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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란도 전체글ll조회 158l 1

비가 온다.정말 끝없이 쏟아지는구나.

창 근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비오는 하늘을 바라보니 오늘따라 빗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왔다. 비오는 날은 항상 우중충하고 우울하기만 했는데 기분이 좋다.

비가 오는 날이면 3년전 그날이 떠오른다. 설레고도 잊을 수 없던 그날이.



4년전 이맘때였다.

아는 형이 계속 부탁하는 바람에 소개팅을 나가게 되었다. 내가 마음에 들었다나 뭐라나. 뭘 보고 마음에 들었다고 했는진 모르겠지만 당연히 만나만 보고 거절할 생각이다.

그분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연애에 그닥 관심이 있는것도 아니고.(사실 여자보단 남자에 관심이 있었다는게 맞는거겠지.) 형의 체면도 있을테니 적당히 상대만 해주고 올 생각이다.

귀찮지만 신경써서 옷도 입고 머리도 만져주니 나쁘지 않게보인다. 이정도면 괜찮은거지, 안그래?

겉옷과 우산을 챙겨 약속장소로 향했다. 12시 30분까지라고 했는데. 지금이 15분...늦지는 않겠지만 일찍 도착하는게 좋을테니 서둘러 나갔다.

택시를 타고 도착한 한 카페. 아 어깨 다 젖었다. 축축한 옷이 신경쓰였지만 문을 열고 들어간 카페가 상쾌한 느낌이 있어서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언젠가 마르겠지.

비가와서 그런가 오늘따라 사람이 별로 없다. 주변을 둘러보는데 내게 손을 흔드는 사람이 한명이 있었다. 아, 저분이구나. 아..?남자분이시구나. 응? 남자?

의아하게 생각하며 그 사람 주변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형의 문자였다.

'먼저 말 못해서 미안. 말하면 당연히 너가 안갈 것 같아서 그랬어. 너랑 동갑인 나랑 친한 동생인데 너가 너무 마음에 든다고 하잖아.

 눈 딱 감고 한번 만나줘. 미안. 마음에 안들면 거절해도 괜찮아! 그대신에 형이 맛있는거 살게! -재환이 형'

당황스럽긴 했다. 당연히 여자분인줄 알았고 거절을 생각하고 나온 자리였으니. 하지만 상황이 바뀌게 되었다. 이젠 나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겠지.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그 자리로 다시 걸어갔다. 그 사람이 나를 올려다 보았다. 동갑..이라고 했는데 되게 무섭게 생겼다.

하지만 티를 내지않고 자리에 앉아 그 사람을 마주보았다.

조금 처진 눈매와 시원하게 올린 머리. 그리고 약간 그을린듯한 피부색. 어울리지 않을것은던 요소들이었지만 이 사람에겐 잘 어울렸다.

깔끔하게 입은 옷 스타일도 그렇고 마음에 안들지는 않았다.



아니 그것보단 조금 호감.



"아, 저기..안녕하세요."

용기내어 먼저 인사하였다. 어색한 이 분위기가 싫을뿐만 아니라 답답한 느낌마저 주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있다간 뛰쳐나가야 할 것 같은 분위기였다.

대답은 하지않고 뚫어지게 쳐다보는 상대방에 무안해졌다. 자기가 먼저 소개시켜달라고 했다면서 이건 무슨태도인가 싶었고, 뚫어지게 쳐다보는게 불쾌했다.

역시 오늘은 예상대로 No인것 같다.

한참동안 이어지는 정적에 그만 자리에서 일어날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럴거면 왜 소개를 시켜달라고 한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계속 앉아 있는건 아닌것 같아서 커피라도 한잔 시킬까 싶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를 돌아 주문하러 가려는데 말도 하지 않던 그 사람이 내 손목을 잡았다.

당황스러웠고 놀라기도하여 잡힌 손목을 바라보다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어디 가세요?"

그 사람의 첫 한마디는 인사가 아니였다. 이때까지 한마디도 안하다가 일어나니 불안하긴 한건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쪽이 말이 없으시길래 이렇게 앉아서 기다리긴 시간이 아깝기도해서 커피나 한잔 하려구요. 왜요?"

