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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세훈/백현] 로맨스가 필요해. -02- | 인스티즈

 

 

[EXO세훈/백현] 로맨스가 필요해. -02- | 인스티즈

 

 

 

"OOO?"

 

 

 

처음 보는 남자가 우리집 문 앞에 서있었고 내 이름을 알고있고, 나를 쳐다보았다.

 

 

 

"누구세요..?"

"나 기억안나? 변백현."

 

 

 

 

 

'OO아. 떨어지는 낙엽 잡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데!'

'에이. 그런게 어딨어. 너 생각보다 순진하구나?'

'아니. 진짠데..'

'나 가야겠다. 완전 맛있었어. 고마워 배큥이.'

 

18살의 가을. 공원 정자에 쪼그려 앉아서 변백현과 함께 치킨을 먹었다.

18살의 순수하다면 순수한 나이, 더럽다면 더러운 나이. 그 나이의 변백현은 여리고 여렸다.

떨어지는 낙엽을 잡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변백현의 말이 우습기도 했지만 왠지 저 낙엽을 잡으면 오세훈을 웃으며 볼 수 있으려나.

정자에서 일어나 변백현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몇발자국 걸었을때.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낙엽이 우수수 하고 떨어졌다.

거짓말처럼 작은 갈색의 낙엽이 내 옷에 붙어버렸다.

 

'OOO! 나 낙엽 잡았다!'

 

변백현의 큰 목소리에 옷에 붙은 낙엽을 떼 손에 꼭 쥐고 뒤돌았다.

낙엽하나 잡은게 그렇게 신나는 일인지 웃으며 낙엽을 팔랑팔랑 흔들며 나에게 다가왔다.

헛기침을 두어번 한 변백현은 목을 가다듬고 미소를 띄고는 나에게 말했다.

 

 

[EXO세훈/백현] 로맨스가 필요해. -02- | 인스티즈

 

 

'내 첫사랑 너야!'

'ㅁ...뭐?'

'첫사랑 이루어지니까 너랑도 이루어질 것 같아. 그러니까 나랑'

'OOO!'

 

변백현의 황당한 말에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누군가, 아니 오세훈이 변백현의 말을 자르고 크게 날 불렀다.

꿈인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낙엽도 이상하리만큼 몽환적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뒤를 돌자 너는, 오세훈은 그 자리에 서있었다.

 

'백현아 나 가볼게. 안녕!'

'어?.. 어..'

 

 

 

 

"이제 생각 났어?"

"아. 너.."

"아예 잊은건 아니네. 근데 너 얼굴이랑 발.."

 

 

 

내가 지금 매우 초라한 몰골이라는 것을 잊고있었다.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던 변백현은 병원가야겠다. 라며 업히라는 시늉을 했다.

쭈볏쭈볏 그 자리에 서서 병원 안가도 괜찮다고 말하니 쪼그려 앉았던 변백현은 일어나 나를 바라보았다.

춥다 안에 들어가. 변백현의 말에 도어락을 열고 비밀번호를 꾹꾹 누르는데.

0708. 오세훈의 생일이다.

가라앉은 나의 기분과는 다르게 경쾌한 문이 열린다는 안내 소리가 들리고 더 아려오는 발을 절뚝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뭐해 안들어와?"

"들어가도 돼?"

 

 

 

들어가는 내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변백현은 내 말에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예나 지금이나 순진무구한건 똑같네 뭐. 나도 변하고 오세훈도 변했고 세상도 변했는데 너만은 변하지 않은 것 같아, 변백현.

내 뒤를 쫄래쫄래 따라 들어온 변백현을 보고 피식 웃고 쇼파에 앉았다.

벌써 2시네. 나른한 기분에 쇼파의 쿠션을 앉고 몸을 웅크렸다.

 

 

 

"OO아. 나 잠깐 밖에 나갔다올게."

"어디?"

"누워서 쉬고있어."

