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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darlin 전체글ll조회 1910l 1

[VIXX/김원식] 없다 | 인스티즈












없다










우리 끝낼때가 된 것 같아.
너의 입에서 나온 말이 나는 사실이 아니기를 바랬다. 재미도 없는 예능프로그램이 한창 진행중인 티비에서 시선을 돌려 너를 쳐다보았을때, 너의 두 눈이 일렁였다.
사실이야? 하고 되물었을때, 너는 언제나처럼 뭐가. 하고 되물었다.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나랑 끝내고싶은거. 사실이냐고. 하고 묻자 너는 고개를 떨구었다.
너의 그 행동 하나로도 이미 너의 대답은 충분했다. 그래. 한숨과 함께 토해진 단어가 허공에서 미처 너에게 반도 더 못 가고 닿지도 못한 체로 흩어져버렸다.
질질 끌고싶지가 않았다. 우리가 10년을 만나왔다고 악을 지르고 싶었지만 나는 차마 그럴 수가 없어서 소파에서 일어나 죄수처럼 발을 끌며 방으로 들어갔다.
너와 내가 발을 디디고 있는 이 집이, 너와 내가 열심히 돈을 모아 산 집이였다. 우리는 이 집에서 5년이라는 시간을 웃고, 울었으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차마 이 집에 발을 디디고, 홀로 밥을 먹고 씻고 티비를 보며 살아갈 용기가 없었다.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사두었던 캐리어에 내 짐을 모두 쓸어담았다.
너는 어떻게보면 담담하고, 어떻게보면 허탈해하는 모습으로 거의 신경질적으로 짐을 쓸어담고있는 내 뒷모습을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여기까지가 끝이였다.
짐이 거의 대충 담기어졌다. 아니, 더이상 담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캐리어를 닫고 캐리어의 손잡이를 손에 쥔체 바닥에서 일어나 이마를 짚은 너를 쳐다보았다.




"...미안한데."

"......"

"남은 내 짐 좀, 우리집으로 보내줘. 주소는 조만간 문자로 보내줄게."





우리집. 내가 말을 해놓고도 웃겼다. 우리집은 여기인데. 그 짧은 시간에 나 역시도 너에게서 마음이 떠났던건지, 태연하게 너와 내가 살았던 이 집을 외면하고 있었다.
너를 지나치면서까지 내심 너가 나를 붙잡아주기를 바랬다. 나는 어제까지도 너와 내가 서로 뜨겁게 사랑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너는, 그게 아니였던듯했다.
나는 굳이 너에게 그런 가혹한 벌을 내리고서 너를 지나쳐 방을 나와 길지도 않은 복도가 마치 아주 긴 복도인 것처럼 느릿하게 걸음을 떼며 아주 천천히 걸었다.
데려다줄까. 전혀 달갑지 않은 너의 목소리에 나는 차마 너를 돌아보지는 못하고  고개만 저었다. 그럴 필요없어. 목이 메여 입 밖으로 내뱉어진 목소리가 처절했다.
너와 나는 멍청하게도 서로 잘 살아. 그 한마디를 건네지 못했다. 아까와는 다르게 너가 나를 붙잡을까봐하는 불안감에 서둘러서 신발에 발을 구겨넣고 집을 나왔다.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쓸어내리다가 얇은 티셔츠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에 몸을 떨었다. 뽀얀 김이 무거운 한숨과 함께 버석이는 입가에서 터져나왔다.
아프길 바래. 날 버린 죄책감에 질식하길 바래. 예전에 몇번 들었던 노래가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러면 안되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너를 저주하고 있었다.
캐리어를 열어 두꺼운 겉옷과 옷가지들 바로 위에 올려져있던 휴대폰을 챙겨들었다. 캐리어를 다시 닫고 겉옷을 챙겨입고 휴대폰을 켜자 너의 사진이 화면에 떠올랐다.
홍빈이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 아무래도 바깥에 있는것인지 꽤 오랫동안 수신음이 가더니 의외라는 듯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너 어디야? 바빠?"

'아니. 안 바쁜데. 이제 집에 들어가려고.'

