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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개의 색채로운 불빛이 빙글 빙글 태민의 주위를 돌고 돌았다. 태민은 비로소 그 불빛이 종현이 자신을 갖고 놀기 위해 만들어 낸 환상이란것을 알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불빛만으로도 태민은 이미 기분이 상해있는데 종현은 마치 태민을 괴롭히기로 작정이라도 한 듯 태민의 주위로 수십개, 수백개의 불꽃을 피어오르게 했다. 그 불꽃속에서 태민은 자신의 어렸을적을 봐야만 했다.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그 때로 돌아가는듯한 기분에 순간 종현에게 지고싶지 않다는 승부욕보다는 자연적인 어린아이의 무서움이 더 컸기에 그대로 도망치기에 이르렀다. 그것이 종현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는 꼴이란것을 알면서도 태민은 자신의 과거라는 영화속에서 빠져나오고 싶었다.

그렇게 도망치고서야 문득 정신을 차렸을때 모든 세상은 멈춰있었다. 초록색의 신호등과 횡당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그 중 미쳐 한 발을 땅에 닿지도 못한 채 멈춰있는 사람도 있었다. 고개를 들어 문득 광장 위 커다란 시곗바늘이 멈춰있는것을 확인했을때 그 순간 뭐라 말하지 못할 이질감과 두려움의 몸을 떨수밖에 없었다.

 

“세상은 멈춰있는데 나 하나만 살아있는 그 기분 알아?”

 

종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태민의 주위로 누군가가 빠르게 아주 빠르게 휙 휙 둥근선을 그리며 돌고있었고 태민은 어디서 나오는지조차 모르겠는 종현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신의 주위로 일어나는 조금의 생기의 감각을 기울고 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너무도 빠른 종현을 잡을수야 없었고 태민은 그제서야 종현이 자신을 완전히 갖고 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어딨어 개자식아, 나오라고!”

 

종현은 흥분한 태민을 조롱하듯 더 빠르게 빙글 빙글 주위를 돈다. 태민은 자신의 바로 옆에서 들리는 소름끼치는 바람소리에 귀를 기울이는데 종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사람이 정말 미쳐버릴때가 언제라고 생각해?”

“…지금 나랑 대체 뭐 하자는거야.”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때? 혼자가 되었을때? 아니. 사람이 미치는건 세상과 홀로 설때야.”

“무슨 말이 하고싶은거야….”

“서두르지마 재미없잖아.”

“재밌어? 넌 이게 재밌어?!”

 

누군 돌아버리겠는데…! 악에 받친듯한 감정을 속으로 몇번이고 삼켜내며 태민은 입술을 물었고 종현은 멈춰섰다. 분명 태민의 주위를 돌고있었던것 같은데 어느새 종현이 있는 곳은 시계로 된 조형물 위 다. 아슬아슬하게 서서는 태민을 내려다본다.

 

“사람은 이상하리만큼 소속감과 외로움에 민감하거든?”

 

살풋 진지하게 말해오는 종현에 이미 질린건지 아님 두려움에 힘이 달한건지 태민은 묵묵히 그 말을 듣기만 한다.

 

“어느 사람에게나 냉정하리만큼 잔인하게 똑딱 거리면서 돌아가는 시계바늘도 멈춰버렸는데 나 하나만 빙빙 돌고 돌때 사람들은 비로소 미쳐버리는거야. 이 세상과 나는 다르다는것을 몹소 느끼고 있으면서 소속감이고 뭐고 소외감마저 들으면서 외로움에 치를 떨지. 그리고 세상이라는 소속에서 벗어났다는 그 생각때문에 그 짧은 시간안에 생각하는거야. 세상과 나는 다르구나.”

“빙빙 돌려서 말하지마…짜증나니까….”

“나도 마찬가지로 그 빌어먹을 두려움에 미쳐버렸고, 너도 마찬가지로 미쳐버릴꺼야. 서서히 그리고 내게 침식되가겠지.”