 

 

 

백현이 집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리자 쇼파에 힘을 빼고 누웠다.

거실 벽에 걸려있는 큰 액자. 그 안에는 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나와 검정색 정장을 입은 오세훈이.

세상을 다 가진듯한 표정으로 웃고있다. 저때는 뭐가 그리 행복했을까.

 

 

 

 

오세훈의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던 중이었다. 신나게 화면을 두드리던 중 카톡 알림이 끊이질 않아 짜증나는 마음에 카톡을 들어가봤다.

어 뭐야. 잠겨있네? 그래봤자 지생일이던가 내생일이겠지. 0708 오세훈의 생일을 누르자 잠금이 풀렸다. 단순한 새끼.

고등학교 동창 애들이 있는 카톡방에 들어가 알림을 껐다. 그리고 바로 밑에 있는 채팅창을 보았다.

김지연매니저. 누구지? 내가 모르는 오세훈의 생활은 없는데. 하며 카톡방을 들어갔는데.

 

[안녕하세요. 결혼 정보업체 가오리연 김지연커플매니저입니다. 연락이 닿질 않아서 카톡 남깁니다. 안수진. 25세 교사. H호텔 1층 카페 2월 6일 4시.]

 

그리고 밑에 여자사진. 더욱더 가관인건 알았다는 오세훈의 대답이었다. 26살의 우리는 이르다면 이르지만 결혼 적령기라면 결혼 적령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절대 말도 안된다.

 

'야 오세훈. 너 이거 뭐야?'

'뭔데.'

 

나의 물음에 앞치마를 두르고 요리를 하던 오세훈이 내게 다가와 물었다. 그런 오세훈에게 카톡을 보여주었다.

 

'아 이거. 선보래. 엄마가'

'뭐? 너 지금 그게 나한테 할 소리야?'

 

싸움의 시작이었다. 이 카톡의 내용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싸움의 시작은 이미 전부터 일어나고 있었을 것이다.

얼마전의 우리는 계속 위태로웠다. 높디 높은 절벽을 맨몸으로 걷는듯 아슬아슬했고, 금방이라도 나락으로 추락할 것 같았다.

마침내, 우린 그렇게 추락했다. 투닥 거리던 말싸움에서 점점 언성을 높였다.

 

'씨발년이 말 다했어?'

'뭐? 씨발년? 너 지금 나한테 씨발년이라 했어?'

'어 왜 더해줘? 지랄도 병이지. 그나이 쳐먹고 이러고 싶냐?'

'야! 말좀 가려서해.'

'너야말로 말가려서해. 뭐 남자가 여기저기 쑤셔넣고 다닌다고?'

'왜 맞잖아 맞잖아! 너 이여자랑도 나처럼 연애하고, 잘꺼고, 싸우고, 결혼약속하고 그럴꺼아니야?'

 

[EXO세훈/백현] 로맨스가 필요해. -02- | 인스티즈

 

'....질린다 진짜.'

 

오세훈은 그렇게 나에게서 등을 돌려 현관으로 향했다. 비명을 지르다 싶이 악바쳐 오세훈을 부르는 나는 거들떠도 안보고, 나를 외면했다.

옆에 올려져 있는 와인병을 던졌다. 와인잔도, 손에 잡히는 모든 물건을 오세훈을 향해 던졌다.

 

 

 

먼 옛날 이야기 같지만, 어제 있었던 일이다. 그렇게 오세훈이 간 자리에서 나는 얼마나 울었는지.

유치원때도, 초등학교때도, 고등학교때도, 대학교때도 싸운적은 있었다.

그때마다 먼저 전화해서 미안해, 내가 심했어. 라 말해주고, 다음날이면 꼭 안아주던 오세훈은 없다.

오늘 아침의 나는 장을 보면서, 뭐라 사과해야할지 고민하고. 그가 다시 꼭 안아줄거라는 기대에 부풀었는데..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세훈일꺼라는 기대에 눈을 번쩍 뜨고 주변을 돌아봤다.

