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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환아. 노을이 져버린 운동장 사이를 가로지르며 달려오던 성운이 급식을 먹고 나오던 재환이를 큰 소리로 불렀다.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향하던 재환의 눈길이 성운의 손으로 향해섰다. 파란색의 포장지로 뒤덮여진 작은 선물 상자를 들고 오던 성운이 복도에 서 있던 그의 앞자락에 다가섰다.
" 너희들 같이 밥 안 먹었어?"
" 어디 갔다오냐."
네가 훈련도 째고. 재환이 교실로 성큼 올라가며 이미 모든 걸 알고 있는 듯이 한쪽 입꼬리를 슬쩍 위로 올렸다. 째기는 뭘 째. 뭐가 그렇게 궁금한 게 많아. 뒷머리를 매만지던 성운이 퉁명스레 괜히 혼자서 머쓱해졌는지 앞서가던 그를 지나쳐 계단을 성큼 올라가 교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힘껏 교실 문을 열어젖히던 성운이 이내 생각했던 상황이 아니었는지 뒤에 따라오던 재환이를 나즈막히 불러세웠다.
" 얘 어디 갔어."
" 너 그거 줄려고 여기 온 거 아냐."
" 맞아."
" 그럼 뭐 엇갈려나보네."
벌써 갔어. 오늘 야자 빼고 네 집 간다던데. 재환이 파란색의 투명한 포장지를 고갯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자리에 앉아 휴대폰을 뒤적거리던 재환이 다시 입을 달싹였다. 뭐냐. 축구공 돌려주러 간다면서. 그러자 성운의 목소리가 한껏 낮아졌다.
" 언제 갔는데."
" 보충 마치고 바로 갔으니까 한 40분 전 쯤?"
" 나 걔 못 봤어."
" 뭔 소리야."
태평스레 휴대폰만 연신 들여다보던 재환이 들려오는 성운의 목소리에 그제서야 고개를 살풋 들었다. 당연히 못 봤겠지. 넌 목걸이 받으러 가고 걘 네 집에 갔으니까. 재환이 성운을 올려봤다.
" 나 집에서 오는 길이야. 목걸이는 어제 받았고."
" 근데 네 집 여기서 안 멀잖아."
폰을 내려놓고 일어서던 재환이 말꼬리를 조심스레 흘렸다. 재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운이 교실을 급하게 나섰다. 야. 하성운. 어디 가. 새끼야. 툭- 그를 뒤따라가던 재환의 발등 앞으로 푸른 빛의 상자가 힘없이 떨어졌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은 재환이 그것을 위로 조심스레 들어올렸다. 기분이 이상했다. 아주 무서울 정도로 달려오는 암흑에 그를 따라가는 재환의 발걸음이 점차 빨라졌다.
여기서 교복 입은 여자 애 못 보셨어요. 저기 죄송한데. 이미 학교 주변의 길거리로 달려나온 성운이 사람들을 붙잡고 물어보기 시작했고 인정하지 않았다. 자꾸만 아닐 거라며 그 직감을 피해가려 낭떠러지를 위태로이 걸어갔다. 어느 새 어둠이 자리잡은 가로등 불빛 사이로 새하얀 눈이 조금씩 비춰지기 시작했고 성운이 빨개진 손가락으로 키패드를 정신없이 눌렀다. 제발. 쉴 새 없이 들었던 통화연결음이 다시 시작되고 마음이 불안해진 그가 지나가려던 택시를 급하게 붙잡았다.
" 아저씨. 죄송한데- "
도르륵- 그리고 그의 운동화 옆으로 하나의 공이 너털해진 몸둥이로 굴러 들어왔다. 낯이 익은 축구공 하나가 자꾸만 그의 발목을 두드렸다. 아저씨의 욕짓거리를 끝으로 택시가 떠난 줄도 모른 채 자신을 부르는 그것에 멍청해진 성운이 축구공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그는 직감했다. 이것이 좋은 일이든 아니든 일이 생겼다는 것을.
" 오늘 나 훈련 없으니까 네가 이거 들고가서 놀다 줘. 하루 빌려줄게."
