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우진이가 제 방에 들어오더니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요즘에 하도 아픈 걸 숨기던 아이라서 오랜 시간 참다가 말한 게 티가 났죠. 순간 번뜩인 겁니다. 약 지난번에 다 썼는데... 아이는 아파하지 지금 새벽이라 문 연 약국도 없을 뿐더러 고위험군 반인반수 약을 구하려면 연구소에 내 발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이야기였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다가 윤지성선배에게 연락했습니다. 새벽 3시라 그런지 전화를 안 받는 겁니다. 배진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순간 눈앞이 흐릿해지면서 손까지 덜덜 떨렸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간절하게 바라며 다니엘에게 전화를 걸었죠. 진짜 너무 다행이게도 얼마 안 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 누나... 왜....?'
"진짜, 진짜...."
'누나 울어? 뭐야? 무슨 일인데? 지금 내가 갈까?'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우진이가 아픈데, 약이 없어..."
'늑대.... 무슨 약? 어떤 종류?'
"바이러스성 장염..."
'아... 다행이다. 나한테 하나 있어. 지금 바로 가져갈게. 조금만 기다려.'
순간 마음이 놓이는 와중에도 2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라는 걸 알기에 심장이 쿵합니다. 또 땀만 삐질삐질 흘린 채 가만히 누워있는 아이를 보는 게 제가 다 아픈 거예요. 차라리 내가 전부 아팠으면 싶더라고요.
"우진아, 조금만 참아볼 수 있겠어..? 다니엘이.. 가져온다고 했어...."
"나 잘 참아."
왜 그러게 맨날 참느냔 말입니다. 내가 진짜 너무 속상해서...
---
"우진아, 조금 따끔할 거야."
다니엘이 오자마자 소독한 주사에 약을 넣고 누구보다 빠르게 우진이 혈관에 찔러 넣었습니다. 아... 약발이 잘 들어야 할 텐데요... 그래도 백신을 넣고 나니까 뭔가 한시름 놓게 되더라고요. 잔뜩 늘어져서 우진이 손만 꼭 잡아주고 있는데 그런 내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다니엘이 보였습니다. 아, 감사하다는 인사도 안했네요.
"고마워... 정말..."
"아니야. 괜찮아. 근데, 나도 가진 게 이게 전부라..."
"큰일이네... 그래도 예전엔 아이들 아프면 치료라도 빨리 해줄 수 있었는데...."
또 속상해집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것이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엔 변함이 없지만 이럴 때 보면 과연 잘한 건가 싶기도 해요. 이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지 다니엘이 우진이를 잡고 있는 내 손을 감싸듯이 잡으면서 차분하게 말합니다.
"누나는 잘한 거야. 그 생각에 변함없어, 나는. 그러니까 자책하지 않았음 해."
".........."
"솔직히 애들 여기 와서 되게 밝아졌잖아. 재환이도 그렇고, 지훈이도 그렇고."
그렇죠.... 그렇긴 하죠... 아까보단 괜찮아 진 듯 새근새근 잠을 자는 우진이를 빤히 보다 다니엘을 보았습니다. 다니엘 뒤로 보이는 창문에 해가 뜨는 것이 보이네요... 진짜 밤을 꼴딱 샜습니다....어.... 다니엘은 출근일 텐데요....?
"연구소... 가야 되지 않아...? 아.. 너 잠은? 조금이라도 잤어?"
위험한 반인반수들과 동거 중 X
ep.24 지금의 너는 연구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새벽에 우진이가 제 방에 들어오더니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요즘에 하도 아픈 걸 숨기던 아이라서 오랜 시간 참다가 말한 게 티가 났죠. 순간 번뜩인 겁니다. 약 지난번에 다 썼는데... 아이는 아파하지 지금 새벽이라 문 연 약국도 없을 뿐더러 고위험군 반인반수 약을 구하려면 연구소에 내 발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이야기였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다가 윤지성선배에게 연락했습니다. 새벽 3시라 그런지 전화를 안 받는 겁니다. 배진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순간 눈앞이 흐릿해지면서 손까지 덜덜 떨렸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간절하게 바라며 다니엘에게 전화를 걸었죠. 진짜 너무 다행이게도 얼마 안 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 누나... 왜....?'
