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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허겁지겁 집을 빠져나왔다. 빠르게 자물쇠를 풀고, 자전거에 올라타 아침바람을 가르며 그렇게 등교에 나섰다. 바로 어젯밤 벌어졌던 일에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만큼 혼란스러워져 있었다. 나는 평소보다 배는 빠르게 패달을 밟으며 어떻게든 온 몸을 지배한 그 생각을 떨쳐내려 애썼다. 무슨 정신으로 집에 들어갔는지,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는 이미 기억에 없었다. 머릿속이 온통 하얘졌다가 깜깜해지기를 수차례 반복하다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다. 불현듯 시계를 보니 등교시간이 촉박했고, 나는 생애 처음으로 지각을 목전에 두게 되었다. 이게 대체 무슨 꼴이람. 나는 속으로 자신을 책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간신히 시간에 맞춰 운동장에 들어섰고 자전거를 아무렇게나 밀어넣은 후, 자물쇠를 채웠다. 급한 손길로 자물쇠를 채우는 데 여유로운 속도로 자전거 보관소로 들어오는 한 자전거가 보였다. 키가 크고 하얗게 질린, 도통 이런 남자만 가득한 학교와는 어울리지 않는 소년이 보인 것은 그 다음이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밝은 갈색의 머리가 꼭 누군가를 떠올리게 했지만 나는 자꾸만 가는 눈길을 뿌리친 채 교실로 향했다.

 

들어선 교실은 언제나처럼 시끄러웠고, 나는 그것에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아침부터 엎드려 잠을 청하는 낯익은 등이 계속 눈에 밟혔지만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자리에 앉아 늘상 풀던 문제집을 책상 위에 올려놓자 그제야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어제는 분명 꿈만 같은 일이 벌어졌었다. 다만 그것을 한낱 꿈으로 치부하기에는 내 마음이 그러질 못했다. 오히려 불쾌한 감정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인정하기도, 부정하기도 어려운 마음이 머리 속에서 끊임없이 교차하고 있었다.
 
 
 
 
 

 


 

드문 일의 연속이었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갈 무렵 교실로 변백현을 찾는 손님이 있었다. 찾아온 사람은 2학년이라고 했다. 다들 의외인지 너도나도 수군댔지만 나는 대수롭지 않은 척 한 귀로 흘려듣고 있었다. 변백현은 복도에서 이야기를 주고받는 듯 하더니 금세 제자리로 돌아왔다. 나는 나도 모르게 자리에 앉는 변백현을 눈으로 쫓았다. 그와 동시에 끝도없는 의문들이 머릿속에 잔뜩 꼬리를 물며 피어올랐다. 찾아온 2학년과는 무슨 사이일까?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았을까? 그때 변백현의 표정은 어땠을까? 하는 영양가 없는 물음들이 자꾸만 내 안을 떠돌아 다녔다. 또한 기분 나쁠만큼 집요하게 나의 온 몸이 변백현을 향해 물음을 던지고 있었다.


 

나는 어제의 일로 어쩌면 혼자만의 착각에 빠져버린 걸지도 몰랐다. 단 두 음절의 말로 내가 변백현에게 특별한 의미라도 부여받은 것처럼. 잘 가, ㅡ잘 가. 복잡하고 어지러운 교차로에서도 또렷히 들려오던 목소리가 아직까지 선명했다. 정말 이렇게 바보같을 수가 없었다. 변백현이 뭐라고. 겨우 흘리듯 뱉은 한마디에 계집애처럼 이리저리 흔들리고, 옴짝달싹 못하다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나는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한번도 감정에 휘둘린다고 느꼈던 적이 없을만큼 무뎠다. 힘들고, 괴로운 일들도 금방 떨쳐내고 일어날 수 있을만큼 약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유독 한 가지에 얽메여있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까지의 내가 무색할 정도로 나는 무섭도록 변백현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쉽게 휘둘리고, 쉽게 떨쳐내지 못하며, 얽메인 끈을 쉽게 풀어내지도 못했다. 나는 그저 홍수처럼 터져나오는 이 마음들을 막아내기 급급했고, 이 감정이 생소하고 낯설기만 했다.
 





 

바쁘게 움직이는 학생들을 뒤로하고 날은 천천히 저물어 자습시간에 가까워졌다. 오늘은 왠지 피곤하고 무력한 기분에 나는 친구들을 먼저 식당에 보내고 석식을 먹지 않을 참이었다. 모두가 떠나고 남은 교실은 꽤나 편안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들고 첫째 분단 마지막 줄로 향했다. 아직은 노을진 해가 붉게 비치는 창가였다. 그것이 퍽 마음에 들어 나는 자리에 앉으면서도 커튼을 내릴 생각은 하지 않았다. 굳이 문제집을 꺼내 풀 생각도 없었다. 자습시간엔 원하지 않아도 무조건 풀어야만 하니까 쉴 수 있을 때 쉬는 것이 좋았다. 가만히 앉아 창 밖만 바라보고 있는데 문득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여럿의 시끄러운 발소리가 아닌 혼자만의 나지막한 발소리에 나는 그 낯선 침입자를 단박에 알아챌 수 있었다.
 

