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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척해줘요 전체글ll조회 1917





헤어졌다.



추운 날씨이지만 하늘에서 내리는건 비였다.

화장은 번지고 구두굽은 부러졌다.

버스는 놓치고 다음 버스는 언제 올지 모른다.


그런 날에 나는 헤어졌다.





오늘도 비가 온다. 뚝뚝 내리던 비가 어느새 주욱주욱 내리고 있다. 늦은 아침 베란다를 바라보니 갑자기 정말 비를 맞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정말 미친 사람처럼. 빗물에 푹 젖어서 울고싶다고 생각했다.


간단한 트레이닝복에 보이는 아무 외투나 걸치고, 아무 우산이나 들고 나왔다. 이미 물기가 흥건한 아파트 현관 앞에 푹 앉았다.

차가운 바닥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감기가 걸려도 며칠 아프면 금방이겠지.



거지마냥 아파트 현관앞에 쭈그려 앉아 우산 하나로 비를 막은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빗물이 우산을 투두둑, 투두둑 치는 소리가 나에게 어서 돌아가라고 소리치는 소리같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추웠다. 손과 발이 이미 차갑게 얼어 감각이 없어질 쯤. 나는 주머니 속에 핸드폰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직도 삭제하지 않은 너의 번호는 선명하다. 눈을 감고도 자판을 칠 수 있을것이다. 통화 버튼을 눌러봤자 들리는건 여성의 알림목소리겠지.


눈을 꾹 감았다. 눈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나에겐 눈을 감고도 자판을 칠 수 있을 번호가 한 개 더 있었다.


" 여보세요.. "




'응 00아. 목소리가 안 좋네?'  언제나 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감기야?'  "아니야.."  '기분이 왜 그래..' 성규


'여보세요~? 오랜만이네?'  "얼굴본지 얼마나 됐다구.."  '아니아니, 전화가 오랜만이라구~ 밥 먹었어?'  우현


'어 00이다!'  "응, 동우야."  살짝 힘이 난다.  '응. 비온다. 흐흐흐 뭐해?'  동우


'어. 전화했네.'  "응.."  목소리 처져있자  '왜그러나.'  "뭐가.."  '목소리 왜그러는데, 무슨 일 있었지?'  호야


"여보세요.."  '너 비와서 나 보고싶으니까 전화했지?'  "응?"  '아이, 맞잖아.'  니가 보고싶은건 아니구? 성열


'여보세요.'  갑자기 목이 가려워 기침을 심하게 콜록대자  '왜그래? 감기야?'  명수


'응~ 오늘 오늘 밖에 봤어? 비 짱 많이 와~'  내 쪽에서 빗소리 들리자  '어? 너 지금 밖이야?'  성종





오늘도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날 맞아주는 네가 너무 고마웠다. 눈물이 날 정도로.

갑자기 바람이 크게 불었다. 우산이 날아가 버렸다. 싸디싸고 작고 약한 우산은 그냥 그렇게 날아가 버렸다.


그래, 난 비를 맞고 싶었던 거니까 잘된 일 일 수도 있다. 울어도 티는 안 날 것이다. 난 무릎을 더 몸쪽으로 당기고 고개를 무릎 사이로 푹 숙였다. 

차가운 빗물에 온몸이 젖어간다.





"00아."  고개 들자 내 앞에서 우산 들고 눈높이 맞추려고 쭈그린 모습 "빨리 들어가자, 응?" 완전 걱정하는 톤 성규 


멀리서부터 철퍽철퍽 달려오는 소리  "00아!"  달려오느라 자기도 쫄딱 젖은  "일어나 얼른!"  힘으로 나 일으키는 동우


빗방울이 안 느껴져서 고개 들어보니 너의 다리  "바보같이 여기서 뭐하고 있어.."  내 손 잡아 일으키려는데 얼음장이니까 살짝 화내며  "너 이러다 죽겠다!"  우현


오자마자 푹 젖은 나한테 옷 덮어주는 모르고 있다가 따뜻해서 고개 드니 한숨 푹  "대체 언제부터 이러고 있던거야."  호야


"000!!"  일단 우산으로 비 가려주고  "너 바보냐?! 안추워?!"  얼른 재촉하는  "얼른 일어나, 얼른."  성열


"나 왔어."  고개 들어보니 우산으로 비 가려준 채 내 앞에서 허리 숙인, 창백한 내 얼굴 쓸어주는데  "이마가 불덩이잖아..."  젖은 머리 정리해주는 명수


"00! 여기서 뭐해!"  대답없자  "응? 무슨일 있었냐구.."  내 얼굴 들게 하곤  "그 놈이 또 괴롭혔어? 응?!" 성종





이미 몸은 차갑게 굳어서 혼자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겨우 몸을 일으키려는데, 발은 안떨어지고 눈물만 계속 난다.





내가 꼼짝 않자  "뭐가 그렇게 힘들어.."  젖은 얼굴 계속 쓸어주면서  "천천히 들어가면서 말하자."  아플까봐 날 계속 달래는  성규


일으키는데 내가 못일어나다가 휘청- 하자 팔 꽉 잡고 중심 세워 주더니  "그렇게 힘들어?" 내 표정이 죽을것 같자  "업어줄게."  동우


어깨동무 해주고 조금씩 발 떼는데 손이 정말 차가워서 계속 두 손 꼭 잡은 채로 들어가는. "도대체 얼마나 이러고 있었어.."  우현


"왜 이렇게 답답하게 굴어. 000."  내가 눈물 터뜨리자 한숨 쉬더니  "걔 때문이야? 응?"  호야


"감기든다고!!"  못 움직이는데 내가 고집부리는 줄 알고  "너 진짜 아프면 어쩔려구. 누가 너 간호해줄꺼야.."   성열


일으켜 세우고 데리고 들어가려는데 울자 얼굴 닦아주는데  "눈물이 멈추지를 않네." 빗물 때문인거 알면서도 다 울때까지 묵묵히 안아주는 명수


"완전 바보, 000." 팔 문질러서 열 내주다가 들어가려는데 내가 안움직이자  "진짜 안 들어갈꺼야?"  내가 벌벌 떨기만 하니까  "안돼, 너 죽어." 억지로 등 밀고 안으로 성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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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독방에서읽었었나?분명 어디선가읽았는데 핧 ㅈ으다조으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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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척해줘요
네 맞아요... ㅋㅋㅋㅋㅋ 재탕 ㅜㅜ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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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작가님 글은 항상 빠져들게 되네요 글이 등급이 있다면 작가님 글은 A+이라 해도 작가님글이 너무 아까운 글이예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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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척해줘요
아.... 극찬이네요 감사합니다 ㅜㅜ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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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엄청 좋은데 왜 댓글이 없지...그대짱!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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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대에박 와 우현인진짜 조련킹같다 와.........저렇게하면 안넘어갈 여자가 없을듯.......결코 손발이 차가운편이라서 이런게아님..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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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척해줘요
사실 저도 찹니다... ㅋㅋㅋㅋ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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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우와 좋다핳 그대짱입니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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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ㅜㅜ.................흑흑.............ㅜㅜ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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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좋다...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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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ㅠㅠ저원래 빙의글?문답?이런거 꺼려하는편인데 이거는 진짜리얼같아서 설렜네요ㅠㅠㅠ읽는내내 이런사람있었으면...했어여!!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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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설렌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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