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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a 전체글ll조회 289





















악몽이었다. 온 살갗에 소름이 돋는 끔찍한 악몽. 
그렇다, 꿈속에서의 태형은 자신의 아버지가 칼에 찔려 살해당하는
장면을 좁은 문틈사이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 사람의 생이 끝나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바라봤다는 것보다,
그것이 너무 현실적 이여서 꿈같지가 않았다는 것이 더 충격적이었다.
촛불의 빛을 받아 빛나는 칼날은 아버지의 심장을 겨누었고,
오래된 나무 바닥이 검붉은 피로 물들어버렸다.
그리고 그 순간을, 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꿈이 깨었음에도 불구하고 심장이 터질듯이 뛰어대고 등줄기로 땀이 미끄러졌다.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추스르려 노력해도
뜻대로 쉽게 되지 않았다. 그건 단지 꿈이었다. 꿈일 뿐이다. 
현실과 관계없는 헛된 환상일 뿐인데 난 어째서 이렇게나 두려워하는 것인가?
자신에게 물음표를 던지고 마음을 가라앉히려 천천히 심호흡을 하니 심신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



그리고 확인하고 싶었다. 
이 꿈이 순전한 망상이라는 걸 피부에 와 닿게 느끼고 싶었다.
세상에 유일하게 나와 같은 피를 가진 사람, 무슨 일이 있던 따스하게 나를 감싸줄 수 있는 단 한 사람. 바로 아버지.
그마저 세상에 없다면 내 삶의 존재는 무의미해질 것이라 예전부터 생각해왔다.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우습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나? 아버지가 칼에 찔리셨어? 
모두 아니었다. 
그냥 순수하게 꿈의 내용이 그랬다는 것만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나 자체가 우스워서 방을 뛰쳐나왔다.



"아버지…."
"……."



집안에는 조용한 정적만이 흘렀다.
심장이 몸에서 튀어나올 듯이 달려댔고 나의 메마른 눈동자에는 눈물이 고여 버렸다.
…찾을 수 없었다, 그 어디에서도 아버지의 흔적을.
아버지의 방 한 가운데 굳어서 메마른 다량의 피를 보고도,
시체를 질질 끌고 간 듯 드문드문 보이는 거실바닥의 핏자국을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당장에라도 게을러서 어디다 쓰겠냐고 꾸중하실 아버지도, 
태형아……. 하고 나지막하게 읊조리실 것 같은 아버지의 목소리마저 존재하지 않았다.




그대로 뛰쳐 나와 버렸다. 더 이상 그곳에서의 나, '김태형'은 존재하지 않았다.
잔뜩 얼굴을 찡그리고 우울해 보이는 회색빛 하늘도,
언제부턴가 내 몸을 적시는 채찍 같은 빗줄기도 안중에 없었다.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지 모르겠다.
눈에서는 비가 내리고 하늘에서는 눈물이 내린다.
혼란스럽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을 코앞에서 맞닥뜨린 사람은 위태롭고 나약해지는 법.
나도 다를 건 없다.

그렇게 얼마나 뛰어댔을까, 체력이 한계에 이르렀는지 
젖은 두 눈가가 감기고 기억이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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