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어두운 골목길. 코를 찌르는 시큼하고 더러운 시궁창 악취에 나는 코를 막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리고 앞에 놓여있는 한 구의 시체. 시체의 사인으로 봐서는 또 다른 캐쳐에게 잡아먹힌듯 보였다. 나는 그렇게 확신한 채 대충 종이에 시체의 사인으로 추정되는 말들을 써 내려가고 목에 걸었던 카메라로 플래시를 터뜨리며 시체의 사진을 찍었다. 아으. 더럽게도 잡아먹었네. 중얼거리며 한 장, 두 장. 여러번의 연삿을 찍으며 쉬지 않고 종이에 기록해나갔다. 그리고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띄우고 시체를 발로 툭툭 건들였다.
두개골은 함몰되어있고 반점은 허벅지에 있었는지 허벅지가 잔인하게도 뜯겨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 와중에 시체는 못볼 걸 봤다는 표정으로 경악에 물들어져 있었다.
나는 혀를 차며 시체의 눈을 감겨주었고 골목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구석에 처박혀있는 불투명한 비닐로 시체를 덮어주었다.
"야, 변백현."
그리고 어제 못 잔 잠을 보충하러 시체의 옆에 자리잡아 좁은 골목의 특성을 이용해 벽에 기대어 눈좀 붙이려 했다. 하지만 누군가의 목소리가 감긴 눈앞에서 들려오고 나는 화들짝 놀라며 눈을 번쩍 떴다.
"아 시발. 말 좀 하고 나타나."
"네가 무서울게 어딨다고."
검은 정장을 차려입고 내 앞에서 뒷짐을 지고 선 찬열을 나는 죽일듯이 노려봤다. 나 어제도 잠 못잤어. 손목에 찬 시계를 보던 찬열이 얄밉게 웃고선 그 잘난 면상으로 나를 빤히 쳐다봤다.
"그래서?"
"그래서라니. 잠 좀 자자."
"아아. 자지 마. 나 심심하다고."
"심심하면 저기 도망다니는 쟤네 좀 잡아먹고 오던가."
"방금 먹고와서 배 안고파."
씩 웃으며 많은 이들을 드러내며 웃는 찬열이 입가에 묻어있는 액체들을 닦아내었다. 나는 혀를 차고는 힘없이 축 늘어져 찬열에게 낮게 경고했다. 나 잘거야. 건드리지 마.
[D]
"시시하다. 겨우 이 정도로 날 먹으려 한 거야?"
"으으...윽..."
"그런거라면 사람을 잘못봐도 한참 잘못봤어."
경수의 손에 들린 날카로운 단검이 어두운 창고에서 빛났다. 그의 앞에선 다른 이가 배에 공격받고 주저앉은 채로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단검을 몇 번 던지고 잡고, 던지고 잡으며 웃던 경수는 그 짓을 여러번 하다 자신의 앞에 있는 남자가 문을 향해 다친 다리를 이끌고 뛰려하자 그대로 단검을 던져 남자의 등으로 꽂혀내렸다. 남자는 단말마를 내지르다 앞으로 고꾸라졌는데 그래도 살아있는지 옅은 숨을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다.
"너 말이야. 모든 캐쳐가 모든 러너를 잡아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남자에게로 다가간 경수가 남자의 머리채를 쥐어잡고 자신과 얼굴을 마주보게 했다. 전에 실컷 얻어맞았는지 퉁퉁 부어오른 얼굴이 애처로워 보였다. 그의 입은 어떻게든 살려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멍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던 경수는 갑자기 얼굴을 구기더니 기분나쁜 것을 만졌다는 듯 얼굴을 바닥에 내꽂고 위 아래로 긁히게 했다. 남자는 기절한듯 더 이상의 행동이 없자 그제야 다리와 손을 툭툭 턴 멀쩡한 경수가 남자의 등을 한 번 더 밟고선 말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생각하면 큰 오산이야."
창고를 유유히 빠져나가는 경수의 목 뒤로 붉은 반점이 어둠속에서도 선명히 보였다.
[K&T]
"크리스. 이번에 백현이 조사한 자료들이야."