" 왜. 오늘 못 데려다준 거 이걸로 퉁칠려고."
" 들고가기 귀찮아."
" 핑계하고는."
" 오늘은 야자해서 학교에 있겠네."
의자에서 일어나던 성운이 앉아있던 그녀를 언제나 그렇듯 무심히 내려다봤다. 그 순간, 중후한 목소리가 장엄히 스피커의 전파를 울렸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최근 성도고 부근으로 강력 범죄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습니다. 여학우뿐만 아니라 많은 학생들의 각별한 주의와 조심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거봐. 조심하라잖아. 여주가 성운을 짖궃게 노려봤다.
성운이 스쳐가는 기억의 수면과 함께 멍청해진 눈동자로 차가워진 축구공을 팔목에 감싸안고서 그것이 흘러온 골목을 걸어갔다. 자꾸만 느려지려고만 하는 발걸음에 성운이 걸음을 재촉했다. 그리고 결국 마주했다.
너와 내가 이렇게 되어야만 했던 이유를.
아주 발칙한 우리 사이
W. 토미
05
: 九曲肝腸(구곡간장)
오늘따라 유독 보슬비가 내린 하늘 아래로 수업이 끝나버린 여주가 힘없이 계단을 내려갔다. 모든 것이 짙은 회색 파노라마와도 같이 움직였다. 복도를 서성이는 수많은 사람들 중에 그 아이가 자꾸만 나타날 것 같아 계단 칸을 내려가던 여주가 끝내 미끄러지듯 끌려내려오는 한 쪽 신발을 끌며 멈췄다. 그 아이가 쓰러지던 그 날, 수 만명의 관중석 아래로 구조대원이 달려왔고 눈을 곱게 감은 성운을 마주했다. 얼마나 더 잘 건지 그 곱게 감은 눈을 자꾸만 뜨지 않는 성운을 주구장창 일주일 내도록 보고 있었다. 깊게 늘어지는 한숨 뒤로 후드티에 넣어두었던 폰을 들어올렸다. 없었다. 아무런 연락도, 그 아이가 아니면 나에겐 어떠한 것도 없었다.
" 언제까지 잘래. 하성운."
" 어디 있는데. 걔."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여주가 고개를 급히 뒤로 돌렸다. 정혜인? 그러자 여주의 뒷 계단에 서 있던 한 여자가 당연하게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한 칸씩 다가왔다.
" 까먹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 여긴 무슨 일로. 맨해튼에 있었던 것 아냐."
" 한참 찾았잖아. 너희 둘."
" 그러니까 왜."
" 여긴 앉을 곳도 없니. 친구 대응이 영 별로다."
" 따라와."
이윽고 지나지 않아 여주의 걸음이 한 카페 앞에서 멈추었고 또각거리는 구두 소리와 함께 뒤를 따라오던 여자가 먼저 문을 힘껏 열어젖히며 자리를 잡고서 가방을 내려옿았다. 그녀 뒤로 걸어오던 여주 또한 반대편 의자에 등을 기대고서 주문을 시키기도 전에 말을 늘어놓았다.
" 성운이 아버님이 찾으셔? 그래서 온 거야? "
" 뭐가 그렇게 급한데."
" 내가 먼저 물었어. 대답해."
" 네 동생이 언제부터 검소하게 살았더라."
" 무슨 소리야."
아주 짧게 비아냥거리는 문장에 심기가 건드린 듯 여주가 되물었다. 그러자 몰랐어? 라는 해맑은 문장이 여자에게서 툭 튀어나왔고 새로운 먹잇감을 찾은 동물마냥 여자가 그녀를 잡아먹었다.
" 내 후배가 그러던데. 잘난 네 동생 친구들한테 옷 빌려 입는다고."
"............"
" 모르겠니. 무슨 소리인지."
" 신경 꺼."
" 그러니까 물어봐봐."
".........."
" 이 곳처럼 말이 쉽게 도는 데가 있는지. 네 동생 관리 잘해."
" ..........."
" 어머니 속상하실라."