"그럼 나 집에 좀 데려다 줘."

'뭐? 이 시간에 어디서 뭘하는데. 원식이 안 들어왔어? 원식이 차 있,'

"나 김원식이랑 헤어졌어. 나 지금 씻지도 않고 그냥 막 나왔으니까, 얼른 좀 와줘."





홍빈이는 굳이 무어라 더이상 입을 떼지 않았다. 먼저 끊을게. 지독한 어색함에 먼저 말을 건네고는 전화를 끊었다. 찬바람에 손끝이 점점 차가워져가고 있었다.
집 앞에서 서성이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아 캐리어를 끌고 복도를 걸었다. 아무리 찬바람이 불어도 너가 있다면 따뜻했던 복도가 너가 없으니 너무나도 추웠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중앙현관을 내려오니 어느새 쌓여있는 눈을 쓸고 계시던 경비아저씨가 계단을 내려오던 나를 보시고는 아가씨, 여행가? 하고 물어보셨다.
고개를 저으며 아니요. 하고 대답하자 경비 아저씨가 헤어졌구나? 하고 물어오셨다. 대답 대신 미소만 짓자 괜찮아, 다 그렇게 사는거야. 하고 나를 위로하셨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걸음을 옮겨 아파트 단지 밖으로 나왔다. 5년을 생활했던 집과, 10년을 사랑했던 너에게서 점점 멀어질수록 슬픔이 점점 사라져가는듯했다.
이대로 너에게서 완전히 멀어져버리면, 나는 슬퍼하지 않을 수 있지않을까. 너를 완전히 잊을 수 있지 않을까. 아무 소용없는 희망이 나를 뭉게는듯했다.
캐리어를 세워두고 그 위에 걸터앉았다. 이건 너의 버릇이였다. 여행을 갈때마다 조금씩 늦는 나를 캐리어 위에 앉아 기다리며 얼른 오라고 재촉하던 너가 떠올랐다.
입술을 깨물어보았다. 너는 지워지지 않았다. 눈을 감아보았다. 너가 더 생생해졌다. 귀를 틀어막았다. 너의 목소리가 생생했다. 누가 가슴을 바늘로 찌르는듯했다.
결국 서러움이 잔뜩 나를 내리눌렀다. 숨을 들이켜며 벌어진 잇새로 되려 울음이 토해졌다. 질끈 감았던 두 눈에 눈물이 어룽이더니 이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가슴이 너무 아파서 동그랗게 말아쥔 주먹으로 너가 관계를 맺을 때마다 입을 맞추었던 가슴을 내리쳤다. 너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내 손을 태우는듯했다.
입에서는 알수없는 말들이 토해져나왔다. 너를 원망하는 말들이였으면 했는데, 그렇지가 않았다. 말을 내뱉는 나 역시도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를 말들이였다.
클락션이 울리고는 이내 홍빈이의 목소리가 선명해졌다. 내 옆구리 사이로 끼워진 홍빈이의 손이 나를 캐리어 위에서 일으켜세우는 바람에 캐리어가 쓰러졌다.
나즈막하게 욕설을 내뱉은 홍빈이가 캐리어를 일으켜 세우고는 내 팔을 붙잡아 나를 갓길에 세워둔 차로 이끌었다. 괜찮아? 홍빈이의 목소리가 너의 목소리처럼 들렸다.
고개를 끄덕이고 홍빈이가 조수석 문을 열어주는데로 그 안에 몸을 싣었다. 찬바람만 부는 바깥과는 다르게 따뜻한 내부에 또 너의 생각이 나서 이를 악물었다.
캐리어를 트렁크에 싣었는지 서둘러 운전석에 탄 홍빈이가 손을 비비더니 이내 내 안전벨트를 매어주고는 플레이어의 볼륨을 조금 높이더니 천천히 차를 몰았다.





"왜?"





