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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 전체글ll조회 2874





시야가 밝다. 창문 틈새로 들어온 햇살이 눈을 찌른다. 눈을 뜬다.
…….
졸리다. 다시 눈을 감는다. 어디서 쿵쿵대는 소리가 들리는데. 잠깐 초인종이 울렸던 것도 같은데…….
몰라. 졸려.


-


눈을 뜬다. 아, 이젠 더 이상 잠이 오지 않는다. 몸이 찌뿌둥하다. 술을 마셨었지. 잠시 어젯밤의 기억을 되살려본다.


'얌! 느어어어! 니-이가 그로케 잘났냐아아? 이이, 오이가튼 요자야아!'


아, 뭔가 이상한 기억이 있다. 아직 술이 덜 깼나보다.


'즈언화기 뒀따아 모해애? 연라글 하며언은 쫌! 바드란 마리야!'


이게 아닌데. 왜 자꾸 내가 모르는 기억이…….


'돼써어, 나도! 따른 애 만날끄야아! 너보다아 차카고 다정한 애이인! 만날끄야아. 히잉…….'


…….망했다. 서둘러서 핸드폰을 집어 든다. 배터리가 나가 있다. 충전기를 꽂고 켠다.

지이잉. 지이잉. 지잉지잉지잉징징징징징

진동이 끊이질 않는다. 식겁한다.


- 수연아 전화를 그렇게 맘대로 끊으면 어떻게 해 너 할 말만 하고
- 이게 아니지 이게 아니고....내가 너무 미안해ㅠㅠ
- 일부러 안나간거 아니야 깜박했어 미안해ㅠㅠㅠ
- 연락 못받은거도 미안해 너무 바빠서 그랬어
- 변명이라 생각하면 할말 없는데 내가 잘못했어
- 미안해 답장좀해
- 수연아 전화 왜 안 받아
- 너 지금 어디야 집이야?
- 전화해도 안 받네
- 걱정돼 전화 좀 받아봐
- 내가 잘못했어 수연아
- 수연아 미안해 전화 받아
- 내가 지금 집으로 갈게 얼굴 좀 보자
- 수연아 나 지금 집 앞인데 문 좀 열어줘
- 집에 없어? 수연아 문 열어
- 수연아 내가 미안해 문 좀 열어


……망-했-다-. 어쩌지? 집에 왔다 갔나? 아까 들은 소리가 그거였어?

얼른 문 앞으로 달려간다. 잠금 장치를 풀려다 신발장 앞 거울을 보고 놀란다. 너 누구니?

아무리 급해도 이건 아닌 것 같아서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를 한다. 어푸어푸-
차가운 물이 피부에 닿으니까 정신이 깨는 것 같다. 맑은 정신에 후회가 스며든다.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머리를 감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아 다시 방으로 간다. 눈에 걸리는 모자를 아무거나 집어 머리를 쑤셔 넣는다.
다시 현관으로 간다. 잠금 장치를 풀고, 문을 살짝 열면…….

역시 없다. 김태연, 너란 여자.

열이 올라 문을 활짝 밀어버린다. 바닥에서 부스럭거리는 무언가가 끌린다. 얼굴만 살짝 빼 확인한다.
하얀색 반투명한 비닐봉지.
발을 떼 문 밖으로 나온다. 집어 든다. 언뜻 본 현관문엔 포스트잇이 붙어 있다. 떼어서 들고 징으로 들어온다.


- 일어나면 전화부터 해.


…….어쩌지? 화났나? 몰라, 자기가 먼저 잘못한 건데 어쩌겠어?
비닐봉지를 뒤집어 내용물을 쏟아낸다. 모닝케어 한 병과 커피유유가 굴러나온다.
……

전화는 해볼까? 충전기가 연결된 폰을 다시 집어든다. 단축번호 1번. 내가 이렇게 널 아낀다.