다 식어버린 커피를 앞에 두고서 상체를 일으키던 여자가 클러치를 짧게 팔에 들었다. 그리고 유유히 정면을 유지하고 있던 여주가 그제서야 굳게 다문 입을 열었다.
" 애초부터 너 알고 왔었잖아. 성운이가 어디 입원했는지."
" 근데."
" 날 찾아온 이유가 뭐야. 그 질문에 대답 안 했어."
" 네가 너무 모르고 살길래. 하성운이 누군지."
알게 모르게 자존심이 퍽 상해버린 여주가 보이지 않게 주먹을 그러쥐었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여자는 눈길을 그제서야 돌리며 카페를 벗어났다. 여전하게도 그녀의 귓가엔 또각거리는 잘난 구두와 그런 여자의 마지막 말만이 맴돌았다. 그리고 바람 빠지는 웃음 소리가 뒤이어 그 안을 서성였다.
" 상태가 매우 심각해요. 아시잖아요. 성운이한테 감안해야한다고 말해줬는데 코치님께서는 전해듣지 못하셨나보네요."
" 애가 말을 안 듣네요. 그럼 선수 생활에는 지장이 있나요?"
" 이대로라면 선수 생활이 많이 어려워질 수도 있습니다."
" 그럼."
" 성운이가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될 것 같아요."
코치가 긴 한숨과 함께 얼굴을 거칠게 쓸어넘겼고 그들의 대화에 눈을 지그시 감고 있던 성운이 말아쥔 주먹을 보이지 않게 이불 속으로 집어넣었다. 이내 검사 결과지를 보러 가자는 주치의의 말에 코치가 부산스레 발자국을 옮기며 병실을 나섰다. 그 소리를 끝으로 감고 있던 눈꺼풀을 천천히 올리던 성운에겐 여전히 세상은 어지러웠다. 그리고 문이 조심스레 열렸다. 무의식적으로 성운이 고개를 돌렸고 그 모습에 조심히 들어서던 지성이 음료수 박스를 급히 바닥에 내려놓으며 병실을 나서려했다. 코-. 하지만 성운이 그보다 더욱 빨랐다. 형. 그의 쉰 목소리에 지성이 몸을 제자리로 돌려 침대 옆으로 뒹굴던 의자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 언제 깼어. 왜 안 불렀어."
" 코치님께 술 먹은 거 얘기했어?"
" 미쳤냐. 그럼 너 퇴출이야."
" 형도."
" 넌 웃음이 나오냐. 지금."
왜. 형은 안 웃겨. 성운이 모든 걸 내려놓은 사람마냥 웃어제꼈다. 어떡할거야. 이제. 그 모습에 지성이 굳어진 얼굴을 한껏 일그러트렸다.
" 뭘 어떡해."
" 아버님은 안 오셨어."
" 관심 없어. 오시든지 말든지."
" 성운아. 좀."
" 형. 그만하자. 곧 있음 우리도 못 볼텐데."
" ........."
" 그러니까 좋은 얘기만 하자고."
" 좋다는 기준이 뭔데."
" 내 선수 생활이 이미 끝났다는 얘기와."
" 그리고."
" 그 아이가 사라졌다는 얘기를 제외한 모든 이야기."
담담하게 문장을 내뱉는 성운을 보던 지성이 답답한 듯 검사 결과지를 보러 가야겠다며 앉아있던 의자를 밀어내며 일어났다. 그래요. 형. 그리고는 성운이 이렇게 그에게서 대답했다. 여전하게도 지성이 남겨놓은 문 앞의 음료수 박스는 그대로 덩그러이 놓여져있었고 따사로운 햇살이 들어오던 창문 틈 사이로 이미 어둑해진 밤하늘이 새어들어왔다. 성운은 알고 있었다. 그가 자신을 위해 자리를 피해줬다는 것을. 그렇게 또 다시 그는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학교 앞 카페를 나와 지하철을 걸어가던 길에 여주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빗물이 머리 위로 자꾸만 떨어졌다. 밖에 보슬비가 내리는 사실조차 깜빡했었나보다. 오늘 좆같게 기분 째진다, 정말. 그러자 옅은 다홍색의 비닐이 그녀의 빗물에 적셔진 눈가를 가렸다. 뭐 해. 민현이 진지한 얼굴을 그 앞에 내비췄다. 선배.
