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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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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XX/이홍빈] Safety Zone | 인스티즈












Safety Zone










"누나! 괜찮아요?"





홍빈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보자 검은 수트를 입은체 바닥에 주저앉은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홍빈이가 내게 다가와 나를 일으켜세웠다.
바닥에 이렇게 앉아있으면 어떡해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운을 뗀 홍빈이가 내 치마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더니 고개를 돌려 사촌오빠의 유골함을 쳐다보았다.





"지혁이형 일은 유감이네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자꾸 생기는지..."






말을 마친 홍빈이가 아차싶었는지 내 눈치를 보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괜찮은척 미소를 지었지만 입꼬리가 뒤틀리는게 전혀 내가 웃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홍빈이의 뜨거운 손이 차갑게 식어버린 내 손을 놓지 않을 것처럼 꽉 붙잡았다. 뜨거운 손의 온도가 고스란히 차가운 내 손으로 전해지는 기분이 들얼다.





"이게 다... 내가 마녀라서 그래."





홍빈이가 눈을 커다랗게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누나 그런말 하지말라고 했죠. 나를 다그치는 홍빈이의 말에 두 눈을 질끈 감자 홍빈이의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돌아가요. 내 옆구리 사이로 들어온 팔이 내가 넘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끌어안고 나를 지탱했다. 익숙한 홍빈이의 냄새가 기분을 더 슬프게 만들었다.
빈아, 하고 홍빈이를 부르는게 너무 오랜만이였다. 입가에 맴도는 이름에 나를 돌아본 홍빈이가 말이 없는 내게 왜 그래요? 하고 내가 말을 하도록 유도했다.






"도망가, 내 옆에 있으면 너도 죽을거야."

"...아니에요. 나는 죽지 않아. 나는 평생 누나 곁에 있을거에요. 안 죽고 평생 살면서, 누나 행복해질때까지 괴롭히면서 살거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마요."






홍빈이의 커다란 손이 마치 강아지를 다루는 것처럼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오랜만에 누나 보니까 너무 좋다. 다정한 목소리가 귓가에 파고들었다.
고개를 들어 홍빈이를 보자 어느새 걱정된다는 표정은 지우고 정말 행복한지 입가에는 미소를 띄고 있었다. 깊게 패인 보조개가 빛을 받아 두드러졌다.
내 시선을 느낀듯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 홍빈이가 나와 시선을 맞춘체 내가 넘어지기라도 할까 그 자리에 멈춰 내 팔을 지탱하던 손을 내려 내 손을 붙잡았다.





"누나, 정말 미안하지만 나 누나한테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요?"

"응."

"이제...정말 누나 곁에 나 빼고 아무도 없는거죠? 내가 누나 곁에서 안 죽고 살게되면 누나 마녀 아닌거죠?"

"...응."

"다행이다. 나 정말 살게요. 꼭 살아남을게."





나를 내려다본 홍빈이가 기쁘다는 듯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뭐라고 대답할 힘이 없어 고개만 끄덕이는데 바람이 불어와 내 머리칼을 헝클였다.
내 얼굴 위로 흩날리는 머리칼을 쓸어 귀 뒤로 넘겨준 홍빈이가 나를 끌어안았다. 누나는 내가 지켜줄게요. 자신감이 묻어나오는 목소리에 가슴이 떨려왔다.







***






"누나 밥 먹어요."






방문을 열리더니 방 안으로 고개를 내밀고 내가 무엇을 하고있는지 눈을 굴려 내 행동을 살피던 홍빈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열린 문 틈 사이로 맛있는 냄새가 흘러들어와 황홀한 소리를 내며 맛있는 냄새난다. 하고 말하자 방 안으로 들어온 홍빈이가 내 팔을 잡아 일으켜세웠다.
맛있는거 해놨어요. 자연스럽게 내 엉덩이를 두드리는 손에 놀라 홍빈이를 쳐다보자 귀여워서 그래요. 하고 덧붙인 홍빈이가 콧노래를 부르며 밖으로 나갔다.
열린 문 틈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홍빈이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보고있던 사촌오빠의 편지를 접어 맨 아래 서랍 구석에 숨겨두고 밖으로 나왔다.
식탁 맞은편 의자에 앉아 턱을 괴고 나를 지켜보던 홍빈이가 컵에 물을 따라 내 쪽으로 밀어주더니 내가 자리에 앉고나서야 젓가락을 들었다.





