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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아 침대에 기대어 앉아 마이클잭슨의 노래를 틀었다.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에 맞춰 발을 까딱이며 의미없는 시간을 흘러보냈다. 자연스럽게, 김기범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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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을 처음 만난건 중학교 때였다. 돌아가신 엄마를 대신 할 분이라며 아빠가 데리고온 여자의 아들이었다. 만나자마자 형제가 된 우리. 그게 첫만남 이었다.
처음엔 형이 죽도록 미웠다. 뭐지, 갑자기 들어와선 아빠 사랑도 독차지하고, 형노릇을 하지않나. 자꾸만 해대는 잔소리에 짜증나 미쳐버릴 것만 깉았다.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무언가를 할때마다 그가 생각났다. 이불을 개다가도 모서리 끝을 잘 맞춰야한다는 형의 잔소리가 생각나 다시 개고, 깨작거리며 먹지 말라는 잔소리에 한그릇을 뚝딱 비우고. 학교 갔다와서 집에 없으면 불인하고.
그게 사랑이란걸 깨달은지는 얼마 되지않았다. 근데, 왜 이렇게 가슴이 아프지. 형..
"태민아아...자?"
문밖에서 들려오는 형 목소리에 노래를 끄고 대답했다.
"아니 안자. 들어와도 돼."
"밖에 비오는데..아니 그렇다고 무섭다는 뜻은 아니구우..그니까..음.. 그냥 오랜만에 내 동생이랑 자고 싶어서..!"
밖에 비오나. 형은 항상 비오는 날이면 내 방에서 자곤했다. 형의 친아빠가 비오는 날 돌아가셨댔나..
"들어와, 옆에 누워"
나도 이어폰을 빼고 누웠다. 형, 진짜 이쁘다. 내가 반할만한 해.
"형, 형은 나 안미워?"
"응? 내가 태미니를 왜 미워해"
"우리 아빠가 형 친아빠 자리 꿰고 들어간거잖아."
"그대신 이렇게 사랑스러운 동생을 주셨는걸"
환하게 웃으며 대답하는 형의 얼굴에 동생으로써 사랑스럽다는 말인걸 알면서도 두근거린다. 형, 나중에 형이 결혼해버리면 나는 어떡하지. 너 없으면 난 어떻게 살지. 형, 나는 그저..
쌕쌕 잠든 형을 앞에 두고 새벽까지 잠을 청하지 못했다. 마음이 너무 아리다. 왜하필 우린 이복형제일까. 길거리에서 마주칠 순 없었을까. 하다못해 편의점 알바와 손님 사이로 만났어도 용기는 낼 수 있었을텐데.
기범아, 내 기범아.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