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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司의 相思

1


W. 페리도트 (前 희희)






어제 밤에 내린 비로 땅바닥이건 풀이건 나뭇잎이건, 세상이 온통 촉촉해진 이른 아침이었다. 삐비비비빅, 삐비비비빅. 요란스런 알람소리가 백현의 귓등을 때렸다. 백현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낑낑거리는 신음을 내뱉으며 알람을 껐다. ‘조금만 더 자자, 조금만. 아직은 시간이 괜찮아. 5분 만 더 자자.’ 라는 마인드로 눈을 한 번 꾹 감았는데, 누가 자는 백현이 몰래 시계 분침을 돌려놓았나 분명 눈 감기 전에는 분침이 12를 가리켰거늘 눈을 뜨니 분침이 어느 새 6을 가리키고 있었다. 


"헐!!!!"


열정적이고 매사에 화이팅적인 백현의 첫출근에 닥친 시련이었다. 월급이 꽤 센 대기업 회사의 취직에 당당히 성공을 하고 모든 사람들에게 당당히 축하를 받았으며 어젯밤까지 인사연습, 말투연습, 복장관리 등 했던 백현에게 가장 큰 실수가 아닐 수 없었다. 어제 미용실을 가서 예쁘게 머리를 다듬고 약간의 컬을 준 머리가 부스스하다. 회사는 7시 50분까지 출근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었다. 백현은 서둘러 꾀죄죄한 잠옷을 훌렁 벗어던지고 와이셔츠에 팔을 끼워넣으며 머리를 대충 손으로 부비적대었다.


"아아아아 이럴 순 없어! 변백현 몸뚱아리야 빨리 움직여라!!!!"


만약에 택시를 바로 잡는다면 회사까지 10분이면 간다. 혹시 모를 상황도 있으니 5분 안에 모든 걸 준비해야했다. 순간적으로 계산을 마친 백현은 대충 깔끔한 바지를 입고 벨트를 잠그지도 못한 채 화장실로 뛰쳐들어갔다. 손가락에 물을 묻혀 눈곱을 떼어내고 양치를 하며 와이셔츠의 단추를 잠갔다. 잠꼬대로 인해 삐쭉삐쭉 하늘로 솟은 머리칼을 대충 물로 묻혀 안정시키고 양칫물을 퉤, 뱉어냈다. 대충 물로 입을 헹구고 나와 그대로 뛰쳐나갔다. 물론 가방과 넥타이는 대충 손에 쥐어든 채.






"다음 변백현씨. 변백현씨는 첫 출근에 지각을 합니까?"


결과는 Fail. 처참히 실패했다. 초조하게 택시를 기다리다가 멀리 택시가 보이길래 손을 휘저었고, 택시가 앞에 섰길래 바로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좆고딩들(이라고 하지만 겁나 쎈캐들이었음)이 어느 샌가 나타나 택시를 빼앗아 타는 게 아닌가! 백현은 변명을 시도하려했지만 이러다 더 점수가 깎일 것 같아 조용히 있기로 했다. 로비 앞에서는 지각한 회사원들이 나란히 줄을 서서 매니저님께 꾸중을 듣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백현이었고 말이다.


"죄송합니다아.."

"그리고 복장이 이게 뭡니까."


훤칠한 키에 또렷한 이목구비, 딱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외모의 매니저는 미간을 찌푸린 채 백현의 외관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백현은 저절로 고개가 땅으로 향했다. 회사는 무슨 옷이든 상관없지만 무조건 깔끔하게 입고오면 된다고 했었고, 백현은 정신없는 와중에도 그 말을 상기시키고 기억해내어 꿰어입은 옷이었다. 어제 열심히 준비했던 옷들은 입지도 못했다. 결과는 스키니핏의 검정색 바지에 와이셔츠, 넥타이는 발로 맸는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고 신발은 단화형태식의 신발이었다. 딱봐도 좀.. 회사원 같지는 않았다.


"놀러왔습니까? 겉옷은 어쨌습니까. 아직 따뜻하긴 해도 더운 날씨는 아닌 것 같은데요."

"죄송합니다.."


백현의 목소리가 점점 기어들어갔다. 매니저는 목소리를 가다듬고는 중앙으로 돌아갔다. 다들 다음부턴 늦지않도록 노력해주세요. 그러자 지각한 회사원들은 큰 목소리로 네! 하고는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이자 흩어졌다. 백현은 옆으로 맨 크로스백 끈을 양손으로 꼬옥 붙잡고 터덜터덜 걸어갔다. 부서에 있을 상사에게도 눈총받을 게 뻔했다. 아니, 혼날지도. 

