해요.”




  진영은 원의 눈에 덮여진 작은 손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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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진영의 언행은 그저 손을 떼보라는 단순한 의도였으나, 원은 그에서 오는 무지막지한 떨림을 견뎌내야 했다. 애초에 진영이 너무하리만치 가까이 다가와 있다는 것부터 원의 심장은 쿵쿵 울려대고 있었다.


  원은 손가락 사이를 살짝 벌려 시야를 열었다. 진영이 꽤 가까이 있었기에 좁은 시야에 진영의 얼굴이 가득 찼다.




  “…배진영 반칙.”
  “네?”



  원은 한참이나 가려져 있던 제 눈을 자유로 돌려보냈다.




  “아씨, 미운데 존나 잘생겨서 미워할 수가 없잖아!”
  “네?”
  “몰라! 잘했어! 아침부터 학교 뛰어다닌 보람이 있네! 기특해! 밥은 잘 먹었어? 먹었겠지! 그럼 난 간다!”




  진영은 순식간에 텅 비어버린 공간을 우두커니 바라보다가 옅게 웃었다. 특이해, 진짜.










***  










  진영의 수행평가 돕기가 한 번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후, 원은 1학년의 거의 모든 수행평가 문제를 아는 지경에 이르렀다.


  원은 계속 정연에게 부탁하기가 미안했는지 제 후배들부터 심지어는 이린의 후배까지 손을 뻗었다. 후배들은 3학년이 제 시험문제를 알아서 뭐하겠나 싶어 별 거리낌 없이 문제를 유출했다. 맛있는 것을 손에 쥐여주니 본인들의 입장에선 손해 볼 것이 없다는 판단 하에서 였다.


  다만, 진영의 간식부터 그들에게 감사의 표시로 전할 간식까지. 원의 지갑이 남아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진영은 대체 이 누나가 어디서, 무슨 생각으로 자꾸 문제를 알아오는 건가 싶어 관두라고 몇 번이나 재자 말렸지만, 원은 그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제가 시험을 못 보면 그만둘까 싶어 끝까지 못 봤다고 거짓말을 해봐도 요지부동이었다. 잘 보면 잘 보는 대로 못 보면 못 보는 대로 원은 진영을 토닥였다. 



  그렇게 수행평가가 몰아치는 4월의 중순. 진영도 원도 아무런 수행평가가 없는 평화로운 화요일이었다.

  멍하니 봄기운이 완연한 창밖을 바라보던 원은 갑자기 뇌리를 파고드는 생각에 책상을 쾅, 하고 내리쳤다. 그에 놀란 이린은 경기를 일으키며 들썩였다.



  “미쳤냐!”
  “어. 나 미쳤나 봐.”
  “왜. 또 뭐.”
  “번호… . 번호….”
  “뭐?”



  정말 미친 사람처럼 번호라는 단어만을 읊조리는 원을 이린은 혐오스럽다는 듯 바라봤다.


  원은 곧장 제 책상에 걸려있는 가방에 손을 집어넣어 초코바와 바나나우유를 챙겨 들었다. 그 행동을 지켜보던 이린이 ‘또 배진영 보러 가게?’하며 물었으나 원은 듣지 못한 듯 다급하게 교실을 뛰쳐나갔다.


  이린은 혀를 끌끌 차며 자세를 다잡고 앉아 원의 책상 서랍을 뒤졌다. 원의 모양새를 보아 집히는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몇 번 뒤적이지 않아 손에 잡히는 핸드폰을 꺼내 들고 익숙한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이린은 전화번호부에 들어가 글자가 아닌 하트를 검색했다. 뜨는 것이 가족과 제 번호뿐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홀드를 눌러 화면을 끈 뒤 다시 제 자리에 넣어두었다.

  바보같이 단순한 정원이 여태까지 배진영의 번호를 따지 않았음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원은 단언컨대 새 학기가 시작한 이후로 가장 빠른 걸음을 선보이는 중이었다. 아무리 정신없어도 그렇지 어떻게 그것을 까먹을 수 있냐는 자책을 동반한 걸음은 위태로울 정도로 빨라지고 있었다.


  2층에 도착해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 원은 8반으로 달리다 크게 휘청였다. 제 시야에 걸린 투샷 때문이었다.


  진영과 예린. 

  심지어 진영은 원이 설레여하는 웃음을 띠고 있었고, 마주한 예린 역시 지나치게 예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다가가 아무렇지 않게 제 손에 들린 간식을 전해주어도 되는 일이었으나, 원의 다리는 복도에 굳게 뿌리박혀 움직일 줄을 몰랐다.


  정말 짜증스럽게도 마주 보며 웃고 있는 진영과 예린이 너무 잘 어울리는 탓이었다.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원을 파고들었다.


  원은 흔들리는 눈동자로 제 손에 들린 것을 내려다봤다. 연노란색 포스트잇에 적힌 글자가 유난히 못나 보였다.




