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살먹죽 ㅡ 1화. 순대
(부제: 새로운 손님?)
“하이.”
어,어 왔냐 김꿀땡. 담배를 피던 손을 뒤로 감추고 어색하게 웃어보이는 민윤기. 옆에서 같이 줄기차게 담배를 태워대던 호석이 눈을 예쁘게 접으며 웃어온다.
어, 누나 하이! 밥은요?
“아직. 그건 그렇고 야, 민윤기. 나도 눈 있다, 새꺄. 그렇게 숨기면 내 눈에 그 냄새나는 담배가 안보일 것 같디?”
“야 김꿀땡 한번만… 한 번만 봐줘.”
“저번에도 봐달래서 내가 이모한테 말씀 안드렸더니 너 계속 이러잖아. 안되겠어. 나 이모한테 지금 전화걸래.”
“아, 지랄마 진짜.”
“지랄마?”
“.. 지랄 마십시오.”
“이 미친놈이… 진짜 네가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구나? 너 저번처럼 아저씨한테 두드려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지?”
중간에 끼어서 낑낑대던 호석이 싸움의 중재를 위해 윤기의 호주머니의 담배를 통째로 뺏어서 손에 들고 흔든다. 윤기가 아, 내놔. 하고 꼬장을 부리자 씩 웃어보인 호석이 담배를 바닥에 떨어트리고는 발로 즈려밟는다. 머리를 움켜잡은 윤기는 아!!!!! 아!!!!! 정호석 씨발!!!!!!! 안그래도 담배값 올라서 개 쪼달리는데!!!!!!!! 하며 지랄 염병 육갑을 떨고 계신다. 똥씹은 표정으로 윤기의 꼬장을 바라보고있던 탄소의 손목을 호석이 턱, 하고 잡아온다.
“뭐야. 왜.”
“누나. 저 잘했죠.”
응. 무심히 고개를 끄덕이는 탄소의 팔을 들어 자신의 머리위에 올리더니 입을 시옷 모양으로 늘어뜨리곤 탄소를 올려다본다.
“쓰다듬어줘요.”
“정호석 이 씨발놈아!!!!!!”
“형! 조용히 좀 해요. 역사적인 순간이야 지금.”
“뭐가 역사적인 순간이야.”
“누나가 최초로 내 머리를 쓰다듬…, 아, 왜요.”
꺼져 너도. 같이 담배피고 있던 놈한테 뭘 잘했다고 머릴 쓰다듬어줘. 저리꺼져, 훠이훠이. 탄소가 손을 휘휘 내저으며 호석의 머리에서 손을 떼니 호석이 접고있던 허리를 펴며 볼을 한껏 부풀린다. 에잇, 아깝다.
“야, 민윤기. 그만 찡얼대고 밥 먹으러 가자.”
“아!!!!! 안 먹어!!!!!! 아니, 지 것뚜 아니고… 내 건데… 정호석 개새끼야!!!! 난 이제 인생에 더이상 미련 없다… 안녕 세상아… 그동안 즐거웠다….”
“뭐? 밥을 안 먹어?”
허리에 손을 얹고 윤기를 노려보던 탄소가 휴대폰을 들어올리는 시늉을 하더니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대곤 방긋 웃으며 네~ 이모~ 아, 다름이 아니라~ 윤기가 요새 밥을 하도 안 챙겨먹어서 걱정돼서 전화드렸어요~ 하고 말하며 윤기를 노려본다.
“당장 휴대폰을 나에게 넘겨라 김꿀땡.”
“그럼 넌 좋은 말 할때 순순히 밥 먹으러 가시지.”
“세상… 오늘 내 점심과 맞바꾼 담배였는데…”
“이참에 끊어, 새꺄. 어차피 내 눈 피해서 피는 것도 지긋지긋하잖아. “
“…넌 어떻게 애가 17년동안 하루도 안빠지고 맨날 바가지를 긁어대. 지치지도 않냐?”
“야, 내가 네 마누라냐? 바가지는 뭔 바가지. 됐고, 과방에서 돕바 챙겨올라니까 준비 마치면 후문에서 만나. 아, 맞다. 정호석.”
“네?”
“앞으로 민윤기랑 담배피는 모습 한 번만 더보여. 그 때는 얄짤없어 진짜.”
“아, 누나아…”
“농담 아니다.”
