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LL MOON
w. CM
< 설명하긴 힘들어. 하지만 첫눈에 반하는 사랑 같은 거랑은 달라. 그건... 중력이 움직이는 거야. 그를 여기에 발 붙이고 있게 하는 건 지구가 아니라 바로 그녀가 되는 거지. >
지훈이와 우진의 공부를 봐 주는 첫 날이었다.
아빠가 출근하시면서 나를 오두막 앞에 내려주셨다. 난 지성씨의 따뜻한 환대를 기대했지만 이상하게 그는 내가 오는 걸 탐탁찮아 하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탁자에 앉아 친절히 자신의 소개를 했다.
" 그 때 제대로 된 통성명도 못했네요. 전 윤지성입니다. 지훈아, 우진아 선생님 오셨어. 나와봐 "
방문을 빼꼼히 열고 보인 두 남자아이의 얼굴이 보였다.
" 제가 박지훈이고요. 20살이에요. "
여자보다 어여쁜것 같은 아이와
" 전 박우진이고 20살입니다. "
목소리에 사투리 억양이 묻어나오는 꽤나 잘생긴 아이.
" 네, 전 성이름 이고 21살입니다. "
나보다 고작 1살 어린 아이들에게 뭘 가르친다는 것이 낯설기는 했지만 어쨌든 먼저 부탁한 건 지성씨라고 했으니까..
" 근데 세 분 더 있지 않나요? "
" 아 관린이는 지금 학교 가 있구요. 다니엘이랑 재환이는 가게 보고 있을 거에요. "
" 가게요? "
" 네, 저흰 숲 속 트래킹 하시는 분들 대상으로 아웃도어 매장하고 있거든요. 전 가게 보러 이만 나가볼게요. "
첫 수업은 간단히 우진이와 지훈이의 레벨테스트였다. 다행히 아예 공부에 기초가 없는 아이들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짐 정리를 하던 와중이었다. 무심코 창 밖을 바라보았을 땐 바닷가 그 남자가 있었다.
" 잠깐만, 밖에 나갔다 올게 "
아이들에게 말을 하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혼자 농구공을 튀기고 있는 그를 불렀다.
” 저기요! “
그가 나를 보더니 고개를 돌려 숲 속으로 향한다.
피한다. 또.
” 저기요! 잠깐만 멈춰봐요! “
” 따라오지 마세요 “
달리는 그를 따라잡다가 숲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 때 사고 이후에 이상한 후유증으로 자주 넘어지고 덤벙거리게 되었다.
” 아 어떡해.. 피나네.. “
넘어져 무릎이 까져서 살짝 피가 맺혔다.
그 때, 도대체 그 숲 속에서 어떻게 중얼거리는 내 목소리를 들은 건지 놀라운 속도로 뛰어온 그가 내 앞에 있었다.
그가 무릎을 꿇고 나와 눈높이를 맞춘다.
” 아.. 왜 또 다치고 그래요.. 그러게 따라오지 말라니까 “
내 상처를 본 그가 나에게 손을 내민다.
" 일어나요. 가서 약 발라야겠네요. "
그의 손을 무시하고 혼자 일어서려다 다시 넘어지고 말았다.
" 아! "
그가 자신의 머리를 헝클이며 이야기한다.
" 발목 삐었나보네.. 걷지도 못하겠다. "
그가 나를 번쩍 안아든다. 닿은 몸이 너무나도 뜨겁다.
” 괜찮은데.. 내려주실래요? “
얼굴이 새빨개졌을 것 같다.
” 또 넘어질려구요? 차 사고 난지 일주일도 안 지났잖아요 “
” 그 쪽이 제가 사고 난지 어떻게 알아요? "
차고 안에 들어간 그가 날 의자에 앉히고 말했다.
” 그 쪽 아니고 강다니엘. "
보드가 가득한 차고 안에서 뒤적거리던 그는 연고 하나를 찾아낸다
그가 내 앞에 앉아 상처에 약을 발라준다.
"사고는 관린이한테 들었어요. 관린이도 그 고등학교 다니거든요. 근데 성함이.. “
" 제가 발라도 되는데.. 전 성이름이요. "
나에게 약을 발라주는 그의 손이 무척이나 뜨겁다.
” 어디 아파요? 몸이 왜 이렇게 뜨거워요? “
” 원래 이래요. “
그는 무덤덤하게 말한다.
” 무슨 이 동네 사람들은 엄청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래요? “
” 차가운 사람 만났어요?“
그가 고개를 들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묻는다.
” 손 차가운 사람이 그렇게 중요해요? “
” 아니.. 뭐 그런건 아니지만.. 만났어요? 그 흡혈귀? “
” 흡.. 뭐요? “
” 아.. 그냥 못들은 걸로 해줘요. “
그가 제 머리를 헝클이며 멋쩍게 웃었다.
그래, 이 집 사람들 좀 이상하다.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 심각하게.
