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눈을 볼때마다 생각한다.
나는 너의 무엇이며
너는 나의 무엇이고
우리는 무슨 관계일까.
NO.5
![[이정재] NO.5 (부제 : 어떤 집착에 관하여) 00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e/9/2/e92a297a30c9caedf6bc50690727977c.jpg)
노크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문이 조심스레 열린다.
나는 들고 있던 신문 위로 다기 세트를 들고 들어오는 너를 본다.
네가 방 안에 온전히 들어와 문을 닫고 내게로 걸어올 때는
널 본 일이 없는 것처럼 눈에 들어오지도 않은 신문 기사로 시선을 돌린다.
"후원자님."
네가 나를 부르고 나서야 나는 신문을 접는다.
너는 내 앞에 마주앉아 뜨거운물로 데운 찻잔에 국화차를 따른다.
흘러나오는 맑은 찻물을 보다가 가는 손가락으로 찻주전자를 잡은
너를 본다. 찻물처럼 맑은 얼굴.
네가 눈을 들어 나와 눈을 맞춘다. 나는 찻물보다 더 맑고 물기 어린
네 눈이 무서워 고개를 돌려 버린다.
너를 보면 항상,
"드세요. 차 식어요."
"너도 들어라."
지금보다 더 한 욕심이 치솟는다.
내가 기르게 한 머리.
내가 골라서 옷걸이에 하나씩 걸어놓은 옷들.
내가 가르친 다도.
내가 치게 한 피아노.
내가 짓게 한 웃음.
너를 점점 나로 물들이고 싶은 이 욕심.
"네가 올해 스무살이던가."
네 나이를 뻔히 알면서도 묻는다.
물으면서 너를 머리 끝에서 발 끝까지 훑는다.
긴 생머리와 흰 블라우스. 검은색 스커드.
"네, 후원자님."
깍듯하게 불러오는 목소리가 곱기도 하다.
"올해 학교 입학하겠네."
무심한 척하며 너를 본다.
네 입가에 밝은 웃음이 서린다. 그리고 곧장
"네."
대답한다.
열여섯살에 이 집에 들어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갇혀 살던 삼년. 이제 밖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지,
자유에 대한 생각으로 네가 밝아 보인다.
"기사 붙일테니 차 타고 다녀라."
순식간에 굳는 네 얼굴.
"시간표도 알아서 짤테니 걱정 마라."
순식간에 식는 찻물.
"괜찮아요. 학교가 근처라 버스 타고 다녀도,"
"기사, 붙인다는 말 못 들었니?"
찻잔을 만지작 거리는 네 고개가 푹 수그러든다.
찻잔 안에 그려진 매화가 흔들려 보인다.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걸 딴 놈이 부축하고
수업이 끝나고 카페 테라스에서 딴 놈이랑 커피 마시는 걸
내가 가만히 볼 수 있을 것 같아?
마르고 작은 네 어깨를 가만히 본다.
너는 연약해. 그러니까 내 안에 있어야 한다.
남은 차를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네가 일어서는 나를 올려다 본다.
어느 새 붉어진 눈가.
내가 너를 쥐고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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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