어디에도 오세훈의 흔적은 없고 화장실에서 대야에 물을 받아오는 변백현의 모습이 보였다.

 

 

 

"일어났네? 근처에 약국이 다 닫아서."

"약국? 왜?"

"너 발. 자 여기 이거 볼에 대고 있어."

 

 

 

대야를 쇼파 앞에 두고서는 나에게 얼음주머니를 건냈다. 밖에는 겨울이라 그런지 벌써 해가 져가는 듯 했다.

아직 4시밖에 안됐는데. 눈을 한번 비비고는 얼음주머니를 볼에 대자 차가운 느낌에 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 발목을 잡은 변백현은 대야에 내 발을 넣고는 말했다.

 

 

 

"비밀번호, 설마했는데 오세훈 생일이더라? 아직도 옆집에살아?"

"아.. 응... 바꿔야지 이제."

"발 아프겠다. 그래도 심하진 않아서 다행이야."

"그러게."

"얼굴은 왜그래?"

 

 

 

아 얼굴. 뺨 부었지. 넘어졌다 그럴까, 뭐라할까 핑계를 대보다가 누가봐도 맞아보여서 그냥 사실대로 대답했다.

맞았다는 나의 말에 적막이 돌았다. 오세훈이야? 변백현의 질문에 고개를 푹 숙였다.

 

 

 

"다했다. 여기 앉아서 기다려봐."

 

 

 

내 발을 수건으로 감싸준뒤 대야를 옆에 치우고는 식탁위에 있는 약봉투를 가져와 다시 내 앞에 앉았다.

 

 

 

"근데 있잖아 백현아."

"응?"

"나 막 아까 오세훈집에 들어갔는데 어떤 여자애가 있는거야. 그것도 옷 그 큰 하얀 와이셔츠입고. 거실에는 콘돔있고. 이거 의심할만한거 맞지?"

"응 맞아. 나같아도 그랬겠다."

"근데 나 이상해. 그여자가 부엌에서 홍합찌개를 끓이고 있었거든?"

"끓이고 있었는데?"

"그거 여자 발에 부어버렸어. 나 마녀같지."

 

 

 

내 말에 연고를 꺼내 발에 발라주던 변백현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8년만에 만난 친구한테 이게 할 소리인가 싶지만 나는 지금 내편이 필요하다.

나에게 등 질 사람말고, 내가 어떤 일을 해도 나를 믿고, 기다려줄 그런 사람이.

 

 

 

'나 진짜 안했어요! 진짜 아닌데.'

 

큰 교무실에서 선생님의 언성이 높아졌다. 옆 7반이 도둑맞았다고 한다. 모든 지갑이 다 털렸다고.

축제 찬조공연을 보러 애들이 다 움직였고 그런거에 관심이 없는 나는 배아프다는 핑계로 반에서 혼자 담요를 덮고 낮잠을 잤는데.

내가 지금 범인으로 몰리고 있다. 우리반 담임선생님과 7반 선생님께서 나를 몰아붙이시고 교무실에 있는 모든 선생님들이 나를 쓰레기처럼 바라보았다.

눈물이 터지며 아니라고 말해도 자꾸 나라고, 다 나라고 하는데.

뭘 진술하고 반성하라는건지 나에게 진술서와 반성문을 손에 쥐어준 담임선생님은 나를 교무실 밖으로 내쫓았다.

 

'OOO이 7반 턴거래?'

'응 그렇다는데? 근데 쟤 잘살지않아?'

'야 오세훈. 너 쟤랑 친하잖아. 진짜 쟤가 한거 맞아?'

 

교무실 앞에 모여서 내가 혼나는 모습을 구경하던 아이들은 오세훈이 계단에서 내려오자 오세훈에게 물었다.

오세훈은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글쎄?'.