" 뭐하냐고. 비 맞으면서. 청춘 드라마 찍어? "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주가 재밌지도 않은 유머랍시고 나름 크게 웃어댔다. 오늘 처음으로 그녀가 지어보인 웃음일지도 모른다. 진짜 재미없는 거 알죠? 선배. 여주가 비에 적셔진 앞머리를 털었다.
" 그럼 왜 웃어. 웃지를 말던가."
" 그러게요. 웃을 일이 없네. 이런 거에 웃기나 하고."
" 들었어. 성운이 얘기."
" 그 얘기는 하지 마요, 우리."
" 진작에 알고 있었어. 나 좋아하는 척 한 거. "
민현의 말에 장난식으로 넘기려던 여주의 웃음기가 조금씩 사라졌고 민현은 애꿎게도 그만두지 않았다. 그렇게 우산을 장벽으로 가려둔 그들은 엉켜버린 발걸음을 거리로 내세웠다.
" 성운이 때문이었다는 것도 알아."
" 그게."
" 좋아하잖아, 너희 둘. 맨날 넌 도망가고 근데 그 놈은 맨날 쫓아가고."
" 그랬나, 우리가."
" 한 번은 내가 물었던 적이 있어. 너 뭐 좋아햐냐고."
" .........."
" 넌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대. 그러면서 말하는데 보이더라고."
"............"
"너에 대한 성운이 마음이."
" 선배."
" 왜."
" 저희한테는 솔직함이 필요할까요.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할까요."
" 잘 생각해봐. 선의의 거짓말이 항상 좋은 결과를 불러올지."
그새 잠이 들었던 건지 성운이 반쯤 감겨있던 눈을 뜨고서 시계를 올려봤다. 언제 이 시간이 된 거야. 혼자 있고 싶었던 자신의 마음을 알아준 그가 내심 고마웠는지 반쯤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그가 병실 침대를 내려왔다. 역시나 무리를 많이 했는지 조금만 걸어도 욱신거리는 발목과 무릎에 성운이 다리를 절뚝거리며 여태 하루가 꼬박 지나기 전의 음료수 박스로 너털너털 다가갔다. 박스를 들기 위해 몸을 아래로 숙이려는데 그의 두 눈으로 살짝 빈틈을 보이며 열린 문틈의 그 빈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앞코를 바닥에 툭툭 두드리던 하얀 스니커즈 또한 자리를 잡았다. 박스를 품에 안던 성운이 이내 선반에 그것을 두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익숙한 목소리가 물에 잠긴 듯 어딘가 울적해보였다. 여보세요. 다시 한 번 그 음성이 성운의 귓가를 조종했다.
- 여보세요.
복잡한 그의 목소리가 그제서야 물가에 버려진 목소리에 부질없이 대답했다.
- 전화를 했으면 말을 해야지. 뭐하는 거냐.
- 그러는 너야말로 병문안을 왔으면 족발 하나 사들고 들어와야지. 뭐하는 거야.
- ..... 나 못 가. 과제 있어.
- 누가 오늘 오래. 밖에서 기다리지 말고 들어오라고.
-.........
- 춥잖아.
안 추워. 이 등신아. 순간, 성운의 뒤로 전화 소리가 아닌 그녀의 목소리가 병실 안을 가득 채웠다. 성운이 그 목소리에 자동적으로 몸을 뒤로 돌렸고 언제나 그렇듯 그들은 서로를 마주본 채 담아냈다.
" 하성운. 소원 이뤘네. 일주일 내내 하루종일 자는 거."
어딘가 모를 애처로운 눈빛이 그녀의 대답을 먼저 대신했고 성운이 바싹 마른 입술을 축였다.
" 그거 아냐. 진짜 소원은 따로 있어."
" 하여간 욕심은 많아가지고."
" 너 때문이 아니라는 거 알지."
