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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환 기능을 이용하면 문체가 

진영의 -> 진영이의 

로 바뀌는 등의 문제로 심하게 분위기가 변한다 판단하여

여자 주인공의 이름을 [정원]으로

설정해 둔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클리셰 주의*

    











좋아해?좋아해!

W.딱풀

#2 라이벌? 라이벌!












  원은 제 핸드폰에 떠 있는 글자가 배진영이 맞는지 수차례 확인했다. 그리고 그 글자가, 이 카톡이 배진영이 맞다는 판단이 선 후에는 미친 사람처럼 방안을 뛰어다녔다.




“악! 미친!”




 방금 전까지 진영을 포기하네, 마네 하던 원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원은 제 핸드폰을 붙잡고 사방팔방 뛰어다니다 지쳐갈 때 쯤 멈춰 심호흡을 했다.




“답장을 보내야지. 답장.”




  홀드를 킨 원은 뭐라고 답을 보낼지 수십번은 더 생각한 뒤 [배진영]이라고 쓰여진 글자를 눌렀다. 



[응?]




  답장을 보내자마자 사라지는 숫자에 기겁한 원은 곧바로 뒤로가기를 눌렀다. 답장이 올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맞는지 1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알림음이 울렸다.




[괜찮아요?]

[뭐가?]

[기분 안좋을거 같아서요]



  원은 고개를 갸웃했다. 대휘가 저를 보고있었다는 사실을 몰랐기에 진영이 제 기분에 대해 묻는 것이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진영에게 무어라 답장할지 고민하던 원은 고개를 살짝 가로저었다. 기분이 안좋은 것은 진영 때문이 아니라 예린보다 못난 제 자신 때문이었다. 괜히 진영에게 그를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아닌데??]

[진짜요?]

[응 진짜]

[다행이네]
[아니면 됐어요 공부해요]

[아니 잠깐만!]
[진영아!]

[네?]

[나 너 번호 좀…]




  진영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은 이미 원의 머릿속에서 저 세상 너머로 사라진지 오래였다. 




[아ㅋㅋㅋㅋㅋㅋㅋ]
[010-2000-0510]
[없었어요? 당연히 있는 줄 알았죠 저는]

[응 나도..]
[그래서 오늘 물어보려고 갔었는데]




“아 미친.”




  원은 스스로 제 무덤을 팠다고 생각했다. 풀려버린 긴장에 아무생각없이 전송을 눌러버린 제 손가락을 잘라내고 싶었다. 원은 소리를 지르며 제 머리를 쥐어뜯었다. 분명 다음말을 물어볼텐데, 뭐라 답한단 말인가. 

  사실 원이 내려왔었다는 것을 진영이 알고있었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였다.




[너가 자길래 그냥 올라왔어]




  진영은 옅게 웃고는 타자를쳤다. 오늘은 쉬는 시간 내내 한번도 잠든 적이 없었다.




[다음부턴 그냥 깨우셔도 돼요]
[내려오는거 힘들잖아요]




  진영에게 제 속마음을 간파당한 줄도 모른채 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야! 안힘들어 하나도!!]
[너 자는게 더 중요해]
[그래도 너 얼굴 못보고 올라가는 건 쪼끔 힘든데..]
[괜찮아! 그정도야 뭐~]
[근데 너 등교 몇시에 해?]

[등교요?]
[어..7시 반쯤?]




“드럽게 일찍하네.”




  같이 가려던 속셈이었던 원은 핸드폰 알람을 본래 설정보다 더 이른 시각으로 바꾸었다. 




[되게 일찍하네 ㅠ]

[버스 시간 때문에요]

[누나가 얼른 면허를 따야겠구나..]
[우리 진영이 많이 자야되는데ㅠㅠ]

[ㅋㅋㅋㅋㅋ버스에서 자요]

[헐 위험해]
[그러다 너 너무 예뻐서 누가 납치해가면 어떡하려고]

[그럴일 없어요..]

[있어 ㅠ]
[안되겠다 불안해서]
[너 이제 누나랑 같이 등교해 버스 몇번이야]

[101번인데.. 진짜요?]

[헐 데스티니]
[우리 집 앞에 지나가ㅠ]
[너 정류장 어디야]

[ㅋㅋㅋㅋㅋ아니 진짜로요 누나?]
[프듀사거리요]

[진짜야!! 너가 먼저타네]
[옆자리 비워놔야 해 알겠지?]
[내일 봐 진영아!!!♥]

[네ㅋㅋㅋㅋㅋ]




  원은 인터넷에 101번 버스를 검색했다. 원의 주 등굣길은 도보였기에 대체 얼마나 더 일찍일어나야 하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한참 초록색 창과 씨름을 한 결과, 교통비로 900원이면 될 것이 1800원으로 늘었다. 원은 제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다가 미친사람처럼 실실 웃기 시작했다. 진영과 처음 한 연락이었다. 제가 조금만 노력하면 등교도 같이할거고, 번호도 알아냈다. 심지어 진영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 원은 핸드폰을 제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이미 오전의 일은 헤프닝으로 흘러가 버린지 오래였다.




“이러면 내가! 포기를! 어! 떻! 게! 하냐고!”




  진영과 더 가까워진 느낌에 원은 신이났다. 예린의 존재따위 잊어버리면 그만이었다. 무시해버리면 그만이었다. 진영이 그녀가 아닌 제게 빠지도록 더 잘해주면 그만이었다. 

  원은 당차게 일어나 책상으로 걸어갔다. 이제 글자가 눈에 들어올 것같았다. 그것도 아주 효율적으로.







***







  본래보다 1시간이나 더 일찍 일어난 원은 제 스스로에게 존경을 표하며 욕실로 걸어갔다. 좀비와 다름없는 행색이었다. 대체 사랑이 뭐라고 인간이 이만큼이나 위대해질 수 있다는 말인가. 원은 깊은 숨을 내쉬고 차근차근 등교준비를 해나갔다. 

  원은 인터넷이 알려준 대로 학교방향과는 반대인 버스를 타고 차분히 시간을 계산했다. 7시 30분쯤 등교를 하면 이 정류장을 지날 때 약 7시 20분일 것이다. 지금은 7시15분, 계기판에 뜬 것으로보아 다음에 오는 버스를 타면 될 것 같았다. 

  원은 갑자기 떠오르는 이린의 얼굴에 피식, 웃었다. 분명 이 미친 짓거리를 들으면 열대도 넘게 손찌검을 해 댈 것이다. 이 시간에 단어나 더 외우라고. 수학문제나 더 풀라고. 그게 고3다운 일임은 틀림없었다. 

  원은 마침 다가오는 101이라는 숫자에 싱긋 웃으며 버스에 올랐다. 버스카드를 찍고 한산한 버스를 둘러봤다. 등교시간 이라기에도 꽤 이른 시각이었기에 버스는 텅텅 비어있었다. 버스 내부를 훑던 원의 눈에 테니스 공 하나가 들어왔다. 

[워너원/배진영] 좋아해? 좋아해! #2 | 인스티즈


  찾았다.
 
  제 고생이 떠올라 눈물이 핑도려는 것을 꾹참고 테니스 공에게 다가갔다. 버스에서 잔다는 것이 그냥 한 말은 아니었던 것인지 테니스 공은 정말 주체할 수없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원은 비어있는 진영의 옆자리에 앉아 입꼬리를 씨익 당겨올리고는 조심스럽게 테니스 공을 제 어깨위로 올렸다. 꽤 깊이 잠든 것인지 진영은 으음,하고 말뿐 눈을 뜨지 않았다. 원은 모처럼 주어진 황금 같은 기회를 원없이 누리기로 했다. 