 

'OO아!'

'응..? 어?'

'집 가야지. 너 가방도 들고왔어.'

'안돼 나 남아서 이거 쓰고 가야해.'

 

[EXO세훈/백현] 로맨스가 필요해. -02- | 인스티즈

 

내가방과 자기가방을 들고 온 변백현이 웃으며 내게 말했다. 내 기분이 이런데 변백현은 뭐가 좋다고 생글생글 웃는지.

 

'너가 안했는데 이거 왜써? 나랑 가자 집에. 피자학교에서 피자사줄께!'

'됐어.'

'알았어알았어. 피자학교 말고 미스피자 어때? 오빠 돈 오늘 다쓴다.'

'너는 지금 웃고 싶니?'

 

나의 가시돋힌 말에도 변백현은 그냥 웃으면서 내 손에 든 종이들을 자기가 가져가더니 내 팔을 끌며 교문으로 향했다.

오늘 가방은 내가 들어줄께 나는 신사니까. 되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변백현이 조금은 괜찮았다.

 

 

 

 

"음 마녀 좋다! 나 마녀 좋아해. 꼬마마녀키키 알아? 난 꼬마마녀키키가 이상형이야."

"뭐야 그게.."

"됐다 붕대 다 감았어."

"응 근데. 왠일이야?"

"하숙하러 왔는데요?"

 

 

아 하숙. 하숙때문에 왔구나. 하숙.. 하숙?

 

 

"뭔 하숙이야."

 

 

내 말에 작은 종이를 주머니에 꺼네 보여주었다. 하숙생구함. 010-****-0709

아 맞다. 나 하숙생구했지. 3주 전쯤인가 다니던 회사도 그만 두고, 내가 진짜 하고 싶던 일을 하려고 했지만.

당장은 구해지지 않아 하숙생이라도 구해서 돈이라도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문어발 종이를 뿌리고 다녔다.

종이 붙이고 다닌지 몇일이 지나도 연락이 없길래 자연스럽게 머리에서 잊혀졌는데.

 

 

 

"근데 나 여자구한다 그랬는데?"

"종이에 그런말 안써져 있었는데?"

"어? 그럴리가... 아 아무튼 미안 안될것같아."

"나 돈도 입금했는데."

 

 

 

'OO아. 하숙한다고 문자왔어. 계좌번호 달라는데?'

'아 진짜? 세훈아 그 그 컴퓨터책상위에 내꺼 파란색 통장 계좌번호좀 문자로 보내!'

'응.'

 

 

 

"아 맞다. 헐."

"바보. 어떻게 그걸 까먹냐."

"아 휴. 어쩌지. 그럼 이번달만 살다가 나가면 안돼?"

"내가 세달치 입금했다했는데. 그때 너가 문자로 알았다며."

"...그럼 환불해줄께."

"나 갈곳도 없는데. 아파트 주차장에 내 짐들 다 있는데.."

 

 

 

젠장. 까맣게 잊고있었다. 이사태를 어찌해야 할 지 몰라 한숨을 한번 내쉬었다.

내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있는건지. 인생을 왜 이러고 사는지.

바닥에 앉아 나를 올려다보던 변백현은 내 옆에 앉아 말했다.

 

 

"참고로, 나 하숙비 너가 말한 가격보다 더 얹어줬다."

"뭐? 야 너 왜 그런"

"나봐봐. OO아 너 볼은 괜찮아?"

"어? 응.."

 

 

 

내 볼에 있는 얼음 주머니를 가져가더니 심각하게 내 턱끝을 잡고 얼굴을 요리조리 돌려보던 변백현은 다시 웃었다.

 

 

 

"나 여기서 살아야되는데."

"휴 알았어.."

"진짜지? 약속한거다? 일어나봐! 일어날수 있지?"

 

 

 

내 손을 잡고 일어나라는 듯 재촉하는 변백현의 말에 끝내 못이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밖에서 놀자며 내게 코트를 입혀주고는 내 손을 잡고 집 밖으로 나를 이끌었다.

