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d_ piper
w. 달 월
-이 Pied_ piper 위에 움짤이 안보이면 나갔다가 들어와주세요 이게 위에 움짤이 안보이면 아래 있는 움짤이랑 비젬도 다 안보이는것 같더라구요 ㅜㅠㅠ
번거롭더라도 해주실꺼죠? 그래도 안보이면 말씀해주세용 제 글은 움짤이 다하기떄무네... ㅠㅠ
-브금 꼭 들어주세요!!! 분위기는 브금이 다하고 있다고 합니다!
06.
사실 호기심이 더 컸다. 승부욕도 생겼었고.
나도 그 날을 기억한다.
동아리 뒷풀이 날.
누나는 늘 그런 식이었다. 내가 회장 후보 추천을 몇 번이나 받았다고 했을때도, 나한테 설렌적 없었냐고 했을 때도. 웃기는 소리하지 말라며 늘 장난으로 받아쳤다.
물론, 그게 진심일 수도 있겠지만.
그 이야기가 나온 이후에 기분이 가라 앉아서 계속 곱씹게 됐다. 정말로, 거의 반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 했는데 설렌 적이 없다고? 정말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나는 몇 번 있었는데.
눈이 마주쳤을때 괜히 민망해서 의자 치우는 척 할때도, 칠칠치 못하게 뭐 먹을때 입에 묻히고 먹을때도, 내 말도 안되는 농담에 해맑게 웃어줄때도. 또... 아니다, 여기까지만 하자.
누가 보면 좋아하는 줄 알겠네.
좋아하는거 까진 아니고. 그냥 뭐, 귀엽다 정도.
술자리가 파하고, 섭섭한 마음으로 여주 누나랑 지하철 역까지 걸어왔다. 이런 내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미련없다는 듯이 간다,하고는 씩씩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잠깐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바닥에 앉아 헤실헤실 웃고있는 누나에게로 다가갔다.
뭐해요.
내 질문에 밤하늘이 이쁘다며 또 베시시 웃고 앉아있다. 취했네. 단단히 취했어. 얼마나 마셨다고 저러는 거야. 후, 하고 한숨을 몰아쉬고 등을 내밀었다.
업혀요.
전혀 망설이는 기색도 없이 업히는 모습에 기가 찼다. 거기에 모잘라 전정구기~ 힘쎈데, 하며 엉덩이를 톡톡 치는 손짓은 더 어이가 없었다.
헛웃음이 절로 샌다. 너무 가벼워. 살 좀 쪄야겠다 누나, 하고 읊조리며 터덜터덜 길을 걸었다.
한참을 걷다가, 내가 뭐 이쁘다고 이렇게 데려다 주고있는지 괘씸해서 입을 열었다.
"진짜 없었어요?"
뭐가, 하고 웅얼거리는 목소리에 한번 더 질문했다. 나한테 설렜던적 진짜 없냐고. 나름 진지하게 임한 질문이었는데
응, 없어~ 하고 또, 또 장난이다.
됐다, 이 누나 마음에 들어봤자지. 나도 장난으로 받아치며 티격거리다 보니 어느새 누나 집 앞에 도착했다.
고마워. 데려다 줘서,
하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쾅, 들어가는 누나의 모습에 가슴 한 켠이 허했다.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07.
그렇게 몇 주가 지났다. 그 이후로 누나를 보기가 너무 힘들었다. 등굣길에서도, 하굣길에서도.
혹시나, 하고 들른 동아리 방에도 누나는 없었다.
그 사이에 버스킹 공연 팀도 꾸리고, 공연도 몇 번 나가게 되었다. 이런 저런 일들이 많다보니 뒷풀이가 많았다.
필수 참여라 반 강제로 멍하게 앉아있는 시간이
많았고, 술자리다 보니 연애 얘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누구랑 누구랑 만났느니, 헤어졌느니. 영 흥미가 안생겨서 대충 고개만 끄덕이며 반응 해주고 있는데, 한 여자 선배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정국이는 연애안해?"
간단하게 네, 안해요. 라고 답하니 뒤따르는 질문은 왜? 였다.
왜라고 한다면,
연애? 한번도 생각 해본 적이 없었다. 굳이 할 필요성도 못 느꼈고. 늘 주위에 여사친들이 있었고, 밥 먹고, 놀러가고 하면서도 딱히 설렌다던가 사귀고 싶다던가 하는 생각을 한적이 없었다.
늘 가까이 지내면 내가 남자로써 좋아졌다며 불쑥 고백해오는 친구들은 종종 있었지만, 친구를 잃게 될 뿐 진전이 되거나 그러진 않았다.
누나는 예외였다.
오래 알고 지냈지만 떠나지 않은 사람. 생각하면 그저 맑은 사람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나에게 선배는 한가지 질문을 더 보탠다.