  눈, 코, 입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작은 얼굴. 그림자가 질 정도로 긴 속눈썹과 오똑 솟은 코. 동글동글한 콧망울. 진영의 얼굴을 군데군데 뜯어보는 원의 얼굴엔 제 새끼를 보는 어미마냥 미소가 만연했다. 

  고요한 아침의 버스 안, 원의 심장 고동소리만이 빠르게 울려퍼졌다. 




“이 얼굴로자면 위험한거 맞다니까.”




  다음 정류장이 학교라는 안내방송에 원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진영을 깨웠다. 




“진영아.”
“….”
“배진여엉. 일어나봐.”




  진영은 잠에서 깨 상황파악을 하려는 듯 눈을 두어번 깜빡였다. 기울어져있던 고개를 들고 제가 기대있던 어깨의 주인을 확인한 진영은 퍽 당황한 눈치였다.




“…누나?”
“안녕.”
“어, 진짜, 왔네요. 진짜일 줄은 몰랐는데.”
“우리 진영이 누가 잡아가면 어떡해. 이렇게 예쁘게 자는데.”




  원의 눈에 능글맞은 곡선이 그려졌다. 

  원의 말에 언제나 그랬듯 진영이 눈을 피했다. 원은 참 한결같은 진영이 귀여워 씨익 웃었다. 귀여워서 좋긴한데, 언제쯤 태연해지려나. 




“내리자. 이대로 한바퀴 더 도는건 땡큔데 지각은 안되니까.”




  원은 큰 눈을 깜빡이며 가방을 고쳐매고 제 옆에서는 진영을 보며 아침의 그 개고생도 할만하다는 생각을 했다. 







***







  학생들로 붐비는 매점 안. 틈새를 비집고 원과 이린이 들어섰다. 평소의 등교루트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난 원이 진영의 간식을 사기위해 이린을 끌고 온 것이다. 사는 곳은 달라도 메뉴는 같게. 원이 파란색 지폐 몇 장을 건네고 받은 것은 바나나우유와 초코바였다. 




“너 때문에 끌려왔으니까 사탕이라도 하나 사줘.”




  이린의 요구에 원이 언짢은 표정을 해보였다.




“언니, 츄파츕스 아무거나 하나 주세요.”
“알럽.”




  이린은 사탕을 제가 건네받아 능숙한 손길로 껍질을 깠다. 




“근데 너 언제까지 배진영 보러갈거냐.”




매점을 나서며 심드렁이 툭, 던지듯 묻는 이린에 원은 무슨 그런 질문을 하냐는 눈빛을 했다.




“평생.”
“…아니 중간 2주 남은 건 알아?”
“시발?”




  원은 걷던 걸음을 멈추고 우뚝섰다. 진영을 챙기고, 진영을 챙기고, 진영을 챙기는데 온 시간을 할애하다보니 시험이 코앞으로 다가와있었다. 진영에 가려져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한 사실이었다. 

  원은 충격에 힘이 풀려 떨어지려던 간식을 다시금 움켜쥐고 멎었던 발을 움직였다. 




“나 오늘 진영이한테 작별인사 하고 올게. 울면서 오면 좀 토닥여줘.”
“… .”
“고등학교 시절 가장 힘든 시험기간이 되겠구나. 테니스 공 없는 쉬는 시간이라니. 끔찍하다.”
“…”
“내가 버틸 수 있을까. 벌써 암담해. 어떡하지, 미친.”
“미친은 내가 미친이다. 2주 남았다고. 시간 조금 남은건 안보이냐.”
“밤 좀 새지 뭐. 아, 겨우 한번했는데 등교도 같이 못하겠네. 시…”
“너 오늘 배진영이랑 같이 등교했어?”
“…어, 교문 앞에서 만나가지고!”




  원은 최대한 태연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만난게 아니라 너가 시간을 맞춘거겠지. 너 오늘 15분이나 일찍왔어. 어쩐지.”




  원은 겉으로는 멋쩍다는 듯 웃었으나 속으로는 엄청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보다 더 미친짓을 했으니 이정도 사실이 들통났다고 해서 움츠러들리 없었다. 




“난 그럼 이거 주러 먼저 간다, 올라가!”
“꺼져라.”




  손을 흔들며 뛰어가는 원의 뒷모습을 예쁘다고 해야할지, 미쳤다고 해야할지 한참 고민하던 이린은 역시 후자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튼튼한 어금니를 자랑이라도 하듯 아직 커다란 사탕을 와그작, 씹은 이린은 막대만 남은 사탕을 쓰레기통에 던져넣고 유유히 교실로 향했다. 

  8반에 도착한 원은 방금 전까지 웃고있던 얼굴을 싹 지운채였다. 당분간 이 팻말을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우울감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제 교실만큼이나 익숙해진 풍경으로 덜컥 들어선 원은 자연스럽게 진영에게 향했다. 




“진영아아.”
“어, 누나.”
“진영아아아아아아아.”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곧 울것처럼 저를 부르는 원에 진영이 고개를 기울였다. 
  
  원은 진영의 자리에 간식을 내려놓고 손이 비자 곧장 진영의 양 어깨를 붙잡았다. 원은 뇌리에 각인이라도 시키려는 듯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진영을 뚫어져라 훑기 시작했다. 




“…누나?”
“응.”
“…뭐해요?”
“너 보고 있잖아.”
“그러니까 왜 이렇게 뚫어져라…”
“누나 당분간 못 올거 같아서 그래. 협조 좀 해줘, 너가.”
“어디 가요?”
“응. 공포 삶의 현장.”




  여적지 진영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짐짓 진지한 말투로 원이 대답했다. 그에 옅게 웃은 진영이 원에게 그게 뭐냐고 되물었다. 




“시험. 나도 고3이니까 꽤 중요해서.”
“아아, 시험.”




  공포긴 하네요, 하며 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영아. 누나 안온다고 잊으면 안돼, 알겠지?”
“좀 못본다고 사람을 잊지는 않아요.”
“시험 끝나고 왔을때 막 누구세요? 그러면 혼낼거야.”
“안 그래요.”
“내가 시험문제까지 알아다주진 못하니까 공부 열심히 해야해. 알겠지?”
“노력할게요.”
“아, 예뻐 죽겠…”




  해사하게 웃으며 답하는 진영에 원은 하마터면 그대로 힘을 주어 당겨 진영을 안을 뻔했다. 웃는 얼굴도 노력하겠다는 말도 원에겐 하나같이 사랑스러웠다. 

  원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충동을 잘 억제한 제가 자랑스러웠다. 

  영영 떨어지지 않을 것만 같던 원의 손이 갑작스럽게 끊긴 원의 말에 의아해하는 진영의 어깨를 놓아주었다.




“진영아, 누나 갈게. 5월에 보자.”
“네. 시험 잘 봐요.”




  웃으며 인사하는 진영에 비해 원은 울상이었다. 

  원은 1초라도 더 진영을 눈에 담겠다는 심산인지 매우 느린 뒷걸음질로 교실을 빠져나갔다. 진영은 몇 주 못보는 것이 뭐 대수라고 입이며 눈이며 잔뜩 꼬리내리고 있는지, 저보다 두 살이나 많은 원이 마냥 귀여웠다. 그런 진영의 감정을 알 리 없는 원은 투덜대며 교실로 올라갔다. 




“웃는 얼굴 보여주는 건 좋은데 왜 웃냐고, 왜. 난 벌써부터 보고싶어 죽겠는데. 지는 아주 실실 잘도 웃지!”




  원은 애꿎은 계단을 발로 쿵쿵 찍어가며 열분을 토했다. 