 

 

 

 

번화가에 나의 천하고 못된 심보와는 어울리지 않는 고급스러운 곳에서 식사를 했다.

추운것 같아 몸을 웅크리자 변백현은 내게 물었다. 추워? 그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자 내 손을 잡더니 작은 옷가게로 들어갔다.

검정색. 아니다 너는 이거 어때? 갈색 목도리를 흔들고 씨익 웃은 변백현은 계산대로 향했다.

예쁘다. 갈색 목도리를 하나 더 집어들고 계산대로 걸어갔다.

 

 

 

"어? 하나 더 사게?"

"응."

"왜? 내가 사줄껀데?"

"몰라도돼."

 

 

 

계산을 마치고 옷가게에서 나왔다. 변백현은 쇼핑백에 든 목도리를 꺼내더니 내 목에 둘둘 감아줬다.

 

 

 

'야. 추운데 왜이렇게 얇게 입고 나왔어.'

'예뻐보일라고. 헤헤. 빨리가자 기차 놓치겠다.'

'아 잠시만.'

 

오세훈과 정동진에서 새해를 맞이해 일출을 보기로 했다. 추운 날씨이지만 나는 예쁘겠다 나의 꽃다운 22살을 겨울이라고 내 각선미를 묻으며 보낼수는 없다. 라는 생각에

얇은 코트에 얇은 스타킹을 신고 나왔다. 집앞에서 나를 기다리던 오세훈은 내 차림새를 보고 어이가 없었는지 머리에 콩하고 딱밤을 주고 잔소리를 했다.

예쁘라고 입고나온건데.. 세훈이에게 기차 놓치겠다며 잔소리좀 그만하라고 핀잔을 주자 자기 목에 둘렀던 목도리를 내 목에 감아줬다.

감기걸리겠다. 다음부터는 두껍게좀 입어라 진짜.

 

 

 

다시금 드는 오세훈의 생각에 눈물이 나려는건지 눈이 아려왔다. 눈을 깜박이고는 내 목에 목도리를 다 두른 변백현을 쳐다보았다.

 

 

 

"따뜻하네 뭐."

"따뜻하지? 예쁘지? 내가 보는 눈은 있다니까."

"이거. 너 갖던가 말던가. 쓰던가 버리던가.."

 

 

 

방금 따라 산 목도리가 든 쇼핑백을 변백현에게 건내주자 환하게 아이같이 웃었다.

 

[EXO세훈/백현] 로맨스가 필요해. -02- | 인스티즈

 

 

옛날부터. 아 아니지. 18살때 느꼈던 건데 변백현은 웃을때가 가장 예쁘다.

해맑게,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웃을때가 가장 멋있다.

온 세상을 검정색으로 칠한다면 변백현은 그 세상에서 살 수 없을 것이다. 너무 밝은 아이이기 때문에.

변백현은 어둠이 되는것을 싫어 할것이다. 혼자만이라도 하얗게 남아 있을 아이이다.

 

내가 준 쇼핑백에서 목도리를 꺼내 다 두른 변백현이 내 손을 잡아왔다.

 

 

 

"야 너 손잡지마."

"왜?"

"잡지 말라면 잡지마. 너랑 나랑 만난지 하루도 안지났어."

"근데 나는 갈색이 좋아."

"말돌리지 마. 손 잡지 말라니까?"

"갈색보면 낙엽생각난다."

"..."

"난 그래서 낙엽도 좋아."

 

 

 

변백현은 변하지 않았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집으로 걸어왔다. 자기 차 트렁크에서 큰 상자 두개와 캐리어 두개를 꺼내는 변백현한테서 캐리어 두개를 건내받았다.

고등학교 친구랑 같이 살아야 한다니. 그것도 석달이나. 게다가 남자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이빨을 환히 보이며 웃는 변백현을 한번 쳐다보고는 엘리베이터에 먼저 올랐다.