 

변백현은 그저 조용히 가방을 들고 내 옆자리로 와 앉았다. 내심 그가 다시 말을 걸어줄까 기대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나는 바짝 긴장한 채 들려올 말을 기다렸건만 참 얄궂게도 변백현은 말이 없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와 더이상의 관계를 이어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여느 때처럼 자습이 시작되고 나는 따가울 정도의 시선을 받으며 빽빽한 문제집 위로 샤프를 움직였다. 오늘따라 더 집요하게 나를 바라보는 변백현의 눈빛에 당황한 나는 별다른 반응을 보일 수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당연하게 느껴지던 시선이 갑작스레 부담이 되어 다가왔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끝도없이 남은 문제들을 푸는 것이었지만 이젠 손 끝의 움직임마저 부자연스러워 지는 것 같아 나는 질끈 눈을 감아버렸다. 아무래도 자습이란 명목 하에 남아있는 것이 부질없다고 느껴졌다.
 
 
나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교탁 앞에 앉아 계신 선생님께 다가가 몸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조퇴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여전히 멀뚱히 내가 하는 냥을 지켜보는 변백현이 보였지만 나는 보란듯이 가방을 싸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버석한 운동장을 가로질러 자전거 보관소에 다다르자 뒤에서 날 쫓는 다른 누군가의 바쁜 발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개의치 않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자물쇠 열쇠를 찾았다. 분명 여기에 넣어 뒀는데... 항상 교복 바지 주머니에 넣고 다니던 열쇠가 아무리 뒤져봐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때 가만히 그것을 지켜보던 이가 살짝 가쁜 소리로 말했다.
 
 
"혹시 이거 찾아?"
 
 
너무나도 강렬해 잊지못하던 그 음성에 나는 얼른 뒤를 돌아 그 얼굴을 살폈다. 변백현은 담담한 얼굴로 내 자전거 열쇠를 들고 작게 흔들어 보였다. 덕분에 나는 니가 왜 여기까지 왔냐는 멍청한 물음은 삼킬 수 있었다. 그런데,
 
 
"...그걸 왜 네가 가지고 있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변백현이 저것을 가지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그렇다고 훔쳤다고 생각되지도 않았다.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에 나는 차분히 변백현의 말을 기다려 보기로 했다.
 
 
"누가 주워서 날 주던데. 아침에 여기서 주웠데, 도경수."
 
 
변백현이 열쇠에 자그맣게 붙어있는 견출지에 써있는 나의 학번과 이름을 흘긋 보고선 대답했다. 필시 저기에 써있는 내용을 보고 찾아준 것이 맞을텐데 열쇠는 변백현이 받았다라... 조금은 복잡한 내용 같았다. 그렇다면 점심시간 백현을 찾아온 2학년은 아침에 나와 이곳에서 잠깐 마주친 소년일 것이고, 실수로 떨어뜨린 내 열쇠를 주워 주인을 찾아주려 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변백현의 손에 들어간 것이 문제일 뿐이었다. 나는 일단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작게 끄덕였고 이어 변백현의 손에 들려있는 열쇠를 빼내 자전거 자물쇠를 풀었다. 그리곤 자전거 핸들을 허리춤까지 끌어온 다음 최대한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어쨌든 고마워, ... 잘 가."

 

 

 

 

 

***

안녕하세요, 나그입니다.

드뎌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이 생겼네요! 더 힘내야겠어용~*

항상 감사합니다 하뚜♡ 흐헿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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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진짜너무분위기좋고제취향입니다.브금이랑너무잘어울리는아련한분위기짱짱이예요다음에도좋은글기대할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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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a g
기대해쥬신다니 얼른 담편들고 나타나야겟네여!! 감사함미당~*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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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일화도이화도 오늘편도 진짜잘보고있어요ㅠㅠ 도경수가 얼마나 안절부절못하고 변백현을 신경쓰는지 글에서 다 나타나네요.. 글을보면서 나까지도 안절부절해지고 한편으로는 마음이 차분해지는것도같고..
앞으로 이 온도가 얼마나 올라갈지궁금하네요! 몇편까지 이게아니라 그냥 뭔가 ..신기해요ㅋ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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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a g
넹...저두 제 글이 싱기하네여...하핳 재밋게봐주시는거같아서 기뻐요 감사함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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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경수도 백현이가 했던것처럼 잘가라고 인사를 건넸네요..!! 앞으로 어떻게 가까워지게 될지 궁금해요ㅠㅠㅠㅠ잘읽고 갑니다!!!
11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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