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주야! 여기!"
익숙한 술집에 들어가자마자, 나와 정국을 반갑게 반겨주는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다.
말로만 들었던 그 '전정국'의 실물을 영접할 수 있다는 기회를 놓칠 수 없다며,
친구님께서 허락해주셨기에 정국을 데려 올 수 있었다.
아, 오늘은 좀 진탕 술 좀 마셔보나했는데 이 자식이 있으면 술도 제대로 못 마실텐데...
"와.. 얘가 그 전정국이야? 네가 맨날 말로만 소개하던?"
잘생겼다며 왜 이렇게 잘생긴애를 한번도 소개 안 시켜줬냐며 내 어깨를 통통치는 친구를 보며,
네가 이럴꺼니까... 소개 안 시켜줬지. 라는 말을 삼키는 나.
어쩌면, 우리가 만날 때마다 정국이를 다시 데려오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벌써 머리가 아프네...에효
"어.. 처음보지? 인사해 정국아. 누나 친구야."
"안녕하세요 누나, 전정국이라고 합니다."
"그래 반가워 ! 그냥 나도 여주처럼 편하게 대해! 그런데, 우리 정국이는 몇살이니?"
인사하는 정국을 보며, 귀엽다는 듯이 턱을 괴고 정국을 쳐다보는 내 친구.
저봐저봐 또 시작이네 저거... 하아
"19살이에요."
정국의 나이를 듣자,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물들어가는 친구의 얼굴.
어떻게 보면 또래 같긴 한데, 또 어떨 때는 성인 같은 정국이기에 친구의 반응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19살?!?! 야 그럼 미성년자면...너 철컹철....!!!"
술을 마시다가 뿜을 뻔 한것을 참고는, 황급히 친구의 입을 틀어막았다.
저년이 벌써 술에 취했나...? 깜짝 놀랐네..
아오 저것을 진짜 !
정국이의 반응을 보려고 정국이를 쳐다보자, 나와 눈이 마주친 정국이는
재밌다는 듯 웃고 있었다.
넌 재밌니..?
"누나, 철컹철컹이 뭐에요...?"
정국이 특유의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본다.
왜! 왜!! 왜 쳐다봐! 왜!
"야, 넌 다 알면서...!"
"애가 모른다는데 네가 왜 난리야? 우리 정국이. 이리 와 보렴.. 누나와 좋은시간을 가지자꾸나."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지난 것 같다.
귓속말로 속닥속닥 거리는 건 아니지만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나는 혼자 두고 둘이서만 좋다고 키득키득 거리고 있다.
딱히 듣고 싶은 마음도 없었기에 덕분에 계속 술만 마셨더니 정신이 약간 음...
정국이가 두 명으로 보이네...
아. 확실히 취했나 보다.
정국이가 적당히 마시랬는데.....
자꾸만 나를 깔아뭉개는 느낌에 눈이 번쩍 떠졌다.
눈앞에는 거의 매일 봐왔기에 익숙한 얼굴이 누워있었다.
하.. 이 자식 또 집에 안 들어가고 여기서잤구나..
이런 적이 한번 두번도 아니고.. 이제는 익숙하다.
그만큼 집에 들어가서 자라고 잔소리를 해댔는데, 이 자식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모양이다.
그리고....
어쩐지 무겁다 했더니, 또 발 올리고 잤어...
내가 발 베개냐?!
근데..그럼 정국이가 나 여기까지 데리고 온 건가?
멀뚱멀뚱 눈을 떠서는 정국이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속마음이 튀어나왔다.
"누구 동생인지, 진짜 잘생겼네."
진짜 잘생겼어.. 진짜 진짜
아니 어릴 때도 물론 귀엽긴 했지만... 진짜 잘생겼다
"내가 원래 좀 잘생겼어. 더 자"
내가 깨버린 탓에 살짝 깬 것인지, 비몽사몽 한 눈을 뜨고는 푹 잠겨있는 목소리로 말하는 정국이다.
와 목소리도 잘생겼어..
"넌 누나만 쫓아다니지 말고, 여자친구도 좀 만들어."
그리고 나에게 쓰는 시간을 너의 여자친구에게 좀 쓰는 게 어떻겠니..?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신경꺼."
짜증 난다는 듯 이불을 박차고 침대 위에 앉은 정국.
아.. 저 모습마저 귀엽다니. 나는 콩깍지가 단단히 씐 걸 거야.
"나 너 여자친구 있는 거 한번도 본 적이 없는데?"
"있어."
정국이는 귀찮다는 듯 대충 이야기했지만, 있다는 말에 누워있던 나도 황급히 정국이를 따라
침대 위에 앉고서는 정국이에게 온갖 질문을 던졌다.
"있다고? 정말? 진짜? 언제 만났어? 얼마나 사귄 건데? 어디서 만났어? 착해? 잘해줘?"
"언제 만난 지 몰라. 얼마나 사귄 지 기억 안 나. 학교에서 만났겠지. 착하고, 잘해줘."
다 기억이 안 나면 도대체 기억하고 있는 게 뭐야...?
있긴 한 거야 정말로?
정국의 말을 듣고서도 의심이 가득 담긴 눈으로 정국이를 쳐다보자, 정국이는 내 눈을 피해 황급히 화장실로 도망갔다.
뭐, 사실 황급히는 아니다. 그냥 천천히 걸어갔는데.. 뭔가 나를 피한 기분이었다.
누나가 그렇게 귀찮았냐..?
"정국아! 컴퓨터 끄고, 나와서 밥먹어!"
정국이가 좋아하는 음식과 정국이가 먹고 싶다던 음식을 한 상 가득 차려놓은 후에 정국이를 불렀다.
저 자식.. 또 고급시계하고 있지?
불러도 한참 대답이 없다가, 인기척이 들리길래 이제 나오나 했더니
헤드셋 끼려고 움직인 거였다.
"전정국!!!!!!!!!!!"
결국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나는 정국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어차피 저 자식은 무서워하지도 않겠지만
"아, 나 덜 끝났는데..."
내가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눈치를 보며 방을 빠져나오는 정국이.
"밥 먹고 하라고 밥먹고"
내가 살짝 기분이 상한 눈치니까, 귀여운 정국이는 황급히 한입을 먹고는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맛있다며 온갖 칭찬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 우리 정국이는 어쩜 저렇게 귀엽지..?
진짜..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 밥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는 말을 이해를 못 했었는데
정국이를 보면 이해가 간다.
거의 모든 반찬과 밥을 두 그릇이나 먹고서, 운동해야겠다며 같이 운동가자는 정국이.
아... 오늘도 정국이에게 시달리려나 보다.
아 되게 열심히 썼는데
분량이...분량이 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