***  








“야, 정원. 집 안가냐?”



  이린이 짐을 싸고 가방까지 멜 동안 원은 멀뚱히 앉아있었다. 

  화요일, 목요일은 야간자율학습이 없어 3학년 학생들이 빛의 속도로 학교를 빠져나가는 현상을 볼 수 있는 날이었다. 언제나 제일 먼저 학교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활활 불태우던 원이 오늘따라 조용했다. 

  필기구가 필통 밖으로 난무했고, 교과서는 여적지 활짝 펴진 상태였다. 이린은 살다살다 이런 광경도 본다며 원의 얼굴 앞으로 손을 들이밀어 휘휘 저었다. 그제서야 멍하던 원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원은 고개를 돌려 괴기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린을 올려다봤다. 




“집…?”
“어. 집. 왜이래, 얘가? 아직도 배진영…”
“그래! 목요일! 집에 가야지, 집! 집!”
“…엄마.”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원이 책상에 있는 것을 쓸어담다 싶이 하며 가방을 챙기기 시작했다. 창백하던 원의 얼굴에 순식간에 핏기가 돌았다. 더 나아가 분홍빛까지 띄려드는 원에 이린은 소름돋는 다는 듯 제 팔을 연신 쓸었다. 




“…천천히 해. 기다려줄게.”
“진영이 가면 어떡해!”
“…뭐?”
“진영이랑 집 같이 갈거야. 오늘은 나 먼저 간다, 김이린!”




  이린이 가방을 양 어깨에 제대로 메지도 않은 채 교실을 뛰쳐나가는 원을 허망하게 바라봤다. 하루종일 우울하던 원의 얼굴에 순식간에 분홍빛 기류가 맴돈 이유는 역시나 진영이었다. 우울했던 이유도, 밝게 돈 이유도 모두. 

  이린은 재빨리 뛰쳐나가 원이 건너뛰며 내려가고 있는 계단 난간을 붙잡았다. 이린은 고개를 삐죽 내밀고 아래를 향해 크게 외쳤다.




“너도 우정보다 사랑이냐, 나쁜년아!”




  이린의 외침에도 원은 옅게 웃을 뿐이었다. 원의 귀에 이린의 말이 곧게 들어올리 없었다. 

  원은 그저 마냥 기쁘기만 했다. 시험기간에 진영이 보고싶어 펜을 내던질 일도, 당장 뛰쳐내려가고 싶은 욕구를 꾹꾹 눌러담을 필요도 없어졌다. 화요일, 목요일. 일주일에 겨우 두번으로 줄었지만 훨씬 오랜 시간동안 진영을 마주할 수 있었다. 

  원은 가방에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번호부를 눌렀다. 오래 찾을 것도 없이 가장 상단에 진영의 이름이 있었다. 원은 망설임 없이 통화를 눌렀다.



띠리링-



[여보세…]
[진영아, 너 어디야!]
[저 지금 교문이요.]
[기다려! 가지말고 기다려! 알겠지?]




  진영의 대답이 들리기도 전, 원은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 지금 원에게 핸드폰은 달리는데 거추장스러운 쇳덩어리, 그 이상도 이하도 되지 못했다. 

  신발도 갈아신지 않고 건물을 나선 원은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두 눈으로 진영을 찾았다. 많은 학생들이 우르르 교문에 몰켜있었으나,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그저 제 시선을 온통 가로채는 이를 찾으면 되었다. 저 말고 다른 것들은 새벽에 깊게 낀 안개처럼 두터운 장막으로 덮어버리는 이를 찾으면 되었다. 




“진영아!”




  원의 목소리에 진영이 고개를 돌려 원을 바라봤다. 순식간에 제 코앞으로 다가온 원을 진영이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어, 그렇게 쳐다보면 누나 설레는데.”
“…가방은 뭐예요?”
“누나 오늘 야자 없어! 그래서 너랑 같이 집가려고!”
“네?”




  진영은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아침에 금방이라도 울 모양새를하고서 저를 붙들고 잊지말라 외치던 원이 아닌가. 시험기간이 이리도 빨리 지나갈 줄은 정말, 몰랐다. 

  원이 멀뚱히 서있는 진영의 손목을 꼭 그러쥐고 잡아당겼다. 




“가자, 집에! 버스정류장으로!”
“….”
“혹시 너 같이 갈 친구 있는데 내가 막 데려오고 그런거 아니지…?”




  당차게 걸어가던 원이 우뚝 멈춰 잔뜩 긴장한 듯 떨리는 눈으로 물었다. 그제서야 멍하던 얼굴을 풀고 푸스스 웃는 진영이었다. 




“네. 아니에요.”
“아, 다행이다.”




  원은 진심으로 안도했다. 찰나였지만 원에겐 심장이 내려 앉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 누나랑 약속해. 이제 화요일, 목요일은 누나랑 하교하는거야.”
“…누나.”
“싫으면 시험기간 만이라도. 응? 쉬는 시간에 못보잖아. 나 오늘도 진짜 힘들었단 말이야. 앞으로 2주나 남았는데?”
“…”
“오늘빼면 겨우 네번인데?”
“…알겠어요.”



  진영의 말에 원이 제자리에서 폴짝 뛰었다. 




“예스 굿!”







***








“누나 진짜 어디서 내려요?”
“어…, 좀 더 있다가!”

  원은 제가 탈때 진영이 자고 있었던 것이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벌써 세번째 물음이었다. 진영의 눈빛이 점점 의심을 담아가고 있었지만 그럴수록 원은 더욱 뻔뻔해졌다. 

  내리긴 무슨, 집까지 데려다 줄건데.

  버스는 오늘 아침 원이 탔던 정류장을 지나 막힘없이 도로를 달려나갔다. 진영은 제 손을 붙잡고 꼼지락 대는 원을 바라보다 입을 뗐다.




“누나.”
“응?”
“다음 정류장이 저희 집이에요.”
“….”
“….”
“…어이쿠! 진영이 손이 너무 예뻐서 그만! 정류장을 지나쳐 버렸네?”
“….”
“이왕 이렇게 된거 너 데려다주고 가야겠다! 어때! 좋지?”
“…누나.”
“가자! 내리자!”




  원과 진영은 각기 다른 표정을 지은 채 버스에서 내렸다. 원은 한없이 즐겁고 재밌다는 듯 웃고있었고, 진영은 도통 원의 심리를 모르겠다는 듯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누나 진짜 집 어디…”
“어디로 가면 됩니까? 여기? 여기?”




  진영은 제 말을 들을 생각조차 않는 원에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포기했다는 듯 손가락을 편 진영은 저기요, 하고 길 한 쪽을 가리켰다. 




“그래!”
“진짜 이래도 괜찮은 거 맞아요?”




  생글생글 웃으며 진영이 가리킨 방향으로 나아가던 걸음이 진영의 목소리에 우뚝, 멎었다. 


  진영은 원이 제게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생각했다. 원의 현재는 금과 같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었다. 제가 차지하고 있는 원의 시간은 평소 저를 찾아오는 10분 뿐만이 아닐테다. 제게 주는 간식이며, 포스트잇이며 뚝딱하면 생기는 것들이 아니었다. 수행평가라도 있는 날이면 그 시간은 배로 늘어났을 것이다.

  중의적 물음이었다. 단순히 지금 이 시간과, 원이 진영에게 쓰고 있는 마음, 그 모든 걸 포함하고 있었다. 원은 과장된 투덜거림을 묻히고 뒤를 돌았다. 




“아, 왜! 왜 자꾸 보내려고 해! 내가 그렇게 싫어? 귀찮아? 제발 좀 꺼져라, 뭐 이런거야?”
“그런거 아닌거 알잖아요.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그니까 그냥 가자고오. 너랑 있고 싶단 말이야.”