초면인데 말이 너무 험했나. 하지만 거기서 죄송합니다. 하고 앉을순 없지 않은가. 괜찮아, 잘 한거야.

"아니, 그게..아, 여기 앉아계세요. 제가 갔다올게요. 뭐 마시게요?"

무뚝뚝해보이던 첫인상과는 다르게 허둥지둥 움직이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신경을 안쓰고 있던게 아니라 굉장히 소극적인 사람이였구나.

"그냥 아메리카노 한잔이요."

내 말이 끝나자 지갑을 들고 주문을 하러 갔다. 그 뒷모습이 뭐 마려운것 마냥 이리저리 움직이는게 꼭 강아지 같았다.



양 손에 커피를 들고 자리로 돌아온 그 사람은 내 앞에 커피를 내려주고 자기 자리에 앉았다.

"고마워요, 잘 마실게요."

인사를 하고 마시려는데 또 아까처럼 뚫어지게 쳐다본다. 마시지도 못하고 다시 잔을 내려놓고 똑같이 그 사람을 쳐다보았다.

"저기 왜 아까부터 쳐다만보시고 말을 안하세요? 그 쪽이 소개시켜달라고 했다면서요. 그럼 인사라도 하시던가, 통성명이라도 하시던가. 쳐다보기만 할거면 왜 소개시켜달라고 하신거에요? 사진이나 보시지."

아 또 험하게 말했다. 원체 돌려말하는것을 못하는 성격이라 걱정됐는데 이렇게 말하게될줄이야.

그러자 그 사람이 마시던 잔을 내려놓고 나를 향해 씨익 웃어보였다. 웃으면 어쩔거야. 지금 내 기분이 안좋다는데.

"죄송해요. 그 쪽이 사진으로 본것보다 훨씬 예뻐서 계속 보고만 있었어요. 제 소개가 많이 늦었습니다. 저는 김원식이구요, 재환이형이랑은 같은 동아리여서 친해요. 어쩌다가 그쪽..아니 이홍빈씨 사진을 보게 됐는데
 
 안믿으시겠지만 첫눈에 반했습니다. 되게 어이없으시죠? 저도 말하면서 되게 어이없는데 진짜라서 다른 말은 못하겠어요."

원래 이렇게 말이 많은 사람이었나. 그럼 아까부터 쳐다본건 뭔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80년대 드라마도 아니고 '첫눈에 반했어요!'라니. 우리 부모님도 안했을 고백이었다.

근데 저사람 되게 진지하네. 어쩌란거지.

"아..그러시구나. 아. 네.."

뭐라고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하지.

"제가 받아달라고 한 말 아니고 진짜 제가 첫눈에 반해서 그래요. 부담스러우실거 아는데.."

그 뒤론 잘 들리지 않았다. 살면서 여러사람들한테 고백을 받아봤다. 잘생겨서, 운동을 잘해서 키가 커서..이런 이유는 많았다. 하지만 첫눈에 반해서. 이건 인터넷 소설에서도 보기 힘들 고백일거다.

하지만 진지하게 웃으며 말해주는게 날 간질였다. 아까 말했지 않은가. 마음에 들지않는게 아닌 호감이라고.

호감인 사람이 자신에게 '첫눈에 반했어요!'라고 말하는데 거기서 거절하는 사람이 지구상에 몇명이나 될까. 아니 있기는 할까?


"그게 첫 눈에 반한거라는건 어떻게 알아요? 그냥 호기심, 관심일 수도 있잖아요. 어떻게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반했다고 해요?"


아, 생각만 하고 있던 말이 입밖으로 나가버렸다. 이 분위기 어떡하지. 그 사람, 아니 김원식의 표정이 굳었다. 굳을만도 하지. 첫 눈에 반했다고 말 한 상대가 자기에게 이렇게 말하니까. 하지만 궁금한걸.

정말 김원식의 대답이 궁금하긴 했다. 확신을 가지고 말하는게 믿는 구석이 있는거겠지.

하지만 김원식은 나를 뚫어지게 쳐다만 볼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런 김원식을 바라보며 아메리카노를 마시다 잔을 내려놓고 그에게 말했다.