"진짜, 진짜...."
'누나 울어? 뭐야? 무슨 일인데? 지금 내가 갈까?'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우진이가 아픈데, 약이 없어..."
'늑대.... 무슨 약? 어떤 종류?'
"바이러스성 장염..."
'아... 다행이다. 나한테 하나 있어. 지금 바로 가져갈게. 조금만 기다려.'
순간 마음이 놓이는 와중에도 2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라는 걸 알기에 심장이 쿵합니다. 또 땀만 삐질삐질 흘린 채 가만히 누워있는 아이를 보는 게 제가 다 아픈 거예요. 차라리 내가 전부 아팠으면 싶더라고요.
"우진아, 조금만 참아볼 수 있겠어..? 다니엘이.. 가져온다고 했어...."
"나 잘 참아."
왜 그러게 맨날 참느냔 말입니다. 내가 진짜 너무 속상해서...
---
"우진아, 조금 따끔할 거야."
다니엘이 오자마자 소독한 주사에 약을 넣고 누구보다 빠르게 우진이 혈관에 찔러 넣었습니다. 아... 약발이 잘 들어야 할 텐데요... 그래도 백신을 넣고 나니까 뭔가 한시름 놓게 되더라고요. 잔뜩 늘어져서 우진이 손만 꼭 잡아주고 있는데 그런 내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다니엘이 보였습니다. 아, 감사하다는 인사도 안했네요.
"고마워... 정말..."
"아니야. 괜찮아. 근데, 나도 가진 게 이게 전부라..."
"큰일이네... 그래도 예전엔 아이들 아프면 치료라도 빨리 해줄 수 있었는데...."
또 속상해집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것이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엔 변함이 없지만 이럴 때 보면 과연 잘한 건가 싶기도 해요. 이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지 다니엘이 우진이를 잡고 있는 내 손을 감싸듯이 잡으면서 차분하게 말합니다.
"누나는 잘한 거야. 그 생각에 변함없어, 나는. 그러니까 자책하지 않았음 해."
".........."
"솔직히 애들 여기 와서 되게 밝아졌잖아. 재환이도 그렇고, 지훈이도 그렇고."
그렇죠.... 그렇긴 하죠... 아까보단 괜찮아 진 듯 새근새근 잠을 자는 우진이를 빤히 보다 다니엘을 보았습니다. 다니엘 뒤로 보이는 창문에 해가 뜨는 것이 보이네요... 진짜 밤을 꼴딱 샜습니다....어.... 다니엘은 출근일 텐데요....?
"연구소... 가야 되지 않아...? 아.. 너 잠은? 조금이라도 잤어?"
위험한 반인반수들과 동거 중 X
ep.24 지금의 너는 연구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새벽에 우진이가 제 방에 들어오더니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요즘에 하도 아픈 걸 숨기던 아이라서 오랜 시간 참다가 말한 게 티가 났죠. 순간 번뜩인 겁니다. 약 지난번에 다 썼는데... 아이는 아파하지 지금 새벽이라 문 연 약국도 없을 뿐더러 고위험군 반인반수 약을 구하려면 연구소에 내 발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이야기였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다가 윤지성선배에게 연락했습니다. 새벽 3시라 그런지 전화를 안 받는 겁니다. 배진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순간 눈앞이 흐릿해지면서 손까지 덜덜 떨렸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간절하게 바라며 다니엘에게 전화를 걸었죠. 진짜 너무 다행이게도 얼마 안 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어... 누나... 왜....?'
"진짜, 진짜...."
'누나 울어? 뭐야? 무슨 일인데? 지금 내가 갈까?'
"아.. 아니.. 그게 아니고.. 우진이가 아픈데, 약이 없어..."
'늑대.... 무슨 약? 어떤 종류?'