  원이 진영의 팔을 이리저리 흔들었다. 진영은 착잡하다는 듯 원에게 잡히지 않은 손으로 제 뒷머리를 헝클였다. 어떻게 말을 전해야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누나 제 말은,”
“…알아.”




  머뭇거리며 입을 튼 진영의 의중을 단박에 알아챈 원은 교문을 나선 이후 처음 진영의 시선을 피했다. 줄곧 진영만을 향하던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원은 짧게 숨을 내뱉었다. 

  이런 말은 하고싶지 않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더더욱 싫었는데.




“괜찮아. 이게 좋아. 내가 좋아서 그래. 안 그러면 내가 숨이 막혀서 그래.”




  원의 까만 머리통이 더 깊게 수그러졌다. 그 움직임에 진영은 어딘가 쿡, 쑤셨다. 어딘지 모를, 원인 모를 그런 아픔이었다.




“그러니까, 같은 마음 보여달라고 안할테니까, 피하지만 마. 그런거까지는 바라지도 않아.”
“….”
“진영아, 나 숨 쉬게만 해주라. 응?”




  그제야 들어올려진 시선이 진영을 향했다. 축 쳐진 눈망울을 마주하기 힘든지 이번엔 진영이 원의 시선을 피했다. 입술을 꾹, 깨문 진영이 버겁게 입을 열었다.



[워너원/배진영] 좋아해? 좋아해! #2 | 인스티즈


“…왜 그런 말까지 하면서, 그렇게까지 하면서 저같은 애 옆에 있으려고 하는지…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처음부터 이해가 안됐어요.”
“….”
“전 누나가 그렇게 할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에요.”
“…."
"...."
"...그런 말은 하는거 아니야, 진영아. 그것도 널 이렇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너 그거 실례다?”




  눈에띄게 바뀐 목소리 톤에 진영이 급히 원의 눈을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원의 까만 눈동자 가득 보기만 해도 아린 핏망울이 맺혀있었다 . 

  처음이었다. 진영의 앞에서 원이 저리도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왜? 어째서? 좋아한다는 단어를 입에 담는 것조차 어색한 진영이었기에 원의 마음이 어림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제 말의 어디가 그리도 아팠을까. 제 말의 어디가 그리 날카로웠길래 생채기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것일까. 




“너가 대단해서 좋아하는 게 아니야. 널 좋아해서 나한테는 너가 대단한거야. 너같은 애가 나한테는 너무 대단해서, 그래서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거야.”
“….”
“…그리고 나 공부 꽤 잘해. 이래도 이번 시험 잘 볼걸? 걱정마세요.”




  금방내 장난스러운 얼굴로 변한 원이 얄궂게 웃었다. 




“…누나 친구들이 들으면 화내겠네요.”




  원이 이 대화를 껄끄러워한다는 것을 눈치챈 진영이 유연하게 받아쳤다. 제 질문도 했고, 원의 대답도 들었으니 더 이상 그 대화를 이어갈 필요는 없었다. 




“그니까 네 앞에서만 하는거지.”
“…나도 그런 말 들으면 꿈틀은 해요. 아무렇지 않지는 않아요, 저도.”




  진영의 표정이 미묘하게 움직였다. 원의 입꼬리가 살짝 굳었다 예쁘게 말려올라갔다.




“그래? 그럼 좀 열심히 할까?”
“많이는 말고. 조금만요.”
“그러지 뭐. 누구 말인데.”
“누나, 거기 말고 이쪽.”
“네네.”




  원이 그러잡은 진영의 왼쪽 손목이 유난히 화끈 거렸다. 그게 원의 손 때문인지, 진영의 손목 때문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저 봄기운에 설렌 공기가 달아오른 것인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  

(꼭 틀어주세요!)





  진영과 함께 하교를 하기 시작한 이후로 원은 화요일, 목요일만 사는 사람처럼 굴었다. 그 두 날을 제외하고는 축 늘어져 좀비와 같은 행색으로 학교를 오갔다.

  원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순간은 원이 공부를 할 때였다. 머릿속에 정보를 제대로 입력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긴가민가 할 정도로 퀭한 눈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으나, 오른손은 그 누구보다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고, 책장 또한 분주히 넘어가고 있었다. 원은 제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이었다. 

  진영을 포기하고 하는 공부였으니 원은 그에 열심히일 수밖에 없었다. 밤 늦게까지 책상에 앉아있는 일이 부지기수였으며, 그에따라 진영과 함께 등교하는 일은 꿈에서나 가능한 것이 되어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버리니 원은 더더욱 화요일, 목요일의 하교에 목을 메었고, 대체 집이 어디냐며 캐묻던 진영도 원의 강력한 의사에 제 질문이 무의미함을 알아채곤 순순히 원을 따랐다. 

  화, 목만 좇아 살다보니 순식간에 2주란 시간을 흘러버렸고, 정말이지 오랜만에 원은 편의점에 들렀다. 원은 카운터에 서 있는 언니에게 대충 손인사를 해보이곤 곧장 초콜릿 진열대로 향했다. 

  1학년은 첫째날 세 과목의 시험을 치루게 되어있었고, 따라서 원의 손에는 정확하게 세개의 초콜릿이 들려있었다. 

  카운터에 올려진 세 개의 초콜릿을 가만히 바라보던 원의 언니는 아무말 없이 바코드를 찍고 제 지갑을 꺼내들었다. 원의 쪽으로 초콜릿을 슬쩍 밀고 그녀가 말했다. 




“세 개 다 백점 안받아오면 뒤질 줄알아.”
“이거 내꺼 아닌….”
“…?”
“아냐. 고마워. 이따 봐, 빠염.”




  원은 눈치빠른 제 언니가 말을 바꾸기 전에 서둘러 편의점을 나섰다. 오늘따라 날이 좋았다. 아침부터 진영을 볼 수 있기 떄문일까. 오래간만에 원의 얼굴에 월요일의 웃음이 떠올랐다.

  다시 내려올 시간 같은 것은 없다는 것을 빤히 알고 있었기에 원은 곧장 제 반이 아닌 8반으로 향했다. 마침 뒷문에서 진영이 나오고 있었고 원은 반가움을 금치 못했다. 복도에서 만나는 진영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진영아!”
“어, 누나?”
“이거, 이거, 이거. 가져가.”




  진영은 얼떨결에 원이 들이미는 초콜릿을 받아들었다.




“이게 뭐… 아, 시험.”
“응. 잘 보라고! 보기 전에 하나씩 먹어 알겠지?”
 



  못 내려온다며 울상에 울상을 거듭짓던 원이 시험이 끝나기도 전에 걸음한 이유는 또 온전히 저를 위한 것이었다. 

  진영은 원에게 또 한바탕 잔소리를 하려다 꾹 참았다. 어찌되었든 저를 위한 행동이었고, 당장 몇시간 뒤가 시험인데도 시간을 내어 저를 찾아와 주었다. 오늘은 진영이 한 발 물러서기로 했다. 진영은 이렇게나 고마운 사람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며 온 마음을 다해 웃었다. 




“고마워요, 누나. 저 꼭 잘볼테니까, 누나도 잘 보고 와요.”
“응. 나 갈게! 배진영 화이팅!”




  오랜만에 봐서 또 그렇게까지 예쁘게 웃어줄 건 뭐야.

  원은 진영의 앞에 꼭 붙어버린 발을 간신히 떼어 계단으로 향했다. 원은 진영이 선물이 퍽 마음에 든 모양이라고 단단히 착각을 한채 역시 오늘은 날이 좋다며 콧노래를 불렀다. 