"저에겐 아직 그런 생각도, 물론 확신도 없어서요. 김원식씨에겐 어떤 확신이 있는진 모르겠는데 그 확신이 제대로 서고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 생각해봐요. 오늘은 아닌 것 같네요. 그럼 저 먼저 일어날게요."

그때까지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냥 하는 말이었나보다. 난 지금 아무말이나 해도 설렐텐데. 오글거리는 시대를 지난 그런 고백이었지만 처음듣는 신선한 고백이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그 카페를 나왔다. 젖은 우산을 펼치고 젖은 길을 걸어갔다. 굳은 그의 얼굴이 머리에서 맴돌았지만 어쩔 수 없지. 그와 나는 인연이 아니었나보다. 그렇게 생각하자.




그와 만난지 일주일, 한달, 6개월 그리고 벌써 1년이 지났다.

김원식은 그 뒤로 보이지 않았다. 재환이 형에겐 '인연이 아닌가보지. 맛있는거나 사.'하고 둘러말했다.

처음엔 그냥 두고 나온것을 후회하였다. 하지만 정말 인연이 아닌가보다 하고 넘어갔고 점차 내 머릿속에서 김원식이라는 존재는 지워져갔고 1년이 지나자 소개팅을 했었다는 사실조차 잊게되었다.

평화로웠다. 친구들과 술마시고 놀러가고 밥먹고...정말이지 이렇게 평화로워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평화로웠다.

친구들과 약속이 있었다. 그날은 비가 왔다. 유리창에 톡톡 떨어지는 빗소리가 맑게 들려왔고 기분좋게 준비를 하였다. 일찍 일어나 씻고 밥먹고 옷을입고 머리를 만지고...

창가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휴대폰을 보다보니 약속시간이 다 되었다.

아 얼른나가자. 이러다 진짜 늦겠다.

급한 마음에 신발을 구겨신고 우산을 대충 챙긴 다음 집을 나섰다.


비가와서 그런지 지하철에 사람이 많았다. 안그래도 옷이 젖어 축축한데 다른 사람들과 부딪히다보니 더더 찝찝해졌다. 인상은 저절로 구겨젔고 빨리 내리기만을 기다렸다.

계속 치이다보니 주머니 속의 지갑이 떨어졌다. 지갑을 줍기위해 우산을 옆에 잠시 두고 몸을 숙였다. 지갑을 가까스로 몸을 세웠다. 그때 전철의 입구가 열리며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

그 사람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같이 내려졌다. 어쩔 수 없지. 늦는다고 해야겠다...아? 내 우산.

얼떨결에 내려졌기에 우산은 지하철을 타고 멀리멀리 가버렸다. 비도 많이 오는데 그냥 집에 가야하나. 하지만 오늘은 자신이 계속 미루고 미루던 약속이었기에 오늘도 미루면 내일 돌을 맞을게 분명했다.

그냥 비맞으면서 가야하나. 우산을 근처에서 하나 살까. 고민을 하며 지하철의 출구로 가고 있었다. 원래 목적지는 아니였지만 근처였기에 걸어가도 금방이었다.

어떻게 가야하나 한숨을 쉬며 고민을 하니 출구까지는 금방이었다.

별로 오지도 않는데 아 몰라 그냥 맞다가 근처에서 하나 사. 어차피 우산 한 개 밖에 없으니 장만한다고 생각하지 뭐.

나름의 합리화를 하며 밖으로 한 발을 내딛을 때였다. 누군가 내 손목을 잡으며 나를 돌려세웠다.

"아, 뭐야."

인상을 찡그리고 쳐다본 그 사람은 김원식이었다. 1년동안 아무런 연락도 없고 머리털 하나 보이지 않던 김원식. 그런 그가 나를 내려다보고있다.

그때보다 살이 좀 빠진게 인상을 더 날카로워 보이게 하였다. 내가 신경쓸게 아니지만.

1년 전의 그때와 같이 그는 나를 묵묵히 바라보기만 했다.

"저기, 김원식씨. 잡으셨으면 말을..."

그가 내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비가 오는걸 알면서 그는 그의 우산을 나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는 아무말도 하지않고 빗 속을 향해 걸어갔다.