” 전 이미 들었는데 어떻게 못들은 걸로 해요. “
” 웃으니까 그냥 넘어가 줍시다. 왜 세상엔 그런 일 많잖아요. 알면 다치는 일 “
어느새 옆에 재환씨가 다가와 말을 보탠다.
” 니엘아, 방에 들어가 있어. “
” 재환씨가 들어가세요. 저랑 다니엘씨랑 할 얘기 많으니까. “
내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대꾸했다.
” 어? 내 이름 불러줬다. 헤헿 “
다니엘이 웃는다.
” 아 진짜. 강다니엘.. 니가 알아서 해라, 알아서 해. 난 몰라, 몰라“
그렇게 재환씨가 오두막으로 들어가고 나와 다니엘만 남았다.
” 우리 할 얘기 많은 거 알죠? “
” 모르겠는데.. 이름씨가 많은 거면 많은 거겠죠..? “
” 일단, 내가 제일 궁금한건.. 바닷가에서 왜 그렇게 쳐다봤어요? “
괜히 날선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 아니. 그렇게 쳐다봤으면 이름이라도 물을 기회를 주던가, 내가 먼저 말 걸려고 하면 피하기만 하고, 뭐 나한테 불만있어요? "
대답을 하는 대신, 다니엘이 또 웃는다.
” 아 뭔 말을 해도 이쁘네.. “
잘 들리지도 않는 말을 하며
” 뭐라구요? “
” 들렸어요? 혼잣말이었는데.. 반했어요. 선생님한테 “
” 네? "
아니, 진짜 이 남자가.. 반한 사람한테 이름 물을 기회도 안 주는게 어딨어.
" 장난치지 마요. 진짜. “
” 나 장난칠 기분 아닌데 지금. “
그가 웃음기가 가신 얼굴로 날 바라본다.
이상하게 그가 날 빤히 쳐다볼때면 난 아무 말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마치 어렸을 때 하던 얼음 땡 놀이처럼 누가 땡 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아이가 되버린 것 같았다.
따르르릉
오두막에 두고 온 나의 휴대전화 소리가 들리고 그제서야 시선을 뗄 수 있었다.
" 전화 좀.. 받을게요. "
우리의 시선이 떨어지자 그의 조그마한 혼잣말이 들린다.
” 옹성우랑 가까이 지내지 마요. 나한테 잘해주지도 말고 “
아빠가 전화하셔서 지성씨와 함께 오두막으로 갈테니 같이 저녁을 먹자고 하셨다. 나도 흔쾌히 수락했다.
퇴근한 지성씨를 도와 저녁준비를 하고 있었다.
괜한 오기가 생겼다. 이 집 사람들이 비밀을 터놓기 싫다면 어쩔 수 없다.
셜록홈즈광인 내가 하나하나 알아가보는 수 밖에.
” 지성씨 “
” 네 이름씨. “
” 사람이 차를 찌그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
"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세요... 하하 "
어색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며 헛손질을 하던 그의 손에 뜨거운 냄비가 닿았다.
” 앗 뜨거 “
그의 손에는 어느새 물집이 잡혀있었다.
” 어! 어떡해 괜찮아요? 빨리 차가운 물! “
놀란 나에 비해 지성씨는 너무나도 차분했다.
싱크대에 물을 틀고 그의 손을 보았을 땐, 이미 물집이 반 쯤 사라진 뒤였다.
” 손.. 괜찮아요? “
” 네.. 신경쓰지 마세요. 그리고.. 사람이 차를 찌그러뜨릴 수도 있죠. 물집이 금방 사라지는 것처럼 “
그의 대답이 끝났을 땐 그의 손은 언제 다쳤냐는 듯이 멀쩡했다.
식사가 차려지고 자리에 앉았을 때 아빠가 허허 웃으며 말하셨다.
” 다들 타잔처럼 입고 있더니 오늘은 그래도 우리 딸 왔다고 다들 사람처럼 입었네. “
” 저희가 열이 워낙 많아서요.. 요즘 날씨도 너무 덥고.. “
도대체 9월이 뭐가 더워.
” 아니 난 처음 왔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눈 덮인 마당에서 다들 바지만 입고 농구하고 있었잖아 “
” 하하.. 저희가 워낙 추위를 안타서요.. “
당황하는 지성씨와 재환의 눈빛을 난 보았다.
집에 와서 잠을 청하려다 오늘 일어난 이상한 일들 때문에 머릿속에 상념이 너무나 많아졌다.
포크스에 와서 겪은 일들 때문인지 내가 여태까지 읽었던 수 많은 판타지 소설들에 대한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 해리포터' 에서는 보름달이 떠오르던 밤에 한 교수가 늑대인간으로 변신하고
' 뱀파이어 아카데미' 에서는 모로이와 스트리고이라는 뱀파이어가 사람의 피를 먹으며 살아가고
' 뱀파이어 다이어리' 에서는 햇빛을 보면 가루로 변해버리는 뱀파이어가 존재하고
' 타라덩컨' 에선 엄청난 치유능력을 가진 늑대인간과 놀라운 속도와 힘을 자랑하는 뱀파이어가 존재했다.