한숨을 내쉬곤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는데 누군가가 어깨를 톡톡 친다. 백현이 고개를 돌렸다. 면접 때 옆에서 면접 팁을 알려주었던 유라였다. 백현은 반가움에 활짝 입꼬리가 올라갔다.


"유라씨! 유라씨도 합격하셨네요!"

"네! 백현씨는 어느 부서예요?"

"저는 디자인마케팅부요."

"디자인마케팅 1이요?"

"네? 아니요~ 2인데요?"

"...예? 아.. 아하하. 아하하하."


회사에는 디자인마케팅부서가 2개가 있었다. 솔직히 디자인으로 먹고사는 회사니까 그럴 법도 했다. 근데 1이건 2이건 그게 그거이지 않나. 1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백현은 약간 걱정스러운 눈빛을 내비치는 유라를 보며 뒷목을 긁적였다. 왜요? 백현의 물음에 유라는 주변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백현의 귀에 속삭였다.


"그, 그게요. 조심하시라구요."

"네?"


엘리베이터가 3층에 멈추었다. 유라는 빠져나가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나가며 말했다. 저는 식품관리부에요! 이따가 말씀드릴게요! 백현씨 화이팅!! 유라의 말이 끝마치자마자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혔다. 백현은 유라의 말을 상기시켰다. 그, 그게요. 조심하시라구요. 고개를 갸웃거린 백현은 엘리베이터가 6층에 멈추자 빠져나가는 인파에 섞여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중심에 두고 복도는 두개로 되어있었는데, 오른쪽 복도가 디자인마케팅부서가 있는 곳이었다. 백현은 대충 옷매무새를 단정히 정리하고는 오른쪽으로 발걸음을 틀었다. 그러다 백현은 멈칫,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게 뭐야. 백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다시 확인을 하였다. ‘디자인마케팅 1’ 과 ‘디자인마케팅 2’. 아무리 봐도 같은 일을 하는 부서였다. 근데 사무실 크기가 이렇게 차이나는 이유가..? 왓? 

현저히 차이 나는 사무실 크기였다. 백현의 바로 앞이 디자인마케팅 1 사무실이었고 뒤에가 2 사무실이었는데 1 사무실이 2 사무실보다 5배는 더 넓었다. 무슨 구석에다가 창고박아둔 것처럼 말이다. 저건 너무 작잖아. 직원이 3명정도 업무할까말까 정도의 크기에 백현은 입꼬리가 슬슬 내려갔다. 에이. 아직 신입이라서 저런 데에 배정받은 걸거야. 경력이 쌓이면 나도 1 부서로 갈 거야. 그게 분명해. 백현은 제 가슴을 토닥이고는 파이팅 넘치게 2로 향했다.

그리고 그 파이팅 넘치던 변백현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정신을 잃을 뻔 했더랬다. 






"........"


3시간 째다. 말없이 노트북만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첫 임무를 수행하는 것을. 종이가 팔랑팔랑거리는 소리만 들렸고, 옆에서는 커피를 홀짝거리며 책상에 다리를 뻗고 농땡이 피우는 팀장이 있었다. 아니, 여기 부장은 없나? 백현은 코딱지만한 사무실에 팀장과 저만 단둘이 있는 것에 의문이 퐁퐁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여기 엄연한 부서인데 부장은 없고 왠 팀장이? 

사무실 안에는 책상이 세개가 있었다. 하나는 저기 농땡이 피우는 팀장이었고 하나는 백현의 것. 하나는 박찬열이라는 분의 책상이었다. 아, 박찬열이라는 분이 부장이신가? 아닌데? 백현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럴 수도 없는게 부장이 팀장보다 더 높은 직급인데 책상이 팀장 것이 제일 컸다. 백현은 고개를 두리번거리다 팀장과 눈이 마주쳤다.


"왜? 내가 다리얹고 커피마시는 내가 섹시해?"


저 소리를 듣는 것도 3시간 째다. 

