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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곱등] 내 눈을 바라봐, 넌 행복해지고.. # 1-4. | 인스티즈

" 곱등, 곱등 "

새벽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쌀쌀한 공기가 느껴졌다.

" 섬에 갈거야. "

" 곱등곱등. "

짐가방 두 개를 들고 있기에 곱순이를 손에 안을 순 없었지만,

곱등이는 갈퀴로 내 어깨에 단단히 자리잡고 있었다.

행여나 떨어질까, 난 조심스럽게 걸었다.

 

선착장에 닿자, 섬으로 가는 유람선 한 척이 저멀리 떠난 직후였다.

" 엇..! "

이런, 놓쳤구나.

그렇게 낙심하고 있을 때, 통통배 한 척이 출항을 앞두고 있더니만

선장님이 갑판으로 나와 나를 불렀다.

 

" 형씨! 거 배는 원래 출항 15분전을 지켜야하는 것 몰라요?

30분은 일찍 왔어야지. 5분전이면 그냥 출발해버린다오.

그게 바다에서의 약속이오. 어디 가시는데? "

 

" 섬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납니다만, 사람이 얼마 없다고 들었습니다. "

 

" 아아. 타슈! 내가 태워드릴게. 마침 고기도 거기서 나거든. "

 

" 감사합니다. "

 

하늘은 몹시 밝았지만 뿌옇게 흐린 날이었다.

해가 저 너머 어디에 있겠거니, 추측할 뿐..

덩달아 바다도 푸른 빛이 아닌 회색 빛만을 반사하고 있었다.

 

" 형씨 거 어깨에 갯강구요 뭐요? "

 

" 이건 곱등이입니다. "

 

" 벌레를 일부러 붙여놓은거요? "

 

" 예. 저한테는 소중한 친구거든요. "

 

" 생명의 은인 같은 건가? "

 

" 그렇답니다. "

 

" 사실 나도 한참 견습 선원일 적에, 바다에 빠진 적이 있었거든.

선원이 되겠다고 나왔지만 참 어이가 없는게, 난 수영을 할 줄 몰랐어.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는데 마침 뭔가가 날 들어올리는거야,

숨을 푸핫 하고 쉬고 이 고마운 분은 누구신가하고 쳐다보니까,

그게 바다거북이였다니까. "

 

" 정말요? 그래서 어떻게 됬습니까? "

 

" 거북이가 슬슬 받쳐주니까 나도 살아보겠단 오기가 생기더라고.

나도 없는 실력이나마 보태서 마구 팔도 젓고 발도 젓고 있으려니까

나 찾는다고 어선이 몇 척 오대? 그 덕에 살았어.

내 평생에 제일 고마운 게 마누라도 아니고 아들 딸도 아니야,

그 거북이가 난 제일 고마워. 거북이가 갈 길 가는데 난 그 뒤에 대고

고맙다고 꾸벅 인사를 했지. 사람이건 동물이건,

고마운 건 고맙다고 말할 줄 알아야 해. "

 

" 이 녀석도 제게 그만큼 소중한 녀석이거든요. "

 

" 난 이해하네. 그때 날 구한게 곱등이였다면 난 곱등이에게

고맙다고 했을거야. 좀 있으면 도착이야. 멀미는 안 하나? "

 

" 참을만 한데요. "

 

" 조류가 거칠어질테니 곱등이 조심하게. "

 

" 예. "

 

선장의 조타는 거친 조류 사이를 헤집으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살짝 낀 안개 속으로 섬 하나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선착장 앞에는 미리 연락을 받고 배를 묶어줄 사람 하나가 나와있었다.

 

" 선장! 오랜만이네? 그 옆에 양복 아저씨는 뉘슈? "

 

" 응, 이 섬 손님이래. "

 

" 양복입고? 그럼 낚시꾼도 아니잖여. "

 

" 사정이 있나보지. 섬 오는 사람 중에 사연 없는 사람 봤어? "

 

" 뭔 생각인지는 몰라도 뛰어내리진 마쇼.

이쪽은 조류 때문에 떨어지면 시체는 저멀리 러시아에서 떠올라요. "

 

두 어민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곱순이와 함께 섬으로 올라섰다.

 

쏴아

 

크게 유명하지 않은 섬인데, 모래사장 하나만큼은 국내 어디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다.

들려오는 파돗소리가 마음마저 씻어주는 것 같다.

모래밭에 내려놓은 곱순이는 신나게 튀어오르며 길앞잡이가 된 양

나를 뒤따르게 만든다.

 

" 곱순아, 너무 빠르다. 같이 가. "

 

활기에 찬 곱순이의 모습을 본 나의 마음은 다시금 망상 속으로 빠져들었다.

 

- ' 경영 오빠! 나 잡아봐라! '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바라기엔 터무니 없는 기적이다.

나의 마음은 늘 곱순이를 향해있는데,

네 마음을 확인할 길이 없다.

 

" 곱순아, 오빠 봐봐. "

 

난 갑작스레 뛰어가 저만치 앞에 있던 곱순이를 집어올렸다.

 

" 내 눈을 바라봐. "

 

곱순이는 화들짝 놀란듯 머뭇거리다 내 눈을 쳐다봤다.

 

쏴아..

파도 소리가 울렸다.

 

우리는 서로 바라보고 있다.

 

쏴아..

파도 소리가 울렸다.

 

우리는 아직도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말해주길 원해, 날 사랑한다고 말해.

한 번이면 되니까..

 

" 곱순아. "

 

곱순이는 앞다리를 배배 꼬다가, 더듬이를 축 늘어뜨렸다.

 

" 곱순아.. "

 

얼굴은 마주하고 있지만 우리는 둘다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이 사랑..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사랑하는 너로부터 나도 널 사랑한다는 그 당연한 사실 하나 듣기조차

바랄 수 없는 이 사랑.. 밉다.

 

" 그래도 널 사랑해. "

 

곱등이가 고개를 슬며시 들어 내 눈치를 살피려 할 때,

난 곱등이의 자그만 입술에 내 입술을 맞췄다.

그 순간, 파도는 멎었으며..

아주 오랫동안 우리는 한 폭의 그림처럼 모래사장 위에 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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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1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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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적작가시점
늘 감사합니다.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1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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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아아 너무 아련합니다... 서로를 사랑하지만 그것을 표현할수없고, 언제나 함께할수없다는걸 알기때문일까요..
저 둘의 사랑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1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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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적작가시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지켜봐주세요 ^-^
14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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