"그럼 좋아하는 사람은?"
불현듯 누나가 스쳤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야, 안좋아하는데. 그걸 좋아한다 할 수 있는건가?
좋아한다는 감정이 뭔지도 아직 모르겠고.
여러가지 의문점을 품고는 그냥 간단히 고개만 저었다.
"근데 여주가 정국이 좋아하는거 아니었나?"
이건 또 무슨말인가. 에이, 절대 아니라고 대답했는데,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렇게 자주 붙어다니는게 말이 되냐는 말에 괜히 샐죽 웃음이 났다. 만나면 한번 확인해봐야지, 하는 다짐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몇 일이 지났는데도, 누나는 코빼기도 안보였다. 그러다가 얼마 전 문득 동아리 방에 우산을 두고 온 것이 생각이나서 동방으로 향했다.
삐 삐비비비빅-띠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자마자 우산을 두리번 거리며 찾았다. 쇼파 근처에 둔거 같은데, 고개를 쇼파 쪽으로 향하니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 인기척에도, 내 쪽으오 시선 한번 주지 않는 괘씸한 누나에게 말 없이 다가갔다.
뭘 또 저리 바리바리 싸와서 먹나 했더니 아이스크림이다. 벌써 혼자 반통을 비운 모양이다.
"와, 혼자 거의 비웠네요. "
누나가 흠칫하고는 멋쩍게 하하 웃으며 슬금슬금 옆 쇼파로 옮긴다. 날 보지도 않고는.
"누나 요즘 이상해요."
차오르는 서운한 마음이 담긴 내 말을 듣고도 뭐가, 하고는 아이스크림만 계속 휘적거리는 누나다. 정말 내가 뭘 잘못했나. 아니면..
"요즘 나 피하잖아요."
옮겨간 쇼파에 털썩 앉았다. 아니라면서 슬슴슬금 더 벽 쪽으로 붙는 누나에게 더 다가갔다.
"봐봐. 왜 피하는데요. 내가 뭐 잘못했어요? "
"아니, 너무 가까우니까. "
답답했다. 내 눈을 봐주질 않으니까. 좀 더 가까이 가서 볼 수 밖에 없었다. 한쪽 팔로 벽을 막아섰다.
이제 더 뒤로 갈데도 없어요. 나 좀 봐봐요.
이제서야 살짝 눈을 들어 날 봐준다. 누나의 눈에 내가 가득 담긴다. 순간적으로 그 눈이 이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짝 빨갛게 상기된 볼에 살짝 설렜던것 같기도 하고.
'근데 여주 정국이 좋아하는거 아니였어?'
빠르게 지나간 생각 이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눈동자가 좀 귀여워서, 뭐야, 남자로 안보인다고 할때는 언제고 왜 이렇게 긴장해, 하고는 원래 자리로 되돌아갔다.
적막감에 꼬물거리는 손가락이 그냥 앞을 보고 있어도 보였다. 슬쩍 보니 어색해 죽을라 하는 표정이다. 입엔 또 뭘 저렇게 묻혀놨어. 진짜 칠칠치 못해. 입에 묻은 아이스크림이나 닦으라고 말하려는 찰나에 누나가 입을 열었다.
"...아이스크림 먹을래?"
자기가 말하고도 민망한지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모습에 확인해봐야 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응."
곧바로 누나한테로 훅, 다가갔다. 그 짧은 찰나에 시선이 깊게 얽혔다. 확신이 선다. 확인해 봐도 되겠구나. 그래도 놀라겠다 싶어서 살짝만 입술을 댔다가 떼었다.
옅은 아이스림 향이 난다.
쿵쿵 소리가 울렸다. 내 심장 소린지 누나 심장소린지 잘 모르겠지만 그게 중요한 것 같진 않았다.
살짝은 벙찐 표정이, 와중에 꽉 잡고있는 아이스크림 통을 잡은 손가락이 우습기도, 귀엽기도해서 웃음이 새는걸 막지 못했다.
최대한 자연스래 아이스크림 통을 바닥에 내려놓고, 바로 벽에 닿는 허리가 불편 할 것 같아 허리를 감았다. 그리고 입술을 탐했다. 누나는 서투르게 나를 받아들였다. 입술은 왜 물고있는지, 살짝은 답답해서 고개를 위로 들게했다. 적잖게 당황해서는 벌어지는 틈새를 파고들었다.
참, 달았다.
내 품 안에서 누나는 정말 작고 달았다. 쿵쿵 박자를 맞추는 우리 둘의 심장소리가 편안했다.
삐 삐비비비빅-띠
눈치없이 들어온 불청객의 소리에 재빨리 입을 떼고 자연스래 쇼파에 앉았다.
여전히 달다.