약 10초간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를 이렇게 보내서는 안된다고.

그 생각이 들자 우산은 펴지도 못한 채 (그럴 겨를이 없었다.) 그에게로 뛰어갔다. 그리고 그가 한 것 처럼 그의 손목을 잡아 돌려세웠다.

돌려진 그의 얼굴에는 당황함이 드러나 있었다.내가 자신을 잡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나보다.

"비..맞지말라고 우산 줬는데 비맞고있으면 내가 비 맞은 보람이 없잖아요."

하며 그는 내 손에 있던 우산을 펴 내 손에 쥐어주었다.

"감기 걸려요. 비 맞지말고."

"그럼 김원식씨는요. 내가 비안맞으면 그쪽이 맞잖아요. 다 젖어요, 옷도 머리도."

"이홍빈씨가 젖을바엔 내가 젖는게 나아요. 감기 걸리면 아프잖아요."

그의 말에 웃음이 났다.

"그쪽부터 신경써요. 내 감기는 내가 알아서 하는데 그쪽 몸이 아프다는데 그건 괜찮아요?"

"그쪽이 아니라 김원식."

"..그래요. 김원식씨. 원래 감기 잘 걸리는 체질 아니라서 괜찮으니까 우산 가져가요. 어차피 근처에서 우산 살 생각이었어요. 자요."

그에게 우산을 주고 그에게 눈인사를 한 후 뒤를 돌아 걸어갔다. 정확히는 걸어가려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1년전에 이홍빈씨가 나한테 했던 말 기억해요?"

다시 뒤돌아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나에게 걸어와 우산을 씌워주며 말했다.

"첫 눈에 반했는지 어떻게 확신하냐고, 확신이 서면 다시 만나자고 했던거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그의 눈동자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동자가 슬퍼보이는건 기분탓일까.

"이홍빈씨가 가고 저도 생각을 해봤어요. 되게 어이없겠죠. 처음 본 사람아 자기한테 첫눈에 반했다고하고 말도 안하고 뚫어지게 쳐다본게. 저라도 그럴거에요. 한순간의 호기심일수 있죠.

 그래서 이홍빈씨에게 관심가지지 않으려고 했어요. 근데 그럴수록 이홍빈씨가 더 생각나고 보고싶고 뭐하는지 아프진 않은지 밥은 잘 먹는지..그랬어요.

 지금도 전 이홍빈씨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없어요. 홍빈씨한테 그 증거로 내세울게 없으니까 하지만 이홍빈씨한테 첫눈에 반한게 맞다고 말하고 싶어요.

 부담주고싶어서 말하는거 아니에요. 정말 저의 진심이라고 말하는거에요. 받아달라고는 못하죠. 그건 홍빈씨 마음이니. 하지만..정말, 정말 좋아했어요.

 1년전인 그때도 1년후인 지금도 변함없이."

그가 씨익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고 그대로 뒤돌아 걸어갔다. 걸어가는 그 어깨에 힘이 하나도 없다.

그를 그렇게 보낼 수 없었다. 이미 거리가 좀 벌어져있었다. 그를 놓칠 수 없다. 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대로 그에게 달려갔다. 우산은 멀리 던져버린지 오래, 친구들과의 약속도 잊은지 오래였다.

점점 그에게 가까워졌다.


3...2......1...


나도 모르게 그를 껴안아 버렸다. 그땐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가 떠나버릴것 같았다. 모진말만 골라하던 나를 모질게 쳐버릴것 같았다.

그의 발걸음이 멈춰버렸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그의 등에 얼굴을 묻은 채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그때서야 나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뒤돌아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보고서는 말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잖아."

"..이홍빈씨?"

"내 대답 아직 안들었잖아."

"..."

심호흡을 하고 그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긴장한 듯한 그의 얼굴이 보였다.

"솔직히 그때 그 쪽..아니 김원식씨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습니다. 우리 부모님세대에도 안했을 말을 하니까요."

그가 살짝 웃었다.

"..하지만 싫어서 그런게 아니에요. 원식씨한테 확신이 드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지만 사실 확신이 안들었던건 저였을거에요. 제가 그 쪽을 마음에 들어한다는 확신이 필요해서.

