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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저씨 :: ▒▒▒▒▒
아저씨는 말이야, 요즘 범죄를 저지르는 기분이야.
아저씨가 요즘 들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였다. 그리고 방금 한 말이었고. 왜요? 라고 대답할 이유도 없었다. 왜냐하면, 난 말 하지 않아도 아저씨가 왜 그런 말을 하는 지 알 수 있었으니까. 답은 정해져 있었으니까. 그래도 아저씨의 말에 대답하지 않으면 아저씨의 기분이 언짢아질 것 같아서 왜요? 라고 물어보았다. 그리고 아저씨의 대답은 내가 예상한 것과 같았다. 나와 말 할 때마다 자신을 ‘아저씨’라고 칭하고, 내가 그를 이름이 아닌, 그 흔한 ‘오빠’도 아닌 ‘아저씨’라고 부르는 그 자체가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러니까, 어린 학생인 너랑 사귀는 거 그 자체가 범죄 같아. 라고 아저씨가 말했다. 덧붙여 어린 나한테 잘못을 저지르는 거 같다고도 했다. 그런 아저씨의 말에 아저씨는, 그런 말 할 때 마다 내 마음이 아픈 거 몰라요?……라고, 말 하고 싶었다. 더 마음을 독하게 먹어서 그럼 왜 만나는데요? 라고까지 말 할 뻔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던 건, 난 아저씨를 너무나 좋아한다는 거다.
옆을 바라보면 바로 내 옆에서 진지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아저씨가 있다는 그 한 가지 사실자체만으로도 아저씨가 너무 좋아서, 아저씨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해서 차마 그런 독한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는 거다. 그냥, 떨어지려는 눈물을 애써 떨어지지 않도록 참으며 눈이 새빨개 질 때 까지, 생각만 했을 뿐이지, 절대로 말 할 수 없었다. 그 말이 아저씨에겐 상처니까, 곧이어 내게도 상처로 돌아올 테니까. 어쩌면 내게로 돌아 올 상처가 두렵기 때문에 아저씨에게 말 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아저씨를 위해서 말 하지 않는 거다. 난 아저씨가 너무나 좋으니까. 내 상처 따위는 아무렇지 않다. 난 아무리 받아도 좋으니까, 단지 아저씨가 상처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다.
“그런 생각 안 했으면 좋겠어요.”
“……”
“네?”
고개를 들어 옆을 바라보니 이제는 날 바라보지도 않고 틀지도 않은 TV화면만 바라보는 아저씨다. 내 눈에 비춰지는 아저씨의 옆모습. 나를 바라보지 않고 TV화면만 연신 바라보는 아저씨의 행동에 나도 괜히 심술이 나서 TV를 보자 검은 화면에 우리의 모습이 비춰진다. 그러자 풋― 하고 웃음이 나왔다. 아저씨는 TV 검은 화면에 비춰지는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풋, 하고 웃다가 점점 하하하, 거리며 웃게 되자 아저씨가 굳은 표정을 풀고는 내 허리를 아저씨 쪽으로 끌어 날 안았다. 그러니까, 아저씨의 턱 밑에 내 얼굴이 있고 아저씨의 한 쪽 손은 내 뺨에, 또 다른 한 쪽 손은 허리에 향해 있다는 말이다. 저절로 웃음이 멈추고 떨리는 마음에 가만히 있자, 아저씨 품 쪽으로 날 더 끌어안는 아저씨다. 점점 아저씨의 숨소리에 이어 심장 소리도 더 크게 들리기 시작했다. 불규칙한 심장 박동 소리. 지금, 아저씨도 나처럼 떨리구나. 갈 곳 없던 내 두 손이 아저씨의 어깨로 향하자 아저씨의 심장 박동 소리는 더 거세지기 시작했다. 이제 보니, 불규칙했던 우리의 두 심장 박동 소리가 얼추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우리,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똑같나 봐요 아저씨. 난 여태까지 내가 아저씨를 더 많이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가끔은 나 혼자 속상해 한 적도 있었는데 말이에요. 괜히 기분이 좋아져서 아저씨의 어깨를 검지로 쿡쿡 찌르면서 이래도 범죄 저지르는 거 같아요? 이래도? 난 아저씨 진짜 좋단 말이야. 응? 이라고 말하자, 아저씨가 여전히 같은 심장 박동 수를 유지한 채 아저씨 어깨에 향했던 내 손가락을 잡았다. 덕분에 내 뺨에 닿았던 아저씨의 손가락은 내 손가락과 맞닿았지만, 뭐 아무튼, 좋았다. 내가 아저씨와 맞닿은 그 손가락의 손을 그냥 확, 하고 잡아버리자 아저씨의 심장이 더 불규칙하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내 몸은 아저씨에게 더 가까이 기댔다. 더, 가까이. 손은 여전히 아저씨와 맞닿은 채로. 아저씨는 안경을 껴도 멋있고, 안 껴도 멋있고 그냥 다 멋있는 거 같아요. 내 아저씨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객관적으로도 너무 멋있어요.