 

태민의 짜증섞인 말을 종현은 그대로 무시한채 자신의 할말을 이었고, 태민은 그것에 화가 나면서도 점점 그 말 뜻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와닿았는지 담담한척을 하려 하지만 입술이 파르르 미세하게 떨려온다.

 

“가장 무서운게 뭔지 알아?”

“…….”

“사실은 가장 가까이 있는게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거야.”

 

태민이 시선을 위로 둔 채 종현을 죽일듯이 노려보자 종현은 입꼬리를 슬쩍 올려서 웃더니 그대로 추락하듯이 시계탑아래로 떨어지지만 곧 태민의 바로 앞에 나타나 뺨을 훑는다.

 

“너는 태어났을때부터 항상 사랑을 받아왔고 사랑을 해왔으니 가장 가까운것은 사랑이겠지… 너에게 가장 무서운것은 이제 사랑이 되는거야.”

차마 종현의 손을 쳐낼수가 없었다. 손가락, 발가락 하나도 꼼짝 못할정도로 강한 압박은 태민의 심장마서 강하게 주물러왔고 종현은 태민의 머릿결을 손가락으로 빗어내렸다.

“이제 너는 나를 사랑하게되겠지. 그리고 너는 이제 나를 사랑함으로써 죽어갈꺼야. 나도 마찬가지로 너를 사랑하니까 어쩌면 내가 먼저 죽을지도 모르지….”

 

우리 둘 다 서서히 아주 서서히…….귓가에 들리는 예고같은 그 말에 태민은 그제서야 종현을 밀쳐냈고 종현은 순식간에 또 다시 모습을 감췄다. 하지만 태민은 똑똑히 종현이 웃고있는것을 봤다. 아주 즐겁다는듯이 빙글 빙글 재수없게 웃고있는 얼굴을.

 

“재밌어 죽겠나봐?”

 

종현을 찾기위해 고개를 두리번 거리던 태민이 이를 악 물고 넌지시 질문을 던지자 종현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퍼진다. 놀란 태민이 흠칫 떨며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종현이 서 있다.

 

“응 재밌어 죽겠어.”

“뭐가? 뭐가 그렇게 재밌는데?”

“니가 망가져 가는거.”

 

시계바늘이 똑딱ㅡ 하는 소리를 내며 한 발자국 움직였고 시끄러운 소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다시한번 멈춰선다. 태민의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한방울 떨어졌다.

 

“…그리고 나도 망가져 가는거.”

 

종현은 또 다시 재밌다는듯이 빙글 빙글 히죽이면서 웃고 태민은 그 얼굴을 하얗게 질린얼굴로 노려본다.

 

“나는 망가지지 않아.”

“아니, 이미 과정은 시작됬는데?”

“무슨 근거로?”

“니가 무서워하잖아.”

 

태민은 그대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멈춰버린것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자신의 속을 너무도 확실히 꿰뚫어버린 종현에 자신이 진것이 확실했고 또 이길수 없다는것도 확실해졌다.

 

“내가 널?”

 

하지만 빌어먹을 자존심때문에 끝까지 아닌척 발뺌을 해보지만 종현은 그저 웃기만 할뿐이다. 둘이 그렇게 서로를 세세하게 관찰하듯이 쳐다보기를 몇분 먼저 눈을 돌린것은 다름 아닌 태민이었다. 태민은 금방이라도 울것같은 얼굴로 결국은 주저앉아버렸다. 그리고는 멈춰버린 시간과 함께 조용해져버린 이 곳인데도 불구하고 시끄러운 소음이라도 들리는마냥 손으로 귀를 꼬옥 막았다. 종현은 그런 태민의 머리를 조금 다정한 손길로 쓸어주었고 이내 방금 전 일들은 모두 거짓이었다는듯 시끄러운 도시의 소음을 가득찬다.

 

‘나는 나를 몰라. 아무도 나를 몰라. 무섭지않아? 이 많은 사람 중에서 나를 아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는 것.’

 

머릿속에서 울리는 종현의 목소리에 태민은 눈을 느리게 감았다가 떴다.