"바이러스성 장염..."
'아... 다행이다. 나한테 하나 있어. 지금 바로 가져갈게. 조금만 기다려.'
순간 마음이 놓이는 와중에도 2시간이나 걸리는 거리라는 걸 알기에 심장이 쿵합니다. 또 땀만 삐질삐질 흘린 채 가만히 누워있는 아이를 보는 게 제가 다 아픈 거예요. 차라리 내가 전부 아팠으면 싶더라고요.
"우진아, 조금만 참아볼 수 있겠어..? 다니엘이.. 가져온다고 했어...."
"나 잘 참아."
왜 그러게 맨날 참느냔 말입니다. 내가 진짜 너무 속상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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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아, 조금 따끔할 거야."
다니엘이 오자마자 소독한 주사에 약을 넣고 누구보다 빠르게 우진이 혈관에 찔러 넣었습니다. 아... 약발이 잘 들어야 할 텐데요... 그래도 백신을 넣고 나니까 뭔가 한시름 놓게 되더라고요. 잔뜩 늘어져서 우진이 손만 꼭 잡아주고 있는데 그런 내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다니엘이 보였습니다. 아, 감사하다는 인사도 안했네요.
"고마워... 정말..."
"아니야. 괜찮아. 근데, 나도 가진 게 이게 전부라..."
"큰일이네... 그래도 예전엔 아이들 아프면 치료라도 빨리 해줄 수 있었는데...."
또 속상해집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것이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엔 변함이 없지만 이럴 때 보면 과연 잘한 건가 싶기도 해요. 이런 내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지 다니엘이 우진이를 잡고 있는 내 손을 감싸듯이 잡으면서 차분하게 말합니다.
"누나는 잘한 거야. 그 생각에 변함없어, 나는. 그러니까 자책하지 않았음 해."
".........."
"솔직히 애들 여기 와서 되게 밝아졌잖아. 재환이도 그렇고, 지훈이도 그렇고."
그렇죠.... 그렇긴 하죠... 아까보단 괜찮아 진 듯 새근새근 잠을 자는 우진이를 빤히 보다 다니엘을 보았습니다. 다니엘 뒤로 보이는 창문에 해가 뜨는 것이 보이네요... 진짜 밤을 꼴딱 샜습니다....어.... 다니엘은 출근일 텐데요....?
"연구소... 가야 되지 않아...? 아.. 너 잠은? 조금이라도 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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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당연하지. 걱정 마, 누나. 나 일단 연구소 가야될 것 같아. 내가 백신은 꼭 얻어서 가져다줄게. 나 믿지?"
"어? 아.. 어... 어... 아... 무리할... 필욘 없어."
"무리 아니야. 그리고 무리해도 돼. 아무튼 나 갈게!"
"응... 조심해서 가..."
차마 우진이 손을 놓고 마중을 나갈 수 없었습니다. 다니엘도 아는지 그저 멍뭉이처럼 웃으며 인사하더니 나가버리네요. 너무 고맙고 든든해요... 백마 탄 왕자님 같은 느낌이죠... 뭔가 기대게 되고.. 기대하게 되고... 그러네요.
---
아, 핸드폰이 울립니다. 발신번호를 보니 선배네요. 아니 아침도 아니고 오후 4시가 다 되어가는 지금에서야 연락을 한다고요? 안되겠습니다. 욕이라도 시원하게 한바가지 해야지.
'야야야야 큰일이야, 큰일 났어.'
근데 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진짜 다급해 보이는 선배의 목소리가 울렸습니다. 고도의 수법일까요, 진짜 큰일이 생긴 걸까요. 왜냐고 묻는 말에 선배가 진짜 큰일을 말해주었습니다.
'상부에서 눈치 깠나봐. 아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아, 뭐부터 말해야 되지?'
눈치를 깠다고요? 뭘요? 아 일단 아이들이 들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눈치를 주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 습하네요. 결론은 불쾌지수가 오르고 있다는 말이 되지요. 괜스레 미간에 힘이 들어갑니다. 후.. 표정관리 해야겠어요. 아이들이 창문에 따닥따닥 붙어서 절 살펴보고 있으니까요.