 애들을 만나서 놀고 해봤는데 그쪽이 저한테 첫눈에 반했다고 한 말이 맴돌았어요."

"..."

"그리고 그때 깨달았어요."

이 말을 하며 김원식을 올려다보았다. 심호흡을 한번하고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제가 그쪽한테 첫눈에 반했다는걸요."

왜일까. 이 말을 다 하고나니 울컥하는 느낌과 함께 눈물이 흘렀다. 슬프지 않았다. 하지만 후련함이 느껴졌다. 막혔던 가슴 한 켠이 벙 뚫린 느낌이었다.

"그러니까..그러니까 저한테 그렇게 등돌리고 매정하게 가지마요."

분명히 웃으며 이야기했다. 하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웃고있는 입꼬리가 부들부들 떨리는게 느껴졌다.

그의 표정은..알 수 없었다. 무엇을 말하는건지. 1년동안 자신을 고생시킨 내가 미운가보다. 흐르는게 눈물인지 빗물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지만 눈가에 흐르는 물을 닦고 그를 계속 바라보았다.

여전히 무표정한 그의 얼굴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왜 내가 1년전에 그런말을 했는지..고개를 숙인채 1년전의 나를 저주하고 있을때였다.

그가 갑자기 나를 안아왔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가만히 있는것 밖에는.

"..그 말, 진심이에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나를 놓고 내 얼굴을 다시 바라보았다.

"이렇게 말해줘서 고마워요."

"..."

"아까 말했듯이 좋아해요."

1년전 그때도 1년후 지금도 변함없이.

첫눈에 반해있어요.


왜일까. 그 말을 듣자 눈물이 쏟아졌다. 다리에 힘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는 그제야 우리가 비를 계속 맞고있었다는것을 깨달았는지 허겁지겁 우산을 주워와 내 위로 씌어주었다.

"비 맞지 말라니까요..우리 둘 다 옷이 젖어버렸네. 홍빈씨 감기걸리겠다."

이와중에 내 걱정만 하는 그에 웃음이 나왔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와 한참을 걸었던 것 같다. 그 작은 우산을 함께 나눠쓰며.

지난 1년사이의 일을 듣다보니 우리집 앞에 와있었다. 오늘따라 빨리 온 것 같았다.

"..다왔다."

"그러게. 춥겠어요. 얼른 들어가서 씻고 옷 갈아입어요."

그런 그를 올려다 보았다. 여전히 그는 웃고있었다.

"아, 꿈만 같아요. 너랑 이렇게 걸어온게."

"꿈 아니야. 꿈이면 내일도 또하면 되잖아."

그는 웃으며 내 꼬를 살짝 잡았다.

"왜 예쁜말만 골라서 해요. 춥다, 얼른 들어가요. 들어가면 연락하고."

그는 내게 손을 흔들며 걸어갔다.

그에게 다실 뛰어가 안겼다. 그리고 발을 조금 세워 그에게 입을 맞췄다. 충동적이었다.

"..아..아...그게. 미안."

내 말에 그가 웃으며 다시 입을 맞추었다.

"잘자고. 내일봐. 아침에 전화할게."

그가 웃으며 다시 걸어갔다.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집으로 들어와 젖은 옷을 세탁기에 넣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나와 창밖을 바라보았다.

아침과는 다르게 하늘에는 붉은 노을과 함께 선명한 무지개가 떠있었다.


-

커피를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섰을때였다. 방 문이 열리더니 그가 나왔다. 3년전 제 심장을 설레게 만들었던 장본인.

"일어났어?"

"..으응..굿모닝..일찍 일어났네."

그가 나에게 걸어와 어꺠에 머리를 얹고는 이리저리 비볐다.

"빗소리 듣고 깼어. 토톡 소리가 듣기 좋아서."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빗소리 들으니까 그 날이 생각나서."


여전히 제 심장을 설레게 하는 김원식이 자신을 향해 웃어보인다.

그 날 이후 우리는 평범함 연인들 처럼 밥먹고 영화보고의 일상을 지내왔다. 물론 싸우기도 했지만.

하지만 여전히 그는 나를 향해 웃어주었다.


물론 난 여전히 그에게 첫눈에 반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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