"누나 이거 먹어봐요."





젓가락으로 계란말이를 집어 내 밥 위에 올려준 홍빈이가 뿌듯하게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잘 됐어. 혼잣말처럼 내뱉은 말에 계란말이를 집어 입에 가져다댔다.
한입 베어물고 씹다가 홍빈이를 쳐다보며 엄지를 치켜세우자 마치 딸을 보는 아빠같은 표정과 미소를 짓던 홍빈이가 괜찮죠? 하고 내게 물었다.





"응, 너무 맛있다. 홍빈이 혼자 지방내려가있는동안 요리 열심히 했나보네."

"혼자 사는데 인스턴트만 먹을 수는 없잖아요."

"그렇긴 하지. 너도 먹어 홍빈아."





계란말이를 마저 입에 넣고 홍빈이가 했던 것처럼 계란말이를 집어 홍빈이의 밥 위로 올려주자 잘 먹을게요. 하고 말한 홍빈이가 계란말이를 입에 가져다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금 내 밥 위로 또 다른 반찬을 올려준 홍빈이가 밥을 먹을 생각이 없는지 턱을 괴고는 밥을 먹고 있는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홍빈이가 밥 위에 올려준 반찬을 입에 넣으려다 말고 부담스러운 홍빈이의 시선에 고개를 들어 홍빈이를 쳐다보자 홍빈이가 먹어요. 하고 말한다.
고개를 끄덕이고 반찬을 입에 넣는데 자꾸만 쳐다보는 홍빈이의 시선에 부끄러워져 반찬을 씹다말고 물을 들이키며 홍빈이의 눈치를 보다가 눈을 꼭 감았다.
컵을 식탁 위에 내려놓고 다시 젓가락질을 하려는데 다가온 홍빈이의 손이 입가에 붙은 밥풀을 떼어내 자신의 입에 가져다대는 바람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뭐 어때요. 누나가 씹고있던것도 아닌데."





어깨를 으쓱인 홍빈이가 얼른 먹어요. 하고 내게 말했다. 아무래도 시선이 부담스러워 체할 것같아 홍빈아. 하고 부르자 홍빈이가 응? 하고 대답했다.






"너도 얼른 밥 먹어. 너가 그렇게 쳐다보니까, 누나 부담스러워서 밥 못 먹겠다."





내 말에 짧게 웃은 홍빈이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젓가락을 집어들어 여전히 뜨거운 김이 나고 있는 반찬들을 집어 입에 넣고 천천히 씹기 시작했다.
음. 자신의 요리라는 것을 일부러 과시하려는건지 아니면 무슨 말을 하려는건지 탄식을 내뱉은 홍빈이가 눈을 감고 고개를 저으며 과장된 행동을 보이다 눈을 떴다.





"혼자 먹을 때는 몰랐는데, 누나랑 먹으니까 더 맛있는 것 같아."

"거짓말."

"진짜에요. 누나가 있으니까, 외롭지않고 너무 좋아요."






누나도 그렇죠? 밥을 퍼내다 말고 흘긋 나를 올려다보며 홍빈이가 보조개가 깊게 패이도록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내 모습에 시선을 내리깔았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 무의식중에 내뱉은 내 말에 밥을 입에 가져가던 홍빈이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조금은 굳은 목소리가 거슬렸다.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짓자 홍빈이가 어색하게 웃으며 나 진짜 이해가 안 돼서 그래요. 하고 내가 말한 말의 의미를 들으려 끝까지 매달렸다.