"깔끔하게 요약해서 알려주실래요? 두서없는 말 딱 질색하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선배님, 배진영입니다. 깔끔하게 브리핑하겠습니다. 백사자가 선배님이 보고 싶다고 합니다. 상부가 선배님을 찾아오라고 했습니다. 상부가 아무래도 선배랑 우리가 내통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는 듯이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역시 배진영. 잘 키웠네요. 아니 근데 이게 말일까요, 방구일까요? 그리고 백사자는 4개월 전에 태어났다고 했잖아요. 거의 7개월 전에 나온 나를 알 리가 없는데 어떻게 내가 보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는 거죠?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나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습니다. 지금 큰일이 난 거요.
'누나? 누나 괜찮아?'
"마음 같아서는 연구소장 얼굴에 욕이라도 하고 싶은데... 아... 일단 알았어. 생각 정리하고 다시 연락할게. 새로운 소식 있으면 전화 해."
알겠다는 대답을 듣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복잡한 머릿속에 근처에 있던 의자를 끌어다가 앉은 후 차분히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현 연구소 실세인 백사자가 절 보고 싶다고 했으니 상부는 당연히 절 찾기 위해 기를 쓰겠지요. 그렇게 되면 윤지성선배나 배진영 선에서 해결할 수 없게 될 것이 분명합니다. 윤지성 선배는 거짓말을 하면 앞뒤가 안 맞아서 들키게 되는 스타일이고 배진영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현재 자체가 대단하니까요. 어쨌든 결론은 들키게 되는 것이겠죠. 그럼 만약에 제가 여기 있다는 것을 들켰다는 전제를 두면... 윤지성선배는 물론 배진영, 다니엘에게 불똥이 튈 것입니다. 그리고 민현이를 걸고넘어지든 성우를 걸고넘어지든 뭐라도 걸고 넘어져서 아이들을 데려가겠지요. 최악의 시나리오네요. 그럼 만약 제가 제 발로 들어간다는 전제를 둬봅시다. 말로는 연구소장 이겨먹을 자신이 있습니다. 또한 제가 그간 논문으로 접하면서 새로운 연구방법을 생각하기도 해서 아마 연구소장이라면 절 반기겠죠. 아이들은... 조건을 걸면 어찌저찌 넘어갈 것 같아요. 저번에 재환이 때도 절대 아이가 다치는 일은 없게 했었으니까 약속은 잘 지키겠죠.
아... 문제는 아이들이 연구소에 가는 것을 좋아하느냐 입니다. 절대 싫어할 것 같아요. 창문을 쳐다보니 자신들을 봤다고 좋아하는 아이들이네요. 하... 미치겠네.
---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요. 들키는 건 시간문제고요. 일단 우진이랑 지훈이는 먼저 재웠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있어 아이들이 심히 불안해 할 것이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이지요. 지훈이와 우진이가 잠든 것을 확인한 성우, 민현이, 재환이가 나오고 거실 탁자에 둘러앉았습니다. 아마 이 아이들은 제가 밖으로 나갈 때부터 무언가를 느끼고 있었겠지요. 그래서인지 성우가 먼저 물꼬를 텄습니다.
"우진이랑 지훈이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우진이 아프잖아. 스트레스 주면 안 돼. 일차적으론 너네에게 물어보고,"
"주인님이라면 이미 답이 나왔을 것 같은데요."
"맞아. 답은 하나야. 연구소에 내 발로 들어가는 거. 솔직히 자존심 이딴 거는 하나도 문제가 안 되는데... 난 너희가 걱정 돼."
"우진이랑 지훈이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우진이 아프잖아. 스트레스 주면 안 돼. 일차적으론 너네에게 물어보고,"
"주인님이라면 이미 답이 나왔을 것 같은데요."
"맞아. 답은 하나야. 연구소에 내 발로 들어가는 거. 솔직히 자존심 이딴 거는 하나도 문제가 안 되는데... 난 너희가 걱정 돼."