“……아저씨 있잖아요.”
“……응.”
“변태 같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요, 그 정도로 좀 부끄러운 이야기기는 한데……, 아무튼 저 지금 아저씨 심장 소리 듣기 너무 좋아요.”
그러면서 아저씨의 가슴팍으로 아예 얼굴을 안 보이게끔 묻어버리자 아저씨의 하하, 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언제나 들어도 아저씨 목소리는 너무 좋아요…… 내 귀 가까이 들리는 그 목소리 말이야. 내 말에 아저씨와 맞닿았던 내 손을 아래로 내려놓더니, 이내 아저씨의 손은 내 등으로 향했다. 토닥, 토닥. 소리를 내며 내 등을 토닥여주고 있었다. 속으로는 그러니까 아저씨는 너 안 좋아한다, 뭐 아니다 그런 말 하면 안 돼요. 지금 내 귀에 들리는 아저씨의 심장 소리가 증거라니까?……라고 속삭이면서 아저씨의 대답을 기다렸다.
“나도.”
“……”
“……”
“그러니까 막 범죄 저지르는 거 같다거나 그런 생각하면 안 돼요. 나 아저씨 되게 좋단 말이야. 응?”
또다시 아저씨의 하하, 거리며 웃는 것이 느껴졌다. 토닥, 토닥거리는 그 손길은 여전히 같은 박자로, 같은 느낌으로 날 토닥여주고 있었다. 사랑해, 좋아해, 가 아닌 나도. 그 단 두 글자에도 아저씨여서, 설렌다. 단지 아저씨여서. 내 아저씨여서.
“알았어, 꼬마야.”
“또, 또!”
묻어버렸던 얼굴을 드러내며 꼬마 취급 하지 말라니까! 라고 말하며 아저씨를 쳐다보자 또 하하, 거리며 웃는다. 그리고는 내려갔는지 안경을 살짝 올리더니 귀엽잖아. 라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래도 나, 아저씨한테는 꼬마 취급당하기 싫어요……. 밖에서는, 그리고 우리 집에서도 곧 성인 된다며 어른 취급 해 주는데 왜 아저씨만 나한테 그래.
“개콘 한다.”
왜 갑자기 TV를 키나 했더니, 또 말 돌린다.
우리 아저씨 주 특기 중 하나. 내가 꼬마라고 애 취급 하지 말라고 하면, 내가 좋아하는 다른 걸로 내 시선과 대화의 주제를 돌려버린다. 난 속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또 넘어간다. 아, 그만 당해야 하는데 저 아저씨가 진짜…….
“네가 제일 좋아하는 방송이잖아.”
응. 알았어요, 근데 난 개콘보다 아저씨가 더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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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글 똥글
죄송해요..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