사건은 이러했다. 부서에 백현이 들어오자마자 팀장은 늦은 백현을 째려보았고 백현은 죄송하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자마자 날아드는 스킨십은 정말 끔찍했다. 첫만남부터 엉덩이 터치라니. 백현이 화들짝 놀랐을 때 팀장은 푸하하, 웃어재꼈더랬다. 그러고는,


"지금 넥타이 그렇게 한 거, 잡아먹어달라는 뜻?"

"예?"

"오- 뽀이~ 난 괜찮지만 선량한 눈빛의 너는 너무 이른 거 아닌가?"


뽀이? 예?


"뽀이~ 귀엽게 생기셨어."


엉덩이를 콱 움켜잡다놓은 팀장은, 백현의 넥타이를 다시 매주었다. 백현은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긴장풀어 뽀이. 목소리는 중저음에 약간 꿀? 같은 거 바른 목소리라고 해야되나. 암튼 그러했고, 얼굴도 훈남형이었다. 눈도 크고 피부도 좋고. 키는 엇비슷한 것 같았다. 넥타이를 다 맨 팀장은 그대로 넥타이를 당겼다. 그 때문에 팀장의 얼굴 앞에 얼굴을 마주댄 백현은 동공이 확장된 채로 겁에 질려있었다. 엄, 엄마. 나 무서워.


"뽀이. 잘 지내보자고."


팀장 도경수. 도 팀장이야.

손가락으로 뺨을 톡톡 두드린 도 팀장은 자리에 앉았고 겁에 질린 백현은 지금 이렇게 3시간 동안 묵묵히 일을 하는 중이었다.


"저, 저기 궁금한 게 있는데요.."

"으흥, 말해봐 뽀이."


아나. 쫌.


"..큼, 큼. 여긴 왜 부장님은 안 계세요? 혹시 박..찬열..? 분이 부장님..이세요?"

"여긴 부장 없는데?"

"네?"

"여긴 부장없어, 뽀이."


그놈의 뽀이 증말.


"그, 그럼?"

"여긴 ‘디자인마케팅 2'팀'’ 이야. 속았지? 내가 널 여기로 데려온 거야."


감사해하셈ㅇㅇ이라는 표정으로 끄덕이는 팀장에 백현은 좌절+당황+황당했다. 대체 왜? 아니 저기는 디자인마케팅 ‘부’라고 적혀있는데, 왜? 도시떼? 뭐야? 나니!! 백현은 더 물어봤다가는 계속 뽀이뽀이거릴 것 같아서(생각을 해봤는데 뽀이가 아무래도 Boy인 것 같다.) 더이상 묻는 걸 멈추기로 했다. 이따가 찬열씨 오면 물어봐야할 것 같았다. 옆에서 지그시 쳐다보는 낯간지러운 눈빛에 백현은 고개를 돌렸다. 일하자 일!

아무래도 저 상사, 미친 것 같다.






길었던 업무가 끝나고 말한마디 없이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점심시간 전까지 박찬열이라는 분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 말은 4시간 동안 도 팀장의 낯뜨거운 눈빛을 받아냈다는 소리였다. 힘이 쭉 빠진 백현은 회사에 아는 이가 유라빼고는 없어 유라와 함께 먹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대충 서류를 착착 정리하고는 노트북을 닫고 핸드폰을 챙겨 자리에 일어났다. 그러자 초콜릿을 입에 넣던 도 팀장이 번뜩 자리에 일어선다.


"어디 가? 뽀이?"

"...점심식사하려구요. 팀장님은 안 하세요?"

"너랑 하려고 기다렸어 뽀이."

"예?"

"너랑 하려고. 아무래도 직장 동료와 친해지는 거 앞으로의 직장 생활에 좋지 않겠어? 물론 너와 나의 러브라이프도 한층 가까워지겠지?"

"네? 러프라이프요?"

"장난으론 듣지말길 바라. 진심이니까."


점심먹으러 가자 뽀이. 팀장은 백현의 허리를 움켜잡았고 백현은 흡! 하고 놀라다가 하하, 멋쩍게 웃으며 팀장의 손을 떼내었다. 유라씨.. 왜 조심하라는지 말씀 안 하셔도 알 것 같아요. 백현은 눈물을 머금었다.






"사내식당 안 가요?"


1층에 도착했던 엘리베이터는 경수와 백현을 남긴 채 지하층으로 향하길래 가만히 넋놓고있다 도 팀장을 쳐다보았다. 


"뽀이. 난 뽀이한테 먹여주고픈 게 많아."

"...예?"

"내 사랑을 먹여주고싶어."