새빨개진 얼굴과 살짝 번진 립스틱이 귀여워 보였다. 슬쩍 닦아줄 수도 있었지만 가만히 일어섰다.
"달다."
"뭐가? 뭐가 달아?"
아이스크림이요. 누나가 사온거.
얼굴이 더 새빨개져선 날 쳐다보는 누나에, 살짝 웃어주고는 방을 나설 채비를 했다.
한번 더 놀려줘야지, 싶어서 립스틱이 번졌다고 입모양으로 살짝 말해주고는 방을 나섰다.
아, 맞다, 우산.
다음에 챙겨야지 뭐. 중요한 걸 확인했으니 됐다.
08.
그 사건이 지나가고, 시간이 지날 수록 난 내 감정에 대해서 더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더 미궁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 단순한 호기심이었는지 정말 좋아하는것인지.
일단, 누나의 마음은 확인 했으니 좀 나아 졌는데, 내 마음은 도무지 모르겠다.
고민을 하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하루가 다가고 새벽 두시다. 누난 뭐하고 있을지 궁금했다. 그냥 단순히 목소리가 듣고싶었던 것 같다. 한 일주일 만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 고객님은 전화를 받을수없어...”
안받네, 내일 근처로 가야지. 공연 핑계로 다녀오면 되겠지.
아침이 밝자마자, 누나 집 근처 공원으로 후배와 같이 버스킹을 하러 갔다. 다행히 아침엔 연락이 닿아서, 공연 후에 같이 밥을 먹기로 했다.
공연도 순조로웠고, 왜 인지 꽤 재미있었고.
뒷정리를 하는데 누나가 보였다. 괜히 설레였다. 웃음이 난다.
간만에 보는건데 제대로 봐주질 않는다. 고개만 푹 숙이고는 웅얼거리는 누나의 모습이 뭔가 이상함을 느껴 허리를 굽혀 누나를 살핀다. 눈이 빨간데, 울었나? 왜? 아픈가.
... 누나, 울었지. 어디 아파요?
직접적으로 우는것도, 눈이 빨간 것도 본 적이 없었다. 무슨 일이지, 걱정이 되어, 혹시나 열이 나는건 아닌가 하고 볼에 손을 데었다. 살짝 뜨거운데.
괜찮다며 손을 떼고는 아파서 그렇다고 하며 뒤로 물러서는 모습에 다시금 한발짝 앞으로 다가갔다.
괜찮긴, 전혀 아닌데. 나 때문인거 같은데.
생각해보니 그 이후에 내 생각 정리한답시고 연락
도 안했고, 만나는 것도 오늘이 처음이구나, 하고 그제야 인지가 되었다. 나만 복잡한 것 아니고 누나도 마찬가지 였을텐데.
무거워진 마음을 혹여나 들킬까봐 거짓 웃음으로 가렸다.
후배를 소개시켜주고는 뒤돌아서 빨리 걸었다.
이젠 어떻게 해야하지.
그래서 그 이후부터 도저히 어떤식으로 대해야 할 지 감이 안 잡혔다. 곧, 생각나는대로 아무 말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이러려고 만난건 아니었는데.
헤어질 시간이 되고 역 앞에서 누나와 나는 헤어졌다. 힘없이 걷는 누나의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집까지 데려다 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우린 아무 사이도 아닌걸.
옆에서 걷고 싶었고, 함께 하고싶었다. 하지만 아직 나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한숨을 푹 내어쉬고는 계단에 걸터앉았다. 생각이 복잡하다. 정리가 하나도 안돼.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알지만, 다시 한번 확인 받고 싶어서 전화를 들었다.
그러면 조금은 내 마음이 가벼워질까 해서.
아, 정말 이기적이다, 전정국.
뚜- 신호가 간다.
" ...여보세요. "
통화음이 얼마 가지도 않아서 누나의 음성이 귀를 울렸다. 어떤 말을 해야할지를 모르겠네. 머리는 안 돌아가고. 그냥 머릿속에 있는 말들이 곧바로 나갔다.
"나 알고 있었어요. 누나가 나 좋아하는거. "
“...”
“그러니까 조금만, 조금만 더 좋아해줘요.
내가 곁에 없으면 안 될 정도로.
내가 전부가 될 정도로.”
그래서 내가 지금 이 감정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게.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네 짝짝짝.
드디어 제가 보여드리고 싶었던 정국이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쓰게되었네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서 기부니가 좋아요 ㅎㅎㅎ
관심은 늘 짜릿해, 늘 새로워!!!헤헤 감사해요
아직 자기 감정을 잘 모르는, 스물하나.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서 알아가는, 살짝은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나이에 걸쳐있는 정국이를 그려봤습니다.
3편은 내일 가져올게요! 굿밤되세요 독자님들 ㅎㅎ
암호닉 받고있습니다!! ㅎㅎ 신알신 감사해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