"지금 너무 행복해서, 너까지 죽어버릴까봐 무서워. 이 시간이 차라리 멈춰서 행복한 감정만 끌어안고 있었으면 좋겠어."

"...난 죽지않는다니까 그러네. 얼른 밥 먹어요. 이따 산책해."






그제야 풀어지는 미소를 지은 홍빈이가 밥이 반의 반도 남지 않은 내 밥그릇을 쳐다보며 고갯짓을 하더니 아까보다 밝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젓가락을 내려놓고 물을 들이켜자 홍빈이가 내가 더이상 밥을 먹지 않으려는 것을 캐치해냈는지 왜 더 안 먹어요? 하고 내게 물어왔다.
배불러. 오른손으로 통통해진 윗배를 어루만지며 말하자 의자에서 일어선 홍빈이가 식탁 맞은편의 내가 앉아있는 곳으로 몸을 뻗어 통통해진 윗배를 어루만졌다.





"진짜네."






갑작스러운 홍빈이의 행동에 놀라 몸을 움찔거리자 나를 따라 몸을 움찔거린 홍빈이가 두 눈을 크게 뜨더니 누나 귀엽다. 하며 소리를 내어 웃었다.
자리에서 완전히 일어선 홍빈이가 식탁 위를 가득 채운 접시들을 하나씩 정리해 싱크대에 내려두었다. 홍빈이의 곁에서 얼쩡거리자 홍빈이가 나를 돌아보았다.







"설거지 내가 할까?"

"괜찮아요. 누나는 쉬고 있어."

"요리도 너가 했잖아. 누나가 할게."





내 힘으로는 분명 움직이지 않을 홍빈이의 팔을 잡아당기며 가만히 올려다보자 결국 미소를 감추지 못한 홍빈이가 싱크대에서 한걸음씩 물러섰다.
천천히 거실로 걸어가 소파에 앉는 홍빈이를 지켜보다가 식탁 위에 올려진 접시들을 하나씩 정리해 싱크대에 내려두고 수도꼭지를 열어 물을 틀었다.
차가운 물이 접시 위로 쏟아지고 손 위로 쏟아져 손이 얼얼했다. 물의 온도를 맞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오는 온수에 접시를 손에 쥐었다.
수도꼭지를 도로 닫고 싱크대 옆에 놓인 수세미를 쥐고 주방세제를 묻혀 물과 반찬의 잔해가 뒤엉킨 접시를 닦아내었다. 주방세제의 냄새가 코 끝을 찔렀다.
접시들을 하나하나 닦아내고 수도꼭지를 열자 다시 차가운 물이 쏟아져내렸다. 접시의 끝을 겨우 붙잡고 접시에 묻은 세제를 물에 흘려보냈다.
건조대에 접시들을 올려놓고 미지근하게 변한 물에 손을 씻고 홍빈이를 쳐다보자 나를 지켜보고 있었는지 놀란 홍빈이가 고개를 돌렸다.
수도꼭지를 닫고 홍빈이에게 다가가자 태연한척 다시 나를 쳐다보며 다 했어요? 하고 묻던 홍빈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빠른 걸음으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홍빈이를 따라 들어가려다가 왠지 홍빈이가 옷을 갈아입고있을것만 같아 옷에 물이 묻은 손을 닦아내고 홍빈이가 마련해준 내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입고 있던 얇은 잠옷을 벗고 흰티와 트레이닝복을 찾아 침대 위에 올려두었다. 옷을 벗었는데도 몸에 닿는 훈훈한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흰티와 트레이닝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위에 두꺼운 겉옷을 걸치고 침대 위에 앉아있는데 나를 부르는 목소리와 함께 노크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렸다.






"나갈까요?"





아까와 다를 것 없이 문 틈으로 고개만 들이밀은 홍빈이가 물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자 나와 다를 것 없는 편한 차림을 한 홍빈이가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누나는 트레이닝복도 잘 어울리네. 예쁘다."