말의 앞뒤를 다 잘라먹은 홍빈이의 물음이 무엇을 묻고있는지는 아주 잘 알고있었지만, 입을 떼면 다시 울음이 터질 것 같아서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었다.
홍빈이는 나를 한번 흘긋. 쳐다보았다가 이해한다는듯이 입을 꾹 다물었다. 이내 괜찮아. 하고 나를 다독이고는 마치 자신의 일인양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머님한테 전화는 했어? 홍빈이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그럴 시간도 없었겠지... 나즈막히 중얼거린 홍빈이가 손을 뻗어 헝클어진 내 머리칼을 정리해주었다.





"김원식 배가 불렀네. 누구는 첫사랑을 포기했는데. 자기는 첫사랑이랑 십년을 만나놓고 이제와서 이렇게 막 버리냐."





그 누구가 홍빈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기에 시선을 내리깔았다. 홍빈이가 나 아직도 너 좋아해. 하고 말을 할것같은 불안감에 입술을 깨물다가 눈을 질끈감았다.
겁 먹지마. 나긋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나를 달랬다. 나 다음달에 결혼해. 장난스럽기도하고 침울하기도한 그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홍빈이를 쳐다보았다.





"아- 너네 커플한테 부탁할거 있었는데 못 하겠네. 안타깝다."





때마침 신호에 차가 멈춰서고 기지개를 켠 홍빈이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 결혼하면 누가 너 챙겨주니.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다 괜찮아질거야. 시간이 지나면, 다 괜찮아질거야."





***





다행이게도 부모님은 날 따스하게 맞아주셨다. 나를 품에 안으시고 홍빈이처럼 다 괜찮아질거라고, 잊혀질 거라고 주름 가득한 투박한 손으로 내 등을 다독이셨다.
옷깃을 부여잡고 괜찮지않을것같다고 쓸데없는 반박을 하며 눈물을 쏟았다. 나이가 서른인데도, 첫사랑의 여운이 씁쓸히 자리해 나를 괴롭힌다고. 그렇게 울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않는다고 누가 그러더냐고, 5년 전 부모님의 품을 떠나며 너와 함께 내가 비웃었던 그 말이 이제야 내 가슴에 비수처럼 꽂혀들었다. 
첫사랑이 십년이 되어도 결국에는 이뤄지지않는것은 마찬가지라고 왜 누구도 내게 그런 얘기를 해주지 않았던건지. 왜 철없던 나를 그저 눈감아주기만 한건지.
엄마는 매일 나의 방을 쓸고 닦으셨다고 했다. 왠지 내가 오늘같은 모습으로 울며불며 집으로 돌아올것같아서 하루도 잊지않고 청소를 하셨다고했다.
그 말을 듣고 굳게 닫힌 방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가니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방 안의 모습은 변한 것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따스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침대 위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 위로 너의 얼굴이 그려지고, 그 위로 너와 내가 입을 맞추던 모습이 겹쳐졌다. 사랑한다던 너의 말이 귓가에 박혀들었다.
너를 처음 만났던 것이 아마도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그 무렵이였을 것이다. 목도리 속에 파묻힌 얼굴이 붉어질만큼 처음 본 너의 모습이 좋았었다.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던 너가 고개를 돌려 나와 처음 눈을 마주쳤을때, 너가 지어주었던 그 미소를 나는 잊을 수가 없다. 풋풋함을 가득 끌어안은 그 미소를.
그렇게 계절이 지나고 봄이 되었다. 너와 나는 신입생오티때 다시 만나게되었고, 나와 너는 서로를 알아보았고 서로에게 알게모르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서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관계가 친구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은 아주 잘 알고있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입을 맞추었고,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었다.
그때 그러지않았더라면, 만약에 서로 더 격식차리며 다른 커플들처럼 하나하나 다 따져보았다면, 그랬다면 우리는 더 일찍이 헤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나는 지금만큼 슬퍼하지 않았을테고, 이렇게 내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너의 모습을 기억 속에서 꺼내 하나하나 그려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아."





노크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많이 나약해지신 아빠의 목소리에 입술을 깨물었다. 모든 것이 이렇게도 빠르게 변해가고 있는데 나만 아직 어린애인듯했다.
문이 열리고 손에는 작은 유리컵을 쥐고 계신 방 안으로 들어오셨다. 침대에서 일어나 앉자 침대에 걸터앉으신 아빠가 투박한 손으로 내 등을 다독이셨다.