***







  총 3일간의 시험이 화려하게 막을 내리고 학생들은 제각기 환희를 표출했다. 어떤 이는 마구 소리를 지르는가 하면, 또 다른 이는 요상한 춤을 추고 있었고, 미친 사람마냥 넋을 놓고 웃는 이도 있었다. 

  원과 진영 모두 빨간펜이 장대비마냥 죽죽 그어진 시험지는 한장도 없었기에 이번 시험은 가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띠링-


  종례가 끝나기가 무섭게 우는 핸드폰에 진영은 가방을 메다말고 멈추어섰다. 원래대로라면 까맣기만 했을 액정엔 [정원 선배]라는 글자가 떠있었다. [사랑하는 원♥]이라는 글자는 이미 지워진지 오래였다. 정없어 보인다며 ‘누나’라고 라도 하라며 대휘가 펄쩍펄쩍 뛰어댔지만, 진영은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사진]
[진영아 수고했어! 대휘랑 같이가서 먹어!!]




  진영은 또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아침에 원이 주고간 초콜릿 하나가 여직 제 가방에 들어있는데 이게 또 뭐란 말인가. 

  진영은 원이 제게 아낌없이 돈을 퍼붓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다른 아이들 같았다면 물주가 생겼다며 좋아라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나, 진영은 그럴만한 위인이 되지 못하였다. 대체 원은 왜 자꾸 제게 돈을 쓰는 것인지 영문을 모르겠는 진영이었다. 원 자신도 진영이라면 펑펑 열리는 지갑을 이해하지 못하는데 진영이 그 이유를 알리 만무했다. 

  진영이 언짢은 표정으로 타자를 치고있을 때, 대휘가 슬금슬금 진영을 향해 다가갔다. 분명 또 무슨 일이 있구나, 싶은 촉이 확 올라섰기 때문이다. 




[누나]
[이런 거 안주셔도 돼요]
[돈 쓰지 말라니까요]




"야!"
“헐 치킨! 역시 원이 누.”




  순식간에 핸드폰이 진영의 손에서 대휘의 손으로 넘어갔다. 대휘는 생글생글 웃으며 얇은 손가락으로 빠르게 타자를 쳤다. 




“나!”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누나!!!]




  제가 보내고 싶은 말을 보낸 뒤, 대휘는 순순히 핸드폰을 넘겨주었다. 위, 진영의 메세지와는 이질적인 대휘의 메세지에 진영은 대휘를 째려보았다. 




“피방 갔다가 고?”
“이걸 어떻게 먹어.”
“왜 못먹어! 누나는 너가 착한 척하면서 안받는거보다 먹고 맛있다고 고마워하는 걸 더 좋아할걸. 누나를 그렇게 모르냐!”
“….”
“너가 안먹으면? 원이 누나가 먹을 거 같아? 노노.”




  대휘는 고개를 저으며 검지손가락을 휘휘 저었다.




“너 먹이겠다고 사서 학교로 가져올 사람이야, 원이 누나는.”




  묘하게 설득력 있는 대휘의 말에 진영이 피식, 웃었다. 대휘의 말 속 원이 살아 움직이는 듯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래, 가자.”









***








  고 3인생에도 쉬는 날은 있어야한다며 여자치고 큰 손으로 친구들의 어깨를 감싸안은 이린은 당찬 걸음으로 시내를 향했다. 다른 곳에 들를 것도 없이 곧장 노래방으로 향한 이린 일행은 덜컥 2시간이요! 를 외치고 알바생일 가리킨 방으로 들어갔다. 

  이게 얼마만이냐며 물만난 고기처럼 팔짝팔짝 잘도 놀던 아이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남은 3분마저 불태우자며 ‘뱅뱅뱅’을 선곡했다. 마이크를 잡은 원이 원곡 가수에 빙의하여 제 노래라도 되는 양 온갖 폼을 다 잡기 시작했다. 

  원의 친구들은 그런 원을 보며 깔깔 웃다가 합세하여 노래를 즐기기 시작했다. 단 한명, 바로 전까지 높은 고음을 꽥꽥 질러대던 수희만 소파에 뻗어 핸드폰을 하고있었다. 수희는 원의 되도 않는 추임새에 피식피식 웃고있었다.
 
  왜 하필 원이 마냥 귀여운 이 시점일까. 수희는 핸드폰 스크롤을 내리다 팍, 인상을 구겼다. 수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원에게 향했다. 펄쩍대며 날뛰는 원을 진정시키는 것은 몇 번의 손짓으로 가능했다.

  수희는 마이크를 쥔 원의 손목을 꽉 잡고 제 핸드폰을 원의 눈앞으로 들이밀었다. 원의 주의를 단번에 빼앗아갈 수밖에 없는 단어와 함께.




“이거 니새끼 아니냐.”




  원의 목소리는 작아졌지만 원의 것을 제외한 몇개의 마이크에는 신난 목소리들이 끊임없이 흘러들어가고 있었기에 노래방 안의 분위기는 여전히 뜨거웠다. 유일하게 원의 주변만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맞는데. 이거…진영…인데.”




  수희가 내민 핸드폰에는 빙수를 먹고있는 진영의 사진이 떠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작은 머리통만 보일 뿐, 얼굴은 손톱만큼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해서 원이 진영을 알아보지 못할리가 없었다. 게다가 사진과 함께 적힌 몇 자가 그것이 진영이라는 사실에 못을 박았다. 




[이예린님이 사진 1장을 추가했습니다-배진영님과 함께]
 진영이랑 빙수먹는 중♥




  원은 인상을 찌푸릴 새도 없이 핸드폰을 받아들고 댓글을 확인했다. 원하던 배진영이라는 글자는 없고 죄 맘에들지 않는 단어들만 나열되어 있었다. 




[오 이예린 드디어?ㅋ]
[미친 남친 생김? 뭐야 왜 말안해줌;]
[실화? 오지고 지리고 렟잇고~~]
[님 좀 실망 존나 잘생겼다고 자랑했으면 얼굴을 보여줘야될거 아니야]
[오래가 예린아^^ 물론 지랄이야^^]




  원은 솟구치는 짜증을 참기위해 눈을 꽉 감았다. 노래에 심취해 있던 아이들이 하나 둘 방안에 감도는 이상한 기운을 알아차리고 원을 향해 다가갔다. 이린은 노래방기계에 떠있는 00:01에 서둘러 뱅뱅뱅을 취소하고 외워둔 914를 눌렀다. 이린이 선택한 곡은 5분이 넘어가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이었다. 

  이린은 아이들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핸드폰을 응시했다. 대충 상황파악을 마친 이린은 수희를 째려봤다. 원이 일찍 안다고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굳이 지금 알려 원의 기분을 망칠 필요는 없지 않았느냐는 의사를 잔뜩 담은 시선이었다. 아이들도 원도 잔뜩 신나있는 상태였고, 수희의 섣부른 행동으로 현재 분위기는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아있었다.

  수희는 이린에게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저도 예린의 글에 짜증이 났기 때문에 그런 배려까지 할 틈이 없었다. 그저 원에게 빨리 알려야 한다는 생각 뿐. 

  이린이 크게 숨을 내쉬고 원을 향해 물었다. 




“정원. 어떡할래.”
“…뭘 어떡해, 내가. 얘 여친도 아니고.”
“야, 그렇다고 너랑 배진영이 그냥 선후배 사이도 아니잖아.”
“그래. 솔직히 썸 정도는 된다. 인정하…”
“아니야.”




  썸이라는 단어에 원이 다급히 말을 끊었다. 