"......."


백현이 대꾸 않자 경수는 미소지었다. 옆에서 풍기는 이상한 아우라에 백현은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열리자 곧바로 내렸다. 팀장은 바람빠진 웃음을 냈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백현은 팀장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확실히 대기업의 주차장은 넓디 넓었다. 앞을 걸어나가는 팀장에게서는 좋은 향수냄새가 풍겼고 곧이어 휘파람소리가 들려왔다. 넓은 주차장에 휘파람소리가 울려퍼졌다. 백현은 곰곰히 팀장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외관으론 저렇게 멋진 분이 왜 뽀이뽀이거리냐고! 백현은 처음 겪는 직장생활, 그리고 앞으로 겪게될 직장생활이 훤히 보이는 것 같아 어깨가 더 늘어져 터덜터덜 걸었다. 막 팀장의 모습을 보고 걷는데 급 뒤도는 팀장에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었다.


"내 모습이 그렇게 멋져? 섹시해? 하긴 내 엉덩이가 좀 탐스럽긴 하지?"

"무, 무슨 소릴.."

"하지만 나보다 탐스런 엉덩이가 있지."

"네?"

"누군지 알아?"

"아니요..? 누ㄱ,"

"그게 바로 너야 뽀이."


...씨ㅂ, 백현은 목구멍까지 차오른 욕을 삼켜냈다. 욕을 원체 안 하던 백현에게는 정말 경이로운 일이었다. 침착하자 상대는 빌리야. 백현은 게이하면 떠오르는 그분을 직장상사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설마 진짜 게이는 아니겠지. 백현은 어느 새 차를 찾았는지 차에 올라타는 도 팀장을 바라보다 올라타라는 눈짓에 곧바로 아 예! 하고 차쪽으로 후딱 다가가 올라탔다. 차는 굉장히 세련되었다. 딱봐도 값이 꽤 나가는 것 같았다. 이야, 이런 건 얼마주고 사나. 

경수의 차를 신기한 눈으로 둘러보는 백현을 본 경수는 대뜸 백현의 앞으로 몸을 옮겼다. 훅 다가온 얼굴에 놀란 백현은 고개를 뒤로 빼내었다. 참, 출근 첫날부터..


"왜, 왜이러세요."

"왜이러긴. 벨트 매야지."

"제, 제가 할게요."

"떨렸어? 뽀이, 맘 같아선 너의 벨트를 풀어버리고 싶지만 우린 지금 점심을 먹어야 해. 벨트 차. 안. 전. 벨. 트."


안전벨트에만 스타카토를 띄우는 경수에 적잖히 당황한 백현은 후딱 안전벨트를 차고 조용히 좌석에 등을 기대었다. 차가 움직였다. 아무리 그래도 윗분이니 혹시라도 실수를 할까 두려웠던 백현은 조용하게 흘러가는 차체에 어색해 잔기침만 내뱉었다. 큼, 목을 가다듬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침묵에 가만히 창밖을 내다보거나 차안 구조를 보거나 혹은 운전중인 팀장을 바라보았다. 첫출근에 팀장과의 점심식사, 원래 신입사원이 그러던가?

운전하는 모습이 굉장히 멋있었다. 정말 출근해서부터 느끼는 건데, 정말 잘생기셨다. 짙은 눈썹에 큰 눈 그리고 동글동글한 코와 도톰한 입술이 정말 남자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딱 정석미남이라고 해야할까. 백현은 그러다 갑자기 ‘박찬열’ 이라는 분에 호기심이 생겼다. 왜 사무실에 들어오시지 않는 걸까. 가방은 있던데.


"저.. 근데요."

"응."

"박찬열..이라는 분은.. 출근을 언제하세요?"

"아, 박 매니저. 출근은 하는데 사무실에 잘 안 들어와."


운전대를 왼쪽으로 휙휙 돌리던 도 팀장이 웃으며 말했다. 근데 너 붙임성 좋다? 네? 처음보는 직장 상사한테 말도 잘 걸고. 아... 좋은거야 그거. ‘뽀이’ 라는 말만 안 했을 뿐인데 그냥 드라마에서 보던 팀장님들 같은 모습이 물씬 풍겼다. 백현은 운전하는 경수를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뽀이뽀이거리긴 하지만 직장 상사와 친해져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 뭐 상사라지만 나이도 엇비슷할 것 같기도 했다. 근데 뭐? 매니저??


