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오세요, 베이커리 EXO입니다
그렇게 정수정에게 강제로 이끌리다시피 그 빵집에 다녀온 이후로,
정수정은 아예 그 바리스타가 마음에 든 건지 이제는 나 없이도 혼자서 그곳에 잘만 다녀왔지만 나는 그와 반대로 한번도 빵집에 찾아가지 않았다.
괜히 그 부근을 지날 때마다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리는데도 그 빵집 앞으로는 절대 지나가지 않고 돌아가려 애썼다.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그 앞에 가면 강아지를 닮았던 그 남자가 한걸음에 뛰쳐나와 나를 데리고 가게 안으로 들여보낼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쓸데없는 걱정일지도 모르지만, 왠지 그 빵집에 찾아가서 직원분들과 인사를 나눈다는 게 오히려 그분들에게 부담이 될 것 같다는 것도 한몫했다.
그나저나 몽블랑은 맛있었나고?
엄청. 진짜. 대박!
등등의 감탄사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맛있었다.
달달한데 그렇게 많이 달지도 않고, 밤의 고소한 맛도 나고.
이 집 케이크 담당 파티쉐, 내가 납치하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 정도였으니 말은 다 한거다.
…덕분에 며칠 나누어 먹으려던 걸 한 번에 다 먹는 바람에 살이 쪘지만. 흑.
또다시 찾아가서 몽블랑을 사오고 싶었지만, 저번에 있었던 일 때문에 갈 수도 없었기에 눈물을 머금고 참아왔었다.
오늘 정수정은 자기 친구 만나러 간다며 집을 나섰고, 나는 할일이 없어서 집에서 텔레비전을 틀며 뒹굴뒹굴거리고 있었다.
그 때 마침, 띠링 하고 휴대폰 벨소리가 울려 냉큼 휴대폰을 집어드니, 화면에 찍힌 '정수정' 이라는 이름을 보곤 인상을 썼다.
아니 이 가시나가 놀러 갔으면서 왜 나한테 전화를 해?
"여보세요."
'Oh, this is…. (어, 나….)'
"야, 왜 전화했어? 너 친구들이랑 논다며? 아니야? 그리고 한국어 써."
얜 또 왜 갑자기 전화를 걸어선 영어로 나불대고 난리야?
…사실 정수정은 미국에서 유학을 갔다 온 적이 있다.
그래서인지 가끔 전화로 영어를 쓰는 경우가 있다. 왜? 좋은 한국어 놔 두고 왜?
여러분, 바르고 고운 우리말을 사용합시다.
'우씨, 알았어. 암튼 걔 만나려고 했는데 도착하자마자 약속 깨져서. 또 지 남친 만난대나?'
"그럼 집에 들어와."
'헐. 단호박.'
보아하니 지 친구가 약속을 파기시킨 듯 한 모양이다.
그럼 그냥 집에 들어오면 되지, 뭐하러 전화를 또 했지?
'그래도 이렇게 나왔는데, 그냥 들어가긴 좀 그렇잖아? 너도 나와.'
"아 귀찮은데…."
'야! 그러니까 니가 매일 살찌는거야! 얼른 나와! 나 지금 베이커리 엑소에 있어.'
그러고선 전화를 뚝, 끊어버린다.
…네? 방금 뭐요? 베이커리 엑소? 제가 잘못 들은거겠죠?
하고 다시 생각해보니, 분명 정수정이 전화를 끊기 전에 자기는 지금 베이커리 엑소에 있다고….
오 마이 갓.
내가 그렇게 가길 피했었던 베이커리 엑소에 있다구요?
다시 정수정에게 전화를 거니 이 기집애가 전화를 또 안 받는다. 분명히 씹고 있는 중일거야.
하, 하고 한숨을 내쉬며 어쩔 수 없이 빵집으로 향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빵집 앞에 도착해, 후, 하고 심호흡을 가다듬었다.
지금 보니 처음 찾아 올 때 보지 않았던 간판이 눈에 띄인다.
베이커리 EXO.
…남자들이 우렁차게 외치던 그 때는 잘 몰랐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왠지 빵집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인 것 같기도 하고, 되게 빵집치곤 특이한 이름이라 나도 모르게 풉, 하고 웃었다.
"왜 우서여?"
"…ㄴ, 네?"
순간적으로 옆에서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에 놀라 옆을 바라보니 왠 남자가 서 있다.
어라, 앞치마를 보니 여기 직원인가?
좀 더 자세히 보니, 확실히 여기 직원이 맞는 듯 상표와 함께 보이는 그의 외모가 눈에 띄었다.
…귀공자 같이 생겼어.
"저히 가게에 머라도 잇서여?"
"네? 아, 아니에요. 들어가려고 그랬어요!"
"아, 그러시구나."