“…아니야. 썸이 아니라 그냥, 내가.”
“….”
“…혼자 좋아하는거야.”




  여전히 눈을 질끈 감고있는 원에 줄곧 조용히 지켜보만보던 이린이 원의 핸드폰을 가져다 손에 쥐어주었다.




“상황 파악이라도 해봐.” 




  이린의 말에 원은 정신이 번뜩 들었다. 화가 나고 짜증이 났다. 그러나 그보다도 몸서리치게 불안했다. 

  누가보아도 데이트 같은 모양새였다. 심지어 글의 출처는 예린. 그래서 손끝이 떨리고 차마 눈을 뜨기 조자 벅찰 정도로 불안했다. 

  이린이 원보다도 그 감정을 먼저 캐치하고 열쇠를 쥐어준 것이다. 원이 단순히 짜증이 났다면 저리 처량한 모양을 하고 있지 않았을 것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오래된 친구가 이래서 좋구나, 한 원은 이린에게 고맙다고 눈짓한 뒤 방 문고리를 잡았다. 




“나 통화 좀 하고있을게. 뒷정리 부탁해. 미안.”




  어서 가보라는 듯 손짓을 하는 친구들을 확인한 뒤, 원은 곧장 대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은 그리 길게 늘어지지 않았다. 




[누나!]




 기다렸다는 듯 대휘가 다급히 원을 불렀다. 대휘의 목소리에서 원은 알 수 있었다. 대휘가 이에 대해 알고있고, 그도 이미 예린의 글을 확인 했다는 것을.




[어떻게 된거야? 왜 이예린이랑 진영이가 같이 있어? 너랑 같이 있는거 아니였어?]




  대휘는 예상보다 싸늘한 어투에 살짝 주늑이 든 채로 답했다. 




[맞아요. 근데 어떻게 알았는지 갑자기 예린이 누나가 와서 데려갔어요. 진영이도 좋아서 간건 아니에요! 거의 끌려가다싶이 했어요….]




  대휘의 말에 원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제가 생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화가 가라앉는 것은 아니었다. 대휘의 말에 따르면 막무가내로 진영을 데려갔다는 것이 아닌가.




[씨발. 배려없는 년. 난 뭐 못데려가서 둔 줄 아나. 하, 씨. 미친년. 알겠어. 노는데 미안해. 고마워, 대휘야.]
[...네…!]




  대휘는 잔뜩 움츠러든 채로 통화 종료를 눌렀다. 제게 하는 욕설이 아님에도 등골이 싸했다. 원이 차가운 인상을 가지고 있긴 했으나 대휘에게 이런 모습은 낯설 수밖에 없었다.

  대휘와 진영에게 원은 항상 생글생글 웃고 다양한 감정을 얼굴에 그대로 그려내는, 차가움과는 괴리가 큰 사람이었다. 대휘는 원이 누나 무서워, 라고 중얼거리며 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야! 너 그런 사진을 올리면 어떡해!]
[무슨 사진.]




대휘는 고개를 갸웃했다. 




[예린이 누나가 페북에 올린 거 못봤어? 원이 누나 완전 화났어!]
[페북? 무슨 소리야. 누나가 화가 왜 나.]




대휘는 예린이 기어코 사고를 냈구나, 싶었다. 




[에휴. 너 전화 끊자마자 빨리 페북부터 봐. 알겠지?]
[어, 알겠어.]




  페이스북까지 들어갈 필요도 없었다. 대휘와 전화를 끊자마자 보이는 잠금화면에 떡하니 알림이 떠 있었다. 

  페이스북 아이콘과 그 옆에 떠있는 예린의 이름에 순간 안좋은 예감이 스쳤다. 진영은 곧장 잠금을 풀고 알림을 확인했다. 예린의 글과 사진, 댓글까지 모두 읽은 뒤에서야 진영은 대휘의 말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진영은 제 사진을 멋대로 찍어 올려버린 예린에게 화가났다.




“누나 왜 저한테 말도 안하고…!”
“왜? 정원 화났대?”




  빙수를 한숟갈 퍼먹으며 예린이 태연히 물었다. 진영의 눈썹이 꿈틀, 했다. 




“걔도 웃긴다. 지가 뭐 네 여친이라도 돼? 요즘 기분 나쁜게 누군데!”
“….”
“…아.”




  예린이 침을 꿀꺽 삼켰다. 예린은 마른 입술을 혀로 축였다. 




“아니, 진영아. 난… 내가 먼저 너랑 친해지려고 했는데 정원이 그렇게 구니까…”




  언제 언성을 높였냐는 듯 예린이 순식간에 이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예린은 눈꼬리를 축 내리고 시선을 아래로 내리깐채 서운하다는 듯 말을 뱉었다. 그 모습에 진영의 머릿속에 그제까지 제가 알던 예린이 그녀가 아닐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스쳤다.
  
  앞으로 예린의 입에서 나올 이야기들은 그다지 중요한 얘기가 아닐 것이라는 판단이 선 진영은 예린에게서 일절 시선을 거둔 채 제 앞에 놓인 빙수를 먹기 시작했다.




“난 솔직히 걔 마음에 안들어. 입도 거칠고 성격도 사납고…. 친해지고 싶어서 잘해줬더니 사람들 앞에서 쌀쌀맞게 굴고. 무안하게….”




예린은 태연하게 거짓을 읊었다. 친해지고 싶어한 적도, 잘해준 적도, 매몰차게 거절당한 적도 일절 없었다. 원과의 접점이라고는 같은 중학교 출신이라는 것과 좋아하는 사람이 같다는 것 뿐이었다. 




“난 걔같은 애랑 너가 가까이 지내지 않았으면 좋겠어, 진영아. 오늘도 걔가 너 이상한데 데려갈까봐 나랑 가자고 한거야. 걔 공부는 잘해도 날라리라고 소문….”
“누나.”




  줄곧 관심 없다는 듯 움직이던 숟가락이 멈췄다. 빙수 그릇을 향하던 무심한 시선이 그제서야 예린을 향했다. 




“잘 먹었어요. 저 가봐도 돼죠?”
“…어?”




  진영이 자리에서 일어나 제 가방을 어깨에 걸쳤다. 




“저 먼저 갈게요.”
“…진영아!”




  꾸벅 인사하고 예린을 지나친 진영이 잊은 것이 있다는 듯 아, 하며 뒤돌았다. 


[워너원/배진영] 좋아해? 좋아해! #2 | 인스티즈



“페북 사진은 빨리 내려주세요. 그런 오해 생기는거 싫어서요.”




  예린이 대답할 새도 없이 진영은 빠르게 가게를 나섰다. 예쁘장한 예린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어갔다. 

  진영은 온통 이상한 기분에 휩싸였다. 말 그대로였다. 정말이지 이상했다. 제가 왜 화가나는 건지, 예쁘다고 생각했던 예린의 목소리가 왜 그리도 듣기 싫었던 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페이스북을 확인했을 때도 이런 감정은 아니었다. 제 허락없이 이뤄진 행동에 옅은 짜증이 일었을 뿐. 

  대체 예린의 어떤 말이 제 심기를 건드린 것일까. 

  제게는 너무나도 좋은 사람인 원을 흉봐서? 
 
  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맞는 것 같았다. 제가 아는 원은 그런 사람이 아닌데. 제가 아는 원은 그럴 사람이 아닌데 그렇게 얘기하는 것이 불편했던 것이다. 