"우진이랑 지훈이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우진이 아프잖아. 스트레스 주면 안 돼. 일차적으론 너네에게 물어보고,"
"주인님이라면 이미 답이 나왔을 것 같은데요."
"맞아. 답은 하나야. 연구소에 내 발로 들어가는 거. 솔직히 자존심 이딴 거는 하나도 문제가 안 되는데... 난 너희가 걱정 돼."
비디오 태그를 지원하지 않는 브라우저입니다
"난 싫어요."
줄곧 가만히 우리를 보던 재환이가 말했습니다. 어... 솔직히 재환이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알았어요. 근데 이렇게 직설적으로 싫다고 할 줄이야.. 하긴 재환이는 연구소가 진짜 싫긴 하겠지요. 재환이의 말에 따라 아이들도 자신의 생각을 내보였습니다.
"저는, 좋아요. 어쨌든 그곳에 주인님이 있다면요."
"나도 괜찮아. 난 솔직히 문제 될 건 없잖아."
그렇다고 해서 재환이 의견을 무시할 순 없습니다. 제가 전제로 뒀던 2가지는 어쨌든 들키거나 내 발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만약, 진짜 만약에 들키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괜찮은 거 아닐까요? 만약 이번에... 이번에 저희가 이사를 가게 되면요... 선배든 배진영이든 연락을 다 끊어야겠지요. 다니엘과도.... 끊어야 되는 게 맞겠죠. 이제야 알겠습니다. 왜 선배가 결혼이야기를 하던 날 제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불편했는지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지금이 행복하긴 하지만... 점점 평범한 삶과는 동떨어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연구소에서 나와 그나마 알고 지내던 측근들과도 연을 끊게 되면... 그렇게 되면 이제 완전히 아이들하고만 살 수 있게 되겠지요. 어릴 때부터 꿈꿔 오던 평범한 삶과는 점점 멀어지고.. 전 그저... 평범하고 싶었는데...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남편과 자식과 오순도순 살고 싶었는데... 참...
"주인님,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어? 그건 갑자기 왜...?"
"그냥... 항상 물어봐도 대답을 들은 적 없는 거 같아서요."
"아... 내가 말 안 해줬었나....?"
"네. 저는 싫으면 싫다 표현을 했는데... 주인님은 싫든 좋든 다 숨기셨잖아요. 그러니까 표현해주세요."
그러게요... 저야말로 참는 게 익숙해졌네요. 순간 울컥하는 감정이 밀려들었습니다. 아이에게 참지 말라고 해놓고 전 곪을대로 곪아서 둔해질 만큼 참고 있었나봅니다. 아이들 앞에서 절대 약한 모습 보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감취진 거 말고... 진실 된 주인님 감정이요... 전 그게 듣고 싶어요..."
"그래요, 주인님. 알고 보면 주인님이 제일 기댈 곳이 없잖아요..."
"맞아, 주인아... 이렇게 울기만 하지 말고... 뭐가 어떻게 힘든지 말해줘야 우리가 도와주지..."
"아 진짜 참으려고 했는데 왜 성우 너가 울고 그래 진짜....!"
한 번도 운 적 없던 성우까지 울어버리니 저도 막 눈물이 나는 겁니다. 울음소리를 참을 수 없을 만큼 격양된지라 진짜 끅끅대며 울고 있는데 우리가 우는 소리에 잠자던 아이들도 잔뜩 놀라서 뛰쳐나왔습니다. 곧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 아이들도 울먹거리더니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뭐야아...! 뭔데에....!! 왜 다 울고 이써!!!!"
"뭐야 진짜... 왜 울고 있고 그래요..."
아주... 눈물 파티네요...
---
마침 일어난 김에 어린 아이들에게도 지금 사태를 말해주었습니다. 지훈인 생각보다 담담하게 반응했지만 우진이는 다소 격하게 반응하더라고요.
"언젠가.. 이럴 줄 알았어요..."