약간 어눌한 발음인데, 외국인인가?
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남자가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문을 활짝 열고서는 들어가라는 듯 손짓을 한다.
어, 어어. 이러면 안 들어갈 수가 없잖아….
"드러가여. 문 여러노께여."
"아, 네. 감사해요…."
지금 마음 같아서는 안 들어가고 싶었지만,
매너 있으시고 착하신 직원한테 '저 안 들어갈래요!!' 라고 거부할 수도 없으니…. 울고 싶다.
결국 억지웃음을 지으며 감사해요 라고 말을 잇지 못한 채로 조심스럽게 빵집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베이커리 EXO입니다!"
오늘도 역시나 우렁찬 어서오세요 소리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들려왔다.
마음 같아서는 다시 문을 박차고 나가버리고 싶지만, 정수정을 찾는 게 먼저였으니 일단 테이블 쪽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정수정 얜 어디있는거야.
"어? 왔어?"
"…너 때문에 내가 못 산다."
"뭐 어때서? 사람이 밖에도 나가고 그래야지, 안에만 있으면 쓰나."
"…에휴, 아냐. 됐어."
정수정을 찾고 있는데, 그녀가 먼저 나를 발견한건지 손짓을 하며 나를 불렀다.
너만 아니었으면 다시 찾아오지도 않았을텐데.
라는 생각에 너 때문에 내가 못 산다, 라고 말하니 그녀는 내가 밖에 나가기 귀찮아서 그렇게 말한거라 생각하는건지 뭐 어떠냐는 식으로 이야기하길래 에휴, 하고 한숨을 내쉬며 됐다고 손짓을 했다.
"…왜? 무슨 일 있냐?"
"어? 아니. 아니야."
그런 나의 낌새를 눈치챈건지 무슨 일 있냐고 물어오는 정수정.
눈치 하난 드럽게 빨라 정말!
"…헐, 너 설마…."
"설마 뭐?"
그러자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정수정이 헐, 너 설마…. 라며 말을 잇지 못한다.
설마 뭐?
"좋아하는 사람 생겼…."
"아니거든?!"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아주 조심스럽게, 조용히 말하는 정수정에게 아니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얜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어?
…덕분에 다른 테이블이 앉아있던 사람들의 눈초리를 받아야 했다.
사람이 적어서 그나마 이 정도지, 많았으면…. 으으.
그래도 쪽팔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화끈거리는 볼을 겨우 부여잡고는 진정하려 애쓰자, 정수정은 걸려들었어, 라는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무슨 오해를 하고 있는거야?
"에이, 맞구만. 뭘 그래."
"아니라니까? 무슨 소리야?"
"근데 왜 얼굴이 빨개져?"
"아 사람들이 다 쳐다보니…."
"손님, 무슨 문제 있으신가요?"
너무 큰 소리를 낸 건지, 직원 한 분이 우리 근처로 와서 물었다.
그런데 헐.
테이블 근처로 다가와서 무슨 문제 있나며 물어오는 직원은 제일 피하고 싶었던, 강아지 닮은 그 직원이었다.
이걸 어쩌나 싶어 정수정에게 눈짓을 보내자 어깨를 으쓱하고 마는 정수정.
저 기집애를 그냥…!
그래서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말을 꺼내려 하는 순간, 정수정을 보고 있던 직원이 나에게 고개를 돌려 눈이 딱, 하고 마주쳐버렸다.
"어, 오셨네요?"
"네? 아, 아하하."
그리고 그는 나를 한번에 알아보았다.
으어어어어 어떡해.
"음, 지금은 다들 바쁠테니까 조금 기다려주실 수 있으세요?"
"네?"
"아니면…. 아!"
정말 인사를 시키려는 목적인건지, 나보고 조금 기다려달라며 웃어보이는 그 직원.
나는 아직도 당황해서 네? 라고 반문하고 있자 내 말은 상관없다는 듯 아, 하며 말을 이어간다.
정수정은 이미 관심없다는 듯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기 바빴고.
"케이크 드릴까요? 마침 딱 케이크가 나올 시간인데."
물론 돈은 안 받을게요. 서비스로.
라고 덧붙이는 그 직원은 어떠냐는 듯이 찡긋, 하고 윙크를 날린다.
…근데 그 와중에 귀엽다.
…아니아니, 지금 무슨 생각하는거야?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인사를 해…. 으헝헝.
게다가 케이크를 그냥 먹기엔 너무 미안하고.
"아, 저, 그래도…. 미안한데…."
"에이, 아니에요. 그냥 보답이라고 생각해주세요. 좋은 손님을 만났다는 것에 대한 보답."
케이크 한 번 사갔다고 그렇게 되지는 않을텐데, 정말 몽블랑이 그렇게 강력한(?) 일이었을까.