다정한 홍빈이의 칭찬에 부끄러워 괜히 말 놓지마. 하고 말을 돌리자 홍빈이가 짧게 웃었다. 쑥스러워하는것도 귀여워요. 홍빈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았다.





***





시끄러운 청소기 소리에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있던 잠에서 깨어났는지 홍빈이가 몸을 둥글게 말더니 베개로 귀를 틀어막으며 앓는 소리를 냈다.
청소기를 바닥에 내려놓고 홍빈이에게 다가가 왼팔을 침대에 내려 몸을 지탱하고 오른팔로 홍빈이의 엉덩이를 두드리자 베개 틈으로 홍빈이가 나를 쳐다보았다.






"얼른 일어나야지."






내 말에 도리질을 친 홍빈이가 눈을 감았다. 뭐라고 입술을 달싹이며 홍빈이가 말을 했지만 청소기 소리가 너무나도 커서 홍빈이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홍빈이 쪽으로 몸을 숙여 뭐라고? 하고 말을 한 순간 홍빈이가 몸을 지탱하고 있던 왼팔을 잡아당겨 나를 침대 위로 눕히더니 내가 못 움직이게 내 몸을 팔로 막았다.
내 곁에 모로 누운 홍빈이때문에 놀라 눈을 굴리다 결국 천장만 쳐다보았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홍빈이에게까지 들릴까봐 조마조마해 이를 악 물었다.
일부러 장난을 치느라고 후우, 하고 내 얼굴 위로 옅은 바람을 분 홍빈이가 두 눈을 질끈 감은 나를 보며 일부러 소리를 내어 웃었다.





"키스해달라구요."





일부러 내 귓가에 입을 가져다대 나긋한 목소리로 말을 하는 홍빈이 때문에 놀라 눈을 뜸과 동시에 내 입술 위로 홍빈이의 입술이 닿았다.
아직까지 진득하게 입을 맞추기에는 부담스럽다고 생각했는지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내 아랫입술을 빨기만 하던 홍빈이가 입을 뗐다.
홍빈이의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아랫입술을 혀로 축이려는데 홍빈이의 손이 들리더니 내 아랫입술에 묻은 자신의 타액을 엄지손가락으로 모두 훔쳐내었다.
홍빈이를 곁눈질로 훔쳐보자 나를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쳐다보던 홍빈이가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청소기의 콘센트를 뽑아버리고는 다시 내 옆에 누웠다.






"아- 모르겠다. 그냥 우리 조금만 더 자요. 주말이잖아."







내 머리를 쓸어넘긴 홍빈이가 내 뺨에 입을 맞추더니 내 옆에 누워 내 손을 꼭 붙잡고는 엄지손가락으로 내 손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며 간질였다.





"나 누나 곁에서 꽤 오래 살아있었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살아남은거 내가 처음이죠?"

"응."

"그것봐. 누나는 마녀가 아니라니까."







내 손을 붙잡고 있던 홍빈이의 손이 떨어지더니 마치 커다란 곰인형을 안듯 두 팔이 가볍게 나를 끌어안고는 자신의 몸쪽으로 가까이 나를 끌어당겼다.
홍빈이의 숨결이 목덜미에 닿았다. 목덜미가 유독 약한 내가 몸을 움츠리자 홍빈이가 별 말 없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뒤로 뺐다.





"누나, 평생 함께해요 우리."






***






사촌오빠의 편지를 마저 읽지 못해 맨 아래에 있는 서랍을 열어봤지만 있어야 할 사촌오빠의 편지가 보이지를 않았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서랍을 꺼내 서랍 뒤쪽까지 뒤져보았지만 사촌오빠의 편지가 보이지 않아 머리가 하얘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유품과도 같은 거였던 편지가 사라져버렸다는 것에 대한 자책감과 불안감에 몸을 둥그랗게 말고 무릎에 머리를 기대었다.
어딨을까, 내가 편지를 어디다 두었길래 지금 기억도 못하고 이렇게 멍청하게 앉아만 있는걸까. 도대체 왜 나는 무엇하나 제대로 해내는 것이 없을까.






