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선우정아 - 봄처녀
누가 들어오는 소리에 문으로 눈을 향해 보니
호호- 저 분이 내 소개팅남인가.
진짜 잘생겼다. 친구야, 고마워.
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사람이 들어오는 종소리가 한 번 더 울리고
존잘남은 내 쪽에 시선 한 번 안 주고 자리를 잡았고
방금 들어온 남자가 카페를 슥 둘러보더니 나와 눈이 마주치곤 내 쪽으로 걸어온다.
"김주은씨?"
"아, 네..."
죄송해요, 방금 존잘남을 발견해서 그쪽이 눈에 안 차요.
*
별 영양가 없는 얘기가 계속 오간 지 30분 정도 됐을까?
소개팅남에 대한 관심은 온데간데 없고 나는 아까 본 그 존잘남에게 자꾸 시선이 갔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소개팅남은 그게 신경쓰였는지 가끔 뒤를 돌아보면서 애써 얘기를 이어나가다가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나갔다.
오, 이건 하늘이 주어주신 감상타임이다.
나는 턱을 괴고 본격적으로 존잘남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봤다.
마주쳤다.
나른한 눈 끝에서 시작된 시선이 나을 스쳐 지나가다가
이내 그 시선의 끝이 내게 머물렀다.
보일듯 말듯 하게 눈에 한 번 힘을 주고 신호를 보내오는 이름 모를 저 남자.
'나와요.'
이젠 아예 입모양으로 신호를 보내온다.
뭐라 하기도 전에 소개팅남이 돌아왔고, 시선은 소개팅남에게 온 신경은 존잘남에게 곤두서 있었다.
"저기, 주은씨. 괜찮으세요?"
"ㄴ, 네?"
"아까부터 뭘 자꾸 보고 계시길래..."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소개팅남과 아주 잠깐 대화를 나눈 사이에 본인 짐을 챙기더니 내게 시선을 던지며 나가는 존잘남.
"저기, 저 죄송한데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주은씨...!"
"죄송해요, 친구한테는 잘 말 해 둘게요!"
그 남자를 놓칠 세라 남자가 나간 문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나도 빠르게 짐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급하게 나와 주변을 둘러보니 언제 저렇게 멀리 간 건지 뛰어가서 그 남자를 잡았다.
"헉- 저기요...!"
"?"
"아까 왜 저 쳐다보면서, 나오라고 했잖아요."
"제가요?"
"예...?"
"저 그런 적 없는데..."
"아니, 아ㄲ"
"풉, 맞아요-"
언제 봤다고 능글맞게... 얼굴을 가리고 웃으면서 장난도 친다.
"진짜 나올 줄 모르고 그랬는데, 나오셨네요."
너 잘생겼어. 나 너한테 관심있어.
"잘생겼어요."
"알아요."
"네?"
"알아요, 나 잘생긴 거."
뭐야, 이 뻔뻔함... 재밌네, 이 사람.
도발하고 싶다.
"나는요? 난 어때요?"
"예뻐요."
"큼, 알ㅇ,"
"아닌가-"
"...?"
뎅- 당한 건가.
세상 달달한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뱉은 말에 정신이 아찔했다.
"그 쪽 이름. 주은씨...? 라고 하던데, 아까..."
"아- 맞아요, 그거. 내 이름."
"난 옹성우예요. 옹, 성우."
"아... 옹..."
아, 어쩜 이름도 옹성우래? 성이 옹이라고?
말도 안 된다, 진짜.
길거리에 멈춰서서는 잘도 이런 대화를 이어나갔다.
자신의 이름을 옹성우라고 소개한 이 남자는 먼저 돌아 앞으로 걸어나갔고.
나도 따라서 몇발짝 걸음을 뗐을까,
"나 잘생긴 건 아니까 섹시한 거 하고 싶은데."
"..."
"누구한텐 좀 특별하고 싶어서-"
아주 멋진 남자를 만났다고 하면 나에게도 아주 산뜻한 봄이 찾아왔다고들 하겠지.
이 남자는 그 산뜻한 봄을 나른한 봄으로 만들어 버린다.
나른한 봄이 계절 개념도 없이 가을의 자리를 탐냈고,
그렇게 내 가을의 시작에 자리 잡았다.
안녕하세요. |
갑자기 섹시한 성우가 보고 싶어서 급하게 써서 그런가 참 부끄럽네요- 섹시한 성우인지는 아휴, 저도 잘 모르겠으니 판단은 이 글을 보실 독자님들께서...ㅎ 이 뒤에 이어서 쓰게 될 지, 이걸로 끝을 낼 지는 제 욕심에 따라서 갈릴 것 같네요. 입시 준비로 너무 지쳐서 잠깐 들렀는데 저는 이만 다시 안녕 X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