그 말을 마치고 그는 웃으며 내가 더 말을 잇기 전에 자리에서 벗어났다.
"헐. 오징어 계 탔네."
벗어나자마자 이 때다 싶은건지 계 탔다며 엄청 부러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정수정.
정말 얘 무슨 생각하는거야?
-
"여기 케이크 나왔습니다. 친구분도 같이 드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얼마 안 있어 케이크를 들고 온 강아지를 닮은 직원.
친구분도 같이 드시라며 넉넉하게 두 조각을 챙겨다 주었다.
그러자 감사합니다, 라며 정수정이 먼저 인사를 했다.
…진짜 이곳에 오면, 애가 180도, 아니 완전 바뀐다니까.
"이 케이크는 밀푀유라고 해요. 이것도 경수…. 그러니까 몽블랑 만드셨던 분이 만드신거에요."
"아, 그렇구나."
"그럼 드시면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기다리라는 말만 남기고 그는 다시 카운터 쪽으로 사라졌다.
케이크 류는 '경수' 라고 불리는 사람이 만드는 것 같은데, 몽블랑도 잘 만들었으니 이것도 분명 맛있겠지.
아까 전의 미안함은 어디가고 맛있겠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는 나는 내가 봐도 단순했다.
"나도 먹으라고 주신 것 같은데, 알잖아. 나 빵 종류 잘 안 먹는 거."
"응 알아. 걱정 마. 내가 다 먹을거임."
"…아 네네. 참 고맙네요."
빵 종류는 잘 안 먹는 정수정. 입맛 하나 까다롭네.
그래서 얘가 살이 잘 안 찌는 거겠지.
또다시 눈물이 차오르려 한다. 흑흑.
눈물을 닦고 내가 다 먹을거라고 하자 비꼬는 정수정을 째릿 쏘아보고는 밀푀유 한 조각을 조심스레 포크로 퍼내어 입에 넣었다.
…헐. 이것도 맛있어.
되게 얇은 느낌인데, 속에 크림이 꽉 차 있다.
그런데 그다지 달지도 않고 느끼하지도 않다.
이거 짱인데?
"맛있냐?"
"응, 말도 마라."
정수정은 그래도 애가 타는지 애꿎은 커피만 홀짝이며 마시고 있었다.
내가 엄청난 속도로 케이크를 먹을 동안, 그녀는 간간히 맛있냐며 물어왔지만 나는 그 맛에 빠져 대충대충 대답했다.
먹지 않는 자, 그 입을 다물라!
"에휴, 나 먼저 가본다. 오늘 별그대 본방 봐야 함."
"헐? 나도 같이 가!"
그러고보니 오늘 별그대를 하는 날이었구나.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싶어 나도 같이 가자며 정수정을 제지했다.
"너 기다리는 분들 계시던데? 그 분들 만나고 와."
"…아."
"집에서 봐~"
그 말을 끝으로 정수정은 총총, 발걸음을 옮기며 빵집을 나가버렸다.
갑자기 나에게 인사하겠다던 그 남자들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별그대ㅜㅠㅠ 민준아ㅜㅠㅠ 엉엉ㅜㅠㅠ
나를 버리고 가신 정수정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미안해요. 오래 기다리셨죠?"
그렇게 마구 정수정을 원망하고 있을 때, 뒤에서 들린 인기척과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 방향을 바라보니 처음 보는 직원이 보였다.
에? 하는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고 있으니 그가 웃으며 덧붙였다.
"어서오세요. 베이커리 EXO입니다."
「오늘의 빵」
밀푀유
프랑스어로 ‘천 겹의 잎사귀’를 뜻한다.
겹겹이 쌓인 파이가 마치 낙엽이 쌓인 모양과 닮아 붙은 이름.
반죽을 얇게 밀어 접기를 수차례 반복해 굽는 디저트로, 2~3겹의 파이 사이사이에 크림이나 초콜릿 등의 재료를 펴 바르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암호닉
금니 / 징징이 / 펑키 / 바닐라라떼 / 방구 / 다정이 / 갤럭시 / 폭립 / 송이 / 룰루룰
안녕하세요! CHOCO입니다~
엑소를 이번에 소개하려고 했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다음으로 넘기기로 했어요ㅜㅜ
하루 혹은 이틀에 한 번 주기로 연재할 것 같은데, 괜찮으시죠?
이번화부터 구독료가 있으니 읽으시고 나서 덧글 남기시고 구독료 가져가세요~
첫화부터 암호닉 신청하신 분들이 많아서 감동이에요ㅜㅠㅠ
정말 감사합니다! ㅜㅜㅠㅠ
암호닉 신청 언제나 받고 있어요~
신알신, 덧글, 암호닉 신청 모두 감사해요ㅠ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모두 맛점하세요!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와 오늘 수지 레전드 기사 사진 나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