"누나?"






언제 들어왔는지 방 안으로 들어온 홍빈이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고개를 들어 홍빈이를 쳐다보자 아랫입술을 깨물던 홍빈이가 나를 일으켜세웠다.
난장판이 되어버린 내 주변을 둘러보던 홍빈이가 짧게 한숨을 쉬더니 나를 문 앞에 새워두고는 흩어진 물건들을 하나씩 주워 서랍 안에 집어넣고는 서랍 문을 닫았다.
불안했다. 처음에는 손이 떨리더니 머지않아 온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식은땀이 자꾸 나고 몸이 열을 잃는 것처럼 점점 차가워지는 듯한 기분에 발 끝을 오므렸다.
굽어있던 허리를 펴 나를 쳐다본 홍빈이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누나. 하고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사촌오빠의 목소리가 겹쳐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누나 괜찮아요? 정신차려봐요. ○○○!"






내 팔을 붙잡은 홍빈이가 내 몸을 흔들었다. 머리가 울리는 것같아 홍빈이의 팔을 붙잡자 혀로 입술을 축이던 홍빈이가 천천히 걸음을 옮겨 나를 침대 위에 앉혔다.
홍빈이의 뜨거운 손이 식은땀으로 축축해진 내 이마 위에 내려앉았다. 열은 안 나는데.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홍빈이가 옷소매를 당겨 내 이마를 닦어내었다.






"무슨 일이에요? 왜 이러고 있었어. ...아니지, 괜찮아요? 어디 아파? 막 어지럽고 그래?"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홍빈이가 다정하게 물어왔다. 힘겹게 고개를 젓고 괜찮아. 하고 어린아이도 믿지 않을 것 같은 거짓말을 했다.
침울해진 홍빈이의 표정에도 어쩔 수 없었다. 자꾸 이마 위로 흐르는 식은땀을 자신의 옷소매로 직접 훔쳐낸 홍빈이가 바닥에서 일어섰다.






"안되겠다, 종합감기약이라도 사올테니까 있어봐요."

"나 정말 안 아파. 괜찮아..."

"그럼 왜 이러는건데! 나한테 뭘 숨기는건데 지금!"






답답했는지 언성을 높인 홍빈이가 공허한 내 눈을 쳐다보더니 미안해요. 하고 내게 사과하고는 식은땀으로 축축해진 내 손을 붙잡았다.
내 곁에 앉은 홍빈이가 어깨 위로 흩어진 내 머리칼을 직접 모아 정리하더니 한쪽 어깨로 내려주고는 티슈를 가져오더니 목덜미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었다.
내가 입을 열때까지 기다릴 생각인듯 내 몸에 흐르는 땀을 닦아주는 홍빈이는 나를 따라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풀이 죽은 그대로 앉아있기만 했다.
하아, 홍빈이의 무거운 한숨이 내게 닿고 무의식중에 손끝이 움찔거리자 홍빈이가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더니 이내 내 손 위에 손을 올려 내 손을 붙잡았다.







"지혁오빠가 써줬던 편지가 없어졌어."

"지혁형이 편지도 썼었어요?"

"응, 너무 힘들거나 보고싶을때 보라고 써줬었는데... 다 읽지도 못 했는데..."