  진영은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떠 있는 알림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정원 선배>
[나랑도 가 ㅠㅠㅠㅠ]
[왜 걔랑만 가??ㅠㅠㅠ]
[나도 너랑 빙수 먹을래 진영아ㅠㅠㅠ]
[나도ㅠㅠㅠ]
[너랑 빙수 ㅠㅠㅠ]

[ㅋㅋㅋ알겠어요]
[저랑 가요]
[제가 사줄게요]




  온지 꽤 시간이 지난 연락이었음에도 원의 답장은 순식간에 날아왔다. 




[응?]
[헐 영광이야..ㅠㅠㅠ]
[그렇지만..]
[내 배를 우리 진영이 돈으로 채울 수는 없어..]
[누나가 사는 걸로 하면 안될까..?]

[네]

[..단호하네]

[안돼요]

[..알겠어..]
[오늘 맛있게 잘 먹고 오긴 한거지?]

[네 맛있던데요]

[?]
[헐 너가 맛있다고 하는거 처음…]
[…그래 됐어]
[누난 그걸로 만족해]
[다음에 거기로 갈까?!]




  진영은 피식 웃었다.

  거봐. 이렇게 좋은 사람인데. 

  맛있었다는 제 한마디에 풀어질 화였던 것인가? 아니, 화가 났었던 것은 맞는건가? 그의 주체가 원이 죽고 못사는 저라는 것을 간과한 진영은 너무 쉽게 풀어진 화에 대휘의 말이 의심스러웠다. 




[네]
[여기로 와요]

[지금?!??]
[그래!!]

[…약속 취소할까요?]

[자안나ㅣ야!!!]
[장난!!]
[나 집이야 집!! 침댄데!!!]

[ㅋㅋㅋㅋㅋ]
[진정해요]
[저도 장난이니까]

[장난치고 너무 위험했어..]
[심장 떨어질 뻔..]




  진영은 푸스스 웃으며 도착한 버스에 올라탔다. 원이 앞에있었다면 멍하니 바라보다 한번만 더 웃어보라고 보챘을, 그런 예쁜 웃음이었다. 







  ***   







  “아으, 누나…”
  “잠 깨라아아아아.”




  시험이 끝나자마자 당연한 일이라는 듯 진영과 함께 등교한 원은 버스에서 내려서도 잠에 잔뜩 취해 정신을 못차리는 진영을 괴롭히는 중이었다. 원은 크로스 백을 메 훤히 드러난 등을 두 손바닥으로 열심히도 두드렸다. 그 때문에 진영은 밀리듯 걷고 있었다. 




“깼어요오… 나 잠 깼는데…”
“아냐아아아아. 그거 착각이야아아아아.” 




  흔들리는 건 진영인데 왜인지 원의 목소리가 길게 울리고 있었다. 신이 난 듯 웃으면서 진영의 뒤에서 폴짝폴짝 걸어가던 원은 멀리서 딱딱하게 굳은 채 저를 바라보는 예린을 발견했다. 정확하게는 원과 진영, 둘의 모습이었다. 

  원은 당당하게 예린에게 혀를 쏙 내밀고 진영의 손목을 잡고 뛰었다. 그를 본 예린은 기가막힌 다는 듯 고개를 돌려 헛웃고 다시 원과 진영을 바라봤다.

  진영은 빨리, 빨리를 외쳐대는 원에 고통스런 신음을 뱉고 있었다. 진영은 등짝 세례도 모자라서 이젠 뛰는구나, 싶었다. 








***







쉬는 시간. 원은 제 앞에 펼쳐진 광경을 팔짱을 끼고 불량하게 바라봤다. 




“저게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건가?”




  예린과 진영이 8반 앞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퍽 다정해 보이는 꼴에 기분이 나빠진 원은 앞문으로 달려가 시간표를 확인했다. 방금 전 시간은 영어였다. 진영이 유독 영어시간에 졸려한다는 것을 알고있는 원이었기에 더욱 심기가 뒤틀렸다.




“이게 자는 애까지 깨운거야 지금?”




  원은 저번처럼 넘어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 제 옆을 지나가는 1학년 여자아이를 붙잡았다. 캔 음료를 먹고있던 아이는 당황하여 눈을 꿈뻑였다. 




“그거 빨리 마셔, 빨리.”
“네…네?”
“그거 빨리 마시고 빈거 언니한테 주라. 언니가 버려줄게.”




  다행히 음료가 얼마 남지 않았던 것인지 여자아이는 음료를 후루룩 마시고 빈 캔을 건넸다. 여전히 얼굴엔 당혹감이 가득했다.




“고마워. 다음에 언니가 똑같은거 사다줄게. 고마워.”
“네….”




  원은 빈 캔을 들고 음료를 마시는 척하며 둘에게 다가갔다. 꽤 가까이 다가서자 진영이 원을 발견하고 인사를 하려는지 몸을 움직였다. 원은 다급히 가만히 있으라고 손을 저었고, 다행히 눈치빠른 진영이 원의 의중을 알아차리고 태연히 섰다. 

  예린은 원에게서 등을지고 서 있었기에 지금 제 등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꿈에도 모르는 상태였다. 

  예린과 같은 위치에 서기까지 반걸음. 원은 제 운동신경에 행운을 빌며 음료수 캔을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아이고, 손이 미끄러졌, 아이고!”
“꺅!”




  결과는 성공이었다. 원의 손에서 떨어진 음료수 캔은 바닥과 닿는 순간 원의 발에 채여 예린의 맨 다리로 정확히 날아갔다. 안에 남아있던 잔여물이 예린의 다리로 튀었고, 빈 알류미늄 캔 이었기에 기분이 나쁠 뿐, 아프지는 않았다. 




“아이고,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다 튀었네. 내가 손발에 힘이 좀 없어서. 미안.”
“…정원, 너…!”
“미안. 미안?”
“야!”




  놀리는 듯 건성으로 사과를 건넨 원은 곧장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예린이 허리를 숙여 제 다리와 치마를 확인하는 동안 진영은 제 입술을 비집고 나오려는 웃음을 내보내고 조용히 숨을 내쉬어 표정을 가다듬었다. 원이 무엇을 하려 저리 비장한 눈을 하고있나 했더니 작은 골탕이었다. 

  예의상 저 때문에 골탕먹은 사람에게 그를 가지고 마냥 웃고만 있을 수는 없었기에 진영은 저 또한 허리를 숙여 예린을 살폈다. 




“괜찮아요?”
“…응. 아, 무슨 저런 애가 다 있어?! 누가봐도 일부러..! 아, 짜증나…”
“곧 종 칠텐데 얼른 화장실 가봐요. 그렇게 수업들을 수는 없잖아요.”
“...응. 갈게. 수업 열심히 들어.”




  네. 하고 대답한 진영이 말갛게 웃어보였다. 그에 예린도 방긋 웃고 2층을 떠났다. 

  진영은 원이 찬 음료수 캔을 찾기위해 고개를 숙였다. 진영은 멀지 않은 곳에 홀로 떨어져 있는 음료수 캔을 집어들어 교실 쓰레기통 안에 던져 넣었다. 

  찰나의 헤프닝에 진영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걸렸다. 어울리지 않게 연신 아이고를 외쳐대던 원이 떠올랐다. 이럴 때 보면 정말 열아홉이 맞는지, 저보다도 어린 것 같았다. 



  진영의 예상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다음 쉬는 시간 원이 진영을 찾아왔다. 다른 아이에게 진영을 불러달라 부탁했던 예린과 달리 원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반 안으로 들어와 진영의 앞자리에 앉았다. 원 뿐만 아니라 8반 아이들도 별다른 시선을 던지지 않을 정도로 태연히 굴었기에 그저 제 반에 들어온 듯 했다. 




“너 아까 이예린이랑 무슨 얘기했어!”
“무슨 얘기 했을거 같아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내가 먼저 물어봤거든? 뭐래? 응?”




