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
이 글은 봄날에 있는 아기곰 동혁이를 생각하면서 쓴 글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 브금이 자주 쓰일 것 같아요! ^0^ 동혁이 체고ㅠㅠ ♥
5. 여기서 답답한건 얘가 할 말도 없으면서 자꾸 교문 지나갈 때마다 눈치를 보는거야. 나는 걸린 그 날 이후로 제대로 챙겨입고 다녔으니까. 하긴 나같아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뭔가 연결될 마땅한 일이 없으면 애매할 것 같긴 해. 쨌든 그건 지 사정이니까. 근데 얘 진짜 장난꾸러기더라. 매일 옆 친구한테 말 장난하고 툭툭 건드리고. 이 때 느낀건 아쉬움 뿐이었지. 연하라는게. 이게 거의 내 철학 수준이라 내 19년 인생에 내 철학을 깬 연하가 없었지.
6. 어느 날은 고3 애들끼리 수학경시대회하는 날이었는데 물론 내 주제에 뭔가 싶기도 하고 난 당연히 구경하러 갔지. 이 시점에 이런 대회 하는 것도 웃기고. 그래서 친구랑 구경하는데 학생회 애들 5명이 도우미로 올라와있었어. 이동혁 있었나 싶겠지만 없었어. 그렇게 뻔하게 될 것 같았으면... 어쨌든 그렇게 있었는데 모르는 여자애가 나한테 인사를 하는거야. "누구야...?" "아, 그. 혹시 이동혁 아세요?" 모르는건 아니었으니까. "어. 그런데?" "교문에 매일 같이 서있는 친구에요." "아, 몇 번 본 것 같긴 하다." 여자애가 해맑게 한 번 웃어보이고는 꾸벅 인사하고 가는거야. 그냥 귀엽다 생각했는데 인사하고 가면서 뭔가 되게 초조해하는거야. 뭔가 싶다가 생각 멈추고 경시대회 구경하다가 교실로 돌아왔지.
7. 보통 인문계에서 축제를 해도 삼년동안 매년 다 하진 않잖아. 우리는 다른 학교랑 달랐던게 고1 때는 축제 안하고 고2, 고3 때만 3월마다 했어. 고3한테 학교 행사 시켜준 이유는 며칠정도는 풀어져도 괜찮지 않냐는 교장쌤의 의견이었지. 나도 고1때 안했었고 내 뒷학년들도 전부 그렇게 하고있어. 그래서 3월 말마다 체육대회를 하는데 두 학년밖에 없어서 늘 엄청 북적거리진 않더라고. 반티도 맞췄는데 우리 반은 무난하게 검정색 티였어. 무지티라서 평소에도 입을 수 있겠다 싶어서 다같이 의견 맞춰서 산거였지. 난 100미터 달리기 말고는 잘하는게 없어서 그거 빼고 나가는 종목이 없었기 때문에 친구랑 응원하다가 물마시러 스탠드 뒤로 나가는데 이동혁이랑 마주친거야. 얜 반티가 흰색 무지티더라고. 인사하면 친한척하는것 같아서 애매해서 무시하고 가는데 얘가 먼저 인사하는거야. "...안녕하세요." "아, 어." "오늘 체육대회 나가세요?" "나 백미터 달리기." "전 이어달리기...!" 이 때 내가 물 먹으러 가는 길에 만나서 얘기하는거였잖아. 그래서 얘가 근본적으로 하고싶은 말이 뭔지도 모르겠고 그랬는데 표정에 그게 다 보였나봐. 그래서 얘기하다가 이동혁이 눈치보면서 그럼 가보겠습니다... 이러고 가더라고.
8. 솔직히 생각해보면 내가 나 좋다는 애한테 철벽치는거잖아. 친구가 옆에서 계속 지켜보기만 하다가 한마디 하는거야. "야. 그냥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쟤랑 잘해봐." "또 왜그러냐..." "아~ 혹시 정재현 때문에?" 너무 당황스러웠어. 사실 내 제일 친한 친구 중에 정재현이라고 있는데 걔가 한 번 고백했었거든. 그 때 너무 놀라기도 했고 내 제일 친한 친구니까 거절했었는데 그 이후로 많이 멀어졌었거든. 그래서 그게 큰 고민이기도 했고. 그냥 어영부영 넘어 가려하니까 고개 절레절레 하더니 말더라고.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지냈는데 어떻게 사귀나 싶겠지만 어쩌다 보니 나도 그런 계기가 있어서 이렇게 인연이 잘 됐네.