"끝이 난게 아니라 이제 시작인거야."




아빠의 말에 울음이 터질 것 같아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이거 마시고 푹 자렴, 꿀물이야. 아빠가 건네준 컵을 손에 꼭 쥐었다. 따뜻해서 또 울컥, 눈물이 났다.





***





너에게 집주소를 문자로 보내주었는데도 거의 2주일이 다 되어가도록 짐이 오지 않았다. 필요한 것이 대부분 너의 집에 있기에 나는 불안해질 수밖에 없었다.
너에게 전화를 걸어야했다. 그러나 핑계를 대며 지우지 못한 너의 번호를 볼때마다 나는 차마 통화버튼을 누를 수가 없었다. 너에게 무슨 말을 짓껄일지몰라 불안했다.
너의 목소리가 예전과는 다를 것 같아서 불안한 것도 없잖아 있었다. 이제는 나에게 냉담해진, 전에는 한없이 다정했던 너의 목소리를 나는 차마 들을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굳이 통화버튼을 누른 나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신호음에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너가 일부러 내 전화를 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개를 저었다.





'여보세요.'





많이 거칠어진 너의 목소리에 놀라서 아무런 말을 할수가 없었다. 다시금 이어지는 여보세요. 한마디에 힘겹게 나야. 하고 입을 뗀 후 수화기를 가리고 한숨을 쉬었다.
어. 한참 뒤에야 이어진 그 답변에 나는 느릿하게 내 짐. 하고 말끝을 흐렸다. 너는 한숨을 내쉬더니 미안한데, 하고 운을 떼었다. 너의 목소리는 전혀 미안하지 않았다.





"네 짐. 너가 가져가주면 안될까. 정리는 해놨는데..."





너의 말의 끝이 먹혀들었다. 늘 그런 적이 없었는데. 나는 굳이 너를 추궁하지 않고 알겠다고 대답했다. 혹여 너가 까먹고 안 챙겨놓은게 있으면 더 챙겨올 생각이였다.
너와 전화를 끊고 홍빈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 결혼준비를 하느라 바쁠테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내 전화에 홍빈이는 단번에 알겠다고하며 전화를 끊었다.
겉옷을 입고 일부러 연하게 화장까지 했다. 너를 신경쓰며 꾸며본 적이 꽤나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였다. 익숙함에 무뎌진 긴장감이 이별에 한몫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거의 눈물도 나지 않았다. 너와의 추억을 곱씹어보라면 조금 힘겹지만 그래도 울지는 않았고 슬퍼하지도 않았다. 가끔은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러나 너의 얼굴을 보는 것은 자신이 없었다. 너와 얼굴을 마주하면 말문이 막힐 것이 뻔했다. 아무말도 못하고 가만히 눈을 바라보다가, 입술을 씹을 것이 뻔했다.
나와. 홍빈이에게서 온 문자에 그렇게 높지않은 힐을 신고 집을 나왔다. 너에게 최대한 괜찮게 지내는 것처럼 보여야했다. 그건 아마도 무슨 오기였던것같았다.





***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자 잠시 뒤에 문이 열렸다. 천천히 시선을 올린 너의 두 눈이 내 곁에 나와 함께 서있는 홍빈이를 보고 놀란 듯 잠시 일렁이는 듯 했다.
안녕. 생각보다 그렇게 힘겹지는 않았다. 애써 미소까지 띄며 너에게 말하자 너가 대답 대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옆으로 비켜서며 집 안으로 들어올 자리를 만들었다.
너를 지나쳐 집 안으로 들어서 내가 썼던 방 안으로 들어섰다. 정말 너가 말 그대로 정리를 다 해놓았는듯 커다란 상자 몇개가 바닥에 쌓여있었다.
내가 혼자 들기에는 너무 버거워 홍빈아. 하고 부르고 상자를 들려고 방 안으로 들어선 순간 홍빈이가 안으로 들어와 나와 마주하고 상자를 들었다.
그러나 손에 채인 손이 홍빈이의 손이 아니였다. 나는 마냥 홍빈이인줄로만 알았는데, 내 앞에 마주하고 있던 것은 홍빈이가 아닌 너였다.
순간 나를 찾아드는 어색한 기분에 손에 힘이 풀렸다. 그러나 너는 거뜬히도 상자를 든체로 이거 어디로 옮기면 돼? 하고 감정없는 어투로 내게 말을 건네왔다.
대답을 하지 못하고 너와 스쳤던 손만 움츠리고 있자 나를 쳐다보던 홍빈이가 그거 내 차로 옮겨주면 돼. 하고 나를 지나쳐 상자를 들고는 다시 내 곁으로 다가왔다.