[오늘도 화이팅! 맛있게 먹어, 진영아! ><♥]



“짜증 나.”




  말로 하면 될 것을 왜 굳이 글자로 적어 내렸을까. 이러한 상황이 올 것을 염두에 둔 것처럼.


  원은 포스트잇을 떼 구겨 바닥에 던졌다. 바닥에 떨어진 포스트잇을 신경질적으로 짓밟은 원은 곧장 복도 구석에 놓인 쓰레기통으로 다가가 제 손에 들린 것을 모두 떨어트렸다.


  누가 봐도 화난 뒷모습이 계단을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던 대휘는 아이스크림을 빨며 고개를 갸웃했다. 대휘는 원이 눈치채지 못한 곳에서 줄곧 원의 행동을 관찰하고 있었다.

  

  대휘가 보기에는 이상하기 짝이 없는 행동들이었다.


  바닥에 던진 포스트잇도 쓰레기통에 버린 간식들도 모두 진영의 것이 분명했다.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던 대휘는 반으로 가기 위해 코너를 돌았을 때 그 해답을 찾았다.

  원을 바라보던 곳에서는 진영과 예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대휘는 제 눈에 들어온 광경을 보아하니 원이 저리 행동할 만 하다고 생각했다.


  종이치고 예린과 헤어진 진영에게 대휘가 기다렸다는 듯 달려갔다. 대휘는 여전히 입에 아이스크림을 물고, 한 손에 연노란색 포스트잇을 들고 있었다.


  대휘는 본래의 형태를 잃고 구깃구깃하고 더러워진 포스트잇을 야무지게 펴 진영의 눈앞에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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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나 화났잖아. 어떡할 거야!”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진영의 눈이 의아하게 떠졌다.



  “원이 누나 말이야! 화났다고!”
  “누나가 왜?”
  “누나 방금 내려왔었어.”
  “못 봤는데?”



  대휘는 무슨 이런 답답한 놈이 다 있느냐는 듯한 눈빛으로 진영을 쏘아봤다.



  “너가 예린이 누나랑 그러고 있는데 누나가 잘도 신나서 진영아~하겠다!”



  눈을 완전히 휘어 웃는 원을 따라 하며 대휘가 말했다. 진영은 그제야 알았다는 듯 아, 하고 탄식했다.




  "알아서 해. 난 몰라."




  대휘는 손을 휘휘 저으며 뒤돌아 교실로 들어갔다. 진영은 그 자리에서 두어 번 눈 옆을 긁다가 역시 대휘를 따라 교실로 들어섰다.

  진영은 찝찝한 기분에 수업시간 내내 집중하지 못하고 핸드폰 홀드를 켰다 끄는 것을 반복했다.



  원은 어찌할 바를 몰라 허둥대었다. 멍한 머릿속은 당연지사고 공부마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진영을 포기해야 하는 건가, 싶으면서도 진영을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린은 10분 만에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 있나 싶었다. 번호를 따는 것에 실패한 것 같긴한데 그 사실만으로 사람이 이렇게 될 것 같지는 않았다.


  계속 헛손질을 하고 눈동자는 칠판 쪽을 향할 뿐 아무것도 담지 않았으며 제가 툭툭 건드리는 손길에도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교할 때까지 잠자코 원을 지켜보기만 하던 이린은 도저히 안 되겠는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정원!”
  “…”
  “너 왜 이러는데. 뭐 배진영이 너한테 욕이라도 했어? 상태가 왜 이래.”
  “…걸까?”



  너무 작은 소리에 이린은 미간을 찌푸리며 원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뭐?”
  “…나 진영이 포기해야 되는 걸까?”



  이건 또 무슨 신종 개소릴까. 이린은 눈썹을 찌푸렸다.



  “뭔 소리야, 그건 또.”
  “그냥. 이예린이 나보다 더 예쁘고, 착하고, 머리도 길고, 피부도 하얗…”



  원의 한탄은 이린의 손길에 멈추었다. 듣다 못한 이린이 원의 등을 세게 내려친 것이다.



  “난 또 너 정신 차렸나 했다. 그래. 그딴 잡생각 할 거면 마음 접어. 아무리 내가 네 친구라도 이예린보다 니가 훨씬 낫다는 소리는 못 해주겠다. 근데 그딴 하찮은 열등감에서 고민할 거면 마음 접는 게 나아. 그딴 마음가짐으로 이예린 제끼겠다고? 지랄 마세요, 친구야.”
  “…."
  “난 너 그렇게 안 키웠다, 정원. 머리도 좋은 게 이럴 땐 존나 바보 같단 말이야. 별거 아닌 거 확인했으니 난 간다. 더 미치겠으면 전화하든지.”