9. 솔직히 이동혁도 나랑 연락할 계기도 없고 있다고 해도 번호도 없고 그렇잖아. 언제 한 번은 집 가서 잘 준비하고 있는데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었어. '사문 쌤이 또 찾으셨었는데 까먹고 지금 말씀드려요... 죄송합니다 내일 아침에 찾아가시면 된대요!' - 010-2000-0606 아무리 봐도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정말 나를 알고 보낸 문자 내용같아서 한참 고민하고 있다가 갑자기 그 번호로 문자가 한 번 더 오는거야. '아 헐 저 이동혁이라고합니다' - 010-2000-0606 그래서 이때 알았지. 그래서 아 고마워 잘자. 이렇게 보냈더니 바로 '네 안녕히 주무세요' - 2학년 이동혁 답이 오더라고. 그냥 문자 보자마자 나중에 또 이런 일로 연락 올것 같아서 아예 2학년 이동혁이라고 바로 저장해버렸어. 근데 웃긴게 사문쌤이 우리 담임쌤인데 왜 담임쌤이 직접 얘기 안하고 얘가 대신 알려준건지는 이때 되게 의문이었어.
10. 그 후에는 아침 등굣길에 마주칠 때 빼고는 딱히 얼굴 볼 일도 없고 그래서 아무 일도 없었어. 한 4월 말까지는? 나도 얘가 천천히 잊혀갈 때쯤 이동혁한테 문자가 온거야. 이 때 되게 당황했던건 내가 생각했던 그런 내용이 아니라는 점이었지. '선배 혹시 연락 가능하세요?' - 2학년 이동혁 이 때 뭔가 싶었어. 할 말이 생긴걸까 싶기도 하고. '왜? 사문 쌤 얘기야?' '아! 그런건 아니에요 그냥 연락드려도 될까 싶어서요' - 2학년 이동혁 사실 내가 얘한테 철벽친다고 친게 아니고 이쯤되면 날 포기했을까 싶었는데 아니였나 생각들더라. '어 괜찮아 근데 선배는 좀... 나 그 단어 오글거려서' '아 그럼... 누나라고 해도 괜찮으세요?' - 2학년 이동혁 '응응' '네 그럼 그렇게 할게요 ^0^ - 2학년 이동혁 이 때 누나라고 해도 된다하니까 바로 이모티콘 쓰고 이러는게 귀엽더라고. 솔직히 이 때도 그냥 애같았지 남자로 보인다거나 절대 그러지 않았어.
11. 연락한 날 이후로 얘가 내 반 책상에다가 자꾸 초콜렛이랑 막대 사탕을 몇개씩 올려두는거야. 그 때는 좀 부담스러웠어. 좋아해주는건 고맙다만 난 연하공포증이 살짝 있었기 때문에 당황스럽더라고. 이런다고 해서 내가 얘한테 뭔가 해줄건 아니였으니까. 게다가 이거 주는것도 주는거였는데 며칠 지나니까 점심시간마다 나랑 친해지려고 밥 다먹고 와서는 후드집업 안에 숨겨둔 꼼지락 꼼지락 손을 꺼내면서 막 크게 리액션하면서 아재 개그도 막 하고 그러는거야. 나따위랑 친해지려고 이렇게 별 난리 다 치는것 같아서 미안하긴 하더라. 그러다가 우연히 얘 손을 봤는데 되게 길고 얇았어 여자손처럼. 근데 손톱보니까 딱봐도 물어뜯는 습관이 있는것 같더라. 짧게 정돈되어있는것 같지만 물어뜯은 흔적이 조금씩 보이는. 되게 개구진 얼굴이랑 상반되었더라.
안녕하세요! 시험기간따위는 이겨내고 왔습니다ㅎㅎㅎ 오늘은 내용이 부질없는것 같지만... 재미있게 봐주세요!!!! 오랜만에 돌아왔는데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암호닉 신청해주셔서 저 너무 놀랐잖아요ㅠㅠㅠㅠ 정말 감사드려요 다들!!!!! 덕분에 즐겁게 글 올릴 수 있게 되네요ㅎㅎㅎ 앞으로도 즐겁게 다들 함께해요! 감사합니다 ♥
암호닉
론리갈맹 숭아숭아 알지알지 토깽이 런츄 어드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