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지금 어디에요?
어휴, 누가 오세훈 아니랄까봐.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지 3분도 안되어 대뜸 전화를 건 오세훈이 아니나 다를까 무작정 나를 만나겠다며 현재 위치를 묻는다. 야, 나 바쁜 사람이야. 니가 만나고 싶다고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웃기고 있네, 서울에 아는 사람도 몇 없으면서. 지금 할 거 없어서 미칠 지경인거 다 알거든요?"
"...아씨, 오세훈. 넌 뭔데 내 머리 꼭대기 위에 앉아있냐?"
"거봐, 누나는 내 손바닥 안이라니까. 셋 셀 동안 말해요."
귀여운 놈. 못 본 새에 더 귀여워지네, 우리 세훈이가. 못이긴 척 카페 이름을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아 참, 여기 니가 좋아하는 버블티 없으니까 알아서 해!! 전화를 끊기 직전 던진 내 말에 통화 종료 알림음 사이에 아씨, 뭐야! 하는 귀여운 투정이 들려왔다. 아이구, 우리 세훈이. 나보다 한 살밖에 안 어리면서 어쩜 이렇게 잔망스러운지 모르겠다.
W. 민트라떼
![[EXO/빙의글/세훈] 누나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7/9/b/79be071a07b2f86290ba6055bfe0cd1f.jpg)
어, 오세훈이다. 한참 책을 읽다가 고개를 드니 여기저기 두리번거리는 길쭉한 생명체가 보인다. 세훈아, 여기! 하고 손을 흔드니 오세훈의 표정에 반가운 미소가 번진다. 그러더니 갑자기 정색을 하며 말한다. 누나, 누나는 왜 버블티도 안 파는 이런 구린데를 오고 그래요. 누나는 아직 버블티의 참맛을 몰라. 초코버블티가 얼마나... 조잘조잘 투덜거리는 오세훈을 보고 있자니 그냥 흐뭇한 웃음이 나온다. 그런 오세훈을 내 앞에 앉히고 변태마냥 흐흐거리고 웃는데 갑자기 오세훈이 나를 보며 헐!하고 외친다.
"왜, 뭐가."
"헐, 누나, 진짜, 대박, 누나, 와......."
"아, 뭐가 그렇게 대박인데!"
"누나, 지금, 교복! 교복 입었잖아여!!!!!!!!!!!!!!!!!!!!"
..아, 맞다. 교복. 나 지금 교복 입고 있구나. 면접 본다고 교복을 입어야 하나 사복을 입어도 되나 몇번을 고심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사복 입고 가서 까이느니 교복 입고 가는게 낫지 하고 교복을 입고 나왔었다. 오세훈은 독특하게도 교복 입은 내 모습을 참 좋아한다. 지방에 있는, 소위 엘리트들만 모인다는 그런 기숙형 고등학교에 진학해 한동안 만날 수 없었던 동안, 오세훈은 페이스북에 올린 학교에서의 일상 사진에 굉장히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누나!!!!!!!!! 누나네 학교 교복 완전 예뻐요!!!!!!!!!!류의 댓글이 항상 오세훈 이름으로 달렸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다가 오세훈 이야기가 나오면 '아, 그 교복남?'이라고 할 정도로. 그리고 내가 간간히 서울에 올라갈 때마다 교복, 교복 노래를 불렀다. 누나, 교복 입고 한번만 오면 안되여? 아 진짜, 나 소원. 그 때마다 닥치라며 학교에서 입는 것도 짜증나는데 무슨 소리냐, 그랬는데 오늘 내가 교복을 입고 왔구나. 그래, 세훈아.... 교복이다, 교복.
*
"세훈아, 너 지금 내 얘기 듣고 있어?"
"에.. 예? 아, 당연하죠. 저 오세훈이에요, 오세훈."
"내가 방금 무슨 얘기했는데?"
"......누나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이게 뭐람. 하고 있는 얘기에는 관심도 없고 그냥 멍하게 내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 오세훈이라니. 침 떨어지겠다 임마. 뭘 그렇게 봐? 그랬더니 이 뻔뻔한 오세훈은 입술에 침도 안 바르고 말한다. 누나, 저 오세훈이에요. 중랑구 비쥬얼 오세훈! 누나가 저의 이 뜨거운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걸 서울시 여학생들이 알면 누나 테러 당해요. 제 옆에 꼭 붙어있어야돼요. ...어휴. 미친놈. 가방을 뒤져 오세훈 얼굴 앞에 거울을 비췄다. 느끼해, 이 자식아. 오세훈은 그저 좋다고 헤헤거린다. 아... 오세훈. 이래서 널 보면 웃을 수밖에 없다니까. 결국 나도 같이 웃어버렸다. 아이구, 우리 세훈이. 그나마 네가 있어 입시에 찌든 내 마음이 힐링이 되는구나.
"근데, 누나."
"응?"
"진짜 고등학교 다니는 3년동안 남자친구 없었던 거 맞아요?"
오세훈은 항상 이게 문제다. 안 해도 될 얘기를 해서 나를 심란하게 만드는 거!
"아니, 그게 말이 되나? 이렇게 이쁜데? 어떻게 남자친구가 없지?"
거기다가 꼭 이렇게 병 주고 약 주는 거!
"오세훈, 넌 왜 꼭 그렇게 확인사살을 하냐. 다물고 마시기나 해."
"아, 누나. 그런 의미에서 난 어때요? 응?"
"세훈아, 제발 좀 먹고 마셔라, 응?"
얼굴도 안 빨개지고 이런 말을 늘어놓는 오세훈의 입에 생크림을 쳐바른 허니브레드를 집어넣었다. 불만이 덕지덕지 묻은 얼굴로 웅얼대면서도 지지를 않는다. 아, 누나. 좀 솔직해져봐요. 세상에 이런 비쥬얼에 이런 키에 이런 어깨에 또 이런 애교에! 이런 남자가 세상에 어딨어요! 꾸역꾸역 내가 넣어놓은 허니브레드를 다 삼키고 아이스초코 한 모금 들이킨 세훈이가 이런 열변을 토하며 급기야 귀요미 플레이어까지 시전한다. 아이고, 내가 못살아. 이게 벌써 몇년째냐, 오세훈아. 육 더하기 육까지 마친 오세훈이 마지막 손가락에 뽀뽀를 하고는 그 손가락을 내 얼굴에 들이민다. 아이구, 귀여워라 우리 세훈이. 볼을 양 손으로 꼬집자 그새 삐진 표정을 짓는다. 누난 맨날 나 애 취급해. 근데 세훈아. 누나는 니가 귀여운걸 어떡해. 마냥 애기같다, 오세훈은.
"누나, 근데 있잖아요. 진심인데 누나 오늘 진짜 예쁘다."
"말 안해도 안다, 세훈아."
"그니까 이리 와서 나랑 교복셀카 찍어요. 한 번만! 아, 누나 이제 졸업하니까 진짜 처음이자 마지막이잖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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