  담담하게 제 할말을 마친 이린은 손을 흔들며 뒤돌아 원에게서 멀어졌다. 멍한 원이 불안해 제집과는 반대 방향인 원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은 천천히 친구의 말을 곱씹으며 집으로 향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애초에 예린이 진영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시작한 마음이었고, 저 스스로도 예린이 저보다 낫다는 것은 인정한 지 오래였다.

  단지 눈으로 확인한 것이 오늘일 뿐, 본래부터 알고 있던 사실임엔 틀림없었다. 그러나, 눈으로 확인한 사실이 예상보다 너무 크게 원을 짓눌렀다.



  “다녀왔습니다.”



  빈 공간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힘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곧장 제 방으로 들어선 원은 침대에 풀썩, 쓰러져 고개를 베개에 파묻었다. 야자가 없는 날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상태로 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이래서 고3 때 사랑이 쥐약이라는 거구나, 원은 조상님들의 지혜를 다시 한번 몸소 느꼈다.


까톡-


  평소라면 무시하고 지나쳤을 알림음이 오늘따라 크게 울렸다. 원은 축축 처지는 몸을 일으켜 대충 던져놓은 가방을 쥐었다.


  원은 앞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알림을 확인했다. 



탁-!



  원의 손에서 떨어진 핸드폰이 바닥과 만나 둔탁한 파열음을 냈다. 원은 제 눈을 비비고 고개를 세차게 흔든 뒤 허리를 숙여 핸드폰을 주웠다.


  다시 확인한 알림은 바뀌지 않고 그대로인 채였다.





[배진영]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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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진영이가 최애인 워너블

정도로 생각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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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 작가님 진영이 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여주는 딱 워너블ㅋㅋㅋㅋㅋㅋ 다음편 기다리고 있을게요!! 감사합니다ㅎㅎ
6년 전
딱풀
앗 제가 더 감사해요ㅎㅎ?
6년 전
독자2
아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ㅜㅜ 이번화도 최고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다음작도 얼른 오셔야해요!!!!!;-; 너무 몽글몽글 좋아요ㅠㅠㅠㅠㅠㅠ 여주 성격도 제스타일!!!! 암호닉 받으신다면 [진수야축구하자]로 신청할게요!!!❤️❤️❤️❤️❤️❤️
6년 전
딱풀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아마 주말쯤 올라올거에요 ㅠㅠ 수정만 보면되는데 그게 하루를 다 잡아먹어서..ㅠ 암호닉 받아갈게요!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ㅎㅎ❤️❤️❤️❤️❤️❤️
6년 전
비회원149.70
오늘 처음 봤는데 너무 재미있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넘 설레구 두근두근 ㅠㅠㅠㅠ....
6년 전
딱풀
아유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 설레어 주시니 몸둘바를.. 물론 진영이가 다했지만..ㅋㅋㅋㅋㅋ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
6년 전
비회원5.55
정말너무잘보고있어요ㅠㅜㅜㅜ너무재밌고!
계속잘연재해주세요:)

6년 전
딱풀
네!! 꼭 완결까지 잘 써볼게요! 감사합니다ㅎㅎ:)
6년 전
비회원208.110
선생님.... 선생밈...... 아... 아아...... 말도 안 나와오... 아아....
6년 전
딱풀
ㅋㅋㅋㅋㅋ 아고ㅠㅠㅠㅠ 선생님이라니.. 재밌게 보신거라는 거죠..? ㅋㅋㅋㅋ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3
작가님,,, 저가 사랑하는 거 아시조,,,, 분량도 최고고ㅠㅠㅠㅠㅠㅠㅠㅠ 저 어제 신알신하고 갔는데ㅜㅠㅠㅠㅠㅠㅠㅠ 진짜 대박이에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6년 전
딱풀
제가 더 사랑해요❤️❤️ 어제 신알신 해주셨다니ㅠㅠㅠ 감사합니다ㅠㅠㅠ 다음 분량도 낭낭할테니 기대해주세요..!!ㅎㅎ
6년 전
독자4
아 애기야ㅠㅠㅠㅠㅠㅠㅠ진영이ㅠㅠㅠㅠㅠㅠ대휘야ㅜ너무 예쁘다 고마워 대휘야ㅠㅠㅠㅠㅠ귀여워 ..마자 진영 너 너무 좋은ㄷ 좀 미오 아주 ..살짝 ㅠㅠㅠㅠㅠㅠㅠㅠㅠ울 여주 당차서 보기좋았는데 !! 아냐 포기하지마 여주야ㅜㅜㅜ
6년 전
딱풀
당찬 여주 성격 어디 안갑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끝까지 당찰예정.. 다음 편도 기대해주세요??
6년 전
비회원24.122
재미도 있는데 분량도 많아요 ㅠㅠ 넘나 좋은 것 다음 화 빨리 주세요 현기증 나요 ㅠㅠ
6년 전
딱풀
감사합니다!! 다음편은 아마 주말에 올라올거예요.. ㅠㅠㅠㅠ 토요일 밤이나 일요일에 한번 확인해주세요!!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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