눈시울이 붉어지더니 막기도 전에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당황스럽고 놀란건 나 뿐만이 아니였는지 홍빈이의 손이 내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었다.
걱정스러워하는 목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기 이전에 한숨으로 내뱉어지더니 홍빈이의 입술이 한참을 달싹이다 꾹 맞물렸다.
눈물을 닦아내고 싱숭생숭해진 마음을 겨우 다잡으려는데 조심스럽게 내 고개를 옆으로 밀어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한 홍빈이가 내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힘 닿는데까지 도울테니까 편지 못 찾아도 실망하지 말아요, 편지가 없을 땐 내가 누나 곁을 지키고 있다는 거 잊지말고 기억해줘요."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자 여전히 내 속눈썹을 적셔낸 눈물을 닦아낸 홍빈이가 착하다. 라며 나즈막히 속삭이더니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덜컹거리며 무언가 맞물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도둑일까하는 불안감에 눈을 뜰수 없던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욕지기를 내뱉었다.
눈을 뜨자 어둠 속에서 보이는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조심스럽게 이불 밖으로 팔을 뻗어 스탠드를 켜자 홍빈이가 서랍을 뒤지다 나를 돌아보았다.






"홍빈아? 뭐해."







내 말에 홍빈이가 아랫입술을 깨물고 변명거리를 찾으려는 것처럼 눈을 굴렸다. 홍빈이의 거친숨소리가 적막을 깨고 귓가에 박혀들었다.
눈꺼풀이 무거워 금방이라도 잠들 것같은 정신을 억지로 깨고 홍빈이를 노려보았다. 작은 목소리로 욕지기를 내뱉으며 머리를 헝클이던 홍빈이가 나를 쳐다보았다.






"편지 찾고있었어요. 누나 고생할까봐 일부러 지금 찾고있었는데. ...깼네."






서랍을 닫고 마른세수를 하던 홍빈이가 앓는소리를 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미안해요 누나. 가라앉은 홍빈이의 목소리에 아무런 말도 할수가 없었다.
하아, 하고 연신 한숨만 푹푹 내쉬던 홍빈이가 바닥을 짚고 일어서더니 내 쪽으로 다가왔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몸을 움츠리고 이불 안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허리를 굽힌 홍빈이가 스탠드를 끄더니 이불 안으로 파고들었던 내 얼굴을 찾으려 이불을 아래로 내리더니 내 뺨 위로 입을 맞추었다.





"누나, 잘자요."






무거워진 눈꺼풀을 감았다가 억지로 떠보았을때는 어느새 홍빈이가 방을 나섰고 방문이 천천히 닫기고 있었다.






***






장을 보고 오겠다며, 나보고는 좀 쉬고 있으라던 홍빈이가 내 입술 위로 입을 맞추고는 대충 겉옷을 걸치고는 집을 나섰다.
몇일전부터 싹을 틔우던 홍빈이를 향한 불신은 죽지도 않고 계속 살아나 나를 괴롭혔고 같이 장을 보러 가자던 홍빈이를 거절하면서까지 혼자 집에 남았다.
문이 닫기고 홍빈이가 아파트 밖으로 나올때까지 창문에 붙어 내려다보다가 어느새 보이는 홍빈이의 뒷모습에 빠르게 홍빈이의 방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던 홍빈이가 중요한 것이 있다며 절대 열지 못하게했던 서랍 앞에 주저앉아 서랍문을 열기위해 파르르 떨리는 손을 뻗었다.
손에서 식은땀이 베어나오고 가슴이 쿵쿵 뛰었다. 손이 아닌 팔 전체가 벌벌 떨리더니 이내 온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벌벌 떨려왔다.
식은땀과 함께 내 눈 앞을 가리는 눈물을 억지로 거둬내고 서랍손잡이를 붙잡아 서랍을 잡아당겼다. 쉽게 열리지 않을 것 같던 서랍이 손쉽게 열렸다.
서랍 안에 가득한 종이뭉치들과 그 위에 놓여있는 반듯하게 접혀있는 익숙한 종이에 잇새로 실망의 한숨이 터져나왔다. 종이 위로 툭, 눈물이 떨어져내렸다.
종이뭉치들과 사촌오빠의 편지를 함께 꺼내들어 사촌오빠의 편지를 펴보았다. 내 눈물 탓에 잉크가 번진 편지를 보자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하, 이홍빈."