 

‘나는 너희들을 잘 아는데 내 자신을 몰라.’

 

찌르르 하게 아파오는 심장부분에 태민의 손이 닿았고 아픔을 가시게 하고 싶은지 잡히지도 않는 살을 움켜쥐니 옷감만 잡힐뿐이다. 바보같아 김종현. 김종현 바보같아. 태민은 무릎의 고개를 파묻고 도시의 소음이 아닌 자신의 마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 니 마음 충분히 이해 간다. 너는 우리를 너무 잘 아는데 정작 너를 모르는것만큼 무서운게 어딨겠어.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너는 나를 사랑하면 안돼 김종현. 너는 다른 사람의 삶을 아무렇지도 않게 망가트렸는데…수십명의 삶을 망가트렸는데…너는 좆같이도 멀쩡해. 니가 죽인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한테는 사랑이었고, 우정이었고, 삶이었는데 그걸 망가트린 너는 정작 나를 보면서 사랑한다고 속삭여. 이것만큼 더럽고 추악한게 어딨어 종현아.

아까만해도 파란 하늘에서 빗방울이 한 방울 씩 떨어졌고 태민은 싸 해져가는 가슴에 입술을 앙 다물었다.

그런데도 종현아 너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 할수있어? 태민의 물음에 종현의 답은 몇초간 들리지 않았고 몇분이나 지났을까 바로 옆에서 발자국 소리가 나더니 종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기적인거 아는데 그래도 난 니가 좋아.”

“……미친것같아….”

“….”

“분명 니가 싫어. 싫은데…근데…….”

 

니가 나를 향한 감정이 소중하게 느껴져. 태민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분명 그것을 종현이 들었을것이란걸 확신했다. 곧 종현의 대답이 이어졌다.

 

“아무리 미친것같은 감정이라도 난 너라면 즐거울것 같은데?”

 

태민이 고개를 들어 종현을 올려다 봤고 종현은 태민을 내려다본다. 두사람 사이에 묘한 시선이 감돌더니 태민은 그제서야 무언가를 깨닳은듯 아…. 하고 짧은 탄식을 내뱉는다. 그러다가 다시 종현을 쳐다보고는 알수없는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환희인듯 절망인듯한 표정을 짓다가 울것처럼 눈가가 붉게 달아올랐다. 그런 태민을 알수없다는듯이 쳐다보자 태민은 벅차오르는 가슴 속 무언가를 감당하기 어려운지 흐으…흐, 하고 신음을 내뱉는다.

 

“너 싫어.”

“알아.”

 

즉각으로 딸려오는 종현의 대답에 잠시 멍청하게 넋을 놓고있다가 다시 정신을 잡은듯 태민은 고개를 숙여버린다. 곧 미세하게나마 등이 떨려왔고 종현은 말없이 태민의 등을 쓸면서 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것은 분명히 강한 기쁨이었지만 절제된 미소였다.

 

 

그래, 이것이 시작이다.

 

너의 정체를 알아버린게 나란 것, 그리고 나 또한 너와 같다는 것. 우리는 벗어날수 없다는 것. 

 

 

미래인

 

 

 

 

 

 

 

 

처음부터 현재시점으로 하는 이유는 사실 스토리가 너무 길어서 분량을 줄이려고..ㅋㅋ 

누구누구 나오는지 안쓴 이유가 사실 아이돌이 대부분 나와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커플링은 보다시피 쫑탬이지만 다른 아이돌 누구랑 어떻게 될지도 모릅니다..

....추천해주셔도 좋구...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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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이거 뭐에요.........작가님 필력 조으다 조으다 쩌르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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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헐..........완전 기대되네요.........담편이 기다려짐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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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우오ㅓ 완전금작.......사랑해요.......신작알림신청할게요..헿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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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종...종인이....신청...할께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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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도..돋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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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완전조으다....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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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와...저 이런거 좋아요ㅋㅋㅋㅋㅋ 이런 비슷한 생각많이하는편이라..
13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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