“넵. 살펴가십시오 누님.”
“오냐.
나 간다. 휘적휘적 손을 저으며 옥상을 내려가는 탄소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호석이 윤기에게 말한다. 형, 소꿉친구라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둘이 진짜 닮은 거 같아요.
“김탄소랑 내가? 미쳤냐?”
“이것 봐, 이것 봐. 더럽게 까칠하고.”
“솔직히 걔보단 내가 훨 착하지.”
“더럽게 뻔뻔한거.”
윤기가 한껏 찌푸린 얼굴을 하고는 호석을 노려보다 처참히 짓밟힌 담배의 잔해들을 주워들고 훌쩍이며 앞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호석이 형, 같이가요! 형! 하며 윤기를 따라 쫄래쫄래 계단을 내려갔다.
*********
“그래서 오늘은 어디를 가실 계획이신지.”
“야, 얘들아. 내가 어제 수요 미식회를 봤는데…”
민윤기, 정호석, 김탄소, 그리고 김석진은 ‘먹살먹죽’ 이라는 소규모 동아리의 회원이다. 동아리 기장은 음식 빼면 시체인 김석진. 먹살먹죽이라는 이 동아리의 시초는 민윤기의 끼니를 챙기기 위함이었다. 윤기의 불알친구 김탄소는 끼니를 거르는 횟수가 챙겨먹는 횟수보다 많은 윤기를 두고 볼 수가 없었던 것. 그리하여 결성된 ‘먹기위해 살고 먹기위해 죽는다’ ㅡ일명, ‘먹살먹죽’동아리. 지금 이 ‘먹살먹죽’ 동아리 부원들은 밥을 먹으러 어디로 가는 게 좋을지 토의중이시다.
“오, 그거 나도 봤는데.”
“이야, 이 친구. 역시, 뭘 좀 알아. 우리 산수갑산가자, 산수갑산.”
“근데 오빠. 을지로는 좀 오바야.”
“왜?”
“아, 왜긴요 형. 저 이따 세시에 수업.”
“야 인마, 세시면 충분하지!!! 지금이 한시니까, 지하철 타고 가서… 밥 먹고…”
“형 저 진짜 안돼요. 밥 먹는다고 빠진 횟수만 세 번이야. 한 번만 더 빠지면 FA인데…”
“아, 순대 먹고싶은데.”
“형 그러면 저 오늘 빠질게요. 어차피 순대도 별로 안 좋아하고, 안그래도 2시쯤에 홉온스 공연장 섭외때문에 가봐야 했어서.”
“야 호석아 안돼…. 내가 너무 미안하잖아…”
“형 입에 침이나 바르고 얘기해요. 지금 이미 마음은 지하철 타고 을지로 4가에서 내렸죠.”
킬킬 웃으며 농담을 던지는 호석의 등짝을 아프지않게 내려친 석진이 윤기와 탄소를 쳐다봤다. 어떻게 할거냐는 석진의 물음에 윤기는 세상 잃은 표정을 하곤 대답했다.
“정호석 저새끼는 한 세끼 안먹어야돼…. 오, 홉아 나 방금 라임 쩔었다. 너 홉온스 공연할때 써먹어라.”
“응 지랄. 정호석 너 후회없지.”
“괜찮아요, 누나. 저 그러면 얼른 가볼게요. 형들 나중에 봐요!”
“엉. 가라.”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멀어져가는 호석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세명은 쩝 입맛을 다시고는 지하철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
“이모, 여기 모듬정식 세개요!”
“형.”
“어. 왜?”
"김석진이 주문을 하면?"
"…주문진. 아~ 이 친구 정~말 재밌네~"
탄소가 세상에서 제일 한심하다는 듯 윤기를 쳐다보다 이내 고개를 돌린다. 민망해진 윤기는 급 화제를 돌린다.
“이제 곧 인턴 일 때문에 바빠지지 않아?”
“어, 맞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할 얘기 있어.”
…아무래도 내가 활동이 뜸해지지 않을까 싶어 나를 대신할 사람을 하나 섭외했다. 석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윤기는 인상을 팍 찌푸리며 아, 형. 우리 과는 싫어. 애들이 다 별로야. 하며 툴툴대기 바빴고, 탄소는 관심없다는 얼굴을 하곤 애꿎은 새우젓만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댔다.
“우리과 아냐.”
“그럼?”