"아니 근데 그렇다고 왜 백사자 때문에 우리가 이래야 돼?!"
옳소! 우리 우진이 말 잘하네요. 그건 그래요. 그깟 백사자가 뭐라고 우리가 이렇게 눈물파티를 해야 하는지 정말... 지금 이러고 있어도 딱히 답이 나오지 않는 와중에 지훈이가 말했습니다.
"주인님. 주인님 그쪽 대장 이길 수 있죠?"
"연구소장? 어. 일단 가능해."
"그럼 싸워서 이기고 와요. 난 연구소 다시 들어가도 상관없을 것 같으니까!"
"너... 연구소 냄새도 싫어하잖아."
"아니 자존심 상하잖아요. 그깟 게 뭐라고. 우리 집에도 흑표범형 있어!"
"맞아! 우리 형아 귀도 접을 수 있는 형아라고! 형아 한 번 보여줘!"
"아니 하긴 하는데 이게 지금 필요한 건가?"
"응! 재밌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했던 것만큼 아이들이 싫어하진 않네요...? 오히려 장난스러워서 별 일 아닌 것 같아요... 아무튼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을 깨준 연구소장을 조지러 가야겠습니다.
+++
Q1. 다니엘군은 진짜 잠을 자다 온 건가요?
A1.
"정확하게 말하면... 대휘 덕분에 못 자고 있다가 이제 막 자려고 누웠는데 누나한테 전화가 온 거죠. 나름 1분은 잤겠죠, 뭐... 누나한테는 진짜 비밀이에요."
Q2. 호랑이 지훈 군은 정말로 연구소 다시 들어가는 거 괜찮나요?
A2.
"우음.. 아니요. 근데, 괜찮아야 해요. 무조건.."
+아가들 코코낸내 하자+
(성우시점)
주인이 할 말이 있다고 했어요.
아무래도 아까 밖에 나갔을 때의 일을 얘기하려던 것 같아요.
자는 척 하기 위해 침대 위로 올라오니 지훈이가 베개를 들고 와 옆에 누워요.
"오늘은 나야? 웬일로 사막여우 아니고?"
"저는, 좋아요. 어쨌든 그곳에 주인님이 있다면요."
"나도 괜찮아. 난 솔직히 문제 될 건 없잖아."
그렇다고 해서 재환이 의견을 무시할 순 없습니다. 제가 전제로 뒀던 2가지는 어쨌든 들키거나 내 발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만약, 진짜 만약에 들키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괜찮은 거 아닐까요? 만약 이번에... 이번에 저희가 이사를 가게 되면요... 선배든 배진영이든 연락을 다 끊어야겠지요. 다니엘과도.... 끊어야 되는 게 맞겠죠. 이제야 알겠습니다. 왜 선배가 결혼이야기를 하던 날 제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불편했는지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지금이 행복하긴 하지만... 점점 평범한 삶과는 동떨어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연구소에서 나와 그나마 알고 지내던 측근들과도 연을 끊게 되면... 그렇게 되면 이제 완전히 아이들하고만 살 수 있게 되겠지요. 어릴 때부터 꿈꿔 오던 평범한 삶과는 점점 멀어지고.. 전 그저... 평범하고 싶었는데...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남편과 자식과 오순도순 살고 싶었는데... 참...
"주인님,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어? 그건 갑자기 왜...?"
"그냥... 항상 물어봐도 대답을 들은 적 없는 거 같아서요."
"아... 내가 말 안 해줬었나....?"
"네. 저는 싫으면 싫다 표현을 했는데... 주인님은 싫든 좋든 다 숨기셨잖아요. 그러니까 표현해주세요."
그러게요... 저야말로 참는 게 익숙해졌네요. 순간 울컥하는 감정이 밀려들었습니다. 아이에게 참지 말라고 해놓고 전 곪을대로 곪아서 둔해질 만큼 참고 있었나봅니다. 아이들 앞에서 절대 약한 모습 보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감취진 거 말고... 진실 된 주인님 감정이요... 전 그게 듣고 싶어요..."