"괜찮은 척 해야지."

"...그럴수가없어."

"하, 진짜 너네 둘다 답 없다."




한숨을 내쉰 홍빈이가 너를 따라 집을 나섰다. 나도 모르게 손톱을 깨물며 그 자리에 가만히 서있다가 그 둘을 도와야할것같아 조금은 작은 상자를 끌어안았다.
아까 들려고 했었던 그 상자들과는 다르게 가벼웠고, 덜컹이는 소리가 들려 나도 모르게 반쯤 열려있는 그 상자를 도로 내려놓고 상자를 열어보았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너와의 사진들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너와 나의 모습이 더이상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뻥 뚫린듯했다.
발걸음 소리가 들려 황급하게 상자를 닫았지만 이미 상지 위로 눈물이 떨어졌다. 황급히 눈물을 훔쳐내고 상자를 들려는데 누군가가 나를 제지했다.





"너 힐 신고 왔잖아. 다쳐. 가만히 있어."




나를 제지한 너의 손에서부터 너의 팔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나를 빤히 내려다보다가 바삐 돌려지는 시선이 아쉬워 어쩔 수 없이 눈을 내리깔았다.
너는 나를 은근히 밀며 상자에서 떼어놓고는 상자를 들고 다시 방을 나섰다. 어쩔 수 없이 방을 나와 내 짐만 빠졌을 뿐 변하지 않은 집 안을 둘러보았다.
분명 너 혼자라도 사람이 사는 집인데, 어째서인지 사람이 사는 집 같지가 않는 느낌이 들어 서러움이 가슴 가득 쌓이는 듯한 기분이였다.
이제 가자. 아무래도 상자를 다 옮겼는지 나를 부르는 홍빈이의 목소리에 몸을 틀어 거실을 나와 현관으로 가 아까와는 다르게 가지런히 놓여진 힐에 발을 꿰어넣었다.
천천히 복도를 거닐며 엘리베이터로 향하는데 이제 막 올라오던 너가 나와 마주쳤다. 잘가. 낮은 목소리와 함께 나를 스쳐가려는 너를 붙잡았다.
코트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아까 넣어두었던 반지를 꺼내 너에게 도로 건네주자 반지를 가만히 내려다보던 너가 다시금 나를 올려다보았다.





"이거를 왜, 나한테 줘?"

"너가 나한테 준거잖아. 돌려줘야지."





내 말에 너가 입을 닫았다. 홍빈이는 눈치를 보더니 먼저 내려가있을게, 할말하고 와. 하고 말하더니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버렸다.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던 너가 차 한잔 하고 가. 하고 말했다. 굳이 홍빈이 핑계를 대며 거절했지만 너는 나를 붙잡고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어쩔 수 없이 너를 따라 다시 집 안으로 들어섰다. 여전히 내 손에 쥐어진 반지가 점점 내 손의 온기에 의해서 미지근해져가고 있었다.
앉아있어. 하고 말한 너가 부엌으로 들어갔다. 너의 말을 따라 소파에 앉기는 했지만 집 안에 내려앉은 적막에 몸서리를 치다가 구석에 가득한 술병들을 보고야말았다.





"너 술 못 마시잖아."





입방정을 떨고야말았다. 기억 속의 너를 그대로 토해낸 나는 아차싶어서 입을 닫았다. 너는 대답이 없었고 나는 홀로 머리를 쥐어박고 있었다.
어느새 커피를 타온 너가 내게 컵을 건네주었다. 그래. 뜬금없는 그 말을 이해할 수가 없어서 고개를 들고 너를 쳐다보았다.





