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사원."
"네, 네? 아... 네 팀장님."
"아까부터"
"......"
"계속"
"......"
"쳐다보던데 무슨 이유라도 있나 싶어서."
도팀장과 변사원
w.오백도니디티
백현은 경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나이도 저보다 한 살 어린 것이 낙하산으로 들어와 떡하니 자기 팀장으로 있는 꼬라지라고는. 무엇보다 이렇게 열불이 나는 건 인연인지 우연인지 도팀장, 아니 도경수가 백현의 고등학교 후배였다. 눈도 갓난 아기처럼 동그란 것이 정말 애기가 따로 없어, 평소 친구들과 경수의 반에 찾아가 짖궂은 장난을 많이 쳤었다. 갱수야 엄마 젖은 다 떼고 왔니... 부터 시작해서 애기 꼬추 잘 있나 한 번만 보자하며 경수의 거기를 손으로 콱 잡는다거나 그런... 백현은 경수를 볼 때 마다 그런 일들이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고, 괴롭혔던 저의 머릿속에도 경수가 이렇게 자세히도 박혀 있는데 경수라고 자기를 잊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좀 미심쩍었다. 도경수가 기획과의 팀장으로 온 지도 어언 3달이 되었는데 한 번도 회사 안에서나 밖에서나 고등학교 때 일을 입 밖으로 꺼낸 적이 없다. 백현은 빌었다. 제발, 제발 제발 하느님이 있다면 경수가 말을 꺼내지 않는 이유가 자신을 잊어서이기 때문이라고!
그렇거나 말거나 백현은 도둑이 제 발에 저리듯 경수의 눈치를 보는 걸 그만 둘 수가 없었다. 신경을 쓰지 않을래도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 소리다. 하필이면 자리가 또 가까울 게 뭐람? 뒷목을 긁적이며 보고서 작성을 마무리 하려는데 메신저에 알림이 떴다. 인사과 찬열, 백현의 대학 동기이자 같은 회사 직원인 찬열은 끝나고 술 한 잔? 이라며 아직도 대학 새내기와 같은 말을 꺼냈다.
찬열과의행복한하루^^~: 변백, 끝나고 술 한 잔?
변백현입니다: 바빠
찬열과의행복한하루^^~: 그럴 줄 알았다. 너 아니라도 준면 선배랑 만나기로 했거든? 일이나 해라
일벌레 같은 새끼
변백입니다: 알면 좀 안 건들 수 없냐?
찬열과의행복한하루^^~: 하이이이잇! 변백현 때리고 찌뿐 사람!!!
변백현입니다: ...
찬열과의행복한하루^^~: 아 알았어 알았어 야 할 짓 없으면 지금 실검에 올라와 있는 니디티나
검색해봐 그럼 20000
백현은 찬열과의 영양가 하나 없는 대화를 마치고 신경질적으로 메신저 창을 내렸다. 마음 같아서는 한 30분 있다가 다시 대화를 걸 박찬열 때문에 로그아웃을 하고 싶었지만, 메신저로 통보 통지를 하는 게 회사 방침이라 그랬다가는 무슨 불상사가 일어날 지 모르기 때문에... 백현은 문서를 열고 멍하니 바라보다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으로 옆에 있던 빈 메모지에 '니디티'를 쓰고 있는 본인을 찾았다. 니디티? 니디티가 뭐지. 인터넷 창을 열어 검색을 해보려는 순간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서둘러 작성중이던 보고서 문서 창을 열었다. 부디 팀장만은 아니기를 바라며 뒤 돌아보니 서 있던 건 참 거지 같게도 도 팀장이었다. 저에게 볼일이 있었던 건 아닌지 일어서 사원들을 한 번 쓱 훑어보고 부서를 나가는 팀장의 모습을 보고 백현은 한 숨 돌렸다. 걸리는 줄 알았네. 백현은 또 생각에 빠졌다. 도경수의 모습은 고등학교 때와 별반 다른 게 없었지만 이루어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라는 게 생겼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경수의 동그란 눈은 여전했지만 몸에는 잔근육들을 많이 키운 흔적이 보였고 머리도 올린 모습이 꽤나 위트 있게 보였다. 거기다가 정장까지 걸치니 고등학교 시절 선배들한테 농락이나 당하던 모습은 어디로 갔는 지 찾아볼 수도 없었다. 오히려, 멋있어 보인다...? 백현은 방금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문장을 지웠다. 멋있기는 무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뒤 돌아보니 좀 전에 나갔던 경수가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들어왔다. 경수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눈을 굴려가며 경수를 쫓았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줄곧 자신은 경수를 의식해 왔다. 정작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둔하긴, 여태 자신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경수를 비웃으며 백현은 시선을 돌렸다. 문득 자신의 책상에 아까 끄적였더 니디티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니디티... 니디티... 조용히 소리를 내며 읊어 보는데 어깨에 누군가가 손을 올렸다.
백현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았다. 그 곳에선 좀 전까지 자신이 눈으로 쫓고 있던 도팀장이 서 있었다.
"변사원."
"네, 네? 아... 네 팀장님."
"아까부터"
"......"
"계속"
"......"
"쳐다보던데 무슨 이유라도 있나 싶어서."
경수는 백현은 자리를 빠르게 스캔했다. 메모지에 써 져 있는 니디티라는 글을 보고 경수는 조용히 코웃음을 쳤다. 니디티라니. 누가 봐도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쳐다보는 백현을 짧게 훑고는 백현의 메모지 (니디티가 써져있는)를 가볍게 손에 쥐었다. 노란 별 모양 메모지에 반듯하다 못해 예쁜 글씨체는 성인 남성 치곤 참 이질적이었다. 백현은 순간 자신의 메모지를 가져간 경수에 당황을 했지만, 그깟 메모지가 무슨 상관인가. 퇴근도 얼마 안 남았는데 하필이면 딴 짓할 때 걸릴 게 뭐람 빨리 팀장님 자리로 가주세요... 만 속으로 무한 반복으로 외치고 있었다. 외침이 통하기라도 한 건지 경수는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곤 백현을 스쳐 자기 자리로 향했다. 그새 또 안심한 백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 하는 순간 경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변사원, 퇴근 후 제 팀장실로 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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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디티 니디티! 다음 편은 떡으로 와야겠어영 글 피드백도 댓글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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