"박.. 매니저요? 매니저?"

"어."

"왜 매니저가 디자인마케팅팀에 계세요?"

"내가 그렇게 하라고 했어."

"예?"


아니 팀장이라는 분이 그렇게 맘대로가 된단 말이야? 백현은 경수의 말이 장난이라고 생각하고는 무시해버렸다. 무슨 사연이 있으셨겠지? 멋대로 판단한 백현은 도중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아침에 뵈었던 그 매니저분은 아니겠지. 백현은 머릿속에 그려지는 훤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으으, 거리며 몸서리를 치자 경수는 백현을 쳐다본다. 왜? 다시 느꼈는데, 목소리는 정말 좋으시다.


"혹시 키가 크시던가요?"

"뽀이."

"네?"

"나한테만 집중해."


흐억! 갑자기 훅 다가오는 얼굴에 화들짝 놀란 백현은 최대한 몸을 뒤로 붙였다. 진지한 얼굴의 팀장이 바로 코앞에서 눈을 마주쳐왔다. 놀란 백현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저, 저.. 운, 운전하세요. 말을 버벅댔다. 그러자 푸흐흐- 하고 바람빠진 웃음을 내뱉은 경수는 고개를 돌렸다. 변백현. 이름을 중얼거리길래 백현은 화들짝 놀라 네!! 하고 대답했다.  


"이래서 신입사원이 좋아. 잘 골랐어."

"........"


서서히 멈추는 차체에 백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팀장과의 점심식사, 체하지는 않을까.






6시가 되자 띵가띵가 농땡이 피우던 배짱이 도 팀장은 휘파람을 불며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점심식사 후에 사무실로 오신 박 매니저도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불행스럽게도 박찬열이란 분은 백현이 몸서리를 치며 아닐 거라고 거부했던 그 매니저가 맞았다.) 그야말로 칼퇴근의 정석을 실시간으로 보고있었다. 그에 반해 신입사원이라 회사에 적응을 못한 백현이 적은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버벅대는 바람에 퇴근이 늦어지고 있었다. 아니 팀장님은 저렇게 하루종일 놀아도 되는 거야? 저래서 요런 코딱지만한 사무실을 갖게된 건 아닌지. 속으로 별의 별 생각을 다하며 열심히 워드작업을 하고 있었다. 2014년 트렌드에 대해 조사하여 리포트를 작성하는 것이었는데, 꽤 어려웠다.

나가려던 경수는 발걸음을 멈추고 백현을 쳐다보았다.


"퇴근 안 해요?"


박 매니저가 온 이후로부터 도 팀장은 백현에게 존댓말을 쓰고 있었다. 갑자기 싹 바뀌는 말투에 처음에 백현이 못알아듣고 예? 예? 거렸는데 지금은 또 그에 익숙해진 것 같았다. 저는 할 일이 많아서요.. 조심히 가세요! 백현이 찬열과 경수를 보며 활짝 웃으며 90도 인사를 시전해보이자 경수는 대충 끄덕이곤 사무실로 나섰고 찬열은 백현에게 다가왔다.


"변백현씨."

"네!"

"복장 잘 갖추고."

"네에.."

"지각하지말고."

"네에..."

"내일 봅시다."


점점 움츠려드는 백현을 보던 찬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하루종일 무표정이었던 박 매니저가 웃었다. 백현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네! 안녕히 가세요! 백현은 찬열이 사무실에 빠져나가자 텅텅 빈 사무실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쉰 채 찌뿌둥해진 몸을 비틀었다. 커피나 마실까. 동전 몇개를 챙겨든 백현은 사무실 밖으로 나왔다. 앞에 있는 디자인마케팅1부서는 사람이 복작복작,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백현은 한숨을 내쉰 채 자판기로 다가갔다. 아, 유라씨도 퇴근하셨을까. 백현은 커피 버튼을 누르고 기다릴동안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놨다. 커피가 나옴과 동시에 7층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열려 재빨리 커피를 들고 올라탔다. 3층 버튼을 누르고 문이 닫혔다.

3층 식품관리부 앞을 서성였다. 저를 스쳐지나가는 직원들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유독 백현을 쳐다보는 느낌이었다. 백현이 휙 돌아보면 안 쳐다보았다는 듯 커피를 마시는 직원들도 몇몇 보았다. 고개를 갸웃거린 백현은 새로보는 얼굴이어서 그럴 거다, 싶어서 가만히 기다렸다. 3분 쯤 기다렸을까, 사무실을 빠르게 빠져나와 종이를 팔랑이며 가는 유라씨를 발견했다. 유라씨!