"그래요, 주인님. 알고 보면 주인님이 제일 기댈 곳이 없잖아요..."
"맞아, 주인아... 이렇게 울기만 하지 말고... 뭐가 어떻게 힘든지 말해줘야 우리가 도와주지..."
"아 진짜 참으려고 했는데 왜 성우 너가 울고 그래 진짜....!"
한 번도 운 적 없던 성우까지 울어버리니 저도 막 눈물이 나는 겁니다. 울음소리를 참을 수 없을 만큼 격양된지라 진짜 끅끅대며 울고 있는데 우리가 우는 소리에 잠자던 아이들도 잔뜩 놀라서 뛰쳐나왔습니다. 곧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 아이들도 울먹거리더니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뭐야아...! 뭔데에....!! 왜 다 울고 이써!!!!"
"뭐야 진짜... 왜 울고 있고 그래요..."
아주... 눈물 파티네요...
---
마침 일어난 김에 어린 아이들에게도 지금 사태를 말해주었습니다. 지훈인 생각보다 담담하게 반응했지만 우진이는 다소 격하게 반응하더라고요.
"언젠가.. 이럴 줄 알았어요..."
"아니 근데 그렇다고 왜 백사자 때문에 우리가 이래야 돼?!"
옳소! 우리 우진이 말 잘하네요. 그건 그래요. 그깟 백사자가 뭐라고 우리가 이렇게 눈물파티를 해야 하는지 정말... 지금 이러고 있어도 딱히 답이 나오지 않는 와중에 지훈이가 말했습니다.
"주인님. 주인님 그쪽 대장 이길 수 있죠?"
"연구소장? 어. 일단 가능해."
"그럼 싸워서 이기고 와요. 난 연구소 다시 들어가도 상관없을 것 같으니까!"
"너... 연구소 냄새도 싫어하잖아."
"아니 자존심 상하잖아요. 그깟 게 뭐라고. 우리 집에도 흑표범형 있어!"
"맞아! 우리 형아 귀도 접을 수 있는 형아라고! 형아 한 번 보여줘!"
"아니 하긴 하는데 이게 지금 필요한 건가?"
"응! 재밌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했던 것만큼 아이들이 싫어하진 않네요...? 오히려 장난스러워서 별 일 아닌 것 같아요... 아무튼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을 깨준 연구소장을 조지러 가야겠습니다.
+++
Q1. 다니엘군은 진짜 잠을 자다 온 건가요?
A1.
"정확하게 말하면... 대휘 덕분에 못 자고 있다가 이제 막 자려고 누웠는데 누나한테 전화가 온 거죠. 나름 1분은 잤겠죠, 뭐... 누나한테는 진짜 비밀이에요."
Q2. 호랑이 지훈 군은 정말로 연구소 다시 들어가는 거 괜찮나요?
A2.
"우음.. 아니요. 근데, 괜찮아야 해요. 무조건.."
+아가들 코코낸내 하자+
(성우시점)
주인이 할 말이 있다고 했어요.
아무래도 아까 밖에 나갔을 때의 일을 얘기하려던 것 같아요.
자는 척 하기 위해 침대 위로 올라오니 지훈이가 베개를 들고 와 옆에 누워요.
"오늘은 나야? 웬일로 사막여우 아니고?"
"저는, 좋아요. 어쨌든 그곳에 주인님이 있다면요."
"나도 괜찮아. 난 솔직히 문제 될 건 없잖아."
