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달리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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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이 온 몸을 스친다. 학연이 날카롭게 머리카락을 헤집는 바람을 피하려 둘둘 감은 목도리 안으로 제 얼굴을 파묻어 보았지만 거기서 거기였다. 아으, 추워. 무어라 읊조리자 따뜻한 입김이 찬 공기와 부딪혀 탁한 하얀빛으로 변해 목도리에 습기를 채이게 했다. 내리쬐는 석양에 학연이 고개를 슬쩍 들었다. 눈 앞에 펼쳐진 겨울 강은 이제 막 지기 시작하는 해를 조금은 버겁게 받아내느라 저도 덩달아 학연을 집어삼킬 듯한 붉은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손을 넣으면 얼어 버릴 것만큼 차가운 겨울 강의 붉은색이라, 아이러니하다고 학연은 생각했다. 분위기를 내보겠답시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려던 학연이, 무언가 걸리는 느낌에 어, 하고 놀란 소리를 내뱉었다.
「아, 이게 뭐야…」
목에 걸고 있던 목걸이가 털실 목도리와 엉겨 버린 거였다. 학연이 작게 욕지거리를 읊으며 자그만 백금 장식과 단단히도 꼬인 빨간 털실을 마디 굵은 손으로 열심히 만지작거렸다. 목걸이를 잡아당겨버리자니 목도리가 엉망이 될 것 같았던 학연은 꼬물락꼬물락 손가락을 움직이며 한 올 한 올 털실을 섬세하게 세공된 천사 날개 무늬에서 빼냈다. 자그만 것 가지고 꽤나 오랫동안, 그리고 나름 힘들게 사투를 벌인 학연이 목걸이를 결국 빼내고서는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언 손가락에 희미하게 느껴지는 무딘 목걸이의 감촉에 학연이 목걸이를 내려다보았다.
천사 날개 모양의 목걸이. 여자 아이 새끼손가락 정도의 크기를 가진 굉장히 작은 날개를 만지작거리던 학연이 만지작거리던 손길을 멈추고는 꽉, 손 안에 그것을 쥐었다.
매일 이곳에 오는 것은 습관이었다. 차학연의 삶 한 공간을 떡하니 차지해버린 하루 일과에 학연은 제 스스로 웃음을 지었다. 뭣하러 이러는 건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같은 시간에 그 곳에 출석도장을 찍는 자신을 학연은 이미 어쩔 수 없다고 치부해 버린 지 오래였다. 따뜻해진 날개 목걸이를 손에서 놓은 학연이 주머니에 다시 손을 꽂아넣었다. 몇 년째 같은 자리에서 봐 왔던 석양이지만, 오늘의 석양은 더욱 붉었다. 정말로. 새빨간 태양을 집어 삼키고는 마지막 윗부분만을 조금 남겨 놓은 강물을 학연은 바라보았다.
「똑같네.」
그 날이랑. 학연은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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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돌쇠입니다 :)
우선.. 저를 매우 치세요ㅠㅠㅠㅠㅠ
자꾸자꾸 새 소설만 들고 오니 독자분들께도 죄송하고ㅠㅠ 으아아ㅠㅠ
음, 그리고 이 소설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기반으로 한 그런 소설이에요!
사실 저는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보지 않았답니다(소곤)
그래서.. 그래서.. 기본 설정은 비슷할 지 몰라도 디테일한 부분은 몰..몰라여 으헝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