"나 술 못 마셔. 너 때문에 마신거야. 너가 그렇게 떠나버렸다는게 슬퍼서, 죽을 것같아서 하루도 안 거르고 매일 마셨어. 매일 마시고, 취했어."

"......"

"그럼 아직도 좋다는데 어떡해? 이미 말을 꺼내놔서 주워담을수도없는데,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다 아직도 너를 좋아한대. 그래서 죽을 것같대."

"......"

"사실, 짐은 택배로 보내려고 했어. 근데 어떻게든 네 얼굴 한번 더 보고 싶어서 일부러 안 보냈어. 너한테 전화오기만을 기다렸어."





너의 말에 나는 차마 떨구어진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오른손이 파르르 떨려와서 왼손을 들어 오른손을 꼭 붙잡았지만, 떨리는 것은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그 반지는 너가 갖고 가."





다시 돌아가자고 할수가없었다. 안 하는게 맞는 것 같았다. 막상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이미 한번 이별을 겪었으니 우리는 똑같은 짓을 되풀이하게될테니까.
커피에는 입도 못 댄체 잔을 내려놓았다. 손에 쥐고 있던 반지를 코트주머니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해. 이유가 불분명한 사과를 건네고 걸음을 옮겼다.





"잘 지내."




미쳐 그 때 건네지 못한 인사를 건네고 그대로 힐에 발을 꿰어넣고 도망치듯이 걸음을 옮겨 너의 집에서 벗어났다.










+)
오랜만이에요 엉엉. 쓰다보니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갈수록 이상해졌네요...ㄸㄹ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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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어....보는 내내 울컥했어요ㅠㅠㅠ진짜 오래사귀면 너무 무뎌져서 서로 아직 좋아하지만 저렇게 될수도있겠다 싶기도하고 원식이가 원망스럽기도하고ㅠㅠㅠ
10년 전
독자2
헐..ㅠㅠㅠ너무아련해요ㅠㅠㅠㅠㅠㅠ
이런분위기글을좋아해서..ㅠㅠ잘읽다갑니다!

10년 전
독자3
진짜 아련하다..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아련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서로 많이 좋아하는데 첫사랑인데 이렇게 끝나는게 안타깝네요 ㅠ_ㅠ 아 저 여보입니다!
10년 전
독자4
ㅠㅠㅠㅠㅟㅢ규ㅠㅠㅠㅠㅠ원식아진짜눈물나요ㅜㅜㅡㅠㅠㅠㅠㅡ잘됐음좋았을텐데ㅜㅜ힝. .... 어뜨캐이렇게슬프게잘쓰세요ㅜㅜㅜㅜㅜㅜㅜ
10년 전
독자5
ㅇ헝헝헝....김원식 그러면서 왜 보낸거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6
정말 아련하네요ㅠㅠ이해가 가기도하면서 아직좋아한다면 붙잡아도 괜찮을것 같은데 라고 생각이 들기도하고요ㅠㅠ 잘봤습니당
10년 전
독자7
진짜 너무 아련하다...☆
10년 전
독자8
헐 너무 아련하다....... 다시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둘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김원식 왜보냈어!!!!!!!!!!
10년 전
독자9
이렇게 헤어질수는 없는데 다시 원식이가 한번만 용기를 내줬으며뉴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아련해요
10년 전
독자10
헐 너무 아련해요ㅠㅠㅠㅠㅠ 뒷얘기는 없는건가요 다시 이어졌으면 ㅠㅠㅠㅠ내가 다 슬퍼서ㅠㅠㅠㅠ
10년 전
독자11
아 원식아ㅠㅠㅠㅠ왜ㅠㅠㅠㅠ진짜ㅠㅠㅠㅠㅜㅜ첫사랑이이렇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너무ㅠㅠㅠㅜㅜㅜ
10년 전
독자12
와............보면서 ㅇㄹ엇어요 왤케 짠하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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