 

 

 

"OO아."

"왜."

"너 내일 바빠? 안바쁘면 나랑 사진찍자."

"무슨 사진이래."

"거실벽에 있는 사진 말고. 나랑 찍자 사진. 가족사진! 내가 남편 너가 아내."

"죽는다?"

"미안. 아 그리고 내일 펫샵에서 우리 치즈 찾아와야해! 같이가자."

"치즈가 뭐야?"

"야옹이. 야옹"

 

 

 

내 질문에 고양이 소리를 따라하며 또 환히 웃었다. 나도 동물 좋아하는데 다행이다.

어느덧 엘리베이터가 7층에 도착하고 나만한 캐리어 두개를 질질 끌고 집으로 향했다.

문고리에 약봉지가 걸려있다. 잠시 약봉지를 바라보다가 뭐야? 라고 물어오는 변백현에게 아무것도 아니라고 대답하며 약봉지를 뺐다.

 

 

 

"저기 너 방이야. 안에 화장실 있으니까 너는 거기 써."

"응. 근데 나 잠옷 없는데."

"어.. 잠시만."

 

 

 

잠옷이 없는 변백현에게 내 옷을 빌려줄수는 없어서 방으로 들어가 내 장롱안에 들어있는 파란색 남자 잠옷을 꺼냈다.

짙게 베어있는 오세훈의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탈취제를 뿌리고 탈탈 털자 오세훈의 향기가 없어진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변백현에게 오세훈의 잠옷을 주고 아까 문고리에 걸려있던 약봉지를 열었다.

 

[너도 발 다친것 같던데. 바르고 조심해. 때린거는 미안해. 그리고 헤어지자 우리.]

 

오세훈의 쪽지를 빼고 답장을 썼다.

 

[그래. 그만하자. 그리고 난 괜찮으니까 약 아까 그 여자분 갖다드려.]

 

짤막하다. 종이를 꼬깃꼬깃 접어 봉투 안에 넣었다. 옷을 다 갈아입었는지 변백현이 짜잔하며 문을 열고 나왔다.

오세훈 생각나. 아무렇지 않아 나는.

 

 

 

"근데 너 왜 남자잠옷이 집에있어?"

"...."

"아.. 아니야 못들은걸로해!"

"나 잠깐만 밖에 나갔다올게. 1분내로 돌아올꺼니까 가만히 있어."

"응. 빨리와."

 

 

 

현관을 열고 옆집. 오세훈의 집 문고리에 다시 봉투를 걸었다.

 

 

이렇게 너와 나는 끝이겠지. 괜찮았다. 헤어지자는 말 괜찮았다.

나는 26년을 살면서 단 한번도 헤어지자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다. 그래도 괜찮다.

가족한테도, 친구한테도, 오세훈한테도. '헤어지자' 라는 말이 존재하긴 할까 싶을 정도로 나는 이 말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말이 내 눈앞에, 코앞에, 바로앞에 다가왔다.

이별을 하는 연인들이 왜 그렇게 힘들어하고 절절매는지 이해가 안갔었다. 나는 한번도 이별한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이별을 겪은 지금도 난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미 얼마전부터 우리 둘 사이에는 암묵적으로 이별이라는 단어가 어울렸을 것이고, 나도 그걸 느껴왔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다.

단지 내 인생에서 오세훈이 빠진다면. 나는 추억이라는게 존재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어 괜찮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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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ㅠ너무좋아여ㅠㅠㅠㅠㅠㅠㅠ작가님워더...♥ 거절은거절합니다ㅠㅠㅠ취적글...ㅠㅠㅠㅠㅠㅠㅠㅠ울어요ㅠㅠㅠㅠ
10년 전
따악풀
독자님 워더..♥ 근데 오ㅐ 이거 두개죠 왜 어째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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