편지를 다시 곱게 접어 옆에 내려다두고 종이뭉치를 하나씩 펼쳐보았다. 익숙한 사진들과, 익숙한 이름, 그리고 익숙한 숫자들은 모두 내 지인들에 관련된 것이였다.
종이를 한장씩 넘길때마다 종이에 커다랗게 그어진 붉은 엑스자와 옆에 적힌 작은 숫자들과 사고 경위는 그들이 언제, 어떻게 죽었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몇장을 더 넘기자 나타난 사촌오빠의 사진에 억장이 무너져내리는듯했다. 이홍빈은, 지방으로 내려간다는 거짓말과 함께 나의 사촌오빠를 죽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다음 한장을 더 넘겨보자 내 사진이 나왔다. 기뻐하는 사진부터, 슬퍼하는 사진까지 한장한장 넘길수록 바뀌는 표정과 옷, 그리고 배경들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한장을 더 넘기자 이홍빈의 글씨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싫어하는 것들 내 주변 사람들과 취향 같은 것들이 빼곡하게 흰종이를 까맣게 채우고 있었다.
마지막 한장을 남겨두고 왠지 마지막 장을 볼수가 없었다. 두 눈을 질끈 감았다가 심호흡을 하고 겨우 눈을 뜸과 동시에 한장을 더 넘겼다.
우선 내 이름이 가득했고, 그 옆에는 좋아해, 사랑해, 갖고싶어, 네 곁에 있는 그 사람들 모두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 다 죽여야겠어. 같은 말들이 적혀있었다.
종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소름이 끼쳤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홍빈은 이따위 일들을 계획한건지 도무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이홍빈을 믿었고 이홍빈의 곁에서 웃었고 이홍빈에게 마음까지 내어주려고 했다. 어떻게, 이 모든 것들이 꿈인 것만 같았다.







"어떻게...도대체...도대체 왜..."







죽어버리고싶었다. 내가 마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되었는데도 전혀 기쁘지않았다. 왜 내 주변의 사람들이 죽었는지를 알게되자 구역질이 날것만 같았다.
몸을 웅크리고 무릎에 이마를 기댔다. 산소가 부족한 것처럼 느껴졌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숨을 쉴수가 없었다. 내가 빙빙 돌고있는 것만 같았다.
문이 닫기는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가 황급히 뛰어오는 소리도 들렸다. 머지않아 이홍빈이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도 들렸지만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이홍빈의 얼굴을 볼수가 없었다. 역겨웠고, 더러웠다. 그리고 무서웠고 두려움이 장악한 내 몸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굳어있었다.






"○○○."





억지로 내 턱을 틀어쥐고 고개를 들게 한 이홍빈이 자신과 시선을 맞추게 했다. 이홍빈의 눈빛이 무서웠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게 아니라, 정말이였다.
처음보는 눈빛이였다. 나를 잡아먹기라도 할것같은 눈빛에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어둠이 내려앉았고 이 어둠 속에 영영 갇히고 싶은 기분이였다.
내 어깨를 움켜쥔 우악스러운 이홍빈의 손에 어깨가 바스라질것같았다. 어디까지 봤어. 말을 내뱉는 이홍빈의 목소리에 등골에 소름이 끼치는 것 같았다.






"다. 다 봤어..."

"하..."

"너가 죽였니? 내 주변사람들...그 많은 사람들을 다... 하, 왜 그랬어? 왜 죽인거야? 왜? 왜!"






감았던 눈을 뜨고 되려 이홍빈에게 달려들었다. 갑작스럽게 터져나온 힘에 이홍빈이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고 그 위로 올라탄 내가 되려 이홍빈의 목을 움켜쥐었다.
숨을 쉬지 못하고 켁켁 거리는 이홍빈의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증오보다는 서러운 감정이 피어올랐다. 눈가에 고인 눈물은, 이홍빈을 걱정하는 눈물이였다.