힘없이 의연하게 미소짓던 여주의 입꼬리가 성운의 마지막 말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서 갈팡질팡했다. 너 때문이 아니야. 성운이 그녀를 다시 붙잡았다. 날 구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도 잘 알잖아. 이윽고 여주의 덤덤한 목소리가 그를 불러세웠다. 터져나오려는 울음을 애써 억누른 채 그가 아이마냥 연신 그녀에게 투덜거렸다.
" 가버린 줄 알았어. 하루종일 오지 않길래."
" 말했잖아. 난 널 떠날 수가 없다고."
" 가면 안 돼."
" 안 가."
" 무섭다고 가지 마.
" 몇 번이나 말해."
" ........"
" 널 사랑하니까 못 간다고."
" 계속 말해줘."
" 이게 죄책감이라 할지라도 널 떠날 수가 없다고."
그래서 사랑한다고. 결국 길을 잃어버린 어린 아이처럼 겁에 질려버려 다가오는 그 녀석을 여주가 품에 안고서 아무 말 없이 뒷목을 토닥였다.
" 다리는 어떻대."
" 네가 알아서 뭐하게."
" 계속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넓지 않은 침대 병실에 단 둘이 누워 성운이 자신의 콧잔등을 아프지 않게 때리던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자신의 등 뒤로 가져갔다. 그 때문인지 더욱 밀착하게 된 모양새에 여주가 헛기침을 내뱉었고 성운이 능글맞게 그녀 가까이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 그 동안 어떻게 참았대."
" 그래서 죽는 줄 알았어."
" 뭐가."
" 보고 싶고 안고 싶고 연락하고 싶고."
" 또."
" 이렇게 가까이도 있고 싶고."
자신의 앞에 들이밀어진 성운의 얼굴을 지그시 올려보던 여주가 운을 떼었다.
" 그럼 아까 진짜 소원은 뭔데."
"........."
" 경기 나가는 거?"
" 이렇게 너 품에 안고 하루종일 자는 거."
나 진짜 소원 이뤘네. 성운이 콧잔등을 찡그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의 어린 모습에 여주 또한 푸흡 장난 어린 웃음끼를 띄었고 성운이 그녀의 머리칼을 매만졌다. 그러니까 우리 좋은 얘기만 하자. 그의 진정성 있는 제안에 여주가 고개를 위 아래로 작게 흔들며 하루 종일 피곤했는지 그의 가슴께에 머리를 기대었다.
" 오늘은 뭐했어."
"별 거 없었어."
" 뭐야. 재미없게."
" 네가 학교를 안 나오니까 재미가 없잖아."
" 어이구. 나 없으면 어떻게 살래."
" 그러니까 시간 좀 멈춰봐. 평생 이렇게 있게."
" 비는 왜 이렇게 맞고 왔어."
" 이것도 선배가 우산 씌어줘서 덜 맞은 건데."
" 민현 선배? 아 진짜. 그 형 안 되겠네."
그렇게 시간은 일말의 배려도 없이 기나긴 하루들을 우리에게서 빼앗아갔고 난 그에게 솔직함을 말했다. 그리고 반대로 괜찮다는 거짓말을 표했다. 언제나 선의의 거짓말이 좋은 결과를 불러올지는 사실 모르겠다. 정말 그 애의 말처럼 하성운이 누군지, 까맣게 잊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쫓는 행복을 찾기 위해서 이와 반대로 커져가는 불행을 잊고 사는지도 모른다.
*
♥ 저의 감사한 제리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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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독자님들ㅠㅠㅠㅠ 잘 지내셨어요ㅠㅠㅠ 일찍 올려고 했는데 잘 되지가 않았어요ㅠㅠㅠㅠ 정말 지친 하루 하루에 항상 독자님들 댓글 읽으며 늦어도 기다리겠다는 감사한 말씀들 되새기면서 이제야 돌아왔어요ㅠㅠㅠㅠ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항상 진정성 있는 글로 찾아봘게요! 정말 진심으로 항상 감사드리고 저의 독자 모든 분들께 좋은 일들만 가득하시기를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