잠시만.
치유능력, 엄청난 힘
늑대인간과 뱀파이어
그리고
강다니엘과 옹성우
말도 안 돼.
아무리 판타지와 SF세계를 동경하던 나였지만 난 21살이었고 그런 미신따윈 믿지 않았다.
근데
이건 좀 이상하다.
---------------------------------------------------------------------------------------------------------
때 마침, 다음날은 보름이었다. 매스컴에서 떠들어대는 슈퍼문이 아닌 정말 평범한 보름달이 뜨는 날이었다.
만약, 정말로 만약에 강다니엘이 정말로 늑대인간이라면 보름달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지 않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
” 보름달이면 또 늑대가 울겠네 “
아빠가 저녁하늘을 쳐다보며 말씀하셨다.
” 여기 늑대도 있어요? "
나름 능청스레 아빠께 물었다.
" 산 속에 늑대가 사는 것 같아. 근데 신기한 건 보름달일 때 가장 심하게 울더라.
오늘은 밖에 나가지 마라. 혹시라도 숲에서 늑대가 내려올 수도 있으니까. "
하지만 죄송하게도 난 아빠 말을 들을 생각은 없었다. 확인해야만 했다. 진짜 포크스에 초자연적인 존재가 있는지.
그렇게 아빠가 잠들기만을 기다리며 방에서 책을 읽고 있던 순간.
" 아오~ "
늑대 울음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꽤나 크게.
얼른 창 밖을 내다보았더니 보름달이 휘엉청 떠 있었고,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아래를 내려다보니
한 늑대가 있었다.
그냥 그런 확신이 들었다. 저 검게 보이는 실루엣은 늑대일 것이라는 확신.
방 밖으로 나와 1층으로 내려가니 TV에선 과학 다큐멘터리를 재방송하고 있었고 아빠는 쇼파에서 이미 주무신 뒤였다.
그렇게 다급하게 집 밖으로 나가 늑대가 있던 내 방 창문 밑으로 향했다.
그 곳엔 밝은 갈색털을 가진 늑대 한 마리가 나의 방의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가 서로 마주친 순간 늑대는 오히려 몸을 돌려 숲 쪽으로 향하려 했다.
" 다니엘씨! "
내 목소리에 늑대의 발걸음이 멈췄다.
정말로 저 늑대가 강다니엘인 것일까?
아니라면 내 신변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신기하게도 그 늑대가 두렵지 않았다.
전혀 낯선 느낌이 들지 않고 오히려 따스한 느낌만 들었다.
" 맞죠? 다니엘씨? "
내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고 늑대는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마치 무언의 대답을 하려는 듯이.
" 이거 말도 안 되는 상황인거 아는데.. 진짜.. 사실대로 얘기해 줄 수 있어요? "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가 말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여주길 바랐다.
그 때 마침 늑대 울음소리가 들렸다.
바닷가 쪽이었다.
그 소리를 듣고 그는 너무나도 슬픈 눈빛으로 날 바라본 뒤, 몸을 돌려 숲 속으로 사라졌다.
말도 안 되는, 믿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내 머릿 속에서 마음대로 세워버린 가설을 난 어느새 받아들여버렸다.
강다니엘은 늑대인간이다.
================================================
안녕하세요 CM입니다. 여러분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안 올수가 없었어요.. 애들이 컴백했잖아여~!!!!!!!! (흥분)
이런 좋은 날 글을 올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여 과제도 미루고 이 시간에 글을 쓰네요.
자고 일어나서 읽으셔도 되고 등교/출근 길에 읽으셔도 되고..
항상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업로드를 하게 되어 죄송한 마음 뿐이네요..
또 항상 하는 투표.. 오늘도 있습니닼ㅋㅋ 사진 올릴 때 제가 신경 쓰여서 하는 것이니 클릭 한 번만 해주시고 가세요...ㅎㅎ
오늘은 드디어 다니엘과 여주가 만났어요! 굉장히 의미있는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저 나름대로?
독자님들은 어떻게 읽으셨는지 모르겠네요.. 재미있게 읽으셨길 바라며..
댓글 남기고 포인트 받아가세요~! (댓글은 정말로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당..ㅠㅠ)
알고보면 쓸데있는 신비한 CM사전 |
이 부분은 아마 트와일라잇과의 관계성에 대해 많이 언급하게 될 것 같네요. 차고라 함은 트와일라잇에 보면 제이콥이 오토바이를 수리하던 그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오두막 뒤 쪽에 있죠. 그리고 설정에 대한 부분은 언제든지 물어보셔도 됩니당! |
제 사랑 암호닉 분들 |
휴지 님, 하클라우드 님, 알파고놉 님, 지성박수 님, 동글연 님, 참새랑 님, 강낭 님(생일 축하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