"사랑, 하니까. 너를, 누나를... 나만 보고싶어서..."






겨우 말을 내뱉은 이홍빈의 얼굴이 점점 파랗게 질려갔다. 나만 갖고싶었으니까. 선명한 목소리에 머리가 멍해지고 이홍빈의 목을 죄이던 손에 힘을 풀었다.
이홍빈의 얼굴에 다시금 혈색이 돌고 온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째서, 머릿속에 드는 의문은 좀처럼 대답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내 두 팔을 붙잡아 자신의 목에 가져다댄 이홍빈이 힘이 들어가지 않는 내 손에 욕지기를 내뱉었다. 이홍빈을 내려다보자 이홍빈이 울고있었다.





"죽여."

"......"

"누나가 나를 원망한만큼, 그만큼 나를 괴롭히고 죽여. 누나는 마녀가 아니니까, 내가 누나를 마녀로 만든거니까. 누나가... 나 좀 죽여줘..."






이홍빈의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는 눈물이 서러웠다. 고개를 숙이자 이홍빈의 얼굴 위로 눈물이 떨어져내리더니 아래로 흘러내렸다.
참을 수 없는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치고 올라와 입술을 깨물었다. 진정할 수 없었다. 가슴이 끊임없이 요동쳤고 구멍이라도 난것처럼 고통스러웠다.
가슴을 움켜쥐었다가 손에 힘을 풀고 이홍빈의 얼굴 위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홍빈의 눈 위에 내려앉은 눈꺼풀이 파르르 떨려왔다.






"너랑...나랑...왜 이렇게 망가졌니..."

"......"

"한번이라도 나를 순수하게 사랑해본적 있어?"

"......"

"그럼 이제 순수하게 사랑해봐, 내가 느낀 그 고통들이랑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은 그 느낌...다 너가 감당하면서 살아봐."





누나. 하고 미약하게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입술을 짓이겼다. 애써 나를 부르는 이홍빈의 말을 무시하고 떨어진 종이뭉치를 아무렇게나 찢었다.
손끝이 종이에 베여 점점 아리더니 결국 핏방울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보던 이홍빈이 내 손을 향해 팔을 뻗었고 나는 이홍빈의 팔을 뿌리쳤다.





"니 소원은 내가 평생 너 곁에만 있는거아냐? 그렇게 해준다고. 그렇게 되줄테니까 너는 그냥 나를 좀 내버려둬."





이홍빈이 안전지대라고 생각했었던 내 모든 생각들을 이홍빈은 보란듯이 비웃었고, 어느새 생겨나버린 이홍빈의 안전지대를 나는 보란듯이 부숴버렸다.











+)

좀...싸이코? 그런 거...쓰고싶었는데...차마 싸이코로 만들수는...없었어요...흡ㅠ 빈아 나라세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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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혼비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둘다불쨩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여보에요! 제목따라서 노래도 Safety Zone 으로 읽었거든요ㅠㅠㅠㅠㅠㅠㅠㅠ 몰입도 더 잘되쟈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홍빈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4
홍빈이가 설마설마했는데 ㅠㅠ 역시 무엇이든 지나치면 독이네요 작가님 글 짱짱 ㅠㅠ
10년 전
독자5
쯘다이 정말 쩔어요 저를 정밀 죽일작정이신가여 너무좋잔아여ㅠㅠㅠㅠ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흑흡 저 신알신도하거 암호닉도 신청할래요 도무지 안되겟어요 ’보라색‘ 해도되져??
10년 전
독자6
ㅠㅠㅠㅠ정말ㅠㅜㅜ글진짜 몰입되게 잘쓰시는것 같아요ㅜㅜ 오늘도 잘 보고갑니다
10년 전
독자7
헐....... 와 반전이다 싸이콩ㅜ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헐 쩐다ㅠ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소오오오오오오름............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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