그렇다고 해서 재환이 의견을 무시할 순 없습니다. 제가 전제로 뒀던 2가지는 어쨌든 들키거나 내 발로 들어가는 것이었습니다. 근데 만약, 진짜 만약에 들키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괜찮은 거 아닐까요? 만약 이번에... 이번에 저희가 이사를 가게 되면요... 선배든 배진영이든 연락을 다 끊어야겠지요. 다니엘과도.... 끊어야 되는 게 맞겠죠. 이제야 알겠습니다. 왜 선배가 결혼이야기를 하던 날 제 마음이 싱숭생숭하고 불편했는지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지금이 행복하긴 하지만... 점점 평범한 삶과는 동떨어지고 있는 느낌입니다. 연구소에서 나와 그나마 알고 지내던 측근들과도 연을 끊게 되면... 그렇게 되면 이제 완전히 아이들하고만 살 수 있게 되겠지요. 어릴 때부터 꿈꿔 오던 평범한 삶과는 점점 멀어지고.. 전 그저... 평범하고 싶었는데...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남편과 자식과 오순도순 살고 싶었는데... 참...
"주인님,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
"어? 그건 갑자기 왜...?"
"그냥... 항상 물어봐도 대답을 들은 적 없는 거 같아서요."
"아... 내가 말 안 해줬었나....?"
"네. 저는 싫으면 싫다 표현을 했는데... 주인님은 싫든 좋든 다 숨기셨잖아요. 그러니까 표현해주세요."
그러게요... 저야말로 참는 게 익숙해졌네요. 순간 울컥하는 감정이 밀려들었습니다. 아이에게 참지 말라고 해놓고 전 곪을대로 곪아서 둔해질 만큼 참고 있었나봅니다. 아이들 앞에서 절대 약한 모습 보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
"감취진 거 말고... 진실 된 주인님 감정이요... 전 그게 듣고 싶어요..."
"그래요, 주인님. 알고 보면 주인님이 제일 기댈 곳이 없잖아요..."
"맞아, 주인아... 이렇게 울기만 하지 말고... 뭐가 어떻게 힘든지 말해줘야 우리가 도와주지..."
"아 진짜 참으려고 했는데 왜 성우 너가 울고 그래 진짜....!"
한 번도 운 적 없던 성우까지 울어버리니 저도 막 눈물이 나는 겁니다. 울음소리를 참을 수 없을 만큼 격양된지라 진짜 끅끅대며 울고 있는데 우리가 우는 소리에 잠자던 아이들도 잔뜩 놀라서 뛰쳐나왔습니다. 곧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 아이들도 울먹거리더니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뭐야아...! 뭔데에....!! 왜 다 울고 이써!!!!"
"뭐야 진짜... 왜 울고 있고 그래요..."
아주... 눈물 파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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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일어난 김에 어린 아이들에게도 지금 사태를 말해주었습니다. 지훈인 생각보다 담담하게 반응했지만 우진이는 다소 격하게 반응하더라고요.
"언젠가.. 이럴 줄 알았어요..."
"아니 근데 그렇다고 왜 백사자 때문에 우리가 이래야 돼?!"
옳소! 우리 우진이 말 잘하네요. 그건 그래요. 그깟 백사자가 뭐라고 우리가 이렇게 눈물파티를 해야 하는지 정말... 지금 이러고 있어도 딱히 답이 나오지 않는 와중에 지훈이가 말했습니다.
"주인님. 주인님 그쪽 대장 이길 수 있죠?"
"연구소장? 어. 일단 가능해."
"그럼 싸워서 이기고 와요. 난 연구소 다시 들어가도 상관없을 것 같으니까!"
"너... 연구소 냄새도 싫어하잖아."
"아니 자존심 상하잖아요. 그깟 게 뭐라고. 우리 집에도 흑표범형 있어!"
"맞아! 우리 형아 귀도 접을 수 있는 형아라고! 형아 한 번 보여줘!"
"아니 하긴 하는데 이게 지금 필요한 건가?"
"응! 재밌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생각했던 것만큼 아이들이 싫어하진 않네요...? 오히려 장난스러워서 별 일 아닌 것 같아요... 아무튼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을 깨준 연구소장을 조지러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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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다니엘군은 진짜 잠을 자다 온 건가요?
A1.
"정확하게 말하면... 대휘 덕분에 못 자고 있다가 이제 막 자려고 누웠는데 누나한테 전화가 온 거죠. 나름 1분은 잤겠죠, 뭐... 누나한테는 진짜 비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