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곱등] 내 눈을 바라봐, 넌 행복해지고.. # 1-4.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9/3/4/934fc47f0342fc3b3bb9878bfa2b8684.jpg)
새벽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쌀쌀한 공기가 느껴졌다.
" 섬에 갈거야. "
" 곱등곱등. "
짐가방 두 개를 들고 있기에 곱순이를 손에 안을 순 없었지만,
곱등이는 갈퀴로 내 어깨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었다.
행여나 떨어질까, 난 조심스럽게 걸었다.
ㅡ
선착장에 닿자, 섬으로 가는 유람선 한 척이 저멀리 떠난 직후였다.
" 엇..! "
이런, 놓쳤구나.
그렇게 낙심하고 있을 때, 통통배 한 척이 출항을 앞두고 있더니만
선장님이 갑판으로 나와 나를 불렀다.
" 형씨! 거 배는 원래 출항 15분전을 지켜야하는 것 몰라요?
30분은 일찍 왔어야지. 5분전이면 그냥 출발해버린다오.
그게 바다에서의 약속이오. 어디 가시는데? "
" 섬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납니다만, 사람이 얼마 없다고 들었습니다. "
" 아아. 타슈! 내가 태워드릴게. 마침 고기도 거기서 나거든. "
" 감사합니다. "
하늘은 몹시 밝았지만 뿌옇게 흐린 날이었다.
해가 저 너머 어디에 있겠거니, 추측할 뿐..
덩달아 바다도 푸른 빛이 아닌 회색 빛만을 반사하고 있었다.
" 형씨 거 어깨에 갯강구요 뭐요? "
" 이건 곱등이입니다. "
" 벌레를 일부러 붙여놓은거요? "
" 예. 저한테는 소중한 친구거든요. "
" 생명의 은인 같은 건가? "
" 그렇답니다. "
" 사실 나도 한참 견습 선원일 적에, 바다에 빠진 적이 있었거든.
선원이 되겠다고 나왔지만 참 어이가 없는게, 난 수영을 할 줄 몰랐어.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는데 마침 뭔가가 날 들어올리는거야,
숨을 푸핫 하고 쉬고 이 고마운 분은 누구신가하고 쳐다보니까,
그게 바다거북이였다니까. "
" 정말요? 그래서 어떻게 됬습니까? "
" 거북이가 슬슬 받쳐주니까 나도 살아보겠단 오기가 생기더라고.
나도 없는 실력이나마 보태서 마구 팔도 젓고 발도 젓고 있으려니까
나 찾는다고 어선이 몇 척 오대? 그 덕에 살았어.
내 평생에 제일 고마운 게 마누라도 아니고 아들 딸도 아니야,
그 거북이가 난 제일 고마워. 거북이가 갈 길 가는데 난 그 뒤에 대고
고맙다고 꾸벅 인사를 했지. 사람이건 동물이건,
고마운 건 고맙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해. "
" 이 녀석도 제게 그만큼 소중한 녀석이거든요. "
" 난 이해하네. 그때 날 구한게 곱등이였다면 난 곱등이에게
고맙다고 했을거야. 좀 있으면 도착이야. 멀미는 안 하나? "
" 참을만 한데요. "
" 조류가 거칠어질테니 곱등이 조심하게. "
" 예. "
선장의 조타는 거친 조류 사이를 헤집으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살짝 낀 안개 속으로 섬 하나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선착장 앞에는 미리 연락을 받고 배를 묶어줄 사람 하나가 나와있었다.
" 선장! 오랜만이네? 그 옆에 양복 아저씨는 뉘슈? "
" 응, 이 섬 손님이래. "
" 양복입고? 그럼 낚시꾼도 아니잖여. "
" 사정이 있나보지. 섬 오는 사람 중에 사연 없는 사람 봤어? "
" 뭔 생각인지는 몰라도 뛰어내리진 마쇼.
이쪽은 조류 때문에 떨어지면 시체는 저멀리 러시아에서 떠올라요. "
두 어민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곱순이와 함께 섬으로 올라섰다.
ㅡ
쏴아
크게 유명하지 않은 섬인데, 모래사장 하나만큼은 국내 어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들려오는 파돗소리가 마음마저 씻어주는 것 같다.
모래밭에 내려놓은 곱순이는 신나게 튀어오르며 길앞잡이가 된 양
나를 뒤따르게 만든다.
" 곱순아, 너무 빠르다. 같이 가. "
활기에 찬 곱순이의 모습을 본 나의 마음은 다시금 망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 ' 경영 오빠! 나 잡아봐라! '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바라기엔 터무니 없는 기적이다.
나의 마음은 늘 곱순이를 향해있는데,
네 마음을 확인할 길이 없다.
" 곱순아, 오빠 봐봐. "
난 갑작스레 뛰어가 저만치 앞에 있던 곱순이를 집어올렸다.
" 내 눈을 바라봐. "
곱순이는 화들짝 놀란듯 머뭇거리다 내 눈을 쳐다봤다.
쏴아..
파도 소리가 울렸다.
우리는 서로 바라보고 있다.
쏴아..
파도 소리가 울렸다.
우리는 아직도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말해주길 원해, 날 사랑한다고 말해.
한 번이면 되니까..
" 곱순아. "
곱순이는 앞다리를 배배 꼬다가, 더듬이를 축 늘어뜨렸다.
" 곱순아.. "
얼굴은 마주하고 있지만 우리는 둘다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이 사랑..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사랑하는 너로부터 나도 널 사랑한다는 그 당연한 사실 하나 듣기조차
바랄 수 없는 이 사랑.. 밉다.
" 그래도 널 사랑해. "
곱등이가 고개를 슬며시 들어 내 눈치를 살피려 할 때,
난 곱등이의 자그만 입술에 내 입술을 맞췄다.
그 순간, 파도는 멎었으며..
아주 오랫동안 우리는 한 폭의 그림처럼 모래사장 위에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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