통화 연결음이 길어진다. 괜히 긴장되는 순간이다. 그러다가 뚝, 전화가 연결됐다.


"……수연아?"


아, 뭐라고 해야 되지? 아무 말도 안 하자니 어색한데…….


"……이?"


ㅁ1쳤나 보다. 정신이 나간 거다. 그냥 다물고 있는건데…….정적이 이어진다.


"……"


어쩔 수 없다.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전화는 왜 하라고 한건데?"

"……수연아, 연락은 왜 안 받았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철벽수연이다.


"배터리 나갔어. 그게 왜?"

"……내가 할 말은 많은데 참을게 일단. 미안해. 내가 어제 너무 바빠서 약속도 까먹고 전화 온 것도 몰랐어.
화난 거 아는데 이해해줘…….다음부터는 연락 잘 받을게, 그러니까 다른 여자 만난다는 말도 하지 말고……."


그래, 그 말은 나도 실수라고 생각했어. 미안.
하지만 입 밖으로 내진 않는다. 대신,


"이렇게 말해놓고 다음엔 또 안 받을 거잖아. 이런 일 한 두 번이야? 됐어. 그냥 말을 말자."


완전 세다. 핵이다. 너무 심했나? 아니다, 이 정도는 해야지.


"아니, 진짜로 전화 잘 받을게! 미안해 용서해줘……."

"……진짜?"


믿어도 되려……나?


"진짜! 걱정돼서 한숨도 못 자고 너희 집까지 간건데…….우유는 마셨어?"

"아, 아니? 우유가 어디 있는데?"


어디 있긴. 내 손 위에서 주둥이가 벌려지는 중이다. 모닝케어는 맛 없어.


"문 앞에 있어. 포스트잇 보고 전화한 거 아니야? 음…….그거 마시고 화 풀어."


뜨끔했다. 모르는 척 넘어간다. 모르……겠지?


"이따 저녁에 일 끝나면 전화할게. 어디 식당이라도 가서 밥 먹자. 내가 살게."


아, 얼마 만에 하는 데이트인가? 눈물이 다 난다


"……진짜 전화 해야돼 너! 바쁘다는 핑계로 넘어가는 거 오늘은 안 봐줄거야!"

"말하는 거 보니까 화 풀렸네? 다행이다. 이따 봐."


……들킴. 전화가 끊긴다.

이럴 때가 아니다. 이따 뭐 입고 가야돼지? 입을 게 있나? 일단 씻고 나서 생각해야겠다.
오늘은 진짜로 만나는 거 맞지?

달콤한 커피우유 향이 입안에 가득 맴돈다.

---

연락 안 받는 태연이한테 의도치 않게 복수(?)하는 시카 조각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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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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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얘네 실제로도 이럴거 같다ㅠㅠㅠㅠㅠㅠ 달달해ㅠㅠㅠㅠㅠㅠㅠ커피우유... 그래 내일은 너로 정했다!!
소중한 글 고마워고마워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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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어디서든 수여니 마음졸이는 탱구ㅋㅋㅋㅋㅋ둘이 찐하고 짠내나는 사랑하길ㅋㅋㅋ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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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뭐야 이런거....진짜 너무 좋아.....아......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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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이런거 진짜 좋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수연 투정부리고 다 받아주는 김태연ㅋㅋㅋㅋ쿠ㅜㅜㅜㅜㅜㅜㅜ오ㅓㄴ져좋음ㅋㅋㅋㅋ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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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헝ㅋㅋㅋㅋㅋ좋네요 수연이가 투정부릴만했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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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진짜 귀여웤ㅋㅋㅋㅋ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정수연김태연 흥하세요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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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달달퓨ㅠㅠㅠㅠㅠㅠ왜이렇게달달해여ㅠㅠㅠㅠㅠ수야니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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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하진짜좋다ㅠㅜㅜㅜㅜㅜㅜㅜㅜ너무달달해여진짜ㅠㅜㅜㅡㅜ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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