어눌한 한국어 발음을 구사하는 흑발의 남자가 머뭇거리며 손에 들린 종이 뭉치를 탁자 위로 내밀었다. 언뜻 보기에도 꽤 높은 자리에 있다는것을 알 수 있어보이는 방 안에서 의자에 앉아 타오의 목소리에 반응한 크리스는 미소를 잔잔히 띄우고 있었다. 타오는 크리스의 미소에 따라 긴장했던 얼굴을 풀고 입꼬리를 올려 따라 웃었다.
크리스는 타오가 준 종이뭉치를 한 장, 한 장 넘기더니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타오보고 이리오라는 손짓을 했다. 타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크리스의 옆으로 졸졸 걸어갔다.
"타오. 그래서 킹은 찾아냈대?"
"아니... 아직 백현과 찬열이 찾으러 다니고 있대."
"그래? 아직 멀었구나."
아직 멀었어. 말 끝을 흐린 크리스는 다시 의자를 뒤로 돌아 벽 한쪽이 전부 유리라 밖에 훤히 보이는 야경을 바라보았다. 타오는 종이를 몇 장 넘기더니 크리스가 종이에 몇 가지 기록한 문자를 읽을수 있게 되었다. 종이 위에는 한 사람의 이름이 적혀있었는데 그 옆에는 K라는 영어 대문자가 있었다.
"크리스. 언제 이 지긋지긋한 세계가 끝이 날까?"
"글쎄다. 아직은 잘 모르겠어. 조금 더 지켜봐야지."
"나는 이 세계가 싫어. 정말 싫어."
"..."
크리스는 울먹이며 밖을 바라보는 타오의 옆모습을 물끄러미 올려다 보다 이내 얼굴에 다시 잔잔한 미소를 띄웠다.
"언젠가는 다 끝이 날 거야."
"..."
"그리고 우리도 기억을 잃고 살아 갈 지도 몰라."
"아! 그건 싫어!"
"하지만 평화로운 세계를 바란다고 했잖아."
"... 그건..."
"타오."
크리스는 타오의 이름을 낮게 불렀다. 벌써 눈가에 물이 맺힌 타오를 아기 어르듯이 부르며 고개를 낮추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타오는 숙여져 눈앞에 드리워진 자신의 머리칼 사이로 보이는 크리스를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크리스의 표정이 굳어져 슬픈 표정을 짓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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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왓 드디어 쓰는 글이다 야흐... 오랜만의 글이다...! 저는 프롤로그 성애자라 항상 글을 쓰면 프롤로그부터 쓰더라구요. 저만 그런거 아니죠? 그렇죠? 캐치앤 런이니까... 줄여서 캐런이다 핫핫. 프롤로그라서 짧으니 1편에서 길게 봐요 헛헛....(숨는다)
-간단한 이 세계의 설명-
'캐쳐'라는 무리가 있습니다. 그들의 수명은 짧아서 수명이 무한대인 '러너'들을 잡아먹으며 살아갑니다. 러너들은 캐쳐를 죽일 수 없으며 캐쳐들만 러너들을 죽일 수 있습니다. 러너들은 수명이 무한대지만 대부분이 캐쳐들에게 잡아먹혀 그럭저럭 보통 인간들의 수명으로 삽니다.
그리고 가운데에 있는 '캐쳐런' 이들은 쉽게 그냥 평범한 인간입니다. 몇몇은 캐쳐와 러너의 존재를 알고 그들의 세계에 개입하기도 하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 입니다. (캐쳐를 죽일순 없지만 러너를 죽일순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킹. 킹에 대한 설명은 나중에 대한 스포가 될거같아서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네요... 킹은 간단히 말에서 말 그대로 '킹' 입니다. 킹도 수명이 무한대입니다.
대충 서열이
1. 킹 2. 캐쳐 3. 캐쳐런 4. 러너
이순으로 보시면 됩니다! 이해안되는 점은 언제든 댓글로 질문해 주세요!
캐쳐-파란 반점이 있다. 러너-붉은 반점이 있다. 캐쳐런-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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