“너네 전정국이라고 아냐?”
“이 넓디넓은 학교에서 다른 과 애들까지 알 여유는 없지.”
“꽤 유명하던데. 대숲도 자주 올라오고. 체대 훈남.”
“누군지 모르겠네. 야, 김꿀땡. 넌 아냐?”
“몰라.”
음…. 잠시 고민하던 석진이 핸드폰을 들어 먹살먹죽 단톡방에 번호 하나를 보낸다.
“번호 올려놨으니까, 탄소 네가 좀 연락해봐. 얘 진짜 괜찮은 애야. 일단 식취향이 우리랑 비슷해.”
“아, 내가 왜. 귀찮아.”
“아이, 이 친구가 참. 나 없어서 허전한 것보단 나을걸. 일단 나 있을 때 다같이 한 번 회식 하고, 너네가 판단해. 들일지 말지.”
“볼 것도 없어. 탈락이야.”
“일단 좀 만나봐. 어, 순대 나왔다.”
석진의 눈이 금세 초롱초롱해졌다. 언제 얘기를 하고있었냐는듯 모두 말없이 식당 이모가 날라주시는 접시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석진이 음식을 먹기에 앞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댄다. 사진을 한 열 장 찍었을까, 짜증이 치민 탄소의 욕지거리가 나지막히 들려왔다.
“미안 미안. 먹자 얘들아.”
“잘 먹겠습니다.”
“아, 나 오늘따라 입에 뭘 넣기가 싫네.”
“살기위해 먹는 민윤기씨. 이왕 온 거 맛있게 드십시다 좀.”
소창 부위를 먼저 집어든 석진이 입에 소창을 한 가득 넣고는 우물우물 씹는다. 아, 식감봐. 미쳤어.
“형. 나 뭐먹어야돼?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
“이게 혀랑 귀거든? 이거 먼저 먹어봐.”
“혀...?”
“얌마, 일단 먹어봐. 맛있으니까.”
탄소는 말없이 잘도 먹는다. 한참을 음식에 집중하던 탄소가 소리를 낮추고 석진에게 말한다.
“근데 여기 순대국밥은 그냥 그렇네.”
“어, 인정.”
"그래도 모듬은 진짜 맛있다. 지하철 사십분 타고 온 보람이 있네.”
배부르게 식사를 마치고 노곤노곤해진 상태로 한참을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던 세명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막걸리를 한 잔 걸치자고 졸라대는 석진에게 호되게 호통을 친 탄소가 회비를 모아놓는 카드를 들고 가 계산을 한다.
“나 이따 이 부근에서 밥약 있어서 근처에서 시간 좀 때우다 갈게. 너네 먼저 들어가라.”
“어, 형. 들어가. 연락해.”
“그래. 아, 탄소야. 정국이한테 연락 꼭 해보고.”
“아, 몰라. 오빠가 알아서 해.”
돕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은 탄소가 툴툴대며 돌아선다. 그래놓고 연락할 거면서. 하여튼 김탄소. 석진이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야. 민윤기. 너 나랑 저기, XX김밥 좀 들리자.”
“왜. 그렇게 먹고도 밥이 또 들어가냐? 역시 김꿀땡. 김꿀꿀돼지꼬리땡땡이.”
“뭐래.”
학교에 들어가는 길에 XX김밥에 들려 김밥 한 줄과 쫄면을 포장한 탄소. 탄소의 속을 알리 없는 윤기는 탄소의 뒤에서 계속 탄소가 가진 위장의 위대함에 대해 쫑알대고 있다.
“먼저 과실 갈래? 아니면 정호석네 동방 들릴래.”
“정호석네 동방?”
“이거. 정호석 밥 안 먹었을 거 아냐.”
순간 묘하게 뒤틀린 표정을 짓는 윤기. 하지만 이내 표정을 풀어보이곤 탄소에게 말한다. 혼자 갖다줘. 나 과제가 좀 덜 끝나서.
“어, 간다. 과제는 제때제때 좀 하고.”
“잔소리 대마왕 하여튼.”
팔짱을 끼고 가만히 서서 운동화 코끝으로 돌을 툭툭차던 윤기가 혼자서 조용히 읊조린다.
“하여튼 정호석만 존나 챙겨, 정호석만. 사람 속 뒤집어지는 것도 모르고. 아, 더럽게 질투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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