"어, 백현씨!"

"바빠요?"

"아.. 이것만 복사하고 올게요!"

"네!"


아무래도 유라씨는 뭔가를 알고있을 것 같았다. 디자인마케팅 2팀에 관해서. 백현은 두팔 가득히 복사본을 들고오는 유라를 보며 어느 새 다 마신 종이컵를 입에 물고 유라에게 팔을 뻗으며 다가갔다. 이리줘요, 도와줄게요. 입에 문 종이컵때문에 뭉개진 발음이지만 유라는 괜찮은데.. 하면서 다 넘겼다. 

사무실까지 직접 배달해놓고 나오자 그제서야 유라가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백현은 유라를 복도 뒤 한산한 계단으로 데려갔다. 


"저기, 디자인마케팅2팀이요..."

"아.. 네."

"뭐예요 대체 거기?!"


백현의 목소리가 팡- 하고 터져나왔다. 화들짝 놀란 유라는 연민의 표정을 지었다.










-

약간의 찬백이 느껴질 수 있는 오백입니다ㅋ 유후

분량은 어떤가요?


좋..좋은 피드백해주면.. 쓰니..울..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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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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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또는 엔터키 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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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도트
분량겁나적네......짜져야겠당..ㅎ_ㅎ...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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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완전 재밌어 도경수 뽀이 뭔데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내 스타일이야 ㅎㅎ..ㅎㅎ 신알신하고 가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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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도트
캼샤해욥♥ boy~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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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나중에 암호닉도 받..나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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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도트
어휴..제게 그런 큰...!!!! 저야 감사하죠....boy..!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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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경수 뽀이ㅋㅋㅋㅋㅋㅋㅋ귀여웤ㅋㅋㅋㅋㅋ신알신하고가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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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도트
고마워yo boy!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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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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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도트
암호닉....흐윽...2편부터 받도록할게요... 정말 감사해요 boy..☆★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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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어멐ㅋㅋㅋㅋㅋㅋ뽀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가이렇게 다들귀여워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량 하나도 안적어요!! 신알신 할테니까 얼른 오세여!!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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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도트
헿 감사해요♥Boy!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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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ㅋㅋㅋㅋㅋㅋ경수ㅋㅋㅋㅋ능글거림 뽀이ㅋㅋㅋㅋㅋㅋ디자인마케팅2팀의 정체가 궁금합니다!!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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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도트
헿...헤ㅎㅎ...과연...뭘까요 그 구석에 박힌 창고같은사무실은..!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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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도팀장과 박매니저 변신입사원.....호칭부터가 궁금증유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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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도트
고마워요ㅠㅠㅠ관심가져줘서...그대는 천사야♥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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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ㅋㄱㅋㄱㅋㄱㅋㄱㅋㅋ 꿀잼이네요 신알신해요♥♥ 뽀이~~♂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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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도트
감사합니다 뽀이~~ㅋ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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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뽀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놈의 뽀잌ㅋㅋㅋㅋㅋ 빵터졌어요 ㅋㅋㅋㅋㅋ 도팀장님 뭐죠? 됴라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 꿀잼ㅋㅋㅋㅋㅋㅋㅋ 잘 읽고 가여!^ㅅ^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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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도트
ㅌㅋㅋㅌㅋㅋㅋㅋ됴라이라니요!!ㅋㅋㅋㅋㅋ 감사해요 Boy!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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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아 진짜 이런 내용 너무 좋아요ㅋㅋㅋㅋㅋㅋㅋ능글맞은 경수 너무 좋다능ㅠㅠㅠㅠ신알신 하고 갈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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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도트
감쟈감쟈포레이로!!!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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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1
헐 대박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꼉수는 회장님 아들이라도 듸는건가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말 캐릭터가 독특하네여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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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도트
ㅋㅋㅋㅋ고마워용!! 도팀장♥나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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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2
뽀잌ㅋㅋㅋㅋㅋㅋㅋㅋ아진짜 재밌게봤어욬ㅋㅋㅋㅋㅋㅋㅋ도팀장 매력이 와우...ㅋㅋㅋㅋㅋㅋㅋ신알신하고 갈게요!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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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리도트
감쟈해요감쟈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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