  진영은 어깨를 으쓱, 했다. 




“글쎄요.”
“아, 배진영!”




  진영은 재밌다는 듯 웃더니 옅은 미소를 걸친 채 원과 눈을 맞췄다.



[워너원/배진영] 좋아해? 좋아해! #2 | 인스티즈


“별 얘기 안했어요.”




  사실이었다. 예린은 어제의 일에 대해 사과했고 진영은 괜찮으니 다음부터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전한 것이 다였다.

  하지만 진영의 말에 원은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를 해보였다.




“진짜야?’
“네. 진짜.”
“거짓말 같은데.”
“진짜에요.”
“아, 몰라 짜증나. 너 시험 끝났어도 나랑 하교해. 안되겠어.”




  원은 퍽 단호하게 얘기했다. 
  
  그렇게 장군의 명령만큼이나 묵직하게 말을 던져놓고 행동은 그 반대였다. 진영에게서 어떠한 대답이 나올지 불안한 모양이었다. 살짝 떨리는 눈동자와 단호하려 애쓰는 표정이 나 지금 배진영 눈치보고 있어요, 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이 하교를 하고 싶어 타이밍을 봐 핑계를 댄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영은 단박에 그런 원을 알아챘다. 아마 저렇게 제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을 보아 단번에 그러겠다고 대답하면,




“그럴까요?”
“정말?!”




놀랍다는 듯 펄쩍 뛰어오를 것이다. 정말이지 예상을 벗어나는 법이 없는 원에 진영은 재밌어 죽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원은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원의 말은 청유가 아닌 명령이었고, 알겠다는 대답이 돌아오는 것이 당연한 맥락인데 진영의 대답이 의외라는 듯 벌떡 일어선게 민망했던 것이다. 




“그래. 너도 그러는게 좋겠지? 이예린 저게 자꾸 너한테 접근하는게 맘에 안든단 말이야. 분명 또 어디 데려가려고 할거야.”
“누나 질투해요?”
“어. 당연하지. 나 싫어. 걔랑 너랑 둘이 있는거.”
“누나가 그걸 왜 해요? 안해도 되는데.”
“…어?”
“…네?”
“…대휘…대휘야!”




  원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다급히 대휘를 찾았다. 주변에 있던 대휘가 원의 목소리에 둘에게 다가왔다.




“네?”
“지…지금 진영이가… 나 이예린 질투할 필요 없다고…”
“헐.”
“그린?”
“그린!”
“꺄아아악!”

[워너원/배진영] 좋아해? 좋아해! #2 | 인스티즈




  진영은 신이 나 서로 손바닥을 부딪히며 좋아하는 원과 대휘를 멍하니 바라봤다. 진영은 제가 대체 무슨 말을 한 건지 당황스러웠다. 하고자 하는 말이 무슨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보다 혀가 빨랐다. 왜 그리 성급했을까. 진영은 점차 차오르는 부끄러움에 한 손으로 제 눈을 가리고 고개를 푹 숙였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와 진짜 늦게왔어

죄송해요.. 심지어 맞춤법 교정도 못봤어요..
차차 수정할게요.. 눈에 거슬리는 건 말씀해주시면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3편은 다음주 토요일에! 데려올게요!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암호닉 신청해주신 

 진수야축구하자 님 감사합니다!!

제 사랑 다 가져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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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작가님,, 너무 좋아요,, 분량도 짱이구요,,,, 저 진짜 작가님 사랑해요,,,
6년 전
딱풀
아유 제가 더 사랑해요?
6년 전
독자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휘 귀여웡....잘 봤습니당 작가님
6년 전
딱풀
감사합니다!! :)
6년 전
비회원19.73
진수야축구하자에요!!! 이십분동안 천천히 읽었어요ㅠㅍ퓨ㅠ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ㅎㅎㅎ 내일 학교 가야하는데 설레서 잠 못자겠네요 ㅎㅎㅎ 작가님 최고❤️
6년 전
딱풀
진수야축구하자님 안녕하세요!!! 부족한 글에도 설레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ㅠㅠ❤️ 다음편은 조금 더 이른 시각에!! 올리기로 할게요ㅎㅎ 감사합니다!!
6년 전
비회원102.234
진짜 보는내내 입꼬리가 안내려왔어요ㅠㅠㅠ진짜 사랑합니다..내려도 내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분량은 정말 사랑이죠ㅎㅎ예스굿입니다 다음화도 기대할게용❤️
6년 전
딱풀
감사합니다ㅠㅠ 제가 더 사랑해요❤️❤️ 다음편도 열심히 써볼게요!ㅎㅎ
6년 전
비회원47.191
쟉가님 ,,,사랑해오.....넘 재밋어오 ...
담주 토요일까지 어떻게 기다리죠 ....♡

6년 전
딱풀
아유 감사합니다ㅠㅠ 제가 더 사랑해요❤️❤️
6년 전
독자3
너무 재밌어요 작가님 ㅠㅠㅠㅠㅠ 넘나 러블ㄹ리한 글이예요 ㅠㅠㅠ
6년 전
딱풀
재밌게 읽으셨다니 다행이네요ㅠㅠ 감사합니다!!?
6년 전
독자4
짹짹이안으로 암호신청할게요♡ 분량 길어서 너무 좋아요!! 가능한다면 다음화에서는 진영이가 질투하는 모습 보고싶어요ㅠㅠㅠ♡♡ 오늘도 잘 읽고가요♡♡
6년 전
딱풀
암호닉 데려갈게요!! 감사합니다❤️ ㅎㅎㅎ 걱정마세요! 다음편..은 아니더라도 보실수있을거예요ㅎㅎ
6년 전
독자5
악 진짜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린? 그린 ! 이래 ㅠㅠㅠㅠㅠㅠㅠㅠㅠ여주 넘 귀엽다 지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대휘랑 짝짝꿍 맞는다 진짜 넘 귀여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영이가 ..드디어 맘을 열구 있다니 !!! 여러분 진영이가 여주에게 다가가구 있어요 남자로 !!!!(쩌렁쩌렁 와 분량 대박이에요 진짜 작가님 사랑해요ㅠㅠㅠㅠㅠㅠ ?
6년 전
딱풀
소년 진영이의 남자되기(?는 계속 됩니다..!ㅋㅋㅋㅋㅋㅋㅋ 열심히 썼습니다..ㅎㅎㅎ 제가 더 사랑해요ㅠㅠㅠ❤️❤️
6년 전
비회원44.224
ㅠㅠ 오늘 첨 읽었는데 진짜 넘 재밌어요 ㅠㅠㅜㅜㅜ 감사합미다 진짜 분량도 짱이고 진영이 넘 설레고,, 잘 읽고 가요??
6년 전
딱풀
아니에요ㅠㅠ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제가 더 감사해요ㅠㅠ❤️❤️
6년 전
비회원94.182
저 이 글 너무너무 좋아해요ㅠㅠㅠㅠㅠ 진짜 풋풋함을 다 담고 있는 그런 로맨스 글 ㅠㅠㅠㅠㅠ ㅎㅅㅎ 맨날 업로드 됐나 기다리구 있었늠데 어제 글이더라구요 ㅠㅠㅠ 너무 재미써요 다음주 토요일까지 또 어뜨케 기다리지 빨리 와라... 횻
6년 전
딱풀
이렇게 말씀해주시면 진짜 저 죽어요 ㅠㅠㅠ 너무 좋아서 ㅠㅠㅠ 비회원님(?)처럼 기다려주시는 분들 덕분에 열심히 글 쓸수있는거